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012011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동일한 정의를 공유하라

 

 

위기관리, 동일한 정의를 공유하라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시급하고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위기’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전사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다. 위기관리에 서투른 기업이나 조직의 내부에 들어가 진단 인터뷰를 해보면 CEO로부터 일선 직원에 이르기 까지 위기에 대한 전혀 서로 다른 정의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조직내 위기에 대한 동일한 정의 공유가 꼭 필요한 이유가 있다. 조직은 한 사람으로만 구성되지 않을 뿐 더러 여러 사람들이 각자 다른 생각과 다른 기능들을 하며 움직이고 있다는 현실때문이다. 각자 맡는 책임과 역할 그리고 분야가 틀리기 때문에 하나의 사건이나 사고 또는 이슈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기준이 다르기 마련이다. 이런 각기 다른 기준 때문에 위기대응에 있어서 편차나 누락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공장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해 용역 직원 몇 명이 화재진압 도중 사망한 사건 보고를 한번 설정해 보자. 현지 관리팀장에게는 이 보다 심각하고 막중한 위기가 없다. 사건 보고를 하고 대응 일지를 작성하고, 소방서와 경찰등과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애쓴다. 공장장도 책임이 있는지라 노심초사 밤새워 현장을 방문하고 보고를 받고 본사와 논의 한다.

본사는 어떤가? 본사 영업부에서는 다음날 아침 출근해 공장화재사건 소식을 듣는다. 자신들에게 관심 있는 생산일정이나 차질여부를 확인하니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그 때부터는 관심이 없어진다. 마케팅은 “우리 공장에 어제 저녁 화재가 났데…”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신제품 론칭 플랜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에게 지역 공장의 화재와 용역직원의 사망은 별반 ‘위기가 아닌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CEO는 어떤가? 화재진압이 마무리되었다는 보고, 생산에는 별반 차질이 없다는 보고, 사망한 용역직원들에 대해서는 파견업체와 상의해 잘 마무리하겠다는 보고, 지역언론에서는 일부 보도가 있었지만, 전국방송에는 관련 보도가 없었다는 보고 등등을 받고 케이스를 종료 한다. CEO에게도 그 화재와 사망사건은 불행 중 다행일 뿐 각별하게 큰 위기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회사에서 오직 현장 일선들과 사후 처리 담당자들에게만 위기이고 찜찜하며 골치 아픈 업무로서만 남게 된다.

물론 어느 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마다 CEO부터 ‘모든’ 직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밤을 지새워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회사 위기의 기준이 공통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와 직책과 관심사에 따라 달리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흔히 각기 다른 위기에 대한 정의를 가지고 있는 조직은 사소한 위기발생시 조직 내부 정보 공유에 빈 공간이나 누락이 발생하는 증상을 보인다. 일선에서는 사건이나 사고를 목격하고 파악하고도 상위자에게 보고 하지 않는 경우다. 보고 없이도 일선에서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 보려는 습관이 발동된다. 일선에서 조차도 각자 ‘이게 무슨 보고 사항이냐?’ ‘아니야 이건 보고해야 해’ 등등 논란이 발생한다.
단순해 보이는 지역 사건으로 밤늦게 서울 본사 임원들을 깨우거나, 회사로 모이게 하는 것이 지역 일선에 있는 실무자들에게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다가 CEO나 고위 임원들에게 불호령이라도 떨어지면 그 때는 누가 책임을 질 수 있는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일선에서 해결하면서 보고 누락한 사건이나 사고는 그 다음날이나 몇 일 후 보도가 되거나 CEO 귀에 들어가 다시 위기가 된다. “왜 이런 사고가 보고 조차 되지 않았는가?” CEO가 소리치신다. “왜 우리가 보도를 보고 우리 회사의 사건을 알아야 하느냐?”하고 고위 임원들이 지역 담당 임원을 몰아세운다. 이는 사내에서 공유되어 있는 정확한 위기에 대한 판별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는 시간이나 상황이나 환경이나 특수성이 감안되어서는 안 된다. 회사에서 정한 위기의 명확한 정의에 따라 보고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만을 점검하는 것이 옳다. 명확한 위기 판별 기준을 공유하고, 이에 대해 일관성 있게 위기관리 활동들을 유지 관리 해야 한다. 그래야 시스템의 기본이 살아난다.

CEO나 오너의 위기에 대한 정의에도 항상 일관성이 필요하다. 실무진들이 모두 “이것은 분명 우리가 정한대로 ‘위기’이며,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매뉴얼에 정한대로 위기관리리더들이 모여 대응방안을 한시간 내에 결정해야 한다” 준비를 한다. 그런데, CEO가 그 보고를 듣고 “그것이 무슨 위기냐? 내가 보기에는 그냥 지켜보기만 하고 대응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하는 의견을 내 놓으면 시스템에 일관성이 훼손된다.
더 심각한 경우는 CEO나 오너의 그러한 정의가 매번 상황에 따라, 분야에 따라 달라지고 그 정의의 다양성과 변화가 심각한 케이스다. 그런 현실에서는 실무자들이 매뉴얼에 의지하기 보다는 CEO나 오너의 정의를 듣고 나서야 움직이려는 수동성을 보이게 된다. 멀리 출장 중인 CEO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건이나 사고를 위기로 대응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무마하고 넘겨 지나 보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한 뒤에야 대응을 시작한다. 분명 독립적 위기관리 시스템의 운용에 한계가 만들어진다.

오너나 CEO로부터 일선 많은 직원들까지 하나의 정의를 공유하고 있어야 위기가 효율적으로 관리 될 수 있다. 명확한 정의가 제시되고 일관된 실행이 전제되어야 위기는 관리된다. 모두가 하나의 기준과 하나의 마음으로 위기를 바라보고 일사분란 하게 움직이는 게 옳다. 많은 기업이나 조직들이 그런 명확한 정의와 공유가 없기 때문에 고생한다. 그래서 위기관리가 아주 못할 짓이라는 내부 평가를 안고 지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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