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어떻게 준비하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상당히 긴 준비기간을 필요로 한다. 일단 기업 내부적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는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의 인식이 전제된다. 그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최소한 자신의 부서가 특정 위기 시 어떤 활동들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내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수회에 걸친 위기관리 매뉴얼 브리핑을 실시하고,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진행방식에 대한 브리핑도 제공한다. 실제 진행되는 플로우들을 컨설턴트들이 자세하게 설명하고 Q&A를 받는 형식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준비를 시작한다.
기업 내부 위기관리 위원회만 준비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 일명 레드팀(Red Team, 상대 그룹) 역할을 할 컨설턴트들 모두도 해당 클라이언트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매우 심도있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전반적인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함께 한 컨설턴트라면 잠을 자면서도 위기관리 매뉴얼 플로우를 암기할 수 있겠지만, 시스템 구축을 함께 하지 않은 컨설턴트들의 경우에는 별도의 매뉴얼 숙지 공유 기간이 필요하다. 보통 숙련된 컨설턴트들은 새로운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완전하게 숙지하는데 평균 2주 가량을 필요로 한다.
기업 내부와 외부 컨설턴트, 즉 피아가 모두 위기관리 매뉴얼을 숙지했다면, 그 다음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위한 주제 설정이다. 대부분의 기업 위기관리 매뉴얼은 발생 가능한 위기요소들을 리스팅화 하는데 그 많은 리스트에서 어떤 특정 위기상황을 시뮬레이션화 할 것인지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선정하는데 있어서는 내부에서 조만간 발생 가능한 위기상황을 선정해 내는 혜안을 가진 인하우스 실무자와 외부에서 많은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본 컨설턴트들간의 협업이 필요하다.
일부 리스트화 되어 있는 위기 요소들 중에는 아무리 컨설턴트들이 설계를 잘해도 ‘시뮬레이션화’하기 힘든 유형들이 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함께 경험하고, 체계적인 개선 포인트를 찾기 위한 전략적 이벤트이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주제의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최대 8시간까지 진행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 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하루 전체를 온전히 내 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일부 외국기업들의 경우에는 주로 임원들로 구성된 위기관리 위원회를 교외의 워크샵 장소로 초대해 수일간 진행되는 워크샵 일정의 하나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실무자들 입장에서도 하루를 온전히 할애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많은 기업들은 4-6시간의 시뮬레이션을 원한다. 필자의 경험으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전체가 진정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으려면 최소 6시간 정도를 권장한다. 그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위기상황이 발생한 직후부터 시간을 재어 보면 2-3시간 이후부터야 제대로 된 역할분담과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의사결정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전 2-3시간은 말 그대로 ‘패닉’과 ‘우왕좌왕’의 시간으로 소비된다. 물론 이 시간을 함께 경험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시뮬레이션의 가치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기반은 ‘우리가 얼마나 체계 없이 대응해 왔는가?’하는 깨달음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의 한 시간은 실제 위기 상황에서의 반나절 가량으로 보면 된다. 그 만큼 시뮬레이션에 참가한 CEO 및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압축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6시간~8시간 기준으로 위기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는 평균 6개~8개 가량 개발된다. 한 시간에 하나의 위기상황이 하달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는 각 컨설턴트들의 진행 방식과 인하우스의 요청에 다라 달라질 수 있다) 상당히 터프 한 상황전개와 속도다. 개념적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실제 위기상황을 10분의 1가량으로 압축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이해하면 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가한 일부 임원분들은 빠르게 전개 발전되는 시뮬레이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시고, “이런 사건이 이렇게 빨리 NGO/언론/정부기관에게 알려질 수가 없다”는 등 불평을 하시는데 이는 시뮬레이션상의 시간의 길이와 실제의 시간 길이를 같은 것으로 보시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시뮬레이션의 한 시간은 실제 위기 상황에서의 반나절 가량으로 보면 된다. 그 만큼 시뮬레이션에 참가한 CEO 및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압축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준비과정에서 또 하나 핵심은 이번에 기획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CEO께서 참가하시는가 하시지 않는가 하는 결정 부분이다. 분명히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해 놓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참가하는 게 맞다. 실제 위기를 상정해 보고 실제와 같이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 CEO분들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가하시는 것을 일정부분 꺼리시는 경향도 있다. 이런 부분은 경험 많은 컨설턴트들과 함께 인하우스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예를 들어 CEO만을 위한 사전 시뮬레이션 브리핑이나 매뉴얼 브리핑이 있으면 많은 부분 CEO의 부담과 우려를 해소시켜 드릴 수 있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진행한 인하우스 실무자의 입장에서도 CEO의 시뮬레이션 참가 여부는 사후 평가 수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CEO가 참가하시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본 실무그룹들과 그렇지 못한 그룹들 간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단순 평가의 차이도 있겠지만, 시뮬레이션에 참가한 위기관리 위원회의 진지함이나 성실성 그리고 정확성에 있어 CEO 참가 여부는 큰 영향을 미친다. CEO는 위기 시 위기관리 위원회를 향한 가장 강력한 내부압력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만약 CEO께서 여러 일정으로 시뮬레이션 전반을 함께 하시지 못한다면, 시뮬레이션 진행 최초 1시간과 최종 1시간을 나누어 참관 또는 참여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실제적으로 위기관리 위원회에서 먼저 시뮬레이션을 시작하고, 상황이 위중해지는 시기에 CEO에게 올라가 보고하고 위기통제센터(war room)으로 참석을 유도하는 현실적 방식도 권장된다. (단, 이상의 옵션들에는 좀 더 세부적인 컨설턴트들의 pros & cons를 청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글에 이어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와 진행 준비는?’을 다루겠습니다.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