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0편] 이해관계자에 집중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항상 그 안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을 하나 하나 돌아보면 유사한 사람들의 그룹이 보인다. 그 그룹을 다시 살피다 보면 그룹별 우선순위가 보인다. 이렇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람의 관점에서 해당 위기를 살펴 보는 훈련은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이해관계자란 그런 의미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 위기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 위기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그 위기 때문에 분노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그 위기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그들은 그냥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표현하며 사회적 압력을 행사하게 된다. 위기를 둘러싼 각자의 이해관계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에서는 그런 여러 사람이 가진 이해관계를 잘 살피고, 그 각각에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그 우선순위를 어떻게 결정하고, 순서를 어떻게 지켜 관리하는 가에 따라 위기관리 성패는 종종 갈린다.

위기관리를 위해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를 잘 지켜가며 관리하라는 조언을 들을 때는 누구든 당연하다 생각한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은 막상 위기가 발생하면, 사람을 보지 않는다. 해당 상황만 바라본다. 그들의 시각에서 처음부터 사람이 빠져버리는 것이다. 저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한참 따지고, 그 상황을 법적으로 분석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초기 대응에 실패할 가능성은 부쩍 높아진다.

어떤 기업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다행히도 ‘사람’은 보는데, 이해관계자 그룹 설정을 힘들어 한다. 눈 앞에 보이는 사람 몇몇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안전 사고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 눈 앞의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심각한 제품 하자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에 대해 컴플레인 하는 몇몇 소비자만 바라보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눈 앞에 보이는 사람 이외에 더 많은 이해관계자 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거나, 그에 대비하지 못하니 위기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

눈 앞에 넘어져 있는 피해자가 보인다면,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그들의 가족들도 함께 보여야 한다. 그 상황을 취재하는 기자의 모습도 보여야 하고, 상황 신고를 받고 달려온 소방서와 경찰 인력도 볼 수 있어야 한다. 피해 지역 주변의 주민, 뛰어다니는 직원, 곧 있으면 피해지역으로 달려 올 지역정부 관계자…이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한 눈에 보여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또 어떤 기업은 평시 매뉴얼 등에 따라 위기 속에서 사람을 보고, 이해관계자 그룹을 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해관계자들 우선순위를 잘 설정하지 못하는 경우 발생한다. 넘어져 있는 피해자나 컴플레인 하는 소비자를 건너 뛰고, 다가오는 언론에 우선 집중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피해자나 소비자들은 아무런 유효한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언론 앞에서 회사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에 있는 이해관계자 관리가 과감하게 생략 된 셈이다. 건너 뜀이나 생략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

단추를 순서대로 끼우지 못하니 위기관리 전체 모양이 좋게 마무리 될 리 없다. 일단 잘 못 끼워진 단추는 죄다 처음부터 풀러 다시 끼우는 것이 유일한 개선인데. 위기관리에서는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번 잘 못 끼워진 이해관계자 단추는 풀기도 어렵고 다시 끼우기도 힘들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볼 때 전반전을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 된다.

위기관리를 위해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은 위기관리 목표와도 연동이 된다.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에 도달하기 까지 향후 진행될 예측 상황 구간을 정한다. 그리고 그 구간에 따라 1차, 2차, 3차 위기관리 목표를 정한다.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는 이렇게 정해진 각 차수 위기관리 목표에 따라 하나 하나 정해진다. 우선순위란 단순 서열의 의미라기 보다는, 위기관리 역량과 자산을 투입하는 분량과도 연동 된다.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를 ‘원점’이라 볼 때 해당 ‘원점관리’에 보유 역량의 얼마를 투입 할 것인가 하는 것도 우선순위에 해당 한다.

일단 가장 중요하다 우선순위가 정해진 이해관계자 관리에 순서적으로나, 역량 및 자산 투여적 측면으로나 압도적 관리를 진행해 초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다음 우선순위에 있는 이해관계자의 위해도는 그에 따라 현격하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 이해관계자들의 위해도는 더욱 더 낮아 진다. 결국 최초 우선순위에 있는 이해관계자 관리에 먼저 성공하면 결국에는 이후 이해관계자의 범위와 유형도 줄고, 당연히 각각의 위해도도 저하시킬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단추를 보고 순서대로 단추를 하나 하나 잘 끼워 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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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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