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2010 2 Responses

한국에서 한계를 가지는 위기관리 원칙들?

 

미국에서 최초 발아했다는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 그 중 위기 커뮤니케이션(Crisis Communication)을 포함한 여러 가지 위기관리 원칙들이 존재하는 데 한국 기업들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거나 공감대를 가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들이 있다.

실제 위기를 맞은 기업이나 조직들 내부 의사결정그룹들과 마주 앉아 있으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원칙의 한계’들에 대해 정리해 본다. (일부 기업들의 이야기이며, 이를 전체 국내 기업으로 일반화 할 수는 없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위기시 기업의 철학이 적힌 액자를 바라보라!
기업 철학 액자는소비자가 왕이라고 써있다. 근데 어쩌라고? 이번 소비자 컴플레인에 대해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 줄줄이 집단소송부터 배상청구들이 이어질 텐데, 기업 철학이 먼저인가 생존이 먼저인가? 게다가 오너와 CEO께서절대로 함구하고 책임 인정 마라!’하셨는데, 우리 홍보팀이 무슨 힘이 있나? 일단 출입기자들이 기사 쓰는 부분만 먼저 어떻게든 막아봐야지.

위기시 기업은 투명 하라!
모 탐사보도 프로그램에게 심각하게 문제 지적을 받은 이슈. 소비자들의 항의와 정보공개요청이 쏟아진다. 우리 회사가 원칙대로투명하게모든 정보들을 공개하면 어떻게 될까? 사상 최대의 소비자 배상액이 예상되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 회사는 도산이 분명하다. 어떻게 투명할 수 있을까?

위기의 뿌리(위기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라!
모 탐사보도가 우리 회사 오너 가족의 대규모 횡령 혐의를 깊이 있게 취재 중이다. 이 이슈는 이미 핵심 임원들과 주요 재무관계자들간에 대외비로 십여 년간 다루어져 왔다. 하지만 사내에서 누가 감히 평소 이 이슈에 대해위기요소라 칭하거나, 이를 사전에 제거 또는 완화하자는 아젠다를 띄울 수 있었을까?

위기가 발생하면 빨리 대응하라!
검찰조사관들이 새벽같이 회사에 들이닥쳤다. 사장실은 물론 모든 핵심부서 PC들과 서류들을 조사하고 집기들을 압수해 실어 나르고 있다. 법무와 대관쪽 이야기로는 최고경영진의 비자금과 관련된 건으로  압수수색이 실행되고 있다고 한다. 사장님을 비롯한 핵심임원들과는 연락이 닿지를 않는다. 기자들은 쉴 새 없이 문의를 하는데홍보실은 아무것도 할말이 없다. 포지션도 정하지 못한다. 어떻게 빨리 대응할 수가 있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정직하라!
우리가 태생적으로 정직하지 않은 게 아니다. 사실 이번 가격인상은 재료비 상승 때문이 아니었다. 솔직히 제품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올해 재무 타겟을 맞출 수가 없다는 결론이고경쟁사들 간에도 가격인상 조정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판국이다. 일단 우리가 1위 업체니 가격을 올리면 다른 군소 경쟁사들이 가격을 따라와 줄 것이고, 모두가 윈윈하게 되니 일단 가격을 조정한 거다. 어떻게 기자에게 이런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나? 정직하면 바보 아닌가.

위기시 핵심메시지를 확보하라!
정보가 없는 데 상황이 파악이 안 되는 데 무슨 유효한 핵심메시지가 있을 수 있나? ‘해당 이슈에 대해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것이 아직 없으니, 빠른 시간 내에 확인해 우리 공식입장을 밝히겠다말하는 것도 한 두 시간이지. 기자들로부터 두 번째 세 번째 확인 전화가 쏟아지는 데 계속 초기 핵심 메시지를 반복할 순 없잖아? 사건의 핵심에 있는 관계자들이 연락이 안되고,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무슨 말을 하나?

노 코멘트 하지 말아라!
우리가 노코멘트 하고 싶어서 하나? CEO께서는 평소 미디어트레이닝도 필요 없다 하셨다. 위기시 언론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원칙인데, 무슨 코멘트다 노코멘트가 있을 수 있나 말이다. 쏟아지는 기자들로부터의 전화는 안받으면 되고, 어쩌다 휴대전화로라도 걸려오면 끊으면 된다. 회사로 찾아오면 경비들 바리케이드 치고 기자들이 사무실 빌딩 출입을 못하게 하면 된다. 한마디로 밑지는 이슈는 취재를 거부하면 본전은 건진다던데?

애드립 하지 말아라!
우리 회사 홍보임원이 이 바닥에서만 25년째다. 여기 저기 아는 데스크와 기자들이 한마디씩 물어오는데 소위 최고 홍보임원이 되가지고 아무것도 모른다 말하는 게 쉽나하루 이틀 보고 안 볼 사이들도 아닌데, 지금 모른다고 모른척하다가 나중에 지금까지 만든 관계는 또 어쩔 건가? 우리 홍보임원께서 하시는 말씀들은 애드립이 아니다. 연륜이다.

오프더레코드 하지 말아라!
기자들이 회사 앞에서 죽치고 있는데, 어떻게 홍보담당자가 정문을 가로막고 있는 기자들을 모른 척 할 수 있나? 정문으로 내려가니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데 어떻게 모르쇠로 일관하나. 상대 기관에 대해 실제 기사로 나가도 문제 없다고 생각되는 배경설명은 어느 정도 대충 해주는 게 또 하나의 트릭 아닌가? 일단 소스 보호해 달라 하고 배경설명만 잠깐 해야 서로 좋은 거 아닌가?

위기관리, 오너십을 가져라!
홍보팀은 사실 오너십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마케팅이나 영업 쪽에까지 오너십을 강요(?)할 순 없지 않나? 소비자들이나 거래처들이 전화오면 그쪽에서 나름대로 애드립하면서 대충 넘겨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우리 홍보팀이야 기자들 문의 응대하기도 정신 없는데, 그쪽에서 어느정도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게 고맙다. 그쪽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오너십까지 함께 가지자 이야기하기에는 좀무리다.

핵심 이해관계자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왜 이번 위기에 우리가 그들에게 주도권을 뺏겨야 하나? 우리 비즈니스의 성패가 달린 일인데 왜 그들에게 칼자루를 넘겨야 하나? 우리가 지금까지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헌신했는데 왜 우리가 소비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나 말이다. 우리 회사가 없어지면 우리나라가 휘청 한다. 솔직히 이번 사건은 사건이고 되레 소비자들이 우리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나?

이해관계자들을 분노하게 하지 말라!
어쩌라는 말인가? OOO성분이 과학적으로 인체에 유해하다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는데, 그들의 인식이 부정적인 것을 우리가 어떻게 관리하란 말인가? 먹어도 안 죽는다. 하루에 성인이 10개씩 60년을 먹어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 이러면 됐지 우리보고 더 어쩌란 말인가? 왜 화가나 나나? 싫으면 먹지 말란 말이다.

위기시 공감하라!
어떻게 비이성적인 군중들과 공감 하란 말인가? 우리가 일단 공감하게 되면결정발표방어라는 우리의 전략이 위협받는데 말이다. 큰일을 밀어 붙이려면 일단 공감은 제외해야 한다. 마음이 약해지거나, 결심이 흐려지면 큰일은 못한다. 공감은 이런 비이성적인 군중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일단 제압을 하자!

위기관리를 위해 사내 의사결정그룹의 역량을 최대화하라!
무슨 소리인가? 마케팅에서 TVC를 하나 만들어도 세부 카피에, BGM 그리고 여자 모델 얼굴에 난 하나까지도 CEO가 리뷰 하셔서 수정하고 재제작 까지 들어가는 프로세스인데, 최고의사결정그룹은 또 뭔가? 모든 결정은 CEO가 하신다. 모든 임원들은 그 결정을 빛내는 데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데?

Silo Thinking을 버리고 위기시 더욱 더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라!
마케팅 부사장과 영업 부사장이 서로간 정치적으로 라이벌인데, 두 부문간에 위기시라고 무슨 소통을 기대할 수 있나? 마케팅 밑에 들어가 있는 홍보팀은 일단 마케팅 부사장의 의중에 주요 활동을 맞추어야 한다. 아무리 영업관련 이슈라고 영업 부사장으로부터 가이드라인을 받으면 누가 그 후 폭풍을 책임지나? 특히나 이번 기회로 영업 부사장을 밀어내려는 공감대가 마케팅쪽에 있는데

원칙은 어기라고 존재한다 했던가? 아무튼 원칙은 변수에 익숙하지 않고….현실은 원칙을 거부한다. 이 와중에서 홍보팀은 고민만 한다. 일부는 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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