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

8월 242009 Tagged with , , , , , , 11 Responses

사수 vs 부사수 – 성장을 위한 관계

이번 가을 학기부터 각기 다른 2개의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하게 된다. 강의를 맡은 하나는 대학교 강좌고 ‘PR Writing’에 대한 주제다. 하나는 지난 8년간 진행해왔던 ‘한경PR아카데미‘ 강의다. 둘다 비슷한 또래의 전공 및 비전공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이 PR아카데미는 최초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시작 해서 올해들어 한국경제 아카데미쪽으로 옮겨 맥을 연결해 놓고 있다. 기존 한겨레PR아카데미는 또 다른 강사님들에 의해 진행이 되고있다. 그 만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PR교육의 기회들이 확장되고 있다는 데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지난 8년 정도를 되돌아보면 학생들에게 또는 쥬니어들에게 PR을 가르치는 방식에 있어서 어떤 특정한 방식이 좀 더 결과를 좋게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특정한 방식은 간단하게 이야기 해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스타일(Style)’식 방식과 비슷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스타일을 시청하면서 흥미로운 예전 경험들 때문에 웃고는 한다)

지금까지 600여명이 넘는 PR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한 Dozen이 넘는 부사수 그리고 에이전시 담당 AE들과 daily 같이 일했는데 그 공통적인 효과적 사사 방식이 그랬었다.

  • 학생들과 부사수들은 칭찬을 해 주면 안된다. 경험상 많은 칭찬을 남발해 주면 거의 모두 사라진다. 쥬니어들은 그 기간이 자신감을 키우는 기간이 아니다. 이 기간에 자신감을 주면 교만해지거나 자만에 빠져 불타버린다.
  • 반복적으로 괴롭혀야 익숙해진다. 괴롭힌다는 표현에 민감할 것 같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반복적인 프레스는 필요악이다. 그 프레스들 중 일부들이 바로 데드라인, 품질, 디테일, 커뮤니케이션, 항상 웃는 얼굴등이다.
  • 친해지되 무서워야 한다. 친해지기만 하면 사수를 친구로 본다. 무서워지기만 하면 사수가 나를 싫어한다 생각한다. 술자리에서는 친구처럼 하지만, 그 다음날 업무가 시작되면 저승사자같이 느껴지는 사수가 있어야 부사수가 성공한다.
  • 실수에 관대하면 안된다. 됐어…쥬니어니까 그럴수도 있지라는 말이 서러워야 한다. 쥬니어라서 그러면 안된다는 말이 더 맞다. 사소한 실수들에 대해 그냥 끄떡 끄떡하는 사수들 밑에서는 좋은 부사수가 나오기 힘들다.
  • 시니컬한게 젠틀한 것 보다 낫다. 쥬니어에게 젠틀한 보쓰들도 내 주변에 있다. 존댓말을 써주고, 경어를 사용하며, 항상 거리를 두고 웃어주는 보쓰가 좋다는 쥬니어들도 있다. 하지만, 도움은 적다. 인간적인 흠모는 가능할찌 몰라도…
  • 눈 높이를 극단적으로 높여 대해야 그 반의 반이라도 간다. 기대수준을 한 껏 올려 잡아야 쥬니어는 부담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전담시켜야 잘해 볼려 노력한다. 처음에는 그런 눈높이가 부담스럽고 괴롭고 벗어나고 싶지만…몇년만 지나면 스스로의 눈높이 때문에 그 밑의 부사수가 고통받고 있는 것을 보게된다.
  • 야단 칠 때는 기억에 남아야 한다. 하나의 충격요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몇년 후에 다른 회사에서 홍보팀장을 하고 있더라도 사수 생각을 하면 쭈삣 할 정도로 자신의 실수에 대해 뼈져린 기억이 있어야 한다. 보도자료 타이틀 하나를 정하는데도…생각나는 사수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 하나 하나의 성장에 대해 꼭 의미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야단치고, 쪼고, 갈구고, 시니컬하기만 하면서 부사수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냥 지나쳐가면 안된다. 단, 성장의 이유를 각인시켜 주어야 한다. 어떻게 내가 성장할 수 있었는가를 복습하는 기회를 주라는 이야기다.



경험상 이런 사수들이 아직까지 내 업무 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들이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일하거나 내가 가르쳤던 자랑스러운 PR선수들도 내가 다 이렇게 대했던 대상들이었다.

물론 일부 선수들은 이런 방식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딴길을 가기도 했다. (이런 케이스가 없다면 또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는 사수로서 A라는 목적지로 떠나는 버스다. 자기가 A라는 곳에 가기를 원하지 않으면 내려서 다른 버스를 타면된다. 억지로 A 버스내에 머물러 고통만 받으라는 요구는 하지 않는다.

한경PR아카데미를 시작하면서 이전의 이런 경험들을 다시 한번 되 살려 보려한다. 같은 버스에 일단 올라탔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