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여러 장면에서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고 재미있어 했다. 얼마 전 끝난 지방 선거 직후에도 그랬다. 한 당선자가 언론과 축하 인터뷰를 하는 도중 자극적 질문이 이어지자 인터뷰를 거부하며 소리를 치는 장면이 있었다. “기자들이 예의가 없다!” 말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 되면서 그런 방식의 대응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어나기 까지 했다.
사실 기업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다. 기업 오너나 대표이사 그리고 고위 임원들은 각자 자신만의 언론관과 기자에 대한 평소 생각에 기반 해 언론과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해프닝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홍보실은 매번 홍역을 앓는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를 우려해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회사의 VIP들에게 언론에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업계에서 수 십 년간 잔뼈가 굵었고, 연세도 대략 50-60대에 이르시는 VIP들에게 ‘기자 앞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소개하는 모습도 어찌 보면 참 재미있는 장면이다.
매일 매일 기자를 만나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정치인들도 종종 기자 앞에서 실수를 한다. 수십 년간 언론에 몸담았던 분들도 퇴직 후 후배 기자들을 만나 설화를 만들어 낼 때가 있다. 언론학자로 평생 쌓아온 언론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어떤 분은 술 한잔에 잃어 버리기도 했다. 이 같이 언론에 대해 자칭 타칭 전문가라 하는 분들도 기자 앞에서 자칫하면 문제를 일으킨다.
일반 기업 VIP들은 앞의 그들과 같은 언론 전문성이나 경험 조차 없이 기자를 대한다. 매일 매일 기자와 밀고 당기는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지 않았다. 반면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편견은 개인별로 가득하다. 기자를 대부분 싫어한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일선 임원 시절 언론에게 ‘당했던’ 충격적인 트라우마를 지닌 분도 있다. 이런 VIP들이 회사를 대표해 기자와 마주하니 회사 차원에서는 좌불안석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업 홍보실에서 감히 VIP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기업 VIP들은 물론 유명 정치인과 셀러브리티 상당수가 가지고 있는 기자에 대한 공통적 착각을 12개로 나누어 소개해 본다. 그분들이 평소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설명해 보려 한다.
기자가 예의가 없어!
기자는 원래 예의가 없다. 기자는 기업인이나 정치인 앞에서 예의를 차리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기자라는 단어와 예의라는 단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대만의 유명 여성 저널리스트 저우위코우(周玉蔻)는 기자의 예의에 대해 이런 말을 했었다. “저널리스트의 전문성은 예의에 있지 않다. 저널리스트는 질문을 제대로 해야 하며 이를 통해 진상(진짜의 모습)을 찾아내야 한다.” 기자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기자들이 질문하는 대상은 일반인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은 특수 정보를 가지고 있고, 강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일거수 일투족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류의 VIP에게 질문한다. 그들에게 예의를 차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VIP가 좋아하는 질문만 해야 한다는 의미일까? VIP에게 마음에 들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게 하면 진짜 진상을 파악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질문이 핵심일 뿐, 기자에게 예의는 핵심이 아니다.
기자에게 예의를 따지고, 무시하며, 훈계하고, 화 내는 그 모습 자체가 오히려 더 위험한 문제다. 기자에게 “예의를 차리라”는 훈계의 저변에는 “나는 네가 싫다” “그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일부 예의 없는 기자들은 답변자의 그런 반응이 더 고마울 때가 있다. 일용할 양식을 얻었다 생각할 것이다. 오히려 예의를 따지며 기자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TV 영상으로 반복되고, 다양한 장면 사진들이 온라인에 떠돌게 될 것이다. 기자는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답변자는 소중한 것을 잃은 셈이다. 이 모두가 예의를 따지다 발생한 일이다. 기억하자. 기자의 질문이 예의 없는 것인지 예의 있는 것인지는 결국 국민이 판단한다 생각하자. 그리고 국민의 시각에 맞추어 대응하자.
내가 무슨 일을 잘못했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기자는 없다. 어떤 일이고 일을 한 사람이나 해 본 사람에게 기자는 다가가고 질문한다. 그들에게 생각 또는 책임을 묻는다. VIP에게 기자가 마음 먹고 다가 갈 정도라면 그 때는 VIP와 관련해 어떤 일이 실제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기자를 보며 당황하는 VIP는 자신이 왜 당황해 하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때 스스로 나서 위와 같이 잘잘못을 따지는 경우가 있다. 기자가 질문 했을 때 자신 스스로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기자가 깔아 놓은 질문의 덫에 걸려들었다는 의미다. 일단 기자가 다가오면 내가 취재 대상이 되고 있구나 생각하는 게 차라리 편한 마음가짐이다. 왜 나를 취재하는지 묻지 말자. 그 대신 어떤 질문을 하는지 잘 들어보자. 그리고 답변 대신 시간을 벌면 간단하게 끝이 난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기자에게 즉석에서 답을 하고, 세세히 설명 하면서, 잘잘못까지 따지는 건 실패한 대응이다.
기자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하는 것이고,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해 VIP에게 다가온다. 이를 보는 VIP관점에서는 해당 기자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기자가 취재를 더 잘해낼 수 있도록 일부러까지 도와줄 필요는 없다. 기억하자. 기자의 질문에는 담담하게 정해진 대응을 하는 것뿐이다. 서로가 해야 할 일만 한다는 생각을 하자.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나를’ ‘감히 나에게’라는 생각은 기자 앞에서 좀 접어 버리자. 기자가 눈 앞에서 깐족거리고, 부정적인 표현을 쓰고, 비아냥대는 시각을 거론할 때도 있다. VIP 개인적으로는 당황스럽고, 화가 나고, 기자가 밉게 느껴진다. 어느 누구도 자신 앞에서 이런 식으로 굴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상황에서는 기자의 인간성을 평하기도 한다.
VIP 스스로 마음속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응은 정해진 그대로 실행되어야 한다. 기자에게 화를 내는 것은 국민들에게 화를 내는 꼴이 된다. 기자에게 하는 욕은 국민들을 향한 욕설이 된다. 기자를 밀치고 때리는 것은 국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그런 기사와 보도를 통해 결과적으로 VIP나 회사에게 피해를 끼친다.
기업을 대표하는 VIP라면 기자에게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기자를 통해 국민에게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기자 앞에서 공손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기자 앞에서 신중해야 하고, 기자 앞에서 다정다감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관점의 중심은 국민이다. 기억하자. 절대 VIP 자신이나 앞에서 알짱거리는 기자가 중심이 아니다.
기자면 공부 좀 하지?
기자는 답변자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어눌하게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질문할 때도 그 진의는 의심해 보아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면, 그 질문을 말이 되게 바꾸어 주고 답해주면 된다.
틀린 질문은 당연히 틀린 답변을 낳는다. 기자의 질문이 이상하거나 틀렸다면, 교정 해 주며 답을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면 일부 기자들은 자신의 질문 전략이 좀처럼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잔기술을 써도 나는 정식으로 대응한다는 VIP의 스탠스가 중요하다.
그러지 않고 기자에게 공부 해라, 기자 몇 년 차냐, 아무 것도 모르면서 무슨 취재를 하는가 하는 등의 개인적 평가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질의와 응답의 범위를 벗어나 감정의 영역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기자의 감정을 상하게 한 다음에도 성공한 언론 커뮤니케이션은 없다는 사실이다. 기억하자. 시종일관 상호간의 감정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노 코멘트 노 코멘트 노 코멘트
흔히 생각하기로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노 코멘트라 하는 것 같다. 입을 다무는 ‘함구’가 곧 노 코멘트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VIP들은 유사시 조직에게 함구령을 하달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자들의 관심이 적거나 없을 경우에는 뭐든 해도 괜찮다. 함구를 하건, 이야기를 하건 별 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기자들의 관심이 극도로 고조되었고, 여러 경로로 적극적인 취재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 함구 하는 것은 반대로 코멘트가 되니 문제다.
법정에서도 판사는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을 것을 피고에게 권한다.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의미는 뒤집어 만약 아주 민감한 내용임에도 피고가 침묵한다면, 그 내용은 자신에게 불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당연히 답해야 하는 질문에 대해 과감하게 노 코멘트 하는 기업의 VIP는 실제로는 커뮤니케이션을 성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유죄를 인정한다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기억하자. 노 코멘트는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선택이다.
당신에게만 해 주는 이야기야
친한 기자라서 우리에게 불리한 기사는 절대 쓰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대체 누가 하고 있는 것일까? VIP 혼자 스스로 그리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 기자는 내 고향 조카뻘이라서 그냥 편하게 이야기했을 뿐 이라면서 뒤 늦게 땅을 치며 후회하는 VIP들이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기자에게 너만 알고 있으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허망한 이야기가 없다. 기자에게 이건 기사화 하지 말라 이야기하는 것처럼 순진한 이야기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하면서 하면 안될 이야기를 하니 문제가 생긴다. 이런 게 기사화되면 곤란한데 하면서 곤란할 이야기를 하니 문제가 커진다.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의 모든 근원은 답변자의 ‘입’이다. 답변자가 자신의 입만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면, 기자를 넘어 언론까지 컨트롤 하려는 담대한 시도까지 할 필요는 없어진다. 많은 기업 VIP들이 이런 이해를 무시하고 실수를 반복하니 문제가 커진다. 기억하자. VIP가 기자에게 하는 모든 말은 기사화를 전제로 한다. 예외는 없다.
기사 못 쓰게 하세요
모 회장님이 그랬다. 아침 출근길에 친한 기자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상당히 민감한 정보를 기자에게 실수로 흘렸다. 기자는 우연히 특종을 잡은 셈이 되었다. 재차 더욱 디테일 한 정보를 캐묻는 기자의 반응에 결국 회장은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감을 잡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회장은 자사의 홍보임원에게 전화 했다. “OO일보 OOO기자와 통화 하다가 현재 진행 중인 M&A 이야기를 해버렸다. 비밀준수계약이 걸려 있는 건이니 해당 기자를 만나 절대 기사를 못 쓰게 하라” 지시 했다. 회장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전부 팩트였다. 기자에게 아주 자세하게 설명까지 해 주셨다고 한다.
VIP가 기자에게 한 말은 일단 VIP의 입을 떠나면 ‘낙장불입’이 된다. 기사를 쓰지 못하게 할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 때가서 기자를 탓하고, 언론사를 탓하고, 저널리즘에 삿대질 해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홍보임원과 여러 직원이 해당 언론사를 찾아가고 밤새워 기자를 만나 애원하고 하는 모든 일들은 애초부터 불필요 했던 것이다. 기억하자. 사후에 기사를 뽑아 낼 수 있다는 생각은 VIP 스스로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어디 기자? 그 신문 누가 본다고…
흥미로운 상황은 또 있다. VIP와 경영진 대부분은 언론을 독자수나 영향력 등으로 순위를 매기는 습관이 있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나누는 것은 기본이다. 메이저 신문에 나는 기사는 매우 의미 있다 생각하는 반면, 마이너 신문에 동일한 내용이 실리면 별 의미가 없다 생각한다. 언론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차별하는 것이다.
마이너 언론에 긍정 기사가 나왔다는 보고를 받으면, 일부 VIP는 그런 신문을 누가 보느냐 하면서 그 영향력을 무시한다. 며칠 후 그 마이너 언론에서 자사에 대한 부정 기사를 실으면 이전의 그런 태도는 180도 달라진다. 기사가 민감하니 어떻게 해서든 해당 기사를 빼라는 지시를 하는 것이다.
소위 마이너 언론에 좋은 기사가 실렸을 때는 별 의미나 영향력이 없다 평가하다가도, 부정 기사가 실리면 그 의미나 영향력을 위협적으로 보는 이유는 뭘까? 그 언론이 별 영향력 없다 생각했다면, 부정적인 기사라도 무시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이중성은 언론을 차별하는 잘못된 습관 때문에 반복된다. 기억하자. 어떤 언론 기사도 일단 청와대는 읽는다. 국회의원들과 규제기관들이 읽는다. 수사기관들이 읽고 시민단체가 읽는다. 어떤 언론도 언제든 차별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광고 달라는 이야기 아니야?
일만 발생하면 VIP의 인상이 험악하게 바뀐다. 돈을 뜯으려 하는 언론사들 때문에 경영하기가 힘들다 여기저기 한탄한다. 자사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보도하는 많은 언론사들이 광고 영업 중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자사의 문제를 보기보다 언론의 문제를 더 크게 본다.
그러다 보니 일선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을 광고 영업직원처럼 대한다. 광고를 줄 테니 기사를 써라 쓰지 말라 요구한다. 더 큰 광고를 줄 테니 아예 기사를 통째로 내리라 요구한다. 불리한 기사를 쓴 언론에 전화해 우리가 광고를 얼마나 했는데 이럴 수 있느냐 항의한다.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 앞으로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으름장을 놓는다.
언론을 돈으로 바라보다 보니 스스로 더 힘이 든다. 다가오는 모든 기자들이 두려워 진다. 기사가 기사 그대로 보이지 않는다. 인보이스로 보인다. 당연히 평소 기자를 피하게 된다. 언론사와 가능한 거리를 두려 한다. 그러다 문제가 터지면 도와줄 우군을 급히 찾는다. 평소 외면하던 기자에게 다가가 광고를 이야기 한다. 이런 단발적이며 비전략적인 대응이 반복된다. 기억하자. VIP의 언론 및 광고를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회사와 직원들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
강력하게 법적으로 조치하세요
형사나 민사 소송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가지고 언론의 취재에 맞서는 VIP가 있다. 든든한 로펌을 통해서 언론사와 기자와 데스크에게 압력을 행사하려 한다. 부정 이슈를 물고 늘어지는 기자를 상대로 분풀이 소송을 하기도 한다. 소송의 승패를 떠나서 기자에게 오랜 고통을 주는 것이 전략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여러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찬반에 대한 의견도 갈린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은 분명한 득과 실이 존재한다. 양날의 검이라는 의미다. 분명히 주의해서 다루어야 한다. 특히 VIP의 개인적 감정 때문에 무리하게 휘둘러 져서는 안 된다.
제3자가 보았을 때 법적 조치가 당연해 보이는 경우만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반면 취재중인 기자의 취재를 제한 차단하기 위해 행해지는 법적 조치나, 기자와 언론사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식의 법적 조치는 권장되지 않는다. 기억하자. 기업도 하루 이틀 사업 할 것이 아니라면, 언론사나 기자도 그렇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 속의 의미를 읽어야 한다.
언론사 회장에게 직접 이야기 할게요
기업 VIP들은 대부분 인맥이 두껍고 넓다. 여러 언론사 회장이나 사장들과 여러 관계로 얽혀 있다. 그래서 기업 VIP들은 언론을 스스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간단한 요청의 경우 언론사 VIP들과의 통화를 통해 VIP가 직접 해결하기도 한다.
문제는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다. 기업 VIP는 언론사 VIP에게 자연스럽게 도움을 요청한다. 자신과 친하니 당연히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언론사 VIP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거의 매일 어려운 사안이 발생한 여러 기업의 지인들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언론사를 경영하는 자리에 있는 자로서 편집권을 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도 한 두 번이다. 대부분은 곤란한 입장으로 마무리 된다.
기업 VIP는 그의 비협조(?)에 섭섭한 마음을 가지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언론사내에서는 고민이 많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기업 VIP가 언론사 VIP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할 정도의 사안이라면 어느 한두 언론사의 침묵으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아닌 경우다. 기업 VIP는 위기 시 친한 언론사 VIP를 곤란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자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기억하자. 친한 언론사 VIP는 119가 아니다.
기레기들…
최근 유행하는 기레기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VIP가 있다. 평소 자신이 생각하던 기자에 대한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보는 듯 하다. 가끔 황당한 기사를 보면 그런 생각은 더욱 더 강해진다. ‘그럼 그렇지’가 반복되면서 기자들에 대한 인식은 더욱 더 부정적이 되어 간다.
사람은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느낌은 잘 눈치채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상대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느낌은 금방 눈치 챌 수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감정보다 싫어하는 감정이 더 숨기기 힘들다는 의미다.
기자들도 VIP를 만나면 그런 느낌을 읽을 수 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주 앉은 VIP가 취재 중인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게 된다. 평소 기자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많이 해 온 VIP의 경우에는 당연히 기자에게 부정적 느낌을 강하게 풍기게 된다. 표정 한 조각, 단어 한 조각, 표현 한 조각이 기자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부정적 태도와 인상이 기사와 보도에 그대로 묻어나게 되는 것이다. 기자도 사람이다. 선진적인 VIP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는 능력을 지닌 능력자다. 그런 능력이 없거나 그런 능력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언론 응대와 활용은 불가능하게 된다. 기업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큰 의미와 가치 그리고 기회를 포기해 버리는 셈이다. 기억하자. 기자를 좋아하자. 최소한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도 주자.
기본으로 돌아서 생각하자. VIP와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회사를 위한 일이다. 회사를 둘러싼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일이고, 사회를 위한 일이다. 절대 개인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며, 감정이 지배하는 대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평시 이해와 훈련과 경험을 바탕으로 항상 전략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경영 커뮤니케이션이 곧 언론 커뮤니케이션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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