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7편] 바뀐 사람은 가르쳐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7편] 바뀐 사람은 가르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종종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 이런 질문을 받는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트레이닝, 시뮬레이션은 얼마마다 업데이트 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정해진 답은 사실 없다. 조직의 상황에 따라 답은 다르다. 위기관리와 관련한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해당 조직의 상황에 따라서 필요 할 때’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단, 경험상 위기관리 매뉴얼의 경우 그 수명은 약 6개월 전후로 본다는 답을 추가해 준다. 그 이야기를 듣는 분들은 놀라고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그렇게 비싸게 오랜 시간을 두고 마련한 위기관리 매뉴얼은 왜 고작 6개월 정도의 수명만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위기관리라는 것은 사람이 한다. 사람의 기억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더구나, 그렇게 취약한 사람이라는 위기관리 자산은 수시로 바뀐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기준 임원의 임기를 2-3년 단위로 볼 때도 그렇다. 중견이나 중소기업에서 일부 부서 임원들은 한 해에도 몇 번이 바뀌기도 한다. 위기관리 조직은 그래서 영원히 완벽할 수 없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대표이사를 비롯 여러 임원들은 많은 워크샵과 트레이닝에 참여하고, 시뮬레이션에서 고생을 한다.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 1-2년후 그 회사를 방문해 보면, 새롭게 명함을 주는 분이 꽤 된다. 그 중 일부는 자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대표이사가 바뀌었거나, 기획이나 홍보실에서 이전에 위기관리 체계 프로젝트를 담당했었던 담당 임원이 바뀐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제대로 된 업무 인수 인계가 없는 경우에는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과 그 체계에 대해 컨설팅사가 다시 설명 해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위기관리 체계는 바닷가에 세운 모래성과 같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 어디 위기관리 하나뿐일까? 사람이 모여 위기관리 조직을 만드는 데 그 조직 또한 어떻게 일관될 수 있나? 가르치지 않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알고 있는 신입이 오히려 희한한 게 아닐까? 위기관리 체계를 지속 살아 움직이게 하려는 기업들은 대부분 신임 임원들과 팀장들을 대상으로 자사 위기관리 체계 교육과 기본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위기관리 체계 업데이트 프로젝트와 동시 또는 별개로도 그 노력을 반복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수백에서 수천 페이지라 해도, 각 부서를 대표하는 부서장과 핵심 실행 팀장들이 이해해야 하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 페이지 수는 십여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설명과 그를 기반으로 하는 기초 실행 트레이닝도 몇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해 보지 않은 기업들은 이를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하소연 한다. 지레 겁을 먹고 자신 없어 하는 것이다.

새로운 핵심 인력들이 대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첫째, 우리 회사에게는 위기관리 매뉴얼과 그와 관련한 규정이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우리 회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런 위기가 발생하면 정해진 조직의 구성원이 되어 정해진 장소에 집합 한다는 규정이다. 셋째, 다양한 위기유형에 따라 약간의 다름은 있을 수 있지만, 자신과 자신의 부서에게 맡겨진 주된 역할과 책임은 어떤 것이라는 것이라는 개념이다. 이 세가지가 핵심이다.

많은 기업은 자사의 위기관리 체계를 장기간 업데이트 하며 이상과 같이 신규 인력들을 대상으로 한 업데이트를 기본으로 한다. 정기적으로 모든 위기관리 조직이 함께 시뮬레이션 하면서 간접 경험을 강화시켜 나간다.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한번 만들어 방치한다. 그를 기반으로 하는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은 오래된 기억으로만 남겨 놓는다. 대표이사가 몇 번씩이나 바뀌고, 위기관리를 구성하는 임직원들 대부분이 바뀌어도 위기관리 매뉴얼은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 오래된 위기관리 매뉴얼에 부록으로 실려있는 미디어리스트에는 이미 사망한 기자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실려져 있다. 관계기관은 이미 이전 정부 때 사라지거나 이름을 달라진 곳이 남아 있다. 자사 부서명도 이미 사라지거나 새로 만들어진 부서들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더욱 더 많은 기업 내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스스로도 신뢰하지 못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열심히 자랑해도, 그 매뉴얼이 어디에 있다거나, 매뉴얼에 어떤 내용이 실려 있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은 해당 매뉴얼이 무슨 소용이냐면서, 매뉴얼 무용론까지 주장한다.

상당히 현실적이고, 일견 일리 있는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위기가 실제 발생하게 되면 그런 한가한 주장은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전쟁 때 작전계획을 탓해서 뭐하겠나? 작전계획은 전쟁을 준비하는 데 가치가 있다. 그 계획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업데이트도 하지 않고, 그에 따른 훈련도 하지 않은 군대에게는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사람이 바뀌면 우선 가르치자. 미리 쓸모 없다 논하지 마고, 우선 그 것부터 하나 하나 해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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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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