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2012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축구협회의 편지보다 그 과정을 보자

축구협회가 일본 축구협회에 보낸 편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편지내용은 영어를 조금만 아는 사람들이 보아도 적절한 포지션이나 표현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축구협회의 편지와 그 내용에 대하여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이번 이슈를 바라보면 어떨까? 편지 자체가 문제의 핵심일까?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는 조직들의 공통적인 특징들을 몇개 꼽아보자.
1.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원들은 각자 아이디어로 위기관리를 한다.
대부분이 그렇다. 준비를 하지 않거나 경험이 없는 조직들이 그렇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느낌만으로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것이다. 위기를 관리하는 그룹은 내부에서 “그거 좋은 아이디어다!”하는 이야기보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네요”하는 반응들이 공유되어야 성공한다. 축구협회는 과연 일본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기 전 내부에서 “(우리가 일본축구협회에) 꼭 편지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했었을까?
2. 관련 전문가나 로펌, 커뮤니케이션펌들과 협업하지 않는다.
일단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면 (보내야만 하겠다는 의중이 모아졌다면) 그 작성과정에는 필히 관련 전문가들이 개입되어야 하고 여러 전문가들이 협업을 이루는게 좋았을 것이다. 단순 영역이 문제가 아니라, 외교적 수사학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야 했다. 단순하게 “우리 뜻만 일단 통하게 하자”는 것은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일 때고, 조직 대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그런 생각은 적절하지 않은게 기본이다. 그 예로 Unsporting이라는 단어를 영일사전에서 찾아보면 일본어의 해석적 의미는 우리의 것과 상당히 다르다. 이렇듯 전문가의 개입은 기본적으로 있었어야 했다. 축구협회는 왜 이런 기본을 지키지 못 할 수 밖에 없었을까?
3. 중앙집권적으로 위기를 통합관리 하기보다, 산발적으로 실행부문에서 저지른다. 결국 사후 책임을 누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만 남는다.
항상 위기관리에 성공한 조직에는 사후 리더십과 팔로워십, 시스템, 구성원들의 기지, 과정 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들이 안팎에서 이루어 지고 서로 공을 나누거나 가져가려는 움직임들이 보인다. 반면 위기관리에 실패 한 조직과 관련 해서는 그 실패의 책임을 서로 밀거나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공방 과정이 이어진다. 이번 건에 있어서도 편지에 싸인을 한 최고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편지 작성을 리드한 중간 임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 아니면 제3의 인물이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책임 공방 논란이 따른다. 일단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것을 보니 이번 위기관리는 실패 한 듯 보인다.
4. 내부 상황이 그렇다보니 부정적인 상황을 더 악화시키면….일단 그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거짓말한다.
편지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의해 쉽게 공개된 결과를 놓고 보면 단순 외교문건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최초의 입장은 결론적으로 유효하지도 않았다.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조직은 최초부터 일관성있고 유효한 입장을 꾸준히 견지한다. 반대로 실패하는 조직은 쉽게 입장이 바뀌거나 번복되고, 그 최초 입장에 있어 거짓이나 숨김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축구협회는 논란 최초부터 일관성있고 유효한 입장을 꾸준히 견지하고 있을까? 아니면 앞으로 할 수 있을까?
5. 그래도 계속 상황이 악화되면…무언가를 핑계로 자제를 요청한다. 스스로 힘을 빼라 주문한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조직이 공중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형국을 자주 본다. 국가 보안을 위해, 정국의 안정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외교적 실익을 위해, 민족적 자존감을 위해…그렇게 자제들을 요청한다. 문제는 이런 자제 요청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자제요청을 단초를 제공한 조직이 한다는 것이 우습다. 그런 자제 요청은 권위있는 제3자들이 해주거나, 공중들 대부분이 그렇게 느낄 때만 유효하다. 축구협회의 논란화 자제 요청이 별반 국민들 사이에서 유효한 메시지로 받아들여 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축구협회는 외롭지 않다. 이 협회만 위기시 이상과 같은 행동들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금도, 앞으로도 이런 케이스들은 계속 여러 조직들에 의해 반복 되어 왔고, 되고 있으며, 될 것이다. 위기관리 실패에 대한 원인 파악과 문제의식 그리고 개선의지가 없으면 어쩔 수 없다. 그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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