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경쟁사 공장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해서 위기관리를 하는 것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저희 분석으로는 그 회사 최초 사과문도 그렇고, 사고현장에서의 기자회견 메시지도 그렇고 별로 벤치마킹할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경쟁사의 위기관리에서 대체 뭘 배워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좋은 모니터링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질문 속에 이미 한 가지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배움이란 ‘잘한 것’에서 얻는 것이라는 전제이지요. 경쟁사가 잘한 것을 보고 우리도 저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지극히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접근입니다. 그러나 위기관리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편이 더 중요합니다. 경쟁사가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서 배우는 일이 그것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잘한 것은 사실 금방 따라 할 수 있고, 따라 하기도 쉽습니다. 좋은 사과문 한 장, 잘 정리된 메시지 하나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기에 모방의 출발점이 분명합니다. 반면 경쟁사가 잘하지 못한 부분은 다릅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과 조건이 분명히 있었다는 뜻이고, 그 사정과 조건은 우리 회사에도 그대로 잠복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경쟁사의 실패는 곧 우리도 똑같이 실패할 수 있는 지점을 미리 보여 주는 거울인 셈이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그 못한 이유를 우리 안에서도 찾아내 고치고, 미리 개선해 두어야 합니다. 잘한 것을 따라 하기보다 이쪽이 훨씬 어렵습니다.
말씀하신 사과문과 사고 현장 메시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그들보다 더 나은 사과문을 쓰려면, 그 품질과 전략을 끌어올리려면, 결코 짧지 않은 사과문 개발 연습과 반복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곧 오랜 시간의 투자와 전담 인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사고 현장에서의 기자회견과 질의응답을 전략적으로 해내는 일은 이보다 훨씬 더 큰 준비와 훈련을 요구합니다. 특히 대변인 역할을 맡아야 하는 대표, 공장장, 안전·환경 임원에 대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훈련은 생각보다 훨씬 많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누구도 하루아침에 숙련된 대변인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가져야 할 것은, 표현이 다소 거칠지만 굳이 말씀드리자면 경쟁사와 다른 기업의 위기관리를 보며 ‘샘’을 내는 습관입니다. 저들이 잘했다면 어떻게, 왜 잘했는지를 파고들면서 ‘우리도 저만큼은 해야겠다’는 건강한 경쟁심으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저들이 못했다면, ‘우리는 절대 저렇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또 다른 의미의 샘을 내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경쟁사의 위기관리로부터 별반 배우려는 관심이나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뒷담화나 비하인드 스토리에만 관심을 가지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해당 케이스를 허비하기도 합니다. 일부는 경쟁사에게 그런 위기가 발생했는지조차 관심 없는 경우도 실제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태도가 더 큰 문제겠지요.
경쟁사의 위기관리는 잘하든 못하든 모두 우리의 교본입니다. 잘한 것에서는 따라잡을 목표를, 못한 것에서는 피해야 할 함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진짜 벤치마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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