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반면교사 없어 실패한다
기업 내부를 들어다 보면 다른 기업들의 위기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일부 대형 위기 말고는 평소 타사들에게서 발생하는 중소규모의 다양한 위기들에 대해서는 별반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거 아닌가 한다.
예전 모 대형유통업체의 임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그 당시 우리는 몇 달 전 그 회사의 경쟁업체에서 발생했던 기괴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그 임원은 우리에게 “그런 사건이 있었어요? 난 몰랐네?”하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떻게 경쟁사에게 일어난 중요한 사건을 모를 수 있을까 하며 내심 놀란 적이 있었다.
심지어는 새로 영입된 임원들이 부임 수년 전 자사에게 발생했었던 위기와 관련한 사실을 자세히 모르고 있는 경우들도 있다. 내부적으로 누가 어떤 형식으로도 자료를 만들어 정리 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업계를 오래 출입한 기자에게 자사의 예전 위기사례를 역으로 듣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 문제다.
기업 내 조직원들은 계속 바뀌고, 시장 상황과 기업 환경도 계속 바뀐다. 최소한 우리 회사가 지난 수십 년간 어떤 위기를 경험했는지, 당시 어떻게 대응을 했었는지, 앞으로 유사한 위기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가장 우선적으로 정리 공유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경쟁사들을 포함 한 다른 기업들은 어떤 위기를 경험했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자발적 리콜에 관련 된 케이스들만 해도 한 해에 대표적인 것만 수십 건 이상이 목격된다. 자사도 만에 하나 자발적 리콜을 진행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 해당 케이스들을 하나 하나 면밀하게 사전에 스터디 해 놓고, 개선점들을 모아 제대로 준비된 체계를 만들어 놓는 게 좋다. 이 모든 체계가 자사는 물론 타사들의 실제 사례들을 모니터링 해야 수립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업계나 전혀 업종이 다른 기업들의 위기사례들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들은 종종 볼 수 있다. 모니터링을 해도 자사와 경쟁사 관련 키워드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하기만 하는지, 자사와 경쟁사 등에 관련된 사안들이 아니면 별반 인식을 하지 못하는 임원들도 꽤 된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비즈니스 영역에 대한 것들에도 머리 아파 죽겠는데, 업계전반과 타업종 관련된 이슈들을 누군가 정리 보고 해 주지 않는 이상 스스로 찾아 인식하기는 힘든 게 현실 같다.
전체적으로 위기의 발생 패턴을 보아도 그렇다. 몇 년 전부터 소셜미디어가 발전하고, 사용자들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위기 유형을 예로 들어보자. ‘영수증 위기’가 그것이다. 작년만 해도 여러 건의 ‘영수증 위기’가 있었다. 대부분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음식을 서브하기 위해 영수증에 주문자의 외모 특징을 적어 메모장으로 이용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들이다.
대부분 직원들이 주문자 분간을 위해 인종차별적 표현들을 영수증에 메모했다가 주문자가 그 영수증의 메모를 발견하면서 위기가 발생하는 형태다. 해당 주문자는 패스트푸드 체인 본사는 물론 주변의 모든 친구들에게 인종차별적 메모에 대한 내용들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한다. 여러 사례들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지고, 비난은 밀물처럼 다가오고 결국에는 해당 패스트푸드 체인 본사들이 사과를 하고 해당 직원들을 징계하고 하는 소동이 반복되었다.
이런 유형의 위기들이 반복될 때, 주문형 매장에서 영수증을 발행하는 유사 기업들은 스스로 어떤 대비 조치들을 취해야 할까?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자. 대형 매장들을 여러 개 거느린 기업의 위기관리 매니저라면 해당 ‘영수증 위기’가 자신의 매장들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실제 자사 매장에서 직원들이 영수증에 어떠한 형식이라도 메모를 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일부 매장에서 직원들이 영수증에 메모를 하는 습관들이 있으면 그 부분을 개선하거나, 금지해야 한다. 정확한 영수증 내 메모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정해 내려주어야 맞다. 그래야 유사한 위기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들은 어떤가? 미국에서 여러 차례 영수증 메모 사건이 기사화 되고 떠들썩하게 기업들이 사과 하고 개선 조치를 약속하는 장면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모 대기업 수리센터에서는 고객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메모를 영수증에 했다가 위기를 맞고 말았다. 정확하게 동일한 위기다. 즉, 해당 기업은 별로 다른 기업들의 위기 유형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별로 어렵지 않고, 복잡하지도 않은 개선 가능한 위기를 사려 깊지 못해 그대로 반복해 맞고 있는 것이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불산 누출 사고’는 또 어떤가? 유해한 화학성분들의 유출에 대한 대응 체계는 그 전례가 없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30년전 인도 보팔에서 발생했던 유독가스 유출 사고에 대한 기록은 낯설기만 한 것인가? 그리고 한 회사가 반복적으로 사고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히 낯선 위기가 아닌데도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이슈들은 어떤가? 하루 이틀 이루어진 관행들이 아닌데, 이 관행에 대한 완화나 방지 등에 대한 공론과 위기 경고는 어디에 있었나? 경쟁체계에 있어 어느 한 회사만 홀로 그만 할 수 없다는 해명도 공감은 간다. 그러나 탄로 날 것이 뻔한데도 더욱 교묘하게 고안되어 탈법적으로 제공되던 리베이트 활동들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 내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면 문제 아닌가? 오랫동안 정부의 모니터링을 받고 있으면서도 해당 위기를 방지하려 하기보다는 모면하려고 했다면 너무 안이한 것이 아니었을까?
노조에 대한 관리 문건들은 또 어떤가? 이전에도 많은 회사들이 이런 류의 문건을 가지고 노조 해방 행위를 하다 자료가 외부로 노출 되어 비판 받았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회사는 이런 일들을 비밀리에 다른 회사보다 더 잘 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그렇게 많은 내부 고발자들의 사례들을 보았으면서도 그 내부고발자가 우리 회사에서도 나올 것이라는 가능성을 상상하지도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놀랄만한 이야기 아닌가?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에게 이런 류의 ‘영수증 위기’, ‘불산 위기’, ‘리베이트 위기’ 그리고 ‘노조관리문건 유출 위기’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에 대한 기업내부의 인식과 개선 노력이 없으면 유사한 위기가 반복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단순한 위기도 계속 반복되는 데 어떻게 큰 위기들에 대한 대비가 완전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기업 스스로 위기 유형들에 대한 전방위 모니터링이 절실하다. 다른 기업들의 위기가 우리 회사에도 유사하게 발생 가능한지에 대한 지속적 논의와 스터디가 필요하다. 사려 깊은 내부 전문가들의 검토와 자문도 필요하다. 그에 따른 의사결정도 적시에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다른 회사에게 발생한 위기는 대부분 우리 회사에게도 발생 가능 하다는 사실이다. 더욱 분명한 것은 다른 회사에게 발생한 위기가 우리 회사에게는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약속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미리 예견하지 못할 만 하고, 어디에서도 발생했었던 기록이 없는 놀랄만한 위기는 어쩔 수 없다 치자. 그러나 대부분의 위기는 미리 예견 가능했었고, 어디에선가는 이미 발생했었던 아주 낯익은 위기들이다. 이를 관리하고자 하는 기업의 결심이 중요하다. 뜻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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