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032018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진정성이라는 건 대체 뭘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진정성. 진정성. 위기관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이 ‘진정성’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저 대표이사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어” “좀 더 진정성 있게 공식입장을 꾸며주세요.” “위기관리에는 진정성이 곧 핵심이지” 사람들은 이런 표현으로 위기관리와 관련 해 ‘진정성’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러나, 그리 말하는 사람들에게 “진정성? 그게 무슨 의미지?”라고 물으면 딱 부러지게 답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거 있잖아…뭐…지금 저 사람이 진짜로 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거 아니겠어?” 이런 식의 정의가 대부분이다.

원래 국어사전에는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없다. 우리가 쓰는 ‘진정’이라는 말에 ‘성’이라는 말을 붙여 만든 조어이기 때문이라 한다. 헷갈림은 이 진정성 단어가 두 가지 한문 표현으로 존재한다는 데에서부터 온다. 첫 번째 개념의 ‘진정성’은 ‘眞正性’으로 쓴다. 그 의미는 간단히 ‘진짜’라는 의미다.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두 번째 개념의 ‘진정성’은 한자로 ‘眞情性,’으로 쓰인다. ‘참된 마음. 애틋한 마음, 정’ 이런 의미다.

진정성(眞正性)은 일치에 관한 의미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인 “진정?”이라는 말의 의미는 아마 첫 번째 개념의 진정성인 “진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진정성 없다’는 의미는 ‘진짜가 아니다’ ‘가짜다’라는 의미와 통한다 볼 수 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보면 위기관리 주체가 ‘내부적으로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이 진정성 (眞正性)이라 본다. 그렇게 보면 이 진정성(眞正性) 개념은 ‘내부적인 합치’나 ‘생각과 행동의 일치’를 뜻한다 볼 수 있다.

또 다른 진정성(眞情性)은 느낌에 관한 의미

두 번째 ‘진정성(眞情性)’이란 개념을 보다 알기 쉽게 풀어보면 무슨 의미일까? 가운데 ‘정(情)’이라는 단어가 핵심이다. ‘진짜 그런 마음이 있느냐?’ ‘진짜 그런 감정이 있느냐?’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마 위기관리 관점에서 “저 대표이사의 사과를 보면 진정성(眞情性)이 없어”라고 하는 의미는 “저 대표이사의 사과를 보면 스스로 진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지 않아 보여”와 같은 의미라고 보면 되겠다. 즉, 위기관리를 위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대표이사인 화자의 표정이나, 행동이나, 목소리나, 말투나, 메시지를 포함한 모든 이미지를 통 털어 해석해보니 그 사람의 마음속에 진실한 감정이 있지 않아 보인다는 ‘감정에 대한 이미지’로서의 ‘진정성(眞情性)’이다.

화자와 청자간 다른 진정성 의미

위기관리 관점에서 사용되는 ‘진정성’이라는 의미가 과연 둘 중 어떤 것일까에 따라 그 실행에는 큰 차이가 생겨버리기 때문에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골치 아파한다. “우리는 진정성이 있는데, 공중들이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 주지 않는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여기에서 보면 문제의 원인이 보인다. 앞의 진정성과 뒤의 진정성이 각각 다른 의미로 쓰이니 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회사와 공중이 사용하는 진정성이라는 의미가 공히 ‘진정성(眞正性)’으로 동일한 것이라면, ‘우리의 진정성(眞正性)을 공중들이 신뢰하게 할 수 있게 만들면 된다’라는 간단한 해답이 보인다. 순수하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나 PR 등의 활동이 이런 해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 회사 제품에서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소비자단체 조사 결과 발표가 나왔다. 회사에서는 수년간 수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안전성 평가를 했어도 그런 인체 유해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진정성(眞正性)

대표이사가 앞에 나서서 기자회견을 한다. “저희 회사의 모든 기술 연구 역량을 믿어 주십시오.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절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회사를 믿고 제품을 사용해 오신 여러분 저희가 여러 공인 시험 기관에 재 조사 의뢰를 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발표문을 읽었다.

이 메시지에는 진정성(眞正性)이 들어 있을까? 들어 있다. 진짜 회사 내부에서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이런 강력한 전략과 메시지를 들고 나왔던 것이다. 이를 진정성(眞正性) 있다 믿는 공중들이 많으면 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성공하게 된다. 소비자들 대부분이 “그러면 그렇지. 나는 저 회사를 믿어. 다시 공인기관들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믿고 기다릴 거야”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위기관리는 일단 성공인 것이다. 회사의 진정성(眞正性)을 공중이 신뢰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 소비자 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해당 회사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 몇 명이 모여 이런 논의를 한다. “큰일이네. 하필이면 그 제품만 딱 뽑아 안전성 조사를 했지? 그거 중금속 수치가 좀 나온다는 게 몇 년 되었죠? 그래도 그 동안 내부적으로 많이 줄인다고 줄인 건데 … 이번에 딱 걸려 버렸네. 어쩌지?” 이런 상황에서 해당 회사가 진정성(眞正性)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정말 잘 못했다. 우리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판매를 했다. 중금속 함유량을 줄인다고 했는데 완벽하지 못했다”라고 공중들에게 사과한다면 어떨까? 그랬다면 이 자체도 또한 ‘진정성(眞正性)’이 있는 것이다. 진짜를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이런 경우에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아주 일부 제품에서 소량 논란의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체에는 유해하다 볼 수 없지만, 소비자께서 걱정하시지 않게 일단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지속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해 왔다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이런 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런 경우 이 회사는 ‘진정성(眞正性)’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진짜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진정성 (眞情性)

다시 돌아가서 반대로 회사와 공중이 사용하는 진정성이라는 의미가 진정성(眞情性)으로 동일한 것이라면, ‘우리가 더욱 진실한 감정을 실어서 공중들이 우리에 대해 진정성(眞情性)을 느끼게 하자’하는 해답도 가능하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측면에서는 훈련되고 리허설 되어 완벽하게 연출하고 전략적인 레토릭을 사용하면 위기가 관리 될 것이다 라는 주장이 이런 개념에 어울린다.

위와 같은 예를 들어 보자. 해당 제품 유해성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발표하는 대표이사의 모습에 강한 자신감이 들어있는 경우다. 대표이사가 당당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자세한 조사결과들을 여러 개 공개하고, 신뢰감 가게 행동하는 것을 여러 국민들이 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저 대표이사의 설명을 들으니 왠지 믿음이 가는 걸. 저렇게 당당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데 설마 문제가 있겠어?”하는 느낌이 들게 될 것이다. 진정성(眞情性)이 통했다는 개념이 이런 것이다.

반대로도 예를 들 수 있다. 유해물질 함유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쉬쉬하면서 판매를 계속해 오고 있었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대표이사가 전문 컨설턴트의 자문을 얻어 기자회견을 준비한다. 여러 번 반복되는 리허설을 통해 아주 절절한 표정과 고개 숙임을 각도까지 재가면서 연습한다.

기자회견장에서 대표이사가 “우리가 잘 못했다”하면서 고개를 한 없이 숙이면서, 눈물을 떨군다. 손을 덜덜 떨면서 “다 내 부덕의 소치”라 하면서 사죄와 사죄를 구한다. 회견장에 앉은 기자들 조차 ‘세상에 참 딱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진짜 사죄를 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전까지는 그런 나쁜 생각을 했었어도, 아마 이제부터는 이번 교훈을 발판 삼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겠지..”하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경우 공중은 이 회사가 ‘진정성(眞情性)’ 있게 사과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부적인 진정성(眞正性)과 표현으로서의 진정성(眞情性)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대표이사가 사죄해야 하겠다 생각하면서도 아무런 기자회견 준비 없이 달랑 사과문 메모만 가지고 단상에 올라가 버린 경우를 보자. 딱딱하게 “사과 드립니다”는 말 몇 마디로 기자회견을 마무리 하려 하려 했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임원들에게 답변 하라는 제스츄어를 한다. 포마드 발라 정갈하게 탄 가르마와 빤짝 빤짝한 시계가 공중들의 눈에 들어 온다. 기자들이 화를 내고, 회견장은 다시 아수라장이 된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지? 알면서도 유해물질을 그대로 섞어 팔았으니 정부에서는 최대한 처벌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이런 반응을 한다. 이런 경우에는 내부적인 진정성(眞正性)이 미처 표현으로 연결되어지지 못해 공중들이 진정성(眞情性)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한 것이다.

평소 철학과 원칙에 문제가 있으니 진정성(眞正性)이 문제

정리해 보자. 사실에 근거한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진정성(眞正性)이라고 볼 때,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니 진정성(眞正性)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회사라는 오명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는 사과하고 싶지 않는데도 어떨 수 없이 기자들 앞에 나가 고개를 숙이는 대표이사의 경우. 진정성(眞正性)을 의심받게 된다. 사과하고 싶지 않다면 왜 자신이 사과할 수 없는지를 밝히는 것은 개념 측면에서 차라리 진정성(眞正性) 있는 선택이다. 진정성(眞正性)을 일부에서는 선과 악으로 개념을 나누곤 하는데, 실제 진정성은 그 차제만으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일치 여부에 관한 것이지, 그래서는 된다 안 된다의 주제는 아니다.

물론 기업 위기관리 측면에서 대표이사 개인의 생각과 감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하는 관점도 있을 수 있다. 기업을 위해서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 하는 의미일 것이다. 기업 관점에서 볼 때는 기업 전체가 생각하는 그대로를 대표가 온전히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의 핵심이 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홍보담당자라면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생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 회사 이미지가 남아 나겠나?” “회사 내부의 생각을 어떻게 그대로 전달을 하나?” 질문 할 것이다.  이 경우는 대부분 회사의 철학과 원칙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회사다. 투명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반사회적, 반시장적, 반소비자적인 철학과 원칙이 지배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꺼려지는 것이다. 위기관리 이전에 기업의 철학과 원칙을 경영품질의 차원에서 검토해야 맞다.

평소 경험과 훈련이 없으니 진정성 (眞情性) 문제

이 진정성(眞情性) 개념으로 보면, 자사의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니 매번 진정성(眞情性)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숙련의 문제일 수 있다. 일부는 진짜 자신의 숨은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해 진정성(眞情性)을 의심받기도 한다.

앞의 개념을 빌어 자사의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면, 해당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되지 않는 경우라면, 자사 스스로의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려 하고 있는지 돌아 봐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일부 홍보담당자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마음은 굴뚝 같은데, 이게 표현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대표께서는 진짜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는데, 이분이 원래 웃는 얼굴상이라서 덜 심각하게 보여지는 게 문제지요” 이런 경우가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힘든 경우다. 이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경험과 훈련이 답이다. 리더로서 만인에게 호감 가는 자세와 외모 표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 복잡하고 헷갈리는 여러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 왔다. 영어로 풀어보면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진정성(眞正性)은 ‘Authenticity’라는 단어를 쓴다. 반면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해서 얻는 진정성(眞情性)은 ‘Sincerity’라는 단어를 쓴다.

기업에게 제대로 된 철학과 원칙이 있다면 진정성(Authenticity)은 실현되게 마련이다. 또한 거기에 해당 기업이 제대로 훈련되고 경험되어 있다면 진정성(Sincerity)도 부여 받게 된다. 만약 자신의 회사의 위기관리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는 공중들의 반응을 받았었다면, 다시 한번 고민해 보자. 자사에게 진정성(Authenticity)이 없었는지 아니면, 진정성(Sincerity)이 부족했던 것인지 구별해 보자. 거기에서 큰 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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