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야 할 때는 과감하게 치고 나가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무조건 맞서 싸우는 쌈닭이 되자는 것이 아니다. 싸워야 할 때 피하지 말고 끝까지 이기자는 것이다. 사회와 시장에서는 이제 자연스러운 것이 없어져 벼렸다. 블랙컨슈머, 블랙메일러, 정치적 사회단체, 경쟁사들과 이들이 조종하는 프론트그룹들과는 싸움을 피하지 말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우리가 먼저 쟁취해 이겨버리자.
기업이 위기 시 항상 ‘듣고’ ‘공감하고’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하고’ ‘문제가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빨리 인정하고’ ‘충분히 살펴주고’ 등등의 일반적 주문들에 대해 기업 실무자들은 한숨을 쉰다. 기업에게 발생하는 위기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게 일방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부분들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미국에서도 에릭 데젠홀(Eric Dezenhall) 같은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종종 “싸워 이기라”고 조언한다. 기존에 저자세(?)와 진정성 등으로 점철된 위기관리 전략과 원칙적 주문과는 완전 다른 조언이다. 그는 이제 시장과 사회에는 기업에게 도움만 주는 이해관계자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하라 이야기한다. 기업을 과도하게 괴롭히는 블랙 컨슈머, 기업을 협박하는 블랙 메일러, 사사건건 기업을 물고 늘어지는 정치적 사회단체, 비밀 전위그룹인 프론트 그룹을 내세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부정적 공격을 해오는 경쟁사, 그리고 그 조종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악명 높은 프론트 그룹들과는 싸움을 피하지 말라 이야기한다.
점차 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되고, 사회가 다양화되고,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의 정체성들이 다분화 되고 있는 이 환경에서 기업에게 위기란 아주 복잡한 혼란(chaos)이 되었다. 우연히 받은 고객의 불만 내용이 갑작스럽게 부풀려져 언론을 타고, 온라인을 거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NGO들과 국회가 이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규제기관에게 해당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마무리 지으라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하게 되는 급작스러운 프로세스가 발생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에서는 이와 같은 논란들과 충돌들을 끊임없이 재언급한다.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다 생각만 하다 보면 해당 기업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기업에게 위기 시 가장 좋은 전략은 갈등이나 충돌을 피하고 이기는 방법이다. 예전 기업 홍보실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자사 관련 신문기사나 TV 보도를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뽑아내려 했던 노력이 그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온 오프라인 매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어져 버렸다. 어떻게 해도 말들은 나오고 그 숫자들은 커져만 간다.
현재 기업들의 위기관리 전략의 문제는 기업 CEO를 비롯 스스로 아직도 이런 예전 전략에만 익숙해 있다는 부분이다. 가능한 피하려는 전략, 가능한 소리 없이 마무리하려는 전략, 가능한 주목 받고 싶지 않아 자사가 불리해도 입을 다무는 전략이 현재 환경에도 여전히 적합한가에 대해서 CEO들은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위기를 조장하여 상대가 자사를 공격 하려는 의도가 상당하다면 피하지 말고 맞서 싸워야 할 때가 있다. 불순한 그들이 각종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악하려 한다면, 우리도 그 경쟁을 포기하면 안 되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이다. 압도적으로 그들이 차지할 헤드라인들을 역으로 장악해 버리는 하이 프로파일 전략이 기존의 평화전략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이해관계자들이 수 십 년 전과 같이 순수하지만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겠다. 소셜미디어상의 의견들이 소위 ‘우리가 이야기했던 여론’은 결코 아니라는 개념도 필요하다. 사회적, 시장내의 여론이 순수하게 집단적 지성에 의해 투명하게 규합된다는 생각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위기 시 다루어야 하는 ‘여론’에 대해 좀더 업데이트 되고 정확한 시각을 평소 가지고 있어야 유효한 전략 실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최근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여론에는 대부분 그 여론을 조장하는 그룹들이 있다. 그들이 특정 의도를 가지건 가지지 않건 그 결과로 기업들은 피해를 볼 수 있게 된 환경이다. 여론에 맞서 해당 위기를 피할 수 없는 것, 이길 수 없는 것, 지나가는 것으로만 상황을 정의 해서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수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그 위기가 기존의 평화적 원칙들로 관리해야 하는 대상인지, 아니면 싸워 이겨야 하는 대상인지를 정확하게 판별하자. 성공적인 CEO에겐 이런 전략적 안목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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