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46편

취재 기자와의 통화, 녹취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한 방송사 기자가 우리 회사관련 이슈를 취재하고 있는데요. 하루에도 수 없이 전화를 해 우리에게 질문을 합니다. 홍보실에서 나름 성의 있게 답변해 주고 있는데. 기자가 악의를 가지고 취재한다는 느낌입니다. 앞으로 취재기자와의 통화를 녹취할까 하는 데요, 그래도 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요즘은 고객상담실에서도 모든 고객의 전화를 녹취합니다. 그에 대한 규정을 초기에 알려주며 통화를 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전에는 홍보실에서 기자의 심기를 감안해 녹취하는 것을 주저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대부분 기자 통화를 녹취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아주 중요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더욱 취재 내용 전반에 대한 기록과 녹취 및 녹화가 기업측에서는 필수 업무가 됩니다. 방송사를 비롯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많은 언론이 취재를 통한 녹취나 녹화 기록을 기반으로 보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취재원은 아무런 대응 기록 행위 없이 다양한 노출만 감당해야 합니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이야기하면서 자유롭게 보도를 행하는 한편, 취재원은 그로 인한 개인적 모멸감이나 억울감은 감수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는 공정하지 않은 게임입니다.

취재원도 취재 기자의 질문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 전달 과정을 기록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먼저 이는 회사 내부 보고를 위한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후 보도된 내용의 정확성 비교를 위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향후 언론중재위 제소나 소송을 위한 근거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업무는 공식적 업무라고 볼 수 없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기업의 대외 창구로서 홍보실이 행하는 모든 대 언론 커뮤니케이션은 기록되는 것이 맞습니다. 기자와의 대화와 취재 과정 전반도 기록 대상입니다. TV방송 취재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기업측에서 자체 TV카메라를 통해 취재 장면을 기록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모든 과정을 기록에 남기십시오. 단, 기자에게 사전에 분명한 원칙을 설명하실 필요는 있습니다. 기자의 정확한 취재에 가능한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강조하시면 됩니다. 상호간 불필요한 오해나 이해 부족을 없애는 방법이라 설명하십시오. 기자는 좀 더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게 되고, 최소한 예의를 차려 정확하게 질문할 것입니다.

반대로 이를 원칙적인 업무로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홍보실 창구 역할을 하는 대변인도 전문적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겉으로는 기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녹취 하지 않는다 했지만, 내심으로는 대변인 자신의 답변에 더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대변인 스스로도 녹취가 부담스러웠던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훈련을 통해 그간의 찜찜함을 없애고 보다 완벽을 기해야 합니다.

이런 쌍방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간 녹취는 원칙이 되어야 합니다. 대변인의 더욱 품질 높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실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녹취는 필요해 보입니다. 녹취는 양날의 검입니다. 누가 누구를 협박하기 위해, 추후 소송 시 입증을 위해서만 실행한다는 단편적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품격 있는 취재와 품격 있는 취재 대응이 핵심이 되어야 모두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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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45편

위기 때 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를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눌 수 있다 하셨는데요. 일선에서 위기관리 하는 저희는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왜 중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분들은 커뮤니케이션만으로도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고 이해할 거 같네요. 왜 커뮤니케이션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위기관리를 상황에 대한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리로 나눈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일선에서는 상황에 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제대로 된 상황관리 없이는 커뮤니케이션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으니 상황관리는 아주 중요한 핵심 중 핵심이 되겠습니다.

커뮤니케이션 관리도 중요하고 의미 있다 강조하는 이유는 위기 시 위기관리 주체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현재 그 위기관리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를 이해관계자들이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상황을 그대로 투영합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내용이나 형식만 보면 지금 위기관리 주체의 내심 상당부분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했으며,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을 가지고 있는 위기관리 주체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상황 통제에 대한 자신감과 정확성이 느껴집니다. 반대로 커뮤니케이션에 불안감이나 정확하지 않은 오류들이 포함되어 있으면, 해당 위기관리 주체는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집니다.

만약 위기관리 주체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나 형식을 보고 이해관계자들이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 주체는 제대로 된 대응 전략이나 방향성을 미처 가지지 못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품질 좋은 전략과 방향성을 세웠다면 그를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위기관리 주체의 커뮤니케이션이 때를 놓치고 늦어진다면, 그 의미는 위기관리 주체가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 대고 있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상황파악이나 입장정리가 어렵다는 반증이죠. 일부 경우 전략적으로 노 코멘트나 로우 프로파일을 견지하려 하기 때문에 순간 느리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해관계자들이 봐서 때를 놓치고 ‘실기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면 이미 해당 전략은 의미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함부로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위기관리 주체가 있다면, 그 위기관리 주체의 수준을 이해관계자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위기 시 아무 준비 없이 커뮤니케이션 한다거나, 이해관계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거나, 쓸데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거나, 황당한 커뮤니케이션만 한다거나 하는 모든 현상들은 이해관계자가 해당 위기관리 주체를 정확하게 평가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대한 위기 일수록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합니다. 위기관리 주체의 관리상황과 수준 그리고 의사결정자의 철학과 의사결정 품질을 비롯한 많은 가치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외부에 검증 받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 투영된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가리고 숨길 수 있는 것이 매우 적습니다. 위기 시 위기관리 주체의 일거수 일투족은 그대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드러나고 해석됩니다. 그래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렇게나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하십시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모든 것은 그대로 투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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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44편

일단 기부금을 좀 보낼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국가 재난 상황에서 여러 회사들이 앞다투어 지역에 기부금을 보내고 있더군요. 저희 회사에서도 기부금을 보내야 하지 않겠냐 하는 이야기가 있네요. 일단 다른 회사처럼 기부를 좀 해야 하겠지요. 그게 맞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이 재난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넘어 어찌 보면 당연한 기업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표적 기업들은 어려운 시기에 매번 어려운 국민들을 도와 왔습니다. 각 기업마다 기부금 규모나 기부 형식에 있어 다름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런 활동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시각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 시각으로 볼 때 기업의 그런 기부 활동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좀더 전략적인가 하는 고민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물론 국가 재난 시 당연히 기부를 해야 한다는 사내 원칙이나 전례가 있다면, 그에 대한 문제까지 제기하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것은 그 대로 전통을 지켜 나가면 됩니다.

그 외 일부 기업 중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적 가치 창출 차원에서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을 때는 한번 생각해 볼 주제가 있습니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습니다. 특정 지역에서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해당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시작합니다. 자사에서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냥 다른 기업처럼 기부금을 마련해 전달합니다. 그리고는 사회적 책임을 다했고, 자사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일조했다고 합니다. 이게 전부일까요?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사 주변에서 자사에게 영향을 주는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입니다. 그 이해관계자는 직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거래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객들이 될 수도 있고, 지역 커뮤니티, 투자자, 시민단체, 정부기관, 언론 등 다양한 그룹이 있을 것입니다.

국가적 재난 상태에서 기업이 가장 먼저 돌아보아야 하는 대상은 바로 그런 이해관계자일 것입니다. 만약 해당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이해관계자가 고객 그 중에서도 소상공인들이라면, 해당 기업은 어떤 순서로 사회적 책임이나 가치를 창출해야 할까요?

당연히 그런 이해관계자를 먼저 도와야 할 것입니다. 그 대상이 지역 커뮤니티라면 그 커뮤니티에 먼저 지원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고객 소상공인이 울고 있다면 해당 기업은 그들에게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직원들이 아파한다면 직원이 그 대상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가까운 이해관계자들을 돌아보고, 그들의 문제나 고통을 해결해 주려는 노력이 항상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퍼블리시티 차원에서 가치 있는 외부 기부나 봉사는 그 다음입니다.

가족에 비유해 보시죠.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어머니, 자녀, 부모, 형제 자매, 그리고 친구, 선배, 선생님, 지인과의 관계는 생략 한 채, 외부 봉사나 기부에만 신경 쓰는 아버지가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시죠.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주변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긍정적 관계를 기반으로 기업이 다양한 기부와 봉사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좋은 일에도 분명 우선순위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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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43편

저희도 목소리를 내야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국가 재난 상황에서 일부 언론이 가짜 뉴스를 통해 정부를 돕고 있는 저희 회사 관련 논란을 제기 했습니다. 물론 정부부처에서 강력 대응하고 관련 사실을 교정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죄인처럼 가만히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목소리를 내야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하는 것은 이 상황에서 ‘위기/이슈관리의 주체가 우리인가? 정말 우리가 주체여야 하는가?’입니다. 위기나 이슈상황에서 자사만 단독으로 비판의 대상이 된 경우라면 당연히 적절한 대응을 스스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비판의 대상이 여럿이거나, 비판의 목적이 자사 이외의 다른 주체들을 향하고 있다면 대응에 있어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쉬운 말로 혼자 나서서 튀어 보이는 것은 전략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럿이 얽혀 있는 논란에서 자사만 나서서 논란을 더욱 심화 시켜서도 안될 것입니다. 이미 다른 이슈관리 주체가 나서서 논란 해소를 시도하고 있는데, 자사가 뒤 따라 나서 문제를 더 크게 만들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만약 자사가 꼭 나서야 한다면, 다른 이슈관리 주체들과 사전 충분한 논의와 역할 배분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무적인 차원에서는 실제 여러 주체들과의 사전 협의라는 것이 대부분 현실적이지 않고, 완전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여러 주체가 얽힌 이슈에서 여러 회사가 나서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먼저 다른 주체가 나서 있다면 더욱 더 자사는 면밀하게 상황을 관찰하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창구가 많으면 말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은 배가됩니다. 창구가 많아 질수록 메시지는 다양화되고, 구체적이 됩니다. 곧 기사 거리는 더욱 더 풍부해 지는 셈입니다. 게다가 창구끼리 서로 전략이나 주장의 방향이 다른 경우에는 곧바로 재앙으로 연결됩니다. 회사가 그런 모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일단 선정되었거나 자발적으로 나서는 중요한 이슈관리 주체의 대응을 면밀하게 지켜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한 태도입니다. 만약 그 주체의 대응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거나, 자사의 전략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전이 된다면 그 때 가서는 자사의 개입이나 커뮤니케이션 개시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가장 경계하셔야 할 것은 무조건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겠다는 내부 의견입니다. 억울하니까, 황당하니까, 말도 안되니까, 팩트가 틀리니까 우리가 직접 나서서 강하게 반박 하자 하는 분위기가 생길 때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하면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하신 것과 같이 정부부처들이 다양하게 얽혀 있고, 그 논란의 화살이 정부부처들에게 있을 때에는 내부적으로 흥분을 좀 가라 앉혀야 합니다.

정부부처의 즉각적 대응을 먼저 지켜 보십시오. 만약 자사가 원하는 전략이 있거나 자사가 대응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커뮤니케이션 이전에 정부부처들과 최대한 협의하십시오. 그들이 그것이 적절할 것이라 본다면 그 때 가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낫습니다. 위기나 이슈상황에서는 가능한 현존하는 부정적 상황을 유지 또는 해소 관리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만약 반대로 상황을 키우고 악화시킬 수 있다면 어떤 대응이라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으며 침묵하는 것도 분명 위기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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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42편

신속한 대응은 어떤 의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위기상황을 겪어보니 빨리 빨리 하라는 지시가 많아 정신이 없더군요. 마음 같아서는 뭐든 빨리 해 버리고 싶은데, 이것 저것 걸림돌이 많아 고생을 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신속한 대응을 매번 강조하던데, 신속한 대응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의미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 심정을 이해합니다. 이 신속함이라는 것의 기준이 내부와 외부 간에 서로 다르고, 또 그 신속함의 타이밍이라는 것도 모든 사람 기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항상 위기가 발생하면 ‘빨리 빨리’라는 이야기들만 어지럽게 충돌하곤 합니다. 다른 기업에서도 공히 그런 혼동을 경험합니다.

윗분들은 ‘왜 대응이 빨리 안되지?’ 생각하고, 일선 실무에서는 ‘그건 그렇게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하는 하소연이 생기기도 합니다. 온라인이나 일선에서 외부 이해관계자 반응을 들여다보는 분들은 회사의 대응이 한없이 늦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과 여론에 비해 회사의 대응은 거북이 걸음처럼 느리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실행을 맡은 팀에서는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 메어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들은 그래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 자꾸 채근만 하는 다른 부서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현장을 모른 채 빨리 빨리만 남발하기 때문이죠.

평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실행 신속성의 확보입니다. 평소 다양한 위기 시나리오를 검증해 보다 보면 핵심 대응의 형태들이 정리됩니다. 그 후 각각 대응 형태를 깊이 고민해 보면, 실제 대응하는 경우에 소모되는 시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발견이 핵심입니다.

그 예측되는 ‘대응 준비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켰는가 이것이 잘된 위기관리 시스템의 기준 중 하나가 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발생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국민에게 어떻게 마스크를 배분하는가 하는 대응에 있어서도 ‘대응 준비 시간의 단축’ 개념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최고 의사결정자들은 ‘국민에게 신속하게 마스크를 배분해 패닉을 방지하라’ 지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지시가 실제 현장에서 신속 실행되려면 사전에 이미 ‘대응 준비’ 작업이 존재했어야 합니다. 부족한 마스크 자산을 국민에게 문제없이 배분하려면 꼭 필요한 생산, 유통, 배분, 전산, 창구 시스템들이 사전에 제대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신속한 배분을 지시 받고 실무그룹이 그 때부터 부랴부랴 생산 체계를 점검하거나, 전산 시스템 설계와 발주를 챙겨 시작하게 되면 실제 대응은 이미 타이밍을 한참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많은 기업과 정부 조직에서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는 ‘늑장대응’ 상당부분이 이러한 평시 준비된 ‘대응 시간 단축’ 노력과 관련 자산의 부족에 기인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미리 만들어 놓으면 편합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뭐든 빨리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상식에 대한 생각을 우리가 미리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 이걸 미리 좀 만들어 놓을걸…’이런 한탄을 매번 한다면 더 문제입니다. 반대로 ‘지난 번에 이걸 만들어 놓아서 참 다행이다’라는 감사를 반복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평소에 위기관리 시스템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시기를 바랍니다. 예습과 복습 그리고 숙제는 그때 그때 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시험 때 문제를 빨리 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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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41편

정보만 잘 전달하면 되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감염병 위기를 맞아 정부부처에서 지속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어서, 기업에서도 유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상황관련 수치를 계속 업데이트 하면서 정보 전달을 잘하던 데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정보 전달만 잘 되어도 성공한 거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 정보 전달 이전에 정보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은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렇게 훌륭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 나가면서 적시에 전달하는 것은 위기관리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에 하나 더해 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전달과 커뮤니케이션의 차이에 대한 것입니다. 전달은 영어로 딜리버리(delivery)입니다. 정보의 전달은 정보가 국민이 접하는 매체를 통해 그들에게 읽히거나, 들리거나, 보이거나, 느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흔히 전달이 곧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광고를 대형 신문에 게재하였으니 그 광고 내용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다 믿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상당수의 소비자들에게 전달은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광고 내용이나 메시지가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되었다고 까지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정부에서 감염병 관련 상황에 대해 여러 정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해 가면 전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그 정보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되고 있다 간주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 국민들은 정부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자신의 생각과 기준대로 소화해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반대로 정부의 정보를 그저 숫자로만 해석하거나, 환자나 감염 범위가 늘고 있구나 하는 표면적인 이해로만 받아들이는 국민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는 정부의 정보를 왜곡 해석하거나 비판적으로 수용해서 자신의 생각과 기준에 따라 달리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의 노력과 의도와는 달리 감염병에 관련 한 국민의 패닉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정보의 전달만으로는 그 가치가 흔히 반감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나 기업은 위기 시 정보 전달을 넘어 그에 어떤 노력을 더해야 할까요?

정보를 한번 더 해석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해당 정보가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왜 가치 있는 것인지, 어떤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해석을 더해 정보를 소화가 잘되는 상태로 만들어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해석을 제대로 곁들이지 않는 정보는 날 것과 같습니다. 소중한 아기들을 위해 엄마는 영양이 풍부한 당근, 감자, 옥수수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요? 딱딱한 당근, 껍질 그대로의 감자, 말라 있는 옥수수 알갱이를 그대로 전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근과 감자 옥수수를 깨끗하게 다듬고, 삶고, 갈고, 섞고 간을 해서 부드러운 이유식을 만들어 전달하는 노력을 할 것입니다. 정부나 기업의 정보 전달도 그런 노력을 더 해야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제대로 된 해석을 곁들인 정보가 곧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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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40편

정부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져다 써도 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전염병 위기로 정부부처들이 활발하게 위기관리를 하고 있는 중에 저희 회사도 이번 계기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보자는 논의가 있습니다. 정부 부처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져다 좀 수정해서 쓰면 어떨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실제로 여러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비교해 보면, 기업 상호간 매뉴얼을 공유해서 각 기업 버전으로 세부 수정 정리해 놓은 경우들이 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대형 기업에서는 실제로 정부 기관의 표준 매뉴얼을 자사 버전으로 변환 시킨 흔적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정부에서는 정부 차원의 국가 위기관리 매뉴얼을 개발한 적이 있습니다. 국가적 재난과 위기 상황을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 각각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고, 그 형식을 표준화 해서 각 부처별로 하달 해 세부 매뉴얼이나 부처별 내용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체계적으로는 상당히 의미 있는 노력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질문하신 의미의 핵심은 그렇다면 그런 정부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져다 기업이 사용하면 어떻겠는가 하는 것인데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구성에 대한 개념은 어느 정도 얻으실 수 있어도, 그 매뉴얼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내용을 일부 수정하는 차원에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권장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정부 매뉴얼과 기업 매뉴얼의 가장 큰 차이는 의사결정 주체의 다양성과 특정된 대응 분야, 법적 근거 유무입니다. 정부 매뉴얼은 먼저 단계별로 의사결정그룹을 정해 놓고 있습니다. 기업에서도 일부 위기 단계별로 대응 조직에 대한 분리를 정하고는 있지만, 그와는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기업에서는 굳이 그렇게 다단계의 별도 의사결정그룹을 정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정부 부처 매뉴얼은 해당 부처의 책임하에 있는 대응 분야가 정해져 있습니다. 국방부의 위기, 보건복지부의 위기, 외교통상부의 주요 위기가 모두 각각 다릅니다. 기업에서도 부서별로 다양한 주요 위기가 연결은 되지만, 부서별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따로 만들어 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부서별로 의사결정 하고 부서별 대응하여 관리할 수 있는 위기는 기업에게는 일상 업무이지, 전사적 위기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법적 규정이나 절차 등에 크게 구애 받지 않습니다. 정부 부처야 모든 실행 의사결정이 법과 규정에 의거해 정리되어야 사후 문제가 없고, 협조체계도 순조롭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전략적 판단이 상당 부분 위기를 관리합니다. 물론 기업도 법을 지켜야 하고, 정관이나 여러 규정이 존재하지만, 위기 시 정부기관들의 그것과는 의미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정부기관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목차나, 대응 프로세스의 체계, 보고와 브리핑 체계, 커뮤니케이션 체계, 기타 대응 물자와 협력 체계 등에 대한 벤치마킹에는 어느 정도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매뉴얼도 그렇듯, 그대로 가져와 조그만 다듬어 우리 것으로 쓸 수 있는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매뉴얼 자체의 보유 여부에만 신경 쓴다면 몰라도, 실제 위기 시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어려울 것입니다. 정부는 정부다운 매뉴얼, 기업은 기업 다운 매뉴얼이 핵심입니다. # # #

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39편

법무와 홍보의 통합이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이슈가 하나 있어서 로펌 변호사들을 대거 투입해 회사측에 유리한 법리를 따지고 있습니다. 홍보실과 위기관리펌에서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회장님께서 이번 케이스에서 법무와 홍보 두 기능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라 하는데, 통합적 운영이라는 게 어떤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대형 이슈나 위기 관리에 있어 법무는 홍보와 함께 큰 두개의 대응 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각한 이슈나 위기에는 항상 법적 문제들이 따라옵니다. 그에 대한 대응은 일차적으로 법무의 것입니다. 하지만. 홍보 기능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해당 이슈나 위기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선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종종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무와 홍보가 따로 움직이는 경우입니다. 법무는 지시 받은 법무 업무만 하고, 홍보는 법무가 어떤 어프로치를 하건 홍보 나름대로 업무를 하는 경우이지요.

때로는 오너나 대표이사 스스로도 법무와 홍보를 상호 분리해 관리하는 습관을 보이기도 합니다. 법무와는 더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하는 반면, 홍보와는 외부로 흘러 나가도 크게 문제없을 수준의 스토리만 공유한다 자랑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 어프로치가 더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이슈나 위기 발생 시 법무와 홍보의 양대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면, 회사는 엄청난 역량을 보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강한 논리와 근거들을 홍보기능을 통해 다양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홍보 기능을 통해 불씨를 살린 지지 여론이 회사의 법적 주장에 큰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실패한 위기관리는 여론으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으면서, 결국 법정에서도 패배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그 다음 실패는 여론에게 일부 공감 받았지만, 법정에서 패배해 버리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여론으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았지만, 법정에서는 의외로 승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세가지 실패는 부분적으로만 차이가 있을 뿐, 결국은 모두 실패에 더 가까운 위기관리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위기관리는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여론으로부터 어느 정도 공감을 받으면서, 법정에서도 승리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결과는 절대 법무와 홍보가 따로 분리된 채 움직여서는 기대하기 힘든 것입니다. 두 기능이 통합적으로 움직이며 서로 이끌고 밀어주는 역동성을 발휘해도 거두기 힘든 결과인데, 따로 멀리 떨어진 패 사일로 안에서만 각자 움직인다면 결과는 뻔합니다.

질문처럼 회장님께서 통합적으로 두 기능을 활용하라 하신 지시는 선진적인 것입니다. 일단 법무실과 로펌, 홍보실과 위기관리펌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십시오. 정기적으로 대응관련 미팅에 함께 참여하라 하십시오. 그 자리에는 물론 핵심 의사결정자들이 같이 모여 앉아야 합니다. 통합그룹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 계속 질문하게 하십시오. 법무에게 홍보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문의하게 하십시오. 법무가 홍보에게 “어떤 자료와 논리가 필요한가?” 문의하게 하십시오. 법무 문서들을 홍보에서 리뷰해 볼 수 있게 하십시오. 물론 그 반대로도 하십시오. 두 기능이 시너지를 발휘할 플랜을 요구해 보십시오. 따로 또 같이. 이런 통합적 기능 활용이 이슈나 위기관리를 보다 큰 성공으로 이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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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38편

팩트와 주장은 뭐가 다른 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어떤 이슈를 가지고 취재하던 기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기자가 질문하길래 열심히 해명했더니, 그건 우리측 주장일 뿐이고, 팩트를 제시하라 하더군요. 저희가 그와 관련한 고소 고발 기록도 있고 해서 해명 한 건데, 더 이상 어떤 팩트가 필요 한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상 홍보를 하건, 이슈나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의 창구 역할을 하건 모든 커뮤니케이터는 항상 자신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팩트인지, 주장인지 또는 더 나아가 의견인지를 정확하게 구별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보면 자사 메시지 속에서 팩트와 주장을 헷갈려 하거나, 의견을 포함한 주장을 팩트라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가 들어오면 안되는 술집에서 경찰이 다가와 한 손님에게 질문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시죠. “혹시 미성년자 아니십니까?” 이런 질문에 답변자는 “보면 몰라요? 제가 동안이지만, 나이 서른입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경우 이 답변자의 메시지는 단순 ‘주장’입니다. 자신은 그게 ‘팩트’라 생각하겠지만, 그 메시지 자체는 당시 상황에서 주장일 뿐입니다.

경찰이 다시 묻습니다. “그래도 신분증을 보여주시죠.” 일부 답변자는 “내가 서른살인데 왜 신분증을 보여주어야 하는가”며 다툽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여기 제 주민증 보시죠. 맞지요?”하며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이 경우 비로소 답변자의 주장은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 팩트가 됩니다.

기자가 묻습니다. “회사가 이런이런 나쁜 짓을 했지요?” 홍보담당자가 답변 합니다. “김기자님, 저희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저희는 그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저런저런 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런 문제가 발생될 수 없습니다.” 보시죠. 이 답변에서 팩트는 어느 부분일까요? 팩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 답은 주장과 의견이 혼합된 답일 뿐입니다. 물론 답변한 홍보담당자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분통이 터지겠지요.

기자가 묻습니다. “OOO씨 아시죠? 이분이 회사로부터 이런이런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회사 공식입장은 무엇입니까?” 홍보담당자는 이렇게 답변 합니다. “그분은 저희 회사로부터 이미 소송이 걸려 있는 분입니다. 소송 과정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그런 억지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소송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런 적이 없습니다.” 이 답변은 어떨까요? 소송이라는 것도 팩트고 소송 내용을 보면 전후 배후 설명이 잘 되어 있으니 팩트에 기반한 메시지 같지요? 하지만, 아닙니다. 이 또한 소송을 둘러 싼 양측의 다른 주장일 뿐입니다. 질문에 대응한 팩트는 메시지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왜 기업은 기자의 질문에 종종 정확한 팩트를 제시하지 못할까요? 달리 생각 해 보면 정확하게 팩트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이기 때문에 그것이 이슈이고 위기 상황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하게 팩트를 제시해 기자의 의혹이 풀려 버린다면, 그건 이슈도 위기도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팩트를 제시하지 못할 상황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문제는 자사 메시지 속에서 주장과 의견 그리고 팩트를 제대로 분별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슈나 위기 발생 시 CEO는 물론 경영진 모두에게 그런 엄격한 분별이 있어야, 겨우 전략적 메시징이 가능해집니다. 팩트는 매우 귀합니다. 이슈나 위기 시 팩트를 풍부하게 가진 쪽 승산이 훨씬 큽니다. 주장과 의견만으로는 싸움에서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팩트를 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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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37편

요즘 TV보도에 힘이 빠진 것 같은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예전에는 TV 뉴스로 부정 보도가 나가면 여러 파장이 즉시 전해지고,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사후 압력이 들어오고는 했습니다. 위력이 대단했지요. 근데 최근 모 TV 방송에서 저희 회사를 부정 보도했는데 사후 파장이 아주 미미합니다. 이게 왜 그런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구체적으로 해당 부정 보도를 보고 말씀드려야 할 사안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최근 여러 클라이언트로부터 비슷한 의견과 궁금증을 접하고 있습니다. 공통 의견들은 TV 뉴스 보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말씀처럼 예전 같은 사후 파장이나 위해성이 감소되고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 원인을 몇가지로 정리해 보면, 일단 TV 시청률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작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더구나 TV뉴스 시청률은 예전과 비교해 천치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 방송사에서 자사 주요 뉴스를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는 작업도 하고 있지만, 본방 시청률이 하늘을 찌르던 예전과는 달라졌습니다.

두번째 요인으로 거론되는 것이, 이미 기업 부정 이슈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출되고 확산되는 경로로 굳어진 지 오래 라는 사실입니다. 최근 유투브나 페이스북 같은 채널을 빼고는 기업 이슈나 위기관리를 진행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중요하고 심도 있는 부정 보도를 초기 진행하던 권한을 이미 TV는 온라인에 빼앗겨 버렸습니다. 반대로 온라인 상 논란을 재보도 하는 형태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세번째 요인으로는 TV특성상 구체적 보도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TV보도는 화면이 있어야 하고, 시간에 맞추어야 합니다. 사람을 여럿 만나 취재해야 하고, 실제 가시적 근거들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이런 한계 때문에 부정 보도가 매번 매력적으로 제작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는 TV가 유일한 영상 보도 매체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독점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여럿 중 일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자극적이고 무책임한 부정보도를 하는 유투브 같은 곳과 달리 기존 게이트키핑 프로세스가 발 목을 잡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입니다.

부정 보도의 주제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TV를 통해 예전 같은 위해성이 기업에게 전해지려면, 해당 주제는 ‘아주’ 자극적인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아주 자극적인 주제이면서도 여러 공중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형태의 것이어야 해당 기업에게 예전 같은 위해성을 일부 끼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최초 보도이고,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증거들이 다양하게 제시되는 형태이어야 하지요.

그렇지 못하고, 일부만 자극성을 띠거나, 그 주제가 여러 일반 공중에게 정확한 피해를 끼친다고 보이지 않거나, 최초 보도도 아니고,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증거 대신 편향적인 ‘카더라’ 풍의 보도로는 이제 더 이상 영향력을 키우기는 힘들게 되었습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우려 되는 것은 TV 보도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스스로 위기관리 민감성이나 대응 전략에 힘을 빼는 상황입니다. 이슈나 위기가 사라진 것인 아니라, 이를 보도하는 매체 한 그룹의 유력성이 감소되고 있는 것 뿐이라 보아야 합니다. 자사 관련 한 이슈나 위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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