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위기관리 책들을 보면 ‘해야 할 일(Do’s)과 하지 말아야 할 일(Don’ts)’들을 아주 다양하게 제안하고 있더군요. 저희가 볼 때에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서로 상반 관계에 있는 것 같고, 복잡해 보입니다. 그 둘 중 어느 쪽이 더 위기관리에서 중요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말씀처럼 위기관리에 대하여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정리된 분량은 방대합니다. 그리고 그 둘은 상당 부분 상반 관계에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뒤집으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반대로 읽으면 해야 할 일과 연결됩니다. 구조적으로는 동전의 양면이지요.
그럼에도 굳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신다면, 저는 주저 없이 하지 말아야 할 일(Don’ts)에 비중을 더 두겠습니다.
만들어진 말이지만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백공불여일과(百功不如一過). 백 가지 공을 세웠어도, 과오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위기관리에서도 정확히 그렇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아주 성실하게 모두 이행했다고 해도, 치명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나 저지르게 되면 상황은 크게 변하거나 더욱 악화됩니다. 위기 시 이해관계자와 상황 그 자체가 그만큼 엄중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례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생산시설 사고로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 여럿이 사망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해야 할 일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기업 대표가 신속하게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조의를 표하고, 유가족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입니다. 반면 하지 말아야 할 일도 그만큼 분명합니다. 장례식장을 피하거나, 이해관계자들과의 직접 대면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보시죠. 대표가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이지만, 그 자리에서 유가족의 질문에 답을 못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현장에 나온 기자들의 질문에 준비되지 않은 말을 쏟아낸다면 어떻게 됩니까. 신속하게 달려갔다는 공은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오히려 방문하지 않은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백공불여일과입니다.
현장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상하지 않은 것, 그에 대한 답을 정리하지 않은 채 자리에 나선 것, 이것들이 모두 하지 말아야 할 일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의 목록이 완성됩니다. 이는 순서의 문제입니다.
기업 경영진에게 권하고 싶은 접근법은 이렇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먼저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하나씩 답을 정리하다 보면, 그것이 해야 할 일로 연결됩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먼저 이해하고 그것을 실제로 하지 않는 것, 이것이 위기관리의 첫 단추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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