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05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한 실무자들은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들이 평소 ‘매뉴얼=시스템’이라는 기본 인식들을 가지고 있다 토로한다. 그런 인식 때문에 일단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위기관리 매뉴얼’ 부분에 총 역량의 70~80%를 투입할 수 밖에 없다 이야기한다. 컨설턴트 입장에서도 그런 인식은 인정해야 하고 그분들의 인식을 충족 시킬 수 있는 실무자들의 프로젝트 리더십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렇게 많은 역량을 투입한 ‘위기관리 매뉴얼’은 경영진들로부터 실질적인 호평을 받기가 힘들다는 데 실무자들의 고민이 있어 보인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겨우 이걸?”하는 질책을 받는다거나, ‘이게 실제 운용이 되겠어?” “일방적으로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실무단에서 우리가 어떻게 위기관리를 할 수 있겠어요?”하는 불평들을 곧 잘 받는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은 하나의 변화관리 프로젝트라고도 볼 수 있다. 조직 체계 전반에 대한 깊은 고찰과 사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및 리포팅 프로세스가 기반이 된다. 그 외에도 여러 사내 정치적 입지들을 조율하고 내부와 외부 위기에 대한 정의를 통합해 공유하는 일련의 사전 작업들이 필요하다. 이런 진지한 접근 없이 “VIP께서 위기관리 시스템을 하루 빨리 구축하라 하셔서…”하는 동기를 가지고 접근하면 항상 ‘그냥 하나의 프로젝트’로 밖에 남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적 변화는 ‘매뉴얼’로부터는 오지 않는다. 그 변화의 원천은 최고경영진들과 핵심 부문장들의 마음에서 온다. 그 마음은 경험으로부터 생겨나고, 그 경험에 의한 자신의 이해관계관이 뚜렷해질 때 비로소 ‘기존의 필요함(need)이 간절히 원함(want)’으로 변화된다. 즉,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핵심은 위기관리 시스템을 ‘단박에 완성’하는 것이 목적이기 보다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완벽에 가깝게 구축하기 위한 ‘공감대와 협력 의지를 공고히’ 하는 목적을 가지는 게 더 현실적이다.

그 방법들 중 하나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가장 실패율이 적고, 상대적으로 수용성이 높은 시스템 구축 프로세스다. 상당히 집중적인 시간 동안 최악의 상황들을 경험해 보는 ‘실천적인 충격’을 제공한다. 경영진들 각각에게는 개인적으로 ‘아…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부서가 이렇게 힘들어 지겠구나’하는 실질적 깨달음을 제공한다. ‘우리가 아직 준비 못한 부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큰일이네…’하는 개선의 단초를 제공한다. ‘고위 임원인 나뿐 아니라 관련 부서장들과 실무 핵심들에게도 추가 가이드라인과 트레이닝이 있어야 하겠는걸’하는 아주 세부적인 실행 욕구를 임원 스스로 형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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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경험이 있는 임원들은 그 이후 평상시 위기에 대한 민감성이 극대화 된다.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 분야나 부분에 대해 자발적인 개선 의지를 피력하게 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곧 변화관리’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최고경영진에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진행을 설득하는 데 있어 별로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기업들도 꽤 된다. 처음이 아니라 몇 번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다른 기타 매뉴얼과 가이드라인 추진들을 해 본 경영진들은 이미 ‘실행되지 않는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아픈 경험들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검증을 거치고 그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거치지 않은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은 소용없더라 하는 공감대가 이미 존재한다. 실무자들은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어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매뉴얼은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해당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지 여부는 실제 상황을 통해 검증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하는 주장이 유효하다. 실제상황과 유사한 환경 내에서 진행되는 시뮬레이션을 마다 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반복하고, 각각에서 얻은 문제점들과 개선 포인트들을 환류관리 차원에서 지속 개선 관리해 나가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실제 위기가 발생하기 전 전사적으로 전조(前兆)를 잡아내고, 이에 대해 사전 분석 토의하는 문화가 형성된다.
  2. 핵심 의사결정자들과 실무자들이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배분 개념이 형성되기 때문에 전조증상을 보이는 잠재위기에 대한 관리담당부서 배분에 있어 이견이나 지연이 줄어든다.
  3. 또한, 위기 관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악의 다양한 경험을 해 본 임원들에 의해 조직내 각 분야의 취약성들(vulnerabilities)이 지적되고, 개선 조치가 진행된다. 즉, 평소 임원들이 지나치던 사내 출입 시스템에 대한 허점을 지적하거나, 사내식당에 출입하는 기자들의 동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과 같은 변화다.
  4.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평소에는 발견과 완화(mitigation)에 좀더 신경을 쓰게 되는 반면,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자신 스스로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를 인지하므로 결과적으로 초기 대응이 정확하고 빨라진다.
  5. 위기관리 위원회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회 내부에서 소모적 주변 논쟁들과 중복적 상황 파악이 최소화 되어 일사불란한 대응이 가능해 진다.
  6. 트레이닝을 통해 이음새 없는 이해관계자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 해당 위기를 빠른 시간 내에 통제가능 한 범위로 흡수 할 수 있는 역량이 기업에게 주어진다.
  7. 전반적으로 위기에 의해 통제되는 기업이 아니라 위기를 통제하는 기업상으로 외부에 비쳐진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후 명성관리 차원에서도 이런 체계의 이미지는 필수적이다.
  8. 결론적으로 이 모든 변화와 역량의 과시는 최고경영자의 위기관리 리더십과 연결되어 해석된다. 위기관리 위원회의 훌륭한 팀워크와 훈련수준이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의 결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해 봤어?” 이 말은 여러 의미가 있다. “실제 위기를 경험 해 봤어?”하는 이야기가 때로는 “위기를 경험하기 이전에 위기 발생을 방지 했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반론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기업도 위기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없어 보인다. 위기를 사전에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면, 방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발생 가능한 위기를 밝혀 내는 것이다. 발생 가능한 위기를 미리 밝혀내 사전에 경험을 해보면 전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방지하고, 발생시에는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가를 정확하게 알게 된다. 곧 그 위기는 통제 가능한 위기가 되는 셈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칼럼. 이번이 19번째로 마지막 칼럼입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대해 흥미로워 하신 여러 업계 전문가분들과 클라이언트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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