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께서 최근에 모종의 건으로 사임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관련해서 인사 홍보 기획 등 임원들이 외부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변수가 있고, 내부와 외부 상황도 그렇고. 이걸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최고경영자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조직 안팎에 상당한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인사, 홍보, 기획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요. 단, 그 고민의 핵심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입니다.
최고위임원의 퇴사, 특히 사임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이유를 외부에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경영 결과에 대한 책임이든, 내부 어떤 사안이든, 그 구체적 내용을 회사가 먼저 밝히는 것이 과연 회사에 이익이 되는가 하는 질문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익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방향은 간결하고 절제된 공식 입장으로만 마무리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후임자가 사퇴 발표와 동시에 선임된다면, 언론의 부정적 추측은 상당 부분 제한됩니다.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신호가 함께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후임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 공백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공백 자체가 뉴스가 되고,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언론의 추측과 익명 소스가 됩니다. 그러므로 후임 선임의 타이밍과 커뮤니케이션은 사임 발표와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더 심각한 변수라면 물러난 전임 대표가 사후에 어떤 형태로든 회사에 부정적인 대언론 활동을 시도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상황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진입합니다. 회사는 전임 대표의 사임 원인과 관련된 사적인 부분까지 공개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고, 반대로 전임 대표는 재직 중 알고 있던 회사의 부정적 이슈를 언론을 통해 제기하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가진 것을 꺼내 드는 난타전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여러 케이스를 직접 다루면서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이 있습니다. 전임 대표와 회사 양측 모두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감정이었습니다. 감정이 커뮤니케이션에 앞서게 되면, 서로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들이 만들어집니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난타전을 벌이다가 개인과 회사가 함께 전혀 다른 주제로 형사적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실행을 충실히 따른다는 전제 위에서, 반드시 추가로 설계해야 하는 것은 상호호혜적 관점에서 최악의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즉, 감정이 생겨나기 전에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서로가 서로를 예우하는 분위기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퇴임 조건, 향후 관계 설정, 공식 입장의 범위와 표현, 이 모든 것이 감정이 개입되기 전에 명확하게 합의되어야 합니다. 그 합의가 문서로 정리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사임은 회사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이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숙도가 드러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난타전으로 끝난 사례들을 보면 예외 없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상호 예우의 설계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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