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5월 062008 Tagged with , 0 Responses

이제 좀 정상인들이 되보자

아침 6시 40분.
동네 고등학교 운동장에 모인다.
꽁지머리, 힙합전사, 화려한 두건, 야구 모자, 후드 티, 구겨진 양복, 슬리퍼, 백팩에 신문을 펼쳐 들고들 있다.

7시.
40대 후반의 아저씨 하나가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를 마치 시간을 끄는 것이 내 일이라고 말하는 듯 시작한다.
동전을 모읍시다. 해외에 나가계시면 소집이 면제됩니다. 제주도 유람단을 모집합니다.
앞뒤도 없고, 재미도 없고 의미도 별로 없는 이야기들, 메시지 들을 느릿 느릿 주절거린다.
아무도 듣지 않고 사람들은 신문을 읽는다.
자 이제 이것으로 소집훈련을 마칩니다.
박수…

박수는 왜 치나.

십년을 넘게 받아오지만…
정부의 예비군제도와 민방위제도도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 처럼이라도 보이게 말이다.

슬리퍼를 직직 끌면서…신나게 걸어 집에 가는 마흔살 아저씨의 뒷굼치를 보면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