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현장에 있어 무조건 침묵하거나,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위기도 존재한다. 더욱 정확하게 말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라 그렇다. 말 그대로 ‘기업 재앙’이다.
일부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 그건 불가능한 일 일 뿐더러,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별반 소용없는 일이라 해도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사의 위기를 다루지 못하도록 상상을 뛰어 넘는 갖가지 노력을 하는 때도 있다. 시도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기업 재앙’이라 그렇다.
작년만 해도 몇몇 기업에서 직간접적인 루트를 통해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조언을 구해왔었다. 이들과는 한두 번의 미팅 후 별반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지 않았다. 일련의 접촉 후 몇 개월이 지나 실제 그 기업들이 ‘한국적 재앙’을 마주하고 있는 것을 모니터링 하면서 그 접촉 중단 이유를 알았다. 그들이 생각하거나 원하는 ‘위기관리 시스템’과 우리가 제공하는 ‘위기관리 시스템’간에 다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 기업이 찾고 있었던 것은 이런 류의 재앙에 대한 대응 시스템이었구나!”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흔히 규정하는 ‘위기’에 대한 관리는 시스템으로 되지만, 기업’재앙’관리는 시스템으로는 소용이 없다.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재앙을 맞았을 때 그 기업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라. 이 때 시스템으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은 해당 재앙이 전반적인 기업존립을 흔들지 않도록 ‘영향력 확산 방지’에 집중하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래서 침묵하고 언론을 통제해 보려 시도 할 뿐이다.
일부 기업들이 생각하는 ‘위기’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재앙’과 맞닿아 있어 공감대가 생기기 어려움을 종종 깨닫는다. 이런 정의의 다름도 아쉽지만, 더 아쉬운 것은 ‘재앙’수준의 위기에 주로 신경을 쓰다 보니 기업으로서 당연히 관리해야 하는 ‘위기’에 대한 민감도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매장에서의 인명 사고 등에는 그리 민감하게 움직이지 않아 보이는 조직이 기업 오너에 대한 언론의 사소한 비판에는 상대적으로 민감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경우들이다. – 이 경우들도 실무 임원이나 팀장들의 변과 같이 월급을 받는 조직원으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이 이해가 된다. 곧 실무그룹들이 문제라기 보다는 한국기업의 기업문화와 위기관(危機觀)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최근 모 대기업은 회장께서 홍보최고임원에게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 회의에 참석하라’하시고 회사에서 결정하는 중요 사항들에 대해 리스크 관점에서 홍보최고임원의 전문 의견을 사전 청취하시기 시작하셨다 한다. 상당히 중요한 변화다. 재앙을 최소화 하기 위한 자발적 내부 노력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한국적 위기’ 곧 ‘기업 재앙’의 발생빈도나 임팩트를 줄이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빨리 빨리 이루어져야, 진정하게 기업에게 필요한 ‘위기’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전반적인 위기관도 그래야 진정한 위기관으로 변화 가능하다.
진지하게 기업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이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고민하는 실무자들이 ‘아이들 장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폄하되지 않으려면 빨리 ‘기업 재앙’ 부분에 집중 된 기업의 위기관을 털어 내야 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재앙관리 시스템을 알아보러 다니는 불쌍한 홍보담당자들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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