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2012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오전 진행 방식에 대하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오전 진행 방식에 대하여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진행에 있어 전반부 즉, 일반적으로 오전 위기관리 상황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6시간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진행에 있어 절반은 ‘혼돈(chaos)의 시간’이다. 매뉴얼상에 명시된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그냥 잘 따르기만 하면 되지 않느냐 하며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위기관리 현장은 그런 생각을 충분하게 반영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 전반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실무자나 메인 컨설턴트의 역할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위기관리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 즉, CEO 또는 핵심 임원의 앵커링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위기관리 위원회는 차치하고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가 매뉴얼상에 명시된 프로세스를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기억해 내고 그에 따른 실행을 시작하는 가 여부에 위기관리 성패가 갈린다.

일단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가 정신을 추스르고 프로세스를 밟아 나가기 시작하면 위기관리 위원회는 자연스럽게 그에 따라 발을 맞추어 움직이게 된다. 각자 역할을 더 빨리 기억해 내게 되고, 그에 따라 상황확인 작업을 거쳐 통합적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한다. 위기관리 위원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임원들은 평소에도 통합적인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해 본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일단 물꼬가 트이면 비교적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는 경우들이 많다.

문제는 토론의 주제가 매우 낯설고 위급한 ‘위기’라는 것이 좀 다르다. 평소의 의사결정과는 달리 내부와 외부적으로 상당히 흥분해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압력을 가해오고 있는 상황도 다르다. 또한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없으면 더 큰 위기가 2차와 3차 파장을 가지고 몰려 오게 된다는 심리적 그리고 시간적 압력도 존재한다. 일부 평소 의사결정 환경과 다른 이런 압력들이 존재하는 환경을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시뮬레이션이 시작 된 이후 몇시간 동안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명시된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기억해 따르는 데 소요되는 물리적인 혼돈의 시간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도출 된 많은 인사이트들이 곧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의 소재가 되곤 하기 때문이다.]

일단 시뮬레이션 초기에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환경의 특징들을 살펴보자. 일단 충분한 상황에 대한 정보가 딱 떨어지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분절적인 정보들을 빨리 조합해 하나의 정확한 상(像)을 만드는 데 있어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전략적으로 추가적인 정보 취득에 리더십을 가지고 적극적인 정보 취득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무언가 상황파악에 있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압력은 큰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두 번째 심각한 스트레스는 시간적 압박이다. 일반적으로 한 시간에 한두 개 정도의 악화되는 시나리오들이 지속적으로 하달되는데 이에 대해 적시에(timely) 이루어지는 적절한 실행이 초기에 완전하지 못 하다 보니 ‘우리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자괴감을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경험한다. 하지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위기관리 위원회가 완벽하게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좀더 빠르게, 좀더 정확하게, 좀더 전략적으로 대응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고 반복적으로 경험해 구성원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되는 게 목적이다. 그런 목적을 기반으로 판단 해 보면 초기에 경험하는 이런 불완전한 대응에 대한 ‘자괴감’은 너무 심각하게 받아 들일 필요가 없다.

세 번째 스트레스는 ‘우리가 얼마나 팀워크를 가지지 못했는가?’하는 깨달음과 함께 다가오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상호간의 일시적 반목이다. 실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 해 보면 한두 부서들이 그 많은 위기관리 실행의 절반 이상을 전담하는 것을 본다. 시뮬레이션 현장을 둘러보면 실제 위기와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이나 책임을 찾지 못하고 다른 부서가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는 부서들이 꽤 존재한다. 당연히 위기관리를 이끌고 있는 실행부서들은 시뮬레이션 공간 내에서 주어진 역할 없이 앉아 있기만 하는 다른 부서들에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도 위기관리 위원회 내부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남겨 놓는 것이 좋다. 추후 지나친 역할과 책임의 집중에 대하여 대안이나 개선안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네 번째 스트레스는 스스로 ‘자기 부서의 위기대응 역량의 한계’를 깨닫게 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CEO와 위기관리 위원회에서 결정된 전략과 위기대응 명령을 그대로 실행하는 데 한계를 느끼게 되는 경우들 때문이다. 이러한 자체적 문제의 발견 또한 메인 컨설턴트들과 내부 핵심 의사결정자들의 공통된 평가와 함께 추후 개선의 소재가 된다. 즉, 실제 위기관리 역량이 부족한 실행부서들의 경우 부족한 역량에 대해 책임을 추궁 받는 대신, 실제 위기 발생을 대비해 미리 미리 해당 역량을 정상화 시키는 데 투자를 받고 노력을 투여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종합적으로 이야기하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전반은 공통된 깨달음을 가지게 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런 깨달음은 추후 개선과 투자의 소재가 되므로 메인 컨설턴트들과 클라이언트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담당자들은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고 인사이트를 꼼꼼하게 정리해 놓아야 한다. 시뮬레이션 후 보고되는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 보고서’에 이런 깨달음들이 빠짐없이 들어가 줘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어랜지 하고 내부에서 관리하는 클라이언트사 실무자들이 이 시뮬레이션 전반부를 가시방석의 시간으로 생각한다는 부분이다. 전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70~80%가량이 이 전반부에 집중되는 데 이를 모니터링 하는 내부 실무자는 이 시간이 안타깝고 보고 있기 민망할 수 밖에 없다. 컨설턴트들이 미리 주지를 시키고 이해를 구하지만 지켜보는 실무자는 힘들어 한다. 시뮬레이션이 모두 지나고 나면 한숨을 돌리며 그 의미를 찾게 되지만 실무자 개인에게 그 순간은 정말 힘들다. 즉, 클라이언트 사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또 다른 형태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위기통제센터에서 목격되는 이상 상황들’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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