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36편] 변론서로 입장문을 만들어도 되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가 큰 소송을 하고 있는데요. 언론과 온라인에서 관련해 여러 논란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저희가 입장문을 써야 하겠는데, 시간도 없고 해서 법정에 제출했었던 변론서 내용을 좀 편집해서 입장문에 넣어볼까 합니다. 괜찮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주의를 기울이실 필요가 있습니다. 변론서라는 것 자체를 여러분들께서 그나마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사건의 자초지종이 잘 정리되어 있고, 우리측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소송이라는 특성상 분명 상대방이 존재합니다. 만약 언론과 온라인에서의 논란도 그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생겨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그 상대방의 주장이 일부 또는 상당부분 언론이나 온라인 공중을 자극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사의 변론서를 한번 보시죠. 우리측의 주장이 들어있어서 그러한 논란에 맞선 우리의 입장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좀더 제3자 입장에서 변론서를 읽어 보시거나, 상대방 입장에서 읽어 보신다면 받아들여지는 사실관계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드러나 보일 것입니다.

원래 변론서란 그런 것입니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 들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틀리고, 우리가 맞다’는 내용입니다. 거기에 또 법적 다툼의 입장이 들어가 있습니다. 대부분 우리의 행동에 있어 상대방측에서 주장하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요지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는 법적 문제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관계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것과 상당부분 차이가 존재 합니다. 물론 이런 차이가 법정에서는 다툼의 소재가 되곤 합니다. 재판장이 비교해서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절차를 거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그리 큰 문제는 없어집니다

그러나 만약 그런 안정적이지 않은 변론서를 그대로 줄여 자사의 공식 입장문에 싣게 된다면, 앞서 이야기한 여러 사실관계의 차이와 상대방 주장에 대한 공격성은 그대로 포함되게 됩니다. 최초 상대방이 원했던 논란을 줄이기 보다 더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원래 소송이 진행 중인 법정과 별도로 여론의 법정이 하나 더 차려져, 여기에서도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프로세스가 더해집니다.

기업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입장문을 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변론서 기반의 입장문을 내게 되면 그 목적은 물 건너 가게 됩니다. 여러 다툼의 여지를 가지고 다시 여론의 법정에서 논쟁을 시작해야 할 뿐입니다. 상대방은 그 차이와 다름에 대해 다시 반박 할 것입니다. 그에 대해 기업측에서는 다시 한번 그에 대한 재반박을 고안하게 됩니다. 끝 없는 공방이 무의미하게 지속됩니다.

보다 성공적인 입장문은 언론 및 온라인 공중의 입장에서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포함된 것이어야 합니다. 사실 그들은 우리와 상대방 둘 중 누가 맞고 틀리고를 알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들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논란이면 더더욱 그들은 기업이 어떻게 반응 할 것인가를 주목합니다. 만약 기업이 생각보다 공손하고, 배려 깊고, 괜찮은 생각과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면 논란은 상당부분 해소되거나 급속히 사라지게 됩니다. 기업의 입장문의 목적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죠.

소송 관련한 논란에 있어서는 최대한 간단하게 소송내용에 대한 핵심을 정리한 후, 그에 대해 자사의 입장을 담담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와 함께 언론이나 온라인 공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으로 대부분을 채우는 것이 전략적입니다.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입장으로 삼는 그 프로세스가 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입니다.

# # #

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35편] 사람들의 기억을 어떻게 지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몇 년 전 저희 회사 제품 관련 해 온라인상에서 난리가 난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일단 사과하고 소비자들에게 환불과 피해보상을 했습니다. 그 후 저희 제품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났죠. 문제는 지금도 그것이 계속 회자되고 제품 문제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실제 위기관리를 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시기를 그 위기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활성화 시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은 그 위기가 마무리 된 그 후가 더욱 더 장기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후유증 때문이죠.

일단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으로 위기를 겪은 경우, 그 논란이 어떻게든 사라지게 되어도, 해당 제품에 대한 인식은 남습니다. 회사는 극심한 매출부진과 브랜드 문제를 장기간 경험하게 됩니다. 그 후 어떻게든 해당 제품이 문제 없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해 보아도, 여의치 않은 경우들이 많습니다.

공중들은 해당 논란에 대한 기억과 그로 인해 공분했던 기분만을 주로 기억합니다. 상당한 자극이고 분노이자 역겨움인 경우에는 더욱 더 그 기억은 장기화 되고 두고 두고 회자됩니다. 그 논란이 결국 근거 없는 것이었거나, 잘못된 사실관계 때문에 부풀려진 것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도 대부분 그 결론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않습니다. 해당 회사가 그것에 대해서는 적극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기 때문이고, 그에 따라 일반적인 공중들의 인식 체계는 그리 굳어져 버립니다.

위기를 관리할 때 가장 중요한 대응방식은 초기에 인식을 악화시키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공중의 인식이 악화되기 전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해당 회사의 위기관리 대응이 단호하게 실현되어, 회사의 위기 조치, 원인규명, 배상 조치, 개선 및 재발방지 대책을 쏟아내야 합니다.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해당 논란은 생선 같이 상해 비린내를 피우게 됩니다. 당연히 공중들은 그 상한 비린내를 기억하게 되지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대응 방식은 해당 논란의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그 원인에 대해 회사측의 책임이나 문제가 없다면, 그 사실에 대해 강력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초기 대응으로만 위기관리 대부분을 가늠하려고 합니다. 그 이후 추가적으로 원인조사결과나 책임을 다룬 결론이 나오는 경우에는 로우 프로파일로만 대응합니다. 재차 부정적인 인식이 연장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죠.

앞에서도 말씀 드린 바 같이 공중은 논란의 결과를 대체적으로 기억 하지 않습니다. 해당 회사의 책임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는데도, 그에 대해 회사가 적극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면, 그 최초 논란에 관한 기억만 영원히 생존할 가능성은 더욱 더 높아집니다.

회사의 책임이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왔을 때 해당 회사는 더욱 더 사활을 걸고 오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언론에서 재미 없다고 다루어주지 않는다 해도, 보다 적극적으로 해당 결론을 퍼블리시티 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아픈 기억을 다시 끌어내고 싶지 않다 생각하는 만큼, 결론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나마 조금 더 많은 공중이 해당 논란의 결론을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최초에는 일단 하이 프로파일로 사과하고, 결론이 나오면 억울해도 조용하게 있는 용두사미(龍頭蛇尾) 전략은 종종 공중에게 논란 그 자체만을 기억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입니다. 결론이 나왔을 때 최초 용머리에 배가되는 하이 프로파일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십시오. 그 안에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깨달아야 하는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면 더욱 더 좋습니다. 스토리를 만들어 보십시오. 결론에 대한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절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위기 후 예후가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 # #

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34편] 위기관리 자문이 필요한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창사 이래 가장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내부적으로 나름 위기관리조직을 운영하면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이사께서 내부적으로만 위기대응 해서는 안 된다, 외부에서 자문을 좀 받아봐라 하셔서요. 위기관리 자문 가능하시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시 자문과 대표이사의 자세에 대해 참고해 보실 말이 하나 있습니다. 20세기 초 캐나다와 영국에서 저널리스트로 활약했던 허버트 카슨이라는 분의 말인데요. “진정한 리더는 스스로 생각 할 시간이 있을 때 조언을 듣는다. 그러나 위기 시에는 조언을 묻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는 위기 시 행동한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말입니다.

기업에서 대부분 외부 자문을 요청하시는 때는 위기가 이미 발발했을 때입니다. 이미 신문이나 TV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대문짝 만하게 공지되었고, 5천만을 넘어 거의 전세계에 알려진 사건에 대해 대응 자문을 요청하시는 겁니다.

종종 그런 요청에 응해 그 회사의 위기대책회의에 들어가보면, 대표이사를 비롯한 여러 임직원들이 위기관리 자문사가 어떤 조언을 해 줄까 귀를 쫑긋 세우고 있습니다. 현재 이 암울한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줄 묘안이 있을 것이라 믿는 듯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위기관리에 묘안은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 회사의 일에 대해 가장 많이 그리고 깊이 아는 분들이 모여 있는 곳이 사내 위기관리조직입니다. 그리고 그 회사를 움직이는 의사결정권자가 계신 곳도 그곳입니다. 모든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어떤 의사결정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조직에서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은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 자문사는 결코 그 ‘사정’을 해결해 드리지 못합니다. 대표이사께서 외부 자문을 좀 받아 보라 하시는 것은 그 ‘(못 할)사정’이 있으니 그 ‘사정’을 감안한 차선책이나 다른 아이디어를 얻어보라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자문사를 고용해 상황 브리핑 하는 일선 그룹에서는 그 ‘사정’을 입으로 말하지 못합니다. 공공연하게 그 ‘사정’을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외부 자문사에게 솔직한 그 ‘사정’을 자세히 설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문사로부터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조언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이런 경험 때문에 위기관리 자문사를 비롯 모든 자문사를 ‘소용 없다’ 평가하는 분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자문사의 자문 수준이나 내용은 딱 클라이언트의 노력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클라이언트가 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설명과 정보 업데이트를 지속한다면, 자문사는 그에 의거한 전문성을 발휘 합니다. 원팀 마인드로 자문사와 원활한 소통이 지속된다면 상호 불만은 최소화 될 수 있습니다.

그보다 좋은 것은 대표이사께서 내심 의사결정하기 원하시는 것을 직접 자문사에게 묻는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이렇게 대응 하고, 부서별로는 이런 식으로 대응하라 했으면 하는 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식의 질문이 보다 나은 자문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질문 방식입니다.

그 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은 대표이사가 위기 시 허버트 카슨의 말 대로 ‘그냥 빨리 행동하시는 것’입니다. 자문은 평소에 받아 위기 발생 시 자신과 조직이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미리 상상해 놓으라는 의미입니다. 허버트 카슨의 말은 조언 받지 말라는 의미라기 보다 평소에 조언 받아 충분히 준비해 놓으라는 주문인 것입니다.

# # #

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33편] 위기관리를 위한 리더십이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어떤 지시를 내리면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부서장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상황관리가 안되고, 계속 문제가 증폭되기만 합니다. 제가 CEO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부서장들이 협조 하지 않아 정말 힘이 듭니다. 리더십이 부족한 거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우리가 일반적으로 CEO에게 최고의사결정권이 주어져 있다고 하지만, 기업이나 조직 유형에 따라 그런 권한이 피상적이고, 실제 리더십은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일부 조직의 경우 조직 특성상 CEO 역할을 하는 자가 모든 부서를 대표하지 못하거나 각 부서장을 대상으로 강력한 강제력을 발휘할 수 없는 체계도 있습니다.

대학이나 병원, 종교단체 같은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그룹들이 바로 그런 류입니다. 여러 회원사가 모여 하나의 조직을 이루는 ‘협회’ ‘조합’같은 곳도 그런 류에 속합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조직된 곳이지만, 무언가를 하기에는 그 조직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가 생각할 때 위로는 CEO에서 아래로는 일선직원에 이르기 까지 위기관리를 위한 하나의 마음을 가질 것이라 생각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조직에서는 CEO를 비롯한 거의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상당히 정치적이거나 아니면 아주 반정치적인 내부 상황이 펼쳐 진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위기 시CEO가 이런 지시를 합니다. “빨리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 해야 하겠습니다. 실무단에서 OOO부서장께서 기자회견 질의응답을 진행해 주세요.” 이런 지시에 해당 부서장은 “못합니다. 제가 그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얼굴 팔릴 수 있는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답변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CEO는 사실 이런 반응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 CEO가 외부자문이나 전문가 그룹을 고용해 위기관리팀에 조언 해도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외부자문 그룹에 대한 공격만 더 해 지게 마련입니다. 이런 조직의 경우 대부분 논의만 지루하게 이어지고 실행은 없습니다. 실행을 하더라도 아주 일선 차원의 단순 실무자 대응이 주를 이룹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모든 대응은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끕니다. 당연히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조직에서 당면한 위기를 그나마 관리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최고의사결정권을 가진 분이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해야 합니다. 평소에는 형식적 CEO를 통해 경영을 위임해 왔다 하더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원 전반을 강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이 위기관리에 나서야 합니다.

필자는 이와 같이 평시 리더십과 위기 시 리더십이 분리되어 있는 조직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 중 위에서 조언한 바와 같이 실질적 리더십이 위기 시 위기관리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는 그들 중 열에 하나도 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는 경우에는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대신 상당수가 배후에서 해당 CEO에게 조언하고 이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간접적 노력들을 합니다. 그러나 그 경우 더욱 더 난맥상은 커가게 됩니다. CEO가 지시하는 것이 CEO자신의 생각인지, 아니면 배후에 머무르는 실질적 CEO의 것인지 부서장들이 헷갈려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 더 많은 부서장들은 그 배후에 있는 실질적 CEO의 의중을 점치는 데 시간과 정보력을 활용합니다. 말 그대로 불필요한 집안 싸움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CEO는 위기 시 가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먼저 내부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내부적으로 누가 위기관리 리더십을 쥐고 있는지가 정해져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조직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그 생각을 버려야 위기는 관리됩니다.

 

# # #

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32편] 홀딩 스테이트먼트라는 게 뭔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미국 본사에서 다가올 위기를 대비해서 한국 지사 스스로 홀딩 스테이트먼트(holding statement)라는 것을 미리 만들어 놓으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이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핵심 메시지나 공식 입장문 하고는 뭐가 다른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선에서 실제 많이 혼동되는 단어들인데요. 이번 기회에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먼저 ‘핵심 메시지’라는 것이 있지요. 영어로는 ‘Key Message’라는 단어를 씁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자의 질문을 예상하고 기업이 미리 준비한 공식 답변’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트레이닝을 위해 미리 개발되고, 실제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언론 인터뷰, 코멘트, 기자회견 등에서 구두로 전달됩니다. 또한 핵심 메시지는 언론을 넘어 정부, NGO, 고객, 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질문에도 공히 전달됩니다. 꼭 언론용이라고만은 할 수 없고, 이해관계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메시지를 통칭합니다.

‘공식 입장문’은 영어로 ‘Official Statement’라고 합니다. 이슈나 위기 발생시 주로 언론이나 공중들을 대상으로 공표하는 공식 입장을 의미합니다. 물론 핵심 메시지로 채워 집니다. 보도자료 형태로 기자들에게 배포되기도 하고, 사과나 해명 형식을 띠면서 언론에 광고 형식으로도 게재됩니다. 물론 온라인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에서도 공지되는 문서입니다.

반면 질문하신 홀딩 스테이트먼트(Holding Statement)는 한국어로 정확하게 표현할 단어가 없어서 그냥 영어 독음으로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이 홀딩 스테이트먼트는 이슈나 위기 발생 ‘초기’에 커뮤니케이션 하는 준비된 메시지입니다. 물론 실제 상황파악이 완전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사고 시 사상자나 피해범위 등을 아직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초기에 주로 언론을 통해 전달하는 발표 메시지를 홀딩 스테이트먼트라고 합니다.

우리가 주로 언론 기사나 보도에서 접하는 기업의 한두 줄 코멘트가 홀딩 스테이트먼트입니다. “현재 관련하여 상황을 파악 중입니다.” “심심한 애도를 표하며, 자세한 입장은 정해지는 대로 공표 될 것입니다.” “현재 사고원인을 파악 중이며, 빠른 시간 내에 관련 사실을 확인하여 브리핑 하겠습니다.” 등과 같은 형식으로 상황 초기에 기업들이 홀딩 스테이트먼트를 전달합니다.

일반적으로 홀딩스테이트먼트에는 기자들이 상황 초기에 알고 싶어하는 사실관계가 들어가야 합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왜? 어디서? 어떻게? 등의 구성 요소들이 포함됩니다. 홀딩 스테이트먼트의 특성상 정확하게 완전한 정보가 포함되기는 힘들지만 발표 당시 확인 가능한 정보들은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런 사실관계 외에 홀딩 스테이트먼트에는 필요 시 애도나 공감 메시지가 들어 갑니다. 기업의 입장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기업이 해당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죠. 또한 상황과 관련된 회사의 원칙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품질 관련 이슈라면, 자사의 품질관련 원칙을 언급하는 것이죠.

반면에 홀딩 스테이트먼트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내용들도 몇 개 있습니다. 추측이나 불필요한 예상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과 숫자를 마구 집어 넣어도 위험합니다. 원인에 대해 초기에 변명 하거나, 다른 이해관계자나 문제 원점에게 책임을 미루는 표현도 부정적입니다. 메시지 특성상 길이가 너무 길어도 좋지 않습니다.

이런 홀딩 스테이트먼트는 평시 매뉴얼 등에 형식을 미리 정해 놓기도 합니다. 각 위기 유형에 따라 초기 커뮤니케이션 시 필요한 정보들을 비워 놓고 홀딩 스테이트먼트 구조를 만들어 놓는 것이죠.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신속하게 필수적 사실을 확인해 채워 넣은 후 바로 발표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위기 시 매번 새롭게 홀딩 스테이트먼트를 만들거나, 상황에 따른 애드립으로 가늠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겠습니다.

# #

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31편] 정신 없이 무언가는 하고 있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위기가 발생 해 위기관리팀이 소집 되었습니다. 각 부서별로 위기관리 경험이 없어, 외부 자문회사에 연락해 자문을 얻고 있습니다. 문제는 부서별로 한 두 개 자문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거죠. 여러 부서가 무언가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불안합니다. 어떡하죠?”

 

[컨설턴트의 답변]

가끔 그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는 기업이나 조직이 있습니다. 발생한 위기가 너무 생소하고 위급하다 느끼다 보니 다양한 외부 자문회사들에게 상당히 많은 SOS를 치는 거죠. 심지어 직간접적으로 해당 기업 위기관리팀에 연결된 외부 자문사들이 십여 개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해당 자문사들이 인하우스 위기관리팀의 리더십하에 일사불란함을 가지고, 각 전문분야별로 협업이 잘 이루어진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경우에는 각 자문사들이 서로간 중복되는 업무를 반복하게 됩니다. 위기관리팀에 소속된 각 부서들이 중구난방으로 자문사들을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각 부서들이 옆 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는 자문사가 어떤 회사인지 알지 못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위기 시 법무팀이 로펌을 고용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일부는 로펌을 경우에 따라 복수로 고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로펌에게 요구하는 위기관리 업무가 단순히 대소송 관련 업무가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그 업무 외에도 대언론전략을 짜라 요구한다던가, 사과문이나 해명문 초안을 짜 달라는 부탁도 합니다. 피해자와의 협상안도 요구합니다. 물론 대부분 로펌들은 이런 업무에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해당 요구들을 수용합니다.

전문사에 대한 이런 비전문적 업무 요청을 한 부서가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부서들이 엇갈려 가면서 하고 있다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회사에게 법적 소송전략이라던가, 향후 검찰 조사 대응 프로세스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경우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도 있을 만큼 두서 없는 업무 지시가 내려오는 것이죠.

인하우스 내부적으로 당황스러움과 혼동이 있기 때문에, 궁금한 것도 많고, 빨리 여러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자문사들이 대부분 유사한 중복 업무를 하게 됩니다. 동일한 이슈에 대해 로펌도 언론대응안을 만들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사도 언론대응안을 만들게 되는 것이죠. 외부에서 개인적으로 자문하는 전직 언론인도 언론대응안을 만듭니다. 인하우스 위기관리팀 내부에서 ‘A라는 부서가 언론 대응안을 만들고, B라는 부서가 소송 전략과 대응안을 만들어라, C부서는 피해자 협상안을 만들어라’ 같은 역할과 책임 배분이 있어야 했는데,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여러 언론대응안이 만들어 지면 얼핏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전문 회사와 비전문 회사들이 각자 언론대응안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것들이 취합되면 더욱 더 언론대응 결정은 어려워 집니다. 그 대응안을 내부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해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그런 역량이 존재하기 힘든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딱히 그렇게 어려운 노력을 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일단,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위기관리팀은 빨리 마주 앉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문사를 통해 조력을 얻으려면 그들 또한 같이 마주 앉아 부서별 역할과 책임을 정확히 배분해야 합니다. 당연히 자문사들은 위기관리팀 내부에 공히 알려져야 하고,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내부적으로 관제 되어야 합니다. 중복 업무는 없애야 하고, 자문사 전문성에 맞지 않는 업무는 맞는 자문사에게 돌려야 합니다. 자문사간에도 협업 마인드가 생길 수 있게 지원해야 합니다. 기업 위기관리팀은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되어 갈지는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 # #

1월 222018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30편] 위기관리팀은 몇 명 정도가 적당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큰 문제가 발생해 매뉴얼에 적힌 대로 위기관리팀을 소집해 보았습니다. 저희 대회의실이 총 30명 정도 들어가는 크기인데요. 매뉴얼상 적힌 위기관리팀원이 거의 50명에 육박하더군요. 상당수가 앉을 자리도 없더라고요. 위기관리팀원은 몇 명 정도가 적당 한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보유하고 계시다는 그 매뉴얼에 문제가 있습니다. 매뉴얼이 만들어 질 때 어떤 지시와 공유가 이루어졌는지 잘 몰라 정확하게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위기관리팀원의 숫자가 그렇게 많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질문에서 “위기관리팀원의 수가 몇 명이 적절한가?”라 하셨는데요. 그 질문에도 정해진 수는 없습니다.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는 인원의 가장 이상적인 숫자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위기관리 리더십과 상당부분 비례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대부분 기업에서 위기관리를 위한 위기관리 핵심팀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가 됩니다.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해 각 주요 부서의 장들이 일단 그 핵심을 이룹니다. 여기에서 의사결정권자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낮은 경우일수록 그 수는 늘어나게 됩니다.

위기 시 의사결정 권한을 여럿이 배분해 자신의 부담을 줄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위기관리팀장을 대표이사가 하지 않고, 홍보임원이나 기획임원으로 배정해 놓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위기관리팀 인원의 수는 배가됩니다.

반대로 오너이자 대표이사가 위기관리팀장 역할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에는 소집되는 위기관리팀원의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수 이하로 줄어듭니다. 아주 극소수가 의사결정 해 지시를 하달 하는 군대 체계로 내부 위기관리 소통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위기관리팀이 만나 의사결정을 하는 시간의 길이와 횟수도 위기관리팀장이 어떤 위치에 있는 분인가에 따라 대폭 늘거나 줄거나 하는 다름을 보입니다. 기업 내에서 아무리 권한이양이나 민주적 기업문화를 자랑해도, 매니저급들이 모여 앉아 결정할 수 있는 수준과 임원급들이 결정할 수 있는 수준과, 사장단급과 오너급의 의사결정 수준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매뉴얼상에서 위기관리팀의 범위를 나누기 위해서는 위기의 상황별 수준을 먼저 나누게 됩니다. 일상적이고 단순한 위기에 대한 대응은 주관 및 유관 팀장급들이 모이는 일선 협업팀 수준에서 다루게 됩니다. 그 위 그리고 또 그 위의 위기 상황별 수준으로 전개되면서 그 위기를 다루는 팀은 상향 조정됩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위기관리팀의 ‘상향 조정’이 곧 위기관리팀 인원수의 증대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위기관리팀의 상향 조정은 점차적으로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의 분리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의사결정그룹이 상위로 조정됨에 따라 이전 팀장 그룹은 이제 실행에만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을 때 수 십 명의 위기관리팀 인원이 모두 위기관리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는 문제가 있는 체계입니다. 인원이 줄어 각 부서 핵심 임원들이 대표이사와 둘러 앉았다 하더라도, 해당 임원이 깊이 있는 상황보고와 검증을 하지 못하고 앉아 있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있는 체계입니다.

또한, 여러 임원들이 대표이사가 부재한 채 모여 앉아 위기관리를 위한 회의를 수시간에 걸쳐 연이어 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의 논의 내용들은 반복되고, 중복되고, 효율적이지 않게 회오리를 칩니다. 이 보다 더한 경우는 이렇게 비효율적인 임원급 위기관리팀 위에 대표이사와 사장급 일부가 모인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있는 경우입니다.

말 그대로 옥상옥(屋上屋)의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죠. 임원급 위기관리팀에서 장시간에 걸쳐 정리된 (결정되지 않은) 위기대응 시나리오들이 그 위 대표이사급 위기관리팀에 보고되는 비효율성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기 시 이와 같이 의전을 따지는 기업이 위기관리에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위기관리는 곧 시간과의 싸움이라 그렇습니다. 작고 빠른 훈련 된 조직만이 시간과 겨를 수 있습니다.

# # #

1월 222018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29편] 아무것도 준비 되어 있지 않으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좀 창피한 이야기인데요. 위기가 발생해 저희가 일단 초기 대응을 하긴 했는데, 언론이나 여러 곳에서 문제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 회사에 홍보실도 없고요. 위기관리에 대해 별로 준비가 안되어 있어요. 대부분 임원들도 경험이 없고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예를 한번 들어 볼까요? 환자가 한 명 있습니다. 그 환자는 중병에 걸렸는데, 그 치료를 받기에는 몸이 너무 약한 겁니다. 병원에서는 해당 환자가 정해진 치료를 받지 못할 정도 몸 상태라고 판단하게 된 거죠. 그런 경우 의사는 치료를 좀 미루면서라도 몸 상태를 먼저 챙기라는 조언을 할 겁니다. 정해진 치료를 하면 그 환자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하는 조언이죠.

질문 하신 임원님의 회사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케이스들은 많습니다. 위기가 발생 한 회사에 들어가 보았을 때,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의사결정그룹이 존재하지 않거나 유명무실하고, 사전에 준비나 훈련이나 경험도 없는 직제상 위기관리팀만 덩그러니 앉아 있고. 기자들의 엄청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이나 반박을 주고 받기 힘들어하는 홍보담당자가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더구나 그런 회사의 내부협업체계는 기본 상황분석이나 공유 그리고 대응 메시지 정리가 전혀 불가능한 체계고, 대신 각 부서장들이 각자 움직이는 그런 형태로 위기를 관리하며 불철주야 하곤 합니다.

이런 경우 컨설턴트들은 위기관리 교과서나 원칙이나 경험에 의해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부정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사실이 아닌 부분과 사실인 부분을 골라내 적절히 해명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 조언 할 때 홍보담당 직원이 곤란한 표정으로 “자신이 없다” 하는 거죠. 그런 경우 컨설턴트는 “그래도 꼭 그렇게 해야 하니까, 한번 해 보시라” 할 수는 더 이상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대신 “그렇다면 섣불리 대응 마시고 그냥 로우 프로파일 하시면서 이렇게 이렇게만 정한대로 간단히 수동적으로 대응하시죠.” 조언합니다. “다른 분들도 괜히 위기관리 한다고 각자 행동하시면서 문제 일으키기 보다는 좀더 내부 공유 힘 쓰면서, 소나기는 어느 정도 같이 맞고 걸어 가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이런 조언 밖에 가능한 것이 없어지는 것이죠.

항상 그런 기업의 위기관리 현장에 들어가보면, 없는 역량을 기반으로 무언가 하려 하다가 일을 더 크게 만드는 경우들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각 부서장이 열심히 무언가 하는 것은 좋은데, 하지 않아야 할 것과 해도 소용 없는 것에 많은 투자를 하고 그 부분이 더 큰 문제를 만드는 것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환자(기업)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치료)를 진행하기 힘든 체력과 상황이라면, 일단 일정기간은 체력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위기 때 훈련을 하거나 시뮬레이션을 해 시간을 할애 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러니, 일단 취약한 부분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일정기간 조직 단위로 몸을 사리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준비 안된 상태에서 장황한 메시지를 여러 곳에 뿌린다 던지, 훈련 안된 창구가 언론과 주의 깊지 못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전혀 규제기관을 알지 못하면서 여러 루트를 통해 규제기관에 영향을 끼쳐 보려고 시도 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전문적이지 않은 직원들이 함부로 피해자들을 접촉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영업직원이나 다른 직원들에게 무리한 위기관리 활동을 지시해 더 큰 논란을 만드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외부의 조력을 빌려 위기관리를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체력이 되는 기업에게 해당 하는 조언입니다. 일단 위기관리를 위한 최고의사결정그룹이 무력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면(위기관리와 분리) 그 어떤 외부 전문가들의 조력도 성공적이기는 힘듭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외부 실무자들끼리 백병전을 이어가다 흐지부지 되곤 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고, 결과론적인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평시 해야 할 일을 한 기업이 최소한의 위기관리라도 합니다. 위기 시 필요할 당연한 숙제들을 평소 하지 않은 기업에게 기적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일단 다가온 위기는 견뎌보고, 그 이후에 체력을 키우는 숙제를 성실하게 시작하는 것이 살길입니다.

# # #

1월 222018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28편] 사과 기자회견이 먼저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병원에서 일종의 의료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경찰과 조사기관이 병원에 들이 닥쳤고요. 모두 현 상황을 파악하느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요. 기자들이 몰려와 병원의 공식입장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 먼저 기자회견을 열어서 상황을 브리핑하고 사과 해야 하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단어의 의미는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또한 위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당연히 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이 핵심입니다. 말씀하신 언론을 대상으로 해 해당 위기를 설명하고 자사의 위기관리 방안에 대해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노력도 그 일환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신속하게 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라는 뜻은 위기관리를 위해 대언론 커뮤니케이션’만’ 먼저 하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더구나 질문하신 병원에서 관리하려 하는 위기가 ‘의료사고’라면 분명히 해당 사고로 피해를 입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들이 위기관리 관점에서 ‘원점(source)’입니다.

해당 원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과 사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위기관리 실행이라는 의미입니다. 원점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른 어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생각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원점이 제외되거나 원점 대상 커뮤니케이션을 건너 뛴 다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종종 문제를 더욱 더 크게 만드는 해사 행위입니다.

사실 위기관리 현장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순서상 맨 마지막이라고 해도 큰 이의는 없습니다. 위기관리 과정에서 실행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순서는 원점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그 다음이 가장 중요한 관련 이해관계자입니다. 그 다음은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의 직원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 후 마지막이 언론이나 일반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은 원점들이 언론 기사를 보고 자신들에게 피해를 입힌 기업의 메시지를 처음 접하게 됩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도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문제를 어렴풋이 인지하게 됩니다. 직원들도 기사를 읽으며 자사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상상합니다. 이런 기업의 경우 어떤 신기한 위기관리 기술을 발휘한다 해도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을 것입니다.

“바빠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원점과 이해관계자와 직원들까지 챙겨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기업 위기관리팀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커뮤니케이션에는 순서와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것을 무시하거나 생략해서는 아무런 별 의미 없는 커뮤니케이션 행사만 반복될 뿐입니다.

정상적인 위기관리팀은 그 순서에 따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평소 많은 준비와 훈련을 합니다. 위기관리팀 내 역할과 책임을 배분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복잡하고 난해하니 그냥 언론을 대상으로 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발표로 모든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을 퉁치자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사고입니다.

환자 및 가족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행정팀의 일이고, 경찰이나 조사기관과는 법무팀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고, 홍보팀은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만 하면 된다 생각하는 위기관리팀 구성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역할과 책임이 정해져 있는 것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각 부서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정해진 전략과 순서에 따라 관리 관제 되지 않으면 위기관리는 어렵습니다. 이 또한 해당 기업의 역량과 경영 품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피해를 입어 아파하고 슬퍼하고 분해하는 원점들을 찾아가 공감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그들을 감싸 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어야 문제가 풀립니다. 추후 시작될 소송이나 여러 협상 같은 것이 우려되더라도 훈련 받은 최고위 인사는 원점인 그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구것이 원점관리입니다.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실행된 다음 언론을 모아 기자회견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기억하십시오. 기자회견은 순서로 맨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그래야 합니다.

 

# # #

1월 222018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27편]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이라뇨?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두 가지 기업이 있다면서요, 하나는 들킨 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들킬 기업이다 라고 하더라고요. 최근 여러 이슈들을 보면 일부 공감도 됩니다. 왜 기업들이 문제를 이리도 개선하지 못 하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미국에는 원래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기업이 존재한다. 위기를 경험한 기업과 위기를 경험 할 기업이다.” 이 말의 의미는 ‘위기는 피할 수 없으니 기업은 철저히 준비해서 사전과 사후에 위기를 잘 관리하라”는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나 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질문에서 예를 드신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 의미는 한국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부정 이슈를 잘 살펴 보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굳이 최근 이슈로만 한정하지 않아도 상당히 많은 이슈들은 해당 기업이 이미 ‘인지하고 있던 이슈’인 경우들입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모르고 있던 이슈’와는 또 어떻게 다를까요?

쉽게 풀어 사람으로 기업을 비유해 보시죠. 어떤 사람이 어느 날 스스로 ‘질환 증상’을 인지하게 됩니다. 왼쪽 가슴 쪽이 심상치 않은 거죠. 예전에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의사 진단을 받은 적도 있어서 ‘아, 내가 다시 심장에 이상이 오고 있구나’ 인지 하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그런 이상 증상이 인지되면 그 사람은 바로 병원으로 가 더욱 더 구체적인 진단을 받고, 수술이나 치료를 받을 것입니다. 이는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하겠다는 자신의 ‘의지’가 전제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반대로 그런 이상 증상을 인지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고 별일 아니라는 듯,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는 활동을 지속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음속에서는 찜찜하지만, ‘큰 문제까지는 생기지 않을 것 같아’라는 기대만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심장마비가 옵니다. 다행히 병원에 실려와 조치를 받아 살아나긴 했습니다. 이 사람은 왜 알고 있던 병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요? 이는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하겠다는 ‘의지’가 약하거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위기를 반복하고 외부로부터의 반면교사가 없는 기업들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 글을 쓰고 읽는 현재 이 시간에도 비서를 성추행하는 기업 오너들이 어디엔가 있을 겁니다. 운전사를 폭행하고 심한 욕설을 하며 이동하고 있는 기업 오너나 임원들도 있을 것입니다. 노예계약이나 황당한 근무규칙을 공공연히 교육하는 기업도 있을 겁니다. 하루 업무 내내 밀어내기에 열중인 사원들도 있을 겁니다. 오염된 원재료를 재활용하고 있는 생산직원들도 아직 있을 겁니다. 그렇게도 많은 전례가 있었고, 실패사례가 있었음에도 개선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아까도 말했듯 이분들은 대부분 ‘지금 내가(우리가) 하고 있는 이 행위가 언젠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은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이 적절한 개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의지로 까지 연결되지 않는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강력한 의지’는 누구의 몫일까요?

당연히 위기관리 의지는 최고의사결정권자로부터 나옵니다. 그에게 위기관리 의지가 없다면 위기관리는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는 행위가 돼 버립니다. 더욱 심하게 표현해 그분에게 ‘위기관리 의지’보다 ‘위기유발 의지’가 더 강하다면. 예를 들어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거래처를 쪼아서 매출 타겟을 맞춰야겠어’ ‘나중에 공정위나 검찰에 고발 되더라도 일단 이 문제는 우리 방식대로 처리하자. 나중에 예상되는 문제는 그 때가서 보고…” 이런 최고의사결정권자 의지가 존재한다면 더더욱 진정한 의미로서의 위기관리는 ‘쓸데 없는 짓’이 되고 맙니다.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을 넘어 최근에는 더욱 더 심각한 기업이 나타나고 있기도 합니다. 그 유형은 ‘다시 들킨 기업’입니다. 언론과 정부기관, 사회단체들부터 소비자들까지 아무리 크게 비판 하고, 처벌을 추진하고, 문제 개선을 직접 요구해도 이런 문제 기업은 별반 달라질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모든 기업이 다 그렇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 보다 많은 기업들이 ‘의지’를 가지고 보이지 않는 개선을 통해 문제의 뿌리를 없애는 위기관리를 성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계속 더 나은 방향으로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탈을 반복하는 의지박약 기업들이 도리어 더 비판 받는 것이죠.

# # #

1 35 36 37 38 39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