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2012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교수들과 컨설턴트들이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이유

THE PR에서 주최한 페포지엄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이 상호간 교환되고 있는데 한가지 이슈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 스터디’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워 부연해서 포스팅 해 본다. (사실 페이스북이라는 채널이 토론을 진행하기에는 그리 편리한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적절한 논의가 진행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

나도 인하우스 홍보팀장 시절 많은 교수님들과 학생들로부터 우리 회사의 여러 이슈나 마케팅 사례들을 연구하려 한다며 자료 요청을 받고는 했다. 그 때 드는 생각이 “이 분들이 사전에 좀 공부를 하시고 자료를 요청하시지…막무가내시구먼…”이었다. 일부 연구용 인터뷰를 하러 오겠다 하면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양해를 구하고는 기자들과의 미팅으로 향했었다.

인하우스 시각에서 볼 때 외부 연구자들이나 교수님들 그리고 밖에서 기웃거리는 컨설턴트들이 내놓는 연구보고서나 강의자료나 글들을 보면 항상 ‘부족하다’는 걸 느끼곤 한다. 당연하다. 그들에게는 (내부) 정보의 한계가 있다. 실제 해당 이슈에 대한 (내부) 경험의 한계도 당연하다. 우리 인하우스가 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 놓는 게 너무 아쉽다. 이런 이해의 다름이 계속되다 보니 ‘외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생긴다. “자기네들이 뭘 알어? 우리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기나 해? 우리는 뭐 입이 없어서 말을 못하는 줄 아나? 그리고 분석하는 방식도 너무 편파적이야. 종합적으로 봐야지…”하게 된다. 당연하다.

이제는 그 외부 인사인 컨설턴트 입장에서 왜 외부 교수들이나 컨설턴트들이 기업의 생생한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하는 가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적는다.

1. 기업 위기관리는 ‘개선’이 중심이지, ‘칭찬’이 중심이 아니다.

외부 컨설턴트 입장에서 비즈니스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기업들과의 호혜적 관계설정을 위해 항상 ‘성공담’만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이로울 것이다. 타이레놀 케이스도 그렇고, 메텔 케이스도 그렇고, 메리엇의 위기관리+1Hr 케이스도 그렇고, 이세탄 백화점의 세장 짜리 위기관리 매뉴얼 이야기도 그렇다. 많은 학자들이나 컨설턴트들이 성공담으로 많은 리포트와 서적들에 수없이 반복해 다루어주었다.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30여년전 저 멀리 미국시장에서 발생했던 한편의 드라마 같은 위기관리를 아직도 죽은 자식 뭐 만지듯 어루만지는 학자들이나 컨설턴트들이 얼마나 많나.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기와 위기관리는 칭찬받을 대상이 아니다. 타이레놀 케이스를 비롯해 대분의 국내 케이스들까지 ‘칭찬받아야 마땅할’ 위기관리는 극소수다. 정말 칭찬 받아야 하는 기업들은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위기관리를 소리 없이 진행하는 기업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알 수 없다.

일반적인 기업 위기에서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왜 이런 위기가 이 회사에 발생했는가’하는 원인 부분과 ‘왜 이 기업은 이런 위기를 맞아 이렇게 위기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관리방식에 대한 부분이다. 이는 철저하게 해당 회사와 다른 회사들이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반면교사 하기 위한 인사이트를 끌어 내기 위함일 뿐이다. 해당 회사를 개인적으로 비웃으려면 차라리 ‘안티 블로깅’을 하지 왜 컨설턴트를 하겠나. 그런 컨설턴트는 자격이 없다.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교수들이나 컨설턴트들이 기업 위기관리를 케이스 스터디 하는 목적은 ‘개선점’을 찾기 위한 것이다. 그것이 배움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2. 경험해 보지 못해도 분석 할 수는 있다. 기업 위기관리는 이해관계자의 시각에서 봐야 맞다.

“당신이 내 병을 직접 앓아 봤어? 변비가 한달 째 계속되는 내 속사정을 의사 당신이 어떻게 알어? 함부로 이야기하지마 모르면서…” 이런 이야기는 별반 의미가 없다. 의사가 해당 환자에게 의도적으로 창피를 주려고 ‘이 할아버지는 변비 환자라서 똥을 한달 동안 못 싼데요. 얼레리 꼴레리~~”소리치려는 나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환자의 그런 주장은 별반 의미가 없다. 전문가들은 많은 증상들과 소견경험들을 가지고 환자(클라이언트)에게 조언을 하거나 병명을 진단해 주는 것 뿐이다.

아침방송 PD들이 성형에 실패한 환자들의 사진과 증상을 촬영한 녹화 테입을 다른 성형외과 전문의들에게 보여주면서 의견을 물을 때 전문의들이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자. “좀 더 확실한 것은 직접 제가 진찰을 해 보아야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사진과 환자 동영상을 보면 과다하게 악관절과 근육 좌측을 절제 해 버린 것 같아 보입니다. 이런 수술 후유증을 토로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이 늘었는데 그 이유는…..” 이런 인터뷰를 한다. 전문가로서 학습과 경험에 의해서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것 뿐이다. 그 수술을 받아보고 직접 자신의 턱이 돌아가 본 뒤에 진단해 주는 의사는 없지 않나.

또한 기업 위기관리는 더더욱 외부 시각이 중심이 되는 게 맞다. 실무자들이 경영진들이 내부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고민과 어떤 실행을 했는가 보다 그 종합적인 기업의 노력들을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대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인식했느냐가 기본이다. 그 관점이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 분석의 관점이다. 기업 내부에서 생각이나 고민이나 전략이나 노력이나 예산 지출 없는 위기관리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유사한 노력에도 그 결과들이 다르니 문제다.

교수들이나 컨설턴트들은 ‘왜 각 회사에 다름이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그 기준은 이해관계자들이 가지는 평가나 인식과 일치해야 한다. 일부 비즈니스 관점에서 서있는 전문가들은 대체적인 이해관계자들의 평가나 인식과는 상당히 다른 ‘찬양성’ 케이스 스터디를 발표 하곤 한다. 물론 해당기업과의 관계형성에는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유사기업들이나 경쟁사들은 그 케이스 스터디를 보고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이야기들을 자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 스터디의 관점은 이해관계자이며, 그 스터디를 활용하는 주요 대상은 벤치마킹을 하기 위한 다른 여러 기업들이다.

3. 기업 위기관리 실무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하기 위함이다.

기업 내부에서 위기를 경험해본 위기관리와 관련 실무자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내용들이 무엇인가? 내가 능력이 없어서 우리 회사의 위기관리가 안되었나? 우리 조직이 바보 같아서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나? 모두가 무식해서 위기가 오리란 것을 몰랐나? 미친 이해관계자를 만나 재수가 없었던 건가? 아니다. 컨설턴트로서 많은 기업 위기관리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그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어려움과 한계는 바로 ‘조직’이다 그리고 ‘시스템’이다.

왜 홍보팀만 이렇게 애를 써야 하나요? 왜 일은 다른 팀에서 저지르고 우리 홍보팀이 막아내야 하나요? 예산 없이 어떻게 우리에게 위기를 관리하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우리 사장님은 무조건 막으라고 하고 못 막아내면 몇 명 날려버린다 하시는데 죽겠어요. 다른 팀들이 다 우리만 보고 앉아 있어요. 부담돼서 일 못하겠어요. 잘하면 뭐 합니까, 잘 해 봤자 본전인 게임인데. 윗분들이 관심이 없어요. 우리 홍보팀은 우리회사가 로펌을 어디를 쓰는지도 잘 몰랐었어요.

이런 고민들을 들으면서 컨설턴트들은 이런 고민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케이스들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이는 의사들이 여러 환자들의 통증 소견들을 청취하고 취합해서 다른 환자를 마주했을 때 그 취합된 경험치들에 따라 처방이나 추가 진단을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컨설턴트들이 이런 조직과 시스템적인 부분에 대해 더욱 더 많은 글을 쓰고,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책을 써야 조직과 시스템이 개선이 되고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편해진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실무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4. 벽을 허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 인하우스분들이 자사가 진행한 위기관리 활동들을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케이스처럼 성공담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수십에서 수백 배 더 자랑 했으면 한다. 그래야 오래가는 성공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거다. 교수들에게 더 많이 논문에 인용하게 하고, 컨설턴트들에게 더 많이 리포트화 하게 해서 기준을 삼게 하고, 전문가들로 하여금 언론 매체에 기고 하게 하면 어떤가. 신제품이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하듯이 위기관리 후에도 그렇게 하는 게 사후 위기관리 아닐까.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또 수많은 내부 이유들이 있지 않은가? 상황적이고 정치적인 여러 변수들이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간접적으로 외부 교수들과 컨설턴트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노력에 대한 브리핑을 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숨기거나 힘들어 하기 보다 함께 모여 후일담들을 이야기하고, 공개 가능한 자료들을 브리핑하고, 소주 한잔 하는 게 어떨까.

수십 년간 인하우스는 벽을 바라본다. 수십 년간 그 벽 저 너머에는 에이전시 선수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벽을 또 바라본다. 교수님들은 각각 벽을 마주하고 앉은 실무자들을 비웃으며 돌아 앉아 있다. 에이전시에서 인하우스로 인하우스에서 에이전시로 옮긴 선배들은 또 이도 저도 말 못하며 어중간하게 침묵한다. 기본적으로 ‘너희가 뭘 알아?’ 또는 ’내가 뭘 아나?’하는 생각이 우리가 그렇게 원하는 ‘소통’의 가장 큰 장애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통은 자세의 문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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