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

2월 032009 Tagged with , , , 6 Responses

힘든 야마 생성 과정

연쇄 살인범이 미디어 트레이닝이라는 것을 받았을리는 없지만, 답변 방식에 있어 범인이 자신의 핵심 메시지를 밟고 인파이트 복싱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기자들은 아웃 파이터 형식으로 인터뷰 질문을 돌려가며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별로 큰 야마를 건질 수 없는 평이한 질문들일 뿐더러, 답변자도 답변할 내용이나 의지가 별로 없다는 게 조금 그렇다.

기자들이야 가능한 야마를 잡아보려고 트랩을 까는데…그 트랩이 깔린 질문을 받는 사람은 참 난감하다. 어떻게든 기자들은 새로운 야마를 잡아 낼려 하고, 인터뷰이는 이를 극구 피하려 한다.

아무튼 일문일답들을 통해 어떻게 야마가 잡히는 지 한번 살펴 보자.

▣’경기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 강호순 일문일답  (총 47문)

▶현재 심경에 대해서? (대답없음)

▶유족들에게? 죄송합니다.

▶얼굴 가린 이유는? (대답없음)

▶또 드릴 말씀없나요? 죄송합니다

▶아들에게 한마디? (대답없음)

▶앞으로 참회할 방법 생각한 것 있나요? (대답없음)

▶참회 내용을 책으로 쓸 예정인가? (대답없음)

▶팔곡동 화재 사건 어떻게 생각하나? (대답없음)

▶안에 있는동안 제일 생각난 사람음? (대답없음)

▶아들이나 가족에게 한마디? 죄송합니다.

▶팔곡동 화재사건 인정하느냐? (대답없음)

▶보험사기 혐의는 인정? (대답없음)

▶경찰 수사 받는 동안 힘들었나? (대답없음)

▶반성을 많이 했나? 네

▶어떤 생각을? (대답없음)

▶편하게 심경을 말해달라? 심경 안 편합니다.

▶이렇게 잡힐 줄 몰랐나요? 네

▶씨씨티비에 차 찍힌 것 몰랐나요? 네

▶신경을 써서 다녔나요? 아닙니다.

▶안 잡혔으면 계속 살해할 생각이었나? (대답없음)

▶네 번째 부인 화재 사건 억울하나요? 경찰에 알아보세요.

▶인정하는 건가? (대답없음)

▶가장 후회 되는 점은? (대답없음)

▶책 내겠다는 이야기는? (대답없음)

▶아들에게 인쇄 주기 위한 거냐? (대답없음)

▶가장 후회되는 점은? 사람 죽인 게 후회됩니다.

▶어떤 점이요? 사람 죽인거요

▶의도적이었나? 모르겠습니다.

▶본인도 모르겠다는 말? 후회합니다.

▶충동적이었나? (대답없음)

▶독신 모임에서 만난 여자는 왜 안죽였나? (대답없음)

▶휴대전화 기록 때문인가? (대답없음)

▶반성에 대해 한 마디? (대답없음)

▶유족에게 죄송하다는 말 외에 할 말 없나?

▶여자 죽인거 후회하나? 예

▶카센터와 장모집 화재 사건 억울한가? 안 억울합니다.

▶안 억울하다는 것은 의심 받을 만한 짓 인정하는 것이냐? 카센터는 처음 들어본 거고요. 장모집 건은 오해입니다.

▶어떻게 오해라는 거죠? 경찰한테 물어보세요

▶그 날 부인과 싸우지 않았나요? 아닙니다.

▶그럼 불은 왜 났나? 모르겠습니다.

▶생각나는 사람이나 가족에 대해 한 마디? 유족들에게 죄송합니다.

▶아들에게는? 할 말이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 없나요 아들에게? 네

▶왜? (대답없음)

▶사진 공개에 대해 불편하다고 했는데 가족 걱정되나? 네

▶지금 손으로 얼굴 가린 것도 그것 때문? (대답없음)

▶마지막으로? 죄송합니다.

이중 유효한 답변들 (답변을 받아 낸 질문들) (총 47문 중 24답)

▶유족들에게? 죄송합니다.

▶또 드릴 말씀없나요? 죄송합니다

▶아들이나 가족에게 한마디? 죄송합니다.

▶반성을 많이 했나? 네

▶편하게 심경을 말해달라? 심경 안 편합니다. ==> 이부분은 압권.

▶이렇게 잡힐 줄 몰랐나요? 네

▶씨씨티비에 차 찍힌 것 몰랐나요? 네

▶신경을 써서 다녔나요? 아닙니다.

▶네 번째 부인 화재 사건 억울하나요? 경찰에 알아보세요. ==> 이 답변으로 블로킹

▶가장 후회되는 점은? 사람 죽인 게 후회됩니다.

▶어떤 점이요? 사람 죽인거요

▶의도적이었나? 모르겠습니다.

▶본인도 모르겠다는 말? 후회합니다.

▶여자 죽인거 후회하나? 예

▶카센터와 장모집 화재 사건 억울한가? 안 억울합니다.

▶안 억울하다는 것은 의심 받을 만한 짓 인정하는 것이냐? 카센터는 처음 들어본 거고요. 장모집 건은 오해입니다.

▶어떻게 오해라는 거죠? 경찰한테 물어보세요

▶그 날 부인과 싸우지 않았나요? 아닙니다.

▶그럼 불은 왜 났나? 모르겠습니다.

▶생각나는 사람이나 가족에 대해 한 마디? 유족들에게 죄송합니다.

▶아들에게는? 할 말이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 없나요 아들에게? 네

▶사진 공개에 대해 불편하다고 했는데 가족 걱정되나? 네

▶마지막으로? 죄송합니다.

하나 마나 하는 질문들을 뺀 다음 그나마 트랩이 있는 질문들 (24 질문 중 트랩있는 질문은 12답) 

▶아들이나 가족에게 한마디? 죄송합니다.

▶반성을 많이 했나? 네

이렇게 잡힐 줄 몰랐나요? 네

▶씨씨티비에 차 찍힌 것 몰랐나요? 네

▶신경을 써서 다녔나요? 아닙니다.

▶네 번째 부인 화재 사건 억울하나요? 경찰에 알아보세요. ==> 이 답변으로 블로킹

▶가장 후회되는 점은? 사람 죽인 게 후회됩니다.

▶의도적이었나? 모르겠습니다.

▶카센터와 장모집 화재 사건 억울한가? 안 억울합니다.

▶안 억울하다는 것은 의심 받을 만한 짓 인정하는 것이냐? 카센터는 처음 들어본 거고요. 장모집 건은 오해입니다.

▶어떻게 오해라는 거죠? 경찰한테 물어보세요

▶사진 공개에 대해 불편하다고 했는데 가족 걱정되나? 네

결론적으로 건질 수 있었던 야마들 (의미있는 12답 중 야마 가능 3답)

이렇게 잡힐 줄 몰랐다.
사람 죽인 게 후회된다.
사진 공개로 가족 걱정된다.

이 중 그나마 새롭게 잡을 수 있는 야마 (이상 3답 중 진짜 야마 가능성은 1답)

이렇게 잡힐 줄 몰랐다.

최종 뽑은 이 야마도 사실 별로 기사꺼리가 못 된다. 결국 이 질의응답 기사보고는 킬(kill).

참 힘들다. 불행한 이슈이지만…이 부분은 학습의 소재로만 이해하자.

6월 122008 Tagged with , 0 Responses

Pool로 잡는 야마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께서 법정에 출두했다. 여지없이 기자들의 관심있는 취재가 시작되었고, 기자들이 Pool로 마이크를 엮어 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건희 회장의 목소리이기도 하지만, 이회장이 두번째 답변을 무시한 채 걸어 나가자 한기자가 이렇게 이야기 한다. “가지마, 따라가지마” 그러자 다른 기자들이 야마가 없다고 투덜 거렸던 것 같다 그러자 한 기자가 또 이런다 “죄송할 따름. 죄송할 따름” 아주 야마까지 Pool로 잡아준다. 상부상조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다.

4월 162008 Tagged with , , , , , , 9 Responses

있다. 정말 있다.

언론 인터뷰에서 하지 말아야 할 표현들. 이런 말 하면 꼭 기사 야마가 된다. (전략적으로 원하면 이말을 써라. 하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절대 쓰지 말 것)

이런 말씀드리긴 뭐 하지만…  –> 뭐 하면 하지 마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 그 이전에는 솔직하지 않았던가 보군요
사실 저희도 그렇고 싶지 않지만…  –> 그렇고 싶지 않았는데 왜 그랬죠?
저희라고 그러고 싶겠습니까…  –> 누가 시킨겁니까?
그게 사실은…  –> 내막이 뭐죠?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모르겠는데… –> 모르면 말 하지 마세요
이게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 적절하지 않는 비유는 들지 마세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 개인의 생각을 물어본 건 아닙니다
그 부분은 우리가 말씀 못 드리는 부분이 조금 있다…  –> 그 구린 부분에 대해 말해보시죠?
어떻게 생각 하실찌 모르겠습니다만… –> 모르면 하지 말라니깐…
누가 뭐라해도… –> 그래서 한판 해 보자는 겁니까?
제가 틀리면 말해주세요…  –> 틀려요. 말하지 마세요.
아니 막말로… –> 어따대고 막말입니까?

이런 Don’ts 표현들을 보여드리면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으시는 분들은 다 웃으신다. “에구…그런 말을 대놓고 쓰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있다. 정말 있다. 웃을일이 아니다.

12월 152007 Tagged with , ,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네가 세상을 구했다 해도…”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재미있는 명언들은 많은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하나 있다. “네가 세상을 구했다 해도, 그 사실을 아무도 듣지 못했다면, 그 사건은 일어난 것이 아니다”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언론과 키 메시지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뜻 깊은 말이다.

키 메시지는 비슷한 말로 ‘야마 (언론계 및 홍보계 용어)’ ‘토킹 포인트(Talking Point)’ ‘머스트 에어 (Must Air)’등으로도 쓰인다. 표현 그대로 키 메시지는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꼭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메시지’다.

이는 언론 인터뷰 준비과정의 핵심이기도 하다. 만약 준비한 키 메시지가 타겟 오디언스에게 효과적으로 잘 전달 되었다면 곧 그 언론 인터뷰는 성공했다는 의미다. 그러면 키 메시지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키 메시지는 진실이어야 한다
홍보에 있어 거짓이나 부정확한 정보는 정보 자체는 물론 소스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경계의 대상이다. 기업이나 조직은 특히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일단 변명을 해보려 노력하는 경향이 생긴다. 대부분 단순한 사실의 숨김이나 거짓말로 위기의 첫 파도를 넘기려 하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부메랑이다. 언젠가는 돌아와 자신은 물론 자신의 기업이나 조직에 해를 입힌다. 키 메시지에는 진실만을 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명료하게 자신의 입장을 말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길거나 표현이 애매모호하거나 평범해서 전혀 재미없는 메시지는 키 메시지가 될 수 없다. 누가 듣거나 보아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여야 한다. 표현은 가능한 단정적이고 간단해야 하며,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야 한다. 말하기도 쉬운 평이한 단어로 화려하지 않고 담백해야 한다.

기억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짧은 말’보다 ‘재미있는 말’이 기억에 더 오래간다. 인터뷰 때도 마찬가지다. 사실을 이야기하되 재미있게 구성하는 것이 키 메시지에 생명을 불어 넣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우리 OO제품은 2004년 출시 이래 3년만에 총 1억개가 판매되었습니다. 굉장한 시장의 반응이지요” 단순히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좋겠지만 “출시 이후 3년간 판매된 OO제품들을 쌓아 놓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3번을 왕복하는 분량이 됩니다” 이렇게 시각적인 느낌을 전달해 재미를 덧붙이는 것도 좋다.

인간적인 메시지여야 한다
보통 홍보담당자는 기업이나 조직을 대표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대 언론 메시지가 ‘기업 또 조직 중심’적이어야만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항상 인터뷰를 할 때는 오디언스의 반응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전 모 뉴스시간에 기자가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의 홍보담당자에게 전화 인터뷰를 한 것을 본적이 있다. 기자는 논란을 해명 할 관련 자료 제공을 요구했는데 홍보담당자의 대답은 이랬다. “어…그건 사내규정상 외부로 공개할 수 없는 사항들이라서요…” 시청자들은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그 회사의 사내규정이 오디언스의 권익과 알권리보다 우선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홍보 이론에는 ‘밸런스 법칙(Balancing Act)’이라는 것이 있다. 공중의 알권리(Public’s Right to Know)와 공중이 알고 싶어하는 욕구(Public’s Need to Know)에 밸런스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보담당자라면 공중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별로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정보들을 주는 일은 삼가 해야 하지만, 공중이 알고 싶어하는 데도 그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지 않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특히 인간의 감정을 잘 고려하자.

오디언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기업이나 조직이 하고 싶은 말들 그리고 자랑거리들만을 모아 키 메시지라 내세우는 것도 참 못할 짓이다. 일단 기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꺼리’가 되야 한다. 기자가 기사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까지 멋진 ‘꺼리’를 주지는 못하더라도,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 고민하지는 않게 해주어야 한다.

키 메시지를 준비해서 들여다보면서 ‘이게 과연 우리의 오디언스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인가?”를 한번 고민해보자.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오디언스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에 중간지점이라도 찾아 보는 것이다. 만약 신제품이 출시 되었다면 그 신제품이 출시되었다는 ‘벅참과 감동’은 사실 회사만의 것이다. 이 벅참과 감동이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고민해서 키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이 기자와 오디언스들을 함께 놀라게 하는 방법이다.

일단 나름 훌륭한 키 메시지가 완성되었다면 열심히 리허설을 해보고, 실제 인터뷰시에 언제든 필요할 때 적절하게 활용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관련 된 질문이나 논의 주제가 대두 된 다면 과감하게 키 메시지를 날리자. 가능한 많이 반복적으로. 물론 기자의 반응을 살펴가면서 말이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등 다수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에게 Media Training 서비스 제공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도쿄)/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InBev Corporate Affairs Conference in Miami에 참석해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의 Mr. Isherwood에게 두번째 Media Training 및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입력 : 2007년 12월 14일 13:36:54 / 수정 : 2007년 12월 14일 13:3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