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하이 프로파일과 로우 프로파일은 회사의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눈에 띄게 할 것인가를 정하는 개념이고, 리액티브 커뮤니케이션은 회사가 먼저 나설 것인가 들어오는 요청에 응할 것인가를 정하는 개념입니다. 세 용어가 같은 줄에 놓인 선택지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축입니다. 실무의 혼선은 대부분 이 두 축을 하나로 섞는 데서 시작됩니다.
두 개의 축을 하나로 섞기 때문에 혼선이 생깁니다
첫 번째 축은 노출의 수준입니다. 하이 프로파일은 가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고, 로우 프로파일은 가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 축은 개시의 주체입니다. 프로액티브 커뮤니케이션은 회사가 먼저 언론과 이해관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고, 리액티브 커뮤니케이션은 먼저 나서지 않고 들어오는 요청에 응답하는 방식입니다.
두 축은 서로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인 대응과 소극적인 대응이라는 하나의 눈금 위에 세 용어를 늘어놓는 순간 판단이 뭉개집니다. 회의실에서 로우 프로파일로 가자는 말이 나왔을 때, 그 말이 노출을 줄이자는 뜻인지 먼저 나서지 말자는 뜻인지 서로 다르게 알아듣는 일이 실제로 자주 일어납니다.
네 가지 조합이 나옵니다
| 구분 | 프로액티브 | 리액티브 |
|---|---|---|
| 하이 프로파일 | 재난이나 감염병처럼 모두가 알아야 하는 상황. 채널과 인력을 동원해 반복 전달함 | 먼저 나서지는 않되 들어오는 질의에는 충분히 답함. 사실관계가 정리된 뒤의 국면 |
| 로우 프로파일 | 공개 확산 없이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개별적으로 먼저 설명함 | 갈등이나 논란의 초기. 다수가 인지하지 못한 사안을 회사가 키우지 않음 |
실무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조합은 오른쪽 아래입니다. 그리고 가장 자주 오해받는 조합도 오른쪽 아래입니다.
로우 프로파일은 침묵이 아닙니다
언론의 확인 요청이나 소셜미디어의 문의에 응답하지 않는 것을 로우 프로파일로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일정 규모를 넘어선 위기에서 회사의 침묵은 오히려 하이 프로파일로 해석됩니다. 침묵 자체가 모든 이해관계자의 관심과 비판을 끌어모으기 때문입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런 침묵은 실패한 하이 프로파일로 남습니다. 노출을 줄이려던 선택이 노출을 극대화하는 선택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노코멘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그 사안에 대해 왜 언급할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노코멘트입니다. 입을 닫는 것은 전략이 아닙니다.
로우 프로파일이 줄이는 것은 곁가지입니다
로우 프로파일은 정보를 적게 주는 전략이 아닙니다. 줄이는 대상은 곁가지입니다. 길게 붙는 배경 설명, 회사 입장에 대한 강조, 억울함의 토로, 상대 주장에 대한 반박처럼 사안을 판단하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남겨야 하는 것은 상대의 의혹에 직접 답하는 사실입니다. 무엇이 확인되었고 회사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답까지 함께 줄이면 그것은 로우 프로파일이 아니라 회피가 됩니다.
설명 없이 일부 정보만 내놓는 방식도 로우 프로파일이 아닙니다. 그런 답변은 확인 요청을 한 번 더 부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노출을 늘립니다.
실행 자체는 단순합니다. 정해진 메시지와 논리를 어떤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반복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명백한 사실 오류에 대한 제한적인 교정까지가 로우 프로파일의 영역입니다. 회사가 모든 보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전제를 함께 전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사실을 말할 수 없을 때는 절차를 말합니다
위기 초기에는 회사도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피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때 말할 것이 없다는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을 멈추면 정보의 진공이 생깁니다. 그 빈자리는 회사의 설명이 아니라 추측과 상대의 주장으로 채워집니다.
이 국면에서 프로파일을 올려야 하는 대상은 사실관계가 아니라 절차입니다. 지금 무엇을 확인하고 있는지, 누가 어떤 조사를 맡고 있는지, 어떤 조치가 이미 진행 중인지, 확인 결과를 언제쯤 알릴 수 있는지를 계속 알리는 것입니다.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것이 없어도, 진행에 대해서는 매일 말할 것이 있습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두 가지 오류가 나옵니다. 하나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서둘러 발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확인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앞의 오류는 번복을 낳고, 뒤의 오류는 정보의 진공을 낳습니다. 위기 초기에 회사가 잃는 신뢰의 상당 부분이 이 두 오류에서 나옵니다.
리액티브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리액티브 커뮤니케이션은 회사가 먼저 접근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들어온 접촉을 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창구는 열려 있어야 하고, 응답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한하는 것은 접촉이 아니라 메시지입니다. 크게 인용될 만한 표현, 새로운 뉴스가 될 만한 표현을 사전에 걷어 내는 작업입니다. 여기에는 프로액티브하게 나설 적절한 시기를 준비하며 기다린다는 의미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무엇이 선택을 결정하는가
첫째는 회사가 지금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입니다. 의혹을 정리할 사실을 이미 쥐고 있다면, 그 사실을 담담하게 반복하는 로우 프로파일이 성립합니다. 아직 쥐고 있지 않다면 앞서 말한 대로 절차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의 프로파일을 올려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침묵은 선택지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둘째는 커뮤니케이션과 상황의 상관관계입니다. 회사가 정확하게 설명할수록 사안이 가라앉는 구도라면 프로파일을 올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마디가 몇 배의 반박을 부르고 말이 꼬리를 무는 구도라면, 그 흐름에 계속 섞이는 것이 회사에 남기는 것은 없습니다.
셋째는 평소의 자산입니다. 위기에서 프로파일을 올리는 기업은 대부분 자신감이 있는 기업입니다. 법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미리 검토와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 자신감이 없는 상태에서 프로파일만 올리면 방어할 수 없는 자리에 회사를 세우게 됩니다.
로우 프로파일이 더 어렵습니다
실행 난도는 로우 프로파일 쪽이 훨씬 높습니다. 홍보 조직의 평시 기본값이 프로액티브이자 하이 프로파일이기 때문입니다. 반대 모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담당자들은 상당한 어색함과 불안을 느낍니다.
같은 메시지만 반복하면서 동시에 주목을 끌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다소 모순적인 요구입니다. 그래서 이 전략은 최고경영진과 위기관리 조직이 하나의 목적을 일관되게 유지할 때만 성립합니다. 창구일원화는 전제 조건입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무너지면 로우 프로파일은 그 자리에서 실패합니다.
전략을 바꿔야 할 신호
언론이 회사의 공식 창구가 아니라 실무 담당자의 발언을 자세히 인용하기 시작하면, 기존 전략은 이미 유효하지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주도권이 회사 밖으로 넘어갔다는 뜻입니다. 이 시점에서 같은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일관성이 아니라 방치입니다.
프로파일 수준을 판정하는 쪽도 회사가 아닙니다. 회사가 하이 프로파일이라고 여기고 올린 홈페이지 공지를 이해관계자는 로우 프로파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채널을 열었다는 사실과 메시지가 도달했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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