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3월 202013 Tagged with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1] 위기는 ‘만약’이 아니라 ‘언제’에 대한 이야기

 
 
3월부터 시작한 이코노믹리뷰 기고문입니다. 앞으로 50개 기고문을 플랜에 따라 올릴 예정입니다. 그 첫번째 칼럼입니다.
 

위기는만약이 아니라언제에 대한 이야기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긍정적이고 즐거운 생각만 하고 살아도 삶은 짧아 보인다. 특히 비즈니스에 있어 항상 긍정적인 열정으로 회사와 사람들을 리드하는 것은 성공하는 CEO의 특징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도 나쁜 생각을 하기 꺼리는 습성이 있다. 기분이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고, 걱정 때문에 잠을 설칠 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CEO들이 이런 긍정 본능이나 원칙만을 따른다면 위기관리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세계의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CEO들에게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라고 주문한다. 본능적으로 최악을 상상하는 것은 비록 고통이겠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실제 최악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CEO들에게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보고, 이에 대한 최선의 대비를 미리 해 놓는 것이 위기관리의 기본이라 설명 하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런 원칙은 알겠는데, 사업을 하다 보면 어느 한 부분도 완전하거나 확신이 드는 곳이 없습니다. 매번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최악을 상상한다는 것은 상당히 소모적인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다. 일시적으로 소모적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다 지쳐 포기한다. “처음에는 우리에게 발생 될 수 있는 위기들을 모두 모아 보자 했었어요. 그런데 끝이 없더군요. 이것 저것 정리하다 너무 많아 일단 분석을 중지 했습니다.” 처음 십여 개 정도로 예상되던 위기들이 실제 들여다보고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수백 개를 훌쩍 넘어 버리니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다. 이 과정을 인내하고 수행하는 기업이 위기관리 성공에 한발자국 더 나아가는 기업이 된다.

하나 하나 최악의 상황들을 상상하며 그때 그때 이에 대한 대비책들을 생각하다 보면 일정 기간의 고통이 지난 후 몇 개의 큰 유형들이 머리에 정리 된다. , 위기의 형태들은 수없이 많을 수 있지만, 비슷한 위기의 유형들은 몇 가지로 정리 된다는 뜻이다. 이는 위기의 발생 원인과도 그 맥락이 닿아 있다. 위기를 만들어 내는 원인들을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반복적으로 들여다 보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그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다 해도 기업 위기관리의 성공을 위해서는 견뎌내야 한다. 단순 인내를 넘어 그 과정을 기업 문화 속에 녹여 모든 구성원들이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 들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구성원들이 발생 가능한 위기의 유형들을 정확하게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기업이 바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기본을 이룬 기업이다.

더 나아가기 위해 죽음을 한번 생각 해 보자. 인간에게 이 죽음이라는 가장 큰 위기는 평생을 살면서 어린 시절에는 만약(if)’으로서만 의미를 가진다. 그런 위기가 과연 나에게 다가 올까 하는 생각이 짙다. 하지만 더 성장한 인간을 포함해 모든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위기는 기본적으로 언제(when)’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인간다운 삶을 살며 죽음이라는 위기를 슬기롭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이 언제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오늘이라도 죽음이 내 앞에 온다면 나는 성공한 삶을 살았다는 확신을 준비하는 것이다.

기업 위기관리도 똑같다. 임직원들이 만약 공장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만약 우리 제품에서 치명적인 유해성분이 검출돼 규제기관이 이를 적발하게 된다면?’ ‘만약 이번 구조조정에 불만을 품은 직원이 업무 정보를 가지고 내부고발자로 나선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기업들은 기업 위기관리에 기본이 된 기업이다. 하지만, 더욱 위기관리에 준비된 기업들은 전 구성원들이 언제를 생각하는 수준까지 발전한 곳이다. ‘만약이 커야 언제가 된다. 언제란 완전히 준비되어 실패함이 적은 경지를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위기관리는 언제에 대한 이야기다. 이 모두를 개념 치 않는 기업은 빨리 새겨 들어야 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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