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9편] 위기 중에도 훈련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중에도 훈련하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시험 중에 공부하라는 의미 같기도 하고. 전쟁 중에 훈련하라는 의미 같기도 하다. 물론 위기 발생 전 평시에 위기관리와 관련해 필요한 훈련을 해 놓는 것이 정상이다. 굳이 위기가 발생 해 모두가 정신이 없을 때 훈련을 하라니 그 의미가 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위기 대응 활동들을 지켜 보면 준비나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단 하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직원들이 대응하다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케이스가 적지 않아 문제다. 그 때가서 왜 그걸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느냐 또는 당연히 그런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 해도 아무 소용은 없다.

위기가 발생 해 여기 저기 임직원이 고생 하고, 야근에 정신 없이 대응 하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 해도, 중요한 대응을 위한 훈련은 간단히 라도 미리 해 보고 대응에 임하는 것이 더 낫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을 메어 쓰지는 못한다 했다. 한 두 시간의 준비와 훈련 시간이 없어 일단 대응하고 보자 해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대응 하는 임직원의 마음이다. 조급 초조하고 정신을 집중할 수 없는 마음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한 준비와 훈련을 위한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당장 대표이사가 기자들 앞에 나가 사과 기자회견을 하게 되어 있더라도, 한 두 시간의 사전 훈련은 진행하는 것이 좋다. 대변인 역할의 홍보임원이 몇몇 언론과 인터뷰 해 설명하고 질의 응답을 받는다 해도 그렇다.

위기 시 문제 중심에 있는 원점 이해관계자들을 만나야 하는 경우도 그렇다. 규제기관이나 몇몇 시민단체와 문제에 대해 논의 할 때에도 그런 준비와 훈련은 필요하다. 시간이 없으니, 상황이 위중하니, 정신이 없으니 하는 말은 사실 종종 핑계일 뿐이다. 누구든 어떤 주제든 준비하고 훈련하면 실행은 훨씬 나아진다.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실제 기업의 위기상황을 하나 하나 기억해 보자. 당시 실행했던 모든 대응이 지금 생각해도 잘 준비되어 제대로 진행되었다 평가할 수 있을까? 조금 더 준비해 실행했더라면 좀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 그러니까 평소 준비와 훈련과 경험이 참 중요하다 서로 이야기 한 적은 없었나?

위기 시 기업 대응 실수의 대부분은 이렇게 적절한 준비와 훈련을 건너 뛰었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고 후 원점 이해관계자에게 조의를 표하러 우르르 몰려가 고개 숙인 모 기업 경영진들도 그랬다. 성난 유가족들의 당연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 심지어 누가 그 중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유가족은 더욱 더 준비 없는 조문에 성을 내고 경영진을 공격했다. 쫓겨나온 경영진들은 다시는 유가족들과 대면하지 않겠다며 돌아섰다.

한 탐사보도에 대응하던 모 기업도 그랬다. 홍보 임원이 회사를 대표해 공식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민감한 주제에 대해 정확히 해명 해야 하겠다는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홍보임원은 바쁜 일과 때문에 인터뷰 바로 직전까지 회의 중이었다. 실제 인터뷰가 시작되자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말이 꼬이기 시작했다. 예상 못했던 최악의 질문이 쏟아지고, 몰랐던 자료들이 눈 앞에 제시되니 이윽고 인터뷰를 포기했다. 다시는 탐사보도와 인터뷰 하지 않아야겠다 위에 보고했다.

리콜을 준비하면서 감독 하고 있는 모 기관에 들어가 설명하려던 기업 담당자가 있었다. 그 기관 공무원이 여러 자료를 요청하면서 질문을 했다. 시간이 없어 기초 서류 준비에만 급급했던 그 담당자는 제대로 된 답변 대신 ‘잘 부탁 드린다’는 말만 하고 뒤돌아 섰다. 요청 받은 추가 서류는 챙겨 보내겠다 하고 나왔다. 본사에 들어간 그 담당자는 일단 잘 부탁 드린다 인사하고 나왔다는 말만 보고 했다.

기억하자. 기업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위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일단 ‘프로’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들 대부분은 기업 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유사 위기를 접해보고 그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업은 상대적으로 그들보다 경험이나 익숙함에 있어 열세를 보인다. ‘그냥 하면 되겠지’ 라는 마음을 기업이 가지는 한 해당 기업은 아마추어로만 남을 수 밖에 없다.

가장 좋은 것은 평소 기업 스스로 프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차선 책으로라도 위기 시 필요한 훈련을 진행해 담당 임직원에게 최소한의 경험이라도 준비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실수나 문제를 덜 만들 수 있게 된다. 무한대로 조급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훈련이다.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라. 연습하고 연습하고 연습하라. 위기관리 기본 원칙이 원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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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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