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2026 0 Responses

창구일원화가 부담되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전문가들이 평시나 위기 시 창구일원화를 많이 강조하시는데요. 사실 저희 홍보실은 창구일원화가 부담이 됩니다. 저희에게 아무 정보가 없는데, 기자 문의를 받는 것이 힘듭니다. 차라리 각 부서에서 기자들에게 잘 답변해 주면, 결과가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어떤 상황인지 알겠습니다. 정작 손에 쥔 정보는 없는데 기자 문의는 홍보실로 쏟아지니 창구일원화가 부담스럽다는 말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부담의 원인을 창구일원화에서 찾으시면 해법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니 문제입니다.

창구일원화는 전 세계 대부분 기업이 평시와 위기 시를 막론하고 사내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거의 모든 기업이 같은 원칙을 채택해 실행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창구가 여럿으로 흩어졌을 때 발생하는 문제가, 창구를 하나로 모았을 때 발생하는 문제보다 훨씬 많고 훨씬 심각하기 때문이지요.

창구가 다변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 같은 사안을 두고 부서마다 다른 이야기가 나갑니다. 영업, 생산, 법무, 인사가 제각각의 사실관계와 해석을 내놓는 순간, 기업은 스스로 모순된 메시지를 외부에 노출하게 됩니다. 기자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습니다. 부서를 한 곳씩 찔러 보며 가장 말이 헐거운 약한 고리를 공략하고, 거기서 나온 한마디가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둔갑해 보도됩니다.

준비되지 않은 담당자의 부주의한 발언 하나가 법적 리스크로 번지기도 하지요. 더 큰 문제는 통제 불능입니다. 누가,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회사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위기 시 책임 소재마저 흐려집니다. 톤과 수위가 제각각인 목소리들은 결국 내부 혼선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구 다변화가 꼭 필요하다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조건들이 있습니다. 첫째, 부서별로 언론 창구를 공식적으로 임명해야 합니다. 다변화란 ‘아무나’ 답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사람만 답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둘째, 그렇게 임명된 창구들은 집중적인 대변인 트레이닝을 받아야 합니다. 셋째, 각 대변인은 언론의 문의를 받는 즉시 그 사실과 내용을 실시간 수준으로 홍보실과 공유해야 합니다. 이런 내부 체계와 공적 실행이 갖춰지지 않은 채 창구만 흩어 놓는다면, 그것은 최악의 상황을 부르는 길입니다. 나아가 이는 홍보실의 직무유기와도 맞닿는 문제이기에,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부서별 공식 창구를 임명하고, 그들을 훈련시키고, 실시간 공유 체계를 만들고, 그 다수 대변인을 지속적으로 관리,점검,감독하는 일. 이 모든 수고를 감당하시겠습니까? 그 복잡한 길보다 훨씬 단순하고 확실한 길이 있습니다. 바로 내부에서 홍보실로 중요한 정보와 자료가 흘러 들어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즉 홍보실이 사내에서 정보에 대한 임파워먼트를 확보하여, 명실상부한 유일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홍보실이 힘든 진짜 이유는 창구일원화 그 자체가 아닙니다.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창구를 흩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홍보실로 모이게 하는 것입니다. 정보 없는 창구는 부담이지만, 정보를 쥔 창구는 기업의 강력한 방패입니다. 홍보실의 존재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답글 남기기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Please enter your name, email and a comment.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