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미디어트레이닝을 하면서 방어적인 시각에서 기자의 질문을 다루는 것을 익히는데. 이번에는 기자의 시각에서도 한번 질문 기법을 정리해 본다.
기자들이 쓰는 질문 기법들 중 가장 위험한 7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 기관총기법(machine gun)
- 화나게 하기
- 선택 강요하기
- 다른 사람 인용 해 질문하기
- 잘못된 전제 깔기
- 확언, 단정적 메시지 유도하기
- 가정에 근거 해 질문하기
이렇게 꼽는다.
기자 입장에서 이런 질문들 각각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이렇게 물어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 기관총 기법 질문: 이 의원님, 조선그룹 홍길동 회장이 의원님에게 30억원을 뇌물로 제공했다고 하는데요, 이걸 받으신 것 맞나요? 그 뇌물의 댓가는 무엇이었나요? 혹시 그 돈을 다른 의원들과도 나누셨나요?
- 한 질문에 여러 질문들이 섞여 있다. 더블베럴, 트리플베럴이라고 하는 질문 형식인데…사실 이런 질문을 하는 기자는 질문을 잘 못하는 기자다.
- 문제는 답변자가 이 세가지 질문 모두에 꽂히는 경우. 하나 하나에 대해 해명 하려고 하는 경우다.
- 화나게 하기: 이 의원님, 매번 뇌물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의원님 이름이 회자되는데요, 아무리 개인적으로 궁핍하셔도 그렇지…정말 이번 뇌물도 받으신 건가요?
- 기자가 답변자의 감정을 자극해 답변을 받아내려 하는 트랩이 들어있다.
- 기자는 용기만 있으면 이렇게 질문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답변자가 이를 듣고 버럭 하고 위험한 답변을 하는 경우.
- 선택 강요 하기: 이 의원님, 뇌물을 직접 홍회장에게 받으신 건가요? 아니면 홍회장 운전사가 의원님 차 뒤 트렁크에 넣어 전달한 건가요? 기억이 나시나요?
- 어떤걸 선택해도 위험한 질문이다. 천연덕스럽게 구체적으로 묻는 이 질문에 대해 선택해서 답변할 이유는 없다.
- 문제는 답변자가 선택을 해버리는 답변을 하는 경우.
- 다른 사람 인용 해 질문하기: 이 의원님, 의원님 전직 운전사인 강모범씨가 그러던데요. 지난 크리스마스 저녁 때 강남 은수복국 식당에서 홍회장과 독대를 하셨다더라구요. 그럼 그 때 돈을 받으신 건가요?
- 인터뷰 때 존재하지 않는 제3자가 그랬었는데…라고 질문을 해 오면서 트랩을 까는 경우.
- 이에 대해 답변하면 문제가 된다. 자리에 없는 제3자를 인용하는 질문에는 직접적으로 그 주장에 대해 코멘트나 반박하지 말 것.
- 잘못된 전제 깔기: 이의원님, 홍회장에게 받으신 30억원이 보면 누가 봐도 왕성부지 개발 사업 특혜 제공에 대한 사후 댓가인데요. 의원님 보실 때 홍회장이 다른 특혜 제공자들에게도 유사하게 후사를 한 거로 보시나요?
- 은근슬쩍 논란을 기정 사실화하거나 일부러 잘못된 전제를 깔고 하는 질문.
- 답변 시에는 잘못된 전제를 수정해주고 답변해야 한다. 문제는 그냥 전제는 놓아두고 뒷 질문에 말려들어가는 경우.
- 확언, 단정적 메시지 유도하기: 이 의원님, 정말 홍회장에게 뇌물을 받지 않으셨다면, 이 자리를 빌어 국민 여러분들에게 의원직은 물론 정치생명을 걸고 받지 않았다고 확실하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 모든 확언이나 단정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하는 기자의 질문.
- 문제는 여기서 확언을 해 버리는 답변자
- 가정에 근거 해 질문하기: 이 의원님,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만약 검찰 조사에서 홍회장에게 단 한푼 이라도 돈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어떡하실 겁니까?
- 가정에 근거한 질문에 답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걸 이용한 기자의 질문.
- 문제는 가정에 근거한 질문에 가정에 근거해 답변하는 답변자.
미디어트레이닝 101에서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응 방식은 최대한 훈련을 하고 받는다. 즉, 이 의미는 기자들 입장에서는 이상의 질문 형식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을 경우들이 늘고 있다는 것.
그러면 기자들은 어떻게 질문해야 좀 더 나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일선에서의 인사이트들은 다음과 같다.
- 자신만의 팩트를 가지고 질문하라 : 다 알려지거나 다른 언론에서 기사화 된 내용을 다시 리프레이즈해서 확인하려는 질문은 노노.
- 짧게 질문하라: 배경은 생략하고 짧게 치는 것이 답변자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든다.
- 질문들을 연속적으로 구조화 해서 연결하라 : 짧게 질문하라고 각기 다른 질문들을 단편적으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답변을 예상하고 한질문 한질문이 연결되게 도미노 형식으로 하라.
- 사전에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여러가지로 예상하라: 답변자가 ‘아니오’ ‘그런적 없어요’ ‘그런적 없습니다’ ‘그런적 없다니까요?’ 이렇게 답하도록 질문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노노. 그 답변을 예상했다면 달리 물어야 한다.
- 구걸하지 말라: 말씀 좀 해주세요 네? 이런거 하지 말자. 기자는 자백을 요구하는 조사관이 아니다. 답변에서 헛점을 찾아야 한다.
- 잘 들어라: 답변에 답이 있을 때도 종종있다. 최소한 다음 질문에 대한 clue라도 얻을 수 있다.
- 당황하는 장면에만 목숨 걸지 말아라: 앰부시 인터뷰의 목적 중 중요한 부분인지만…당황스러워 하는 장면은 남탕으로 TV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가기만 해도 언제든 얻을 수 있다.
- 말 꼬리를 잡아라: 그 부분 좀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죠? 디테일을 요구하라. 틀린 부분이 있으면 그걸 중심으로 재차 캐라.
- 반복하라: 이 기법을 잘못 이해하지 말자. 동일한 질문을 반복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여러 앵글을 투영해서 360도로 질문하라는 기법이다. 질문 주제나 목적은 동일하게.
- 가능한 열린질문을 하라: 네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지양하라. 답변자로 하여금 실수를 하게 하는 방법은 창조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상은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는 코치들도 익혀야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기업 핵심인력이 모든 질문에 대비되어 있을 수는 없지만, 위험한 질문 형식을 발견해 내는 눈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수없이 많이 질문해 보는 것. 그리고 수 없이 더 많이 답변해 보는 것. 학과 습이 균형 발전해야 한다는 것. 미디어트레이닝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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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21일.
정용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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