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2015 0 Responses

[정용민의 새책] 그 프롤로그 초안을 공유합니다.

다음달 출간 할 제 새책의 프롤로그입니다. 아직 초안입니다. 손을 더 봐야 할 것입니다. 제 이전 책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는 실무적 내용들로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했었습니다. 이번 책은 CEO를 대상으로 합니다. CEO들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번 들쳐보거나 기억 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을 조언과 사례를 짝지어 구성했습니다.

그렇다고 프롤로그에서 기업 CEO분들에게 “이 책을 읽어 주세요!”라고 말하기는 싫었습니다. 차라리 “이 책을 읽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런 이런 ‘특정’ CEO분들은 절대 이 책이 필요 없을겁니다…하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여러 CEO분들을 지켜보면서 “이런 분이 계시니 이 회사는 이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갈 수 있겠네…”하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님을 뵈니까…이런 이런 유형의 위기가 발생하면 아주 단호하게 정리 해 해결하실 것 같네요.”하고 그 회사 실무진들에게 속삭일 때도 있습니다. 정말 어떤 위기관리 전문가분들도 따라가지 못할 철학과 원칙을 가지신 멋진 CEO들이 존재합니다. 그런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더 이상 외롭지 마세요…속삭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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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기업의 CEO는 외롭다.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외로움은 더 커진다. CEO는 누구에게도 두려움을 표하거나, 고통스러움을 토로할 수 없다. 대신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임직원들을 이끌며, 빠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원칙들을 뇌까릴 뿐이다.

이 책은 그 외로운 CEO들을 위해 쓰여졌다. 회사에 위기가 발생 했을 때 CEO가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 50개의 가이드라인을 정리했다. 평시에도 가볍게 읽으며 위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국내외 기업들의 성공담들도 재미있게 정리했다.

단, 모든 CEO들에게 이 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서문을 접한 CEO들은 자신이 이 책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CEO인가를 각자 확인 해 보기 바란다. 이 책은 아래 다섯 가지 질문에 ‘예스(yes)’라고 확신을 가지고 답할 수 있는 CEO들만을 위한 책이다.

첫째 질문
기업 CEO로서 귀하는 자신이 위기 메이커(crisis maker)가 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스스로 위기를 만드는 CEO에게는 약이 없다. 문제를 계속 일으키는 CEO를 가진 회사에겐 매일이 위기다. 벌어진 문제들을 CEO 스스로 의사 결정 하며 관리 한다고는 하지만, 그 위기관리가 잘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스스로 외롭고 힘들어 더 이상 위기를 만들지 말아야 하겠다 생각해 보지만, 그게 마음대로 쉽지 않다면 이 책도 적절한 도움은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A급 기업 위기 유형을 꼽으라면 필자는 3개 유형을 꼽는다. 소위 ‘한국기업의 3대 초대형 위기요소’다. 첫째는 오너 또는 CEO관련 위기다. 둘째는 기업 범죄 관련 위기다. 셋째는 내부고발 위기다. 이 첫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하는 CEO들의 경우 이 3대 초대형 위기요소들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첫째 질문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다시 이 책을 찾아 보아도 늦지 않다. 책장을 덮자.

둘째 질문
CEO 스스로 귀하의 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믿는가?

불우이웃을 도우라는 말이 아니다. 장학금을 주고, 독거노인들에게 따스한 밥을 지어 선물하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기업이 사회 속에서 생겨나, 성장하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사업을 전개 하는 환경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의미다. 사회적으로 좋은 기업 시민이 되어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든 가치들을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행복하게 하자.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제품과 서비스는 기본이다. 소중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업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철학들이 위기를 관리한다.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거나, 경시하거나, 때때로 망각하는 기업은 위기가 발생하면 스스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올게 왔다” 이런 기업의 CEO들은 이 책이 별반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최소한의 공감도 어려울 것이다.

셋째 질문
CEO 스스로 귀하의 회사가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믿는가?

주변을 돌아보자. 수 십 년 된 회사인데도 바로 내일이라도 사업을 끝낼 것 같이 위기를 관리 하는 기업들이 있다. 거래처를 무시하고, 압박하고, 그들의 소리를 노이즈로 생각한다. 경쟁사들과 가격을 담합하며 단기의 이익을 추구한다. 제품의 문제를 숨기고 소비자들의 불만과 고통을 적절하게 마무리 하는 것을 위기관리로 생각한다.

CEO 스스로 최소한 “이 회사는 백 년 이상 더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위기를 준비하고 관리해야 성공한다. 기업을 둘러싼 사회 환경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불확실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회사가 앞으로 백 년간 유지 성장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현실성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백년 정신’ 없이는 지속성장의 근간을 세우기 힘들다. 하루살이 기업에게는 위기관리가 필요 없다.

넷째 질문
CEO 스스로 기업 명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 하는가?

기업 명성을 돈 주고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업 명성이 몇몇 전문 컨설팅 회사의 노력으로 뚝딱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기업 명성은 지고지난(至苦至難) 한 실천을 기반으로 하니 문제다. 기업이 명성을 쌓는데 걸리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힘들고 힘들게 만들어 놓은 이 ‘이름 값’은 또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린다. 깜빡 하는 새 그 좋았던 ‘이름 값’이 ‘오명(汚名)’으로 변질된다.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기업 명성을 관리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 기업 명성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자, 성공적 위기관리의 가장 큰 추진력이다. CEO 스스로 기업 명성에 대한 집착이나, 가치 부여가 없는 경우 결코 위기관리에 성공 할 수 없다. 상대방과 맞서 싸우거나, 언론을 폄하하고, 정부기관과 국회에 정상적이지 않는 방식으로 어프로치 하며, 거래처와 소비자들을 입 막으려 하는 위기관리는 대부분 그런 CEO들의 작품이다. 미안하지만 이 책은 그런 CEO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마지막 질문
CEO 스스로 자신의 회사가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해야 한다 생각 하고 있는가?

이제 더 이상 한 기업의 위기는 한국이라는 이 조그만 나라에서만 벌어지는 해프닝이 아니다. 온라인과 SNS를 통해 자기 회사의 위기가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중요한 해외 거래처들과 파트너들이 그 영향에 따라 움직인다. 국내 소송이나 규제 기록은 글로벌 관점에서도 관리돼야 하는 이슈가 되어 버렸다. 글로벌 차원에서 해외 선진 기업들의 위기관리 철학과 그 대응 방식들을 유심히 벤치마킹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외에 진출해 현지 사회와 소통하는 것 또한 위기관리다. 현지 이해관계자들의 특성과 요구들을 성실하게 분석하고 그에 합당하게 대응하는 것도 그렇다. 문제가 발생한 지역에서 강력한 자사의 원칙이 없다면 마냥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많은 글로벌 회사들이 자신만의 위기관리 원칙과 체계를 마련해 예외 없이 적용하고 임직원들을 훈련하는 이유다. 자신의 회사가 지속 성장 해 세계 시장에 나가 더 큰 성장을 해야 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없다면 이 책을 굳이 읽지 않아도 괜찮다.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상의 질문에 답 할 때 확신이 있는 CEO가 진짜 외로운 CEO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은 그런 CEO들에게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더 이상 외롭게 상황파악을 하고, 외롭게 의사결정에 매달리고, 외롭게 실행을 독려하며, 외롭게 여론을 읽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위기 시 임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이해 하게 될 것이다. 여론을 마음으로 읽는 따스함이 생길 것이다.

말로는 모니터링, 체계, 프로세스, 원칙, 배상, 실행, 사과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 속안에는 사람(human)이 있다. 위기관리 속에는 사람이 있다.

정용민
201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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