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2011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두번째 같은 재앙은 없어야

 

위기관리, 두번째 같은 재앙은 없어야

 

지난달 기고문에서 기업 실무자들이 항상 ‘What if?’ 마인드를 가지고 다가오는 위기를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했다.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과 원전관련 사고들을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위기(Crisis)’를 넘어서는 상황도 실제 발생할 수 있다는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때가 실제 도래하면 평소에 ‘What if?’ 그 자체를 넘어선 상황이 벌어지므로 이전의 대비태세와 준비된 시스템 또한 무력화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무력화된 결과를 보고 “이것 봐라, 미리 준비해도 결국 결과는 똑같을 수 있는 것이 아니냐, 위기란 하나의 숙명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하나의 사건과 사고를 바라 볼 때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우리가 현재 일본이 경험한 그런 류의 상황을 이전 그대로 위기(Crisis)로 정의하는가 아니면, 그 상황을 최초부터 재앙(Disaster)로 정의하는 가가 먼저 정리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분명히 위기는 관리할 수 있다. 완벽하게 관리할 수는 없더라도 많은 부분을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통제하에 가두어 둘 수 있다. 하지만, 재앙은 다른 이야기다. 재앙은 이미 위기와 같은 관리의 영역을 넘어선 말 그대로의 최악의 형국이다. 이는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사후 복구의 대상이 될 뿐이다.

물론 준비하고 대비했던 수준이 높았다면 재앙이 다가왔을 때 그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재앙이 현재의 일본과 같이 복합적이고, 순차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을 때는 인간이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버린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재앙은 관리할 수 없고,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Thinkable) 수준의 위기들은 도처에 깔려 있다. 하지만, 생각 가능한 위기가 꼭 관리 및 대비 가능하거나, 관리 및 대해야만 하는 현실적 위기인가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가 생각 가능한 위기들을 끝없이 펼쳐보자. 특정신의 재림(?) 또한 생각 가능한 위기가 될 수 있다. 화성인이나 외계행성의 침공 또한 SF 소설을 통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생각 가능한 위기다. 수천 년에 한번 지구 곁을 지나는 행성이 우리나라 한복판에 떨어질지 누가 아는가? 하지만, 이것은 대비나 관리의 주제로 가져가기에는 너무 현실적이지 않다. 이를 위해 인력을 준비하고, 예산을 책정하고, 대규모 대비 투자를 하는 것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무모하다 판단된다. 이런 현실에 주목하자.
현재 일본의 위기도 그렇다. 일본의 경우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선진화되고, 잘 공유된 지진관리 시스템이 존재한다. 지진 관측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도 지자체 수준에까지 정확하게 개발 공유되어 있다. 수년간 식음용 가능한 비상식량과 음료수도 국가차원에서 구비하고 있다. 여러 지진 피해를 극소화하기 위한 최대한의 준비가 존재했다. 하지만, 백년만의 큰 규모의 지진과 해일의 복합적인 타격 그리고 원전의 손실등과 같은 복합적 위기 즉, ‘재앙’에는 거의 무기력했다.

재앙을 맞았을 때는 우리가 평소 준비하던 위기관리 수준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비했던 설비나 장치들도 정해진 그대로 운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진다. 리더십 또한 발휘가 불가능해진다. 누가 이런 유사한 경험을 실제로 해본 사람이 있는가 말이다. 누가 이런 상황에 있어 리더로서 효과적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의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번 일본과 같은 상황은 위기라고 보기보다는 재앙으로 보는 것이 옳다. 여기에 있어서 위기관리 시스템과 위기관리 활동의 기준을 잣대로 들여대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면들이 너무 많다. 이번 사건들을 재앙으로 정의하게 되면, 한결 대응이 쉬워질 수 있다. 빠른 복구만이 남기 때문이다. 현재 파괴된 지역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 피해 국민들의 삶은 어떻게 복구가 되어야 할 것인지, 문제가 되고 있는 원전과 유출된 방사선은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해 관리할 수 있을지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이미 만들어 놓았던 시스템과 프로그램들에서 떠나,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이 과정에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살아 남은 자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공유하는 정부나 기업주체들이 많이 나와주어야 한다. 그들을 배려하고, 지원하는 현실적 커뮤니케이션과 대책들이 중요하다. 공황에 빠진 그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많은 다른 국민들을 어떻게 융화시키고 화합시키는지도 하나의 큰 아젠다가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재앙을 통해 일본이나 다른 여러 나라들이 대비 강화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한번 발생한 재앙은 세월이 지나면 그 스스로는 예측 가능한 범주로 한발자국 이동하게 되는 법이다. 다음 이와 유사한 재앙이 발생하면, 그 재앙을 최대한 관리 가능한 위기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대비 수준을 높일 필요는 있다는 거다.

정리해서 이야기하자면, 현재 일본의 위기에 대해서는 일단 재앙이라 정의하는 것이 옳다. 그 위기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제안하는 것은 좋지만, 절대 예외 없이 순수한 위기관리의 기준으로만 그 과정을 판단 분석하는 것은 무리다. 일단 이번 사건들을 재앙이라 정의하고, 관리에 대한 관심 보다는 복구에 대한 관심과 노력에 집중하고 투자하는 것이 옳다.
단, 이번과 같은 재앙이 다시 찾아올 때는 분명 지금과 같은 수준의 상황과는 다른 발전적 대응과 복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번은 재앙일 수 있지만 똑 같은 재앙이 두 번 이상 똑같이 존재해 동일한 피해를 입히면 안되겠다 생각해야 하겠다. 이를 위해 다시 한번 노력하는 것도 위기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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