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상황관리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실제로 하는 조치를 정하고 실행하는 영역입니다. 사고를 수습하고, 피해자를 돌보고, 제품을 회수하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는 일이 여기에 속합니다. 위기관리는 이 상황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두 축으로 이루어지며, 두 축 가운데 앞서는 쪽이 상황관리입니다.
상황관리는 말이 아니라 조치입니다
위기가 오면 회의실에서 가장 먼저 오가는 말은 대개 무엇을 발표할 것인가입니다. 그러나 발표할 내용을 만드는 일과 사태를 실제로 해결하는 일은 다른 작업입니다.
상황관리의 산출물은 문장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회수 결정, 보상 기준, 원인 조사 착수, 재발 방지책, 조직 개편 같은 것들입니다. 이 산출물이 없는 상태에서 나가는 말은 설명이 아니라 약속이 되고, 지켜지지 않은 약속은 다음 위기의 재료가 됩니다.
상황관리는 네 가지 일을 순서대로 합니다
첫째는 사실 확인입니다. 무엇이 언제 어디서 왜 벌어졌고 지금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이후의 모든 판단이 추정 위에 놓입니다.
둘째는 조치 결정입니다. 확인된 사실 위에서 회사가 무엇을 할 것인지, 누가 언제까지 할 것인지를 정합니다. 이 자리에서 결정되지 않은 일은 밖에서도 말할 수 없습니다.
셋째는 실행입니다. 결정한 조치를 실제로 집행하고 그 과정을 기록합니다. 기록이 없으면 나중에 증명할 수 없습니다.
넷째는 검증입니다. 그 조치가 실제로 상황을 바꾸었는지 확인합니다. 바뀌지 않았다면 조치를 바꾸어야지 표현을 바꿀 일이 아닙니다.
주관은 홍보가 아닙니다
상황관리를 홍보실에 맡기는 회사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회수와 보상과 원인 규명은 홍보실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상황관리의 주관은 사업, 안전, 품질, 생산, 법무처럼 그 조치를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부문입니다. 홍보실은 그 결정에 참여하되 대신 결정하지 않습니다. 두 축의 책임자가 각각 지정되어 있지 않으면, 급한 쪽이 다른 쪽을 밀어냅니다.
행동이 소통을 이끌어야 합니다
위기에서 경영진이 마주하는 가장 큰 유혹은 실체보다 소통을 앞세워 상황을 뒤집으려는 조급함입니다. 이 조급함은 대개 전략적 판단이 아니라 심리적 압박에서 나옵니다.
소통 행위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사실, 사과문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기사거리가 되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조치가 먼저 서고 그 실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경우, 소통은 주인공이 아니라 행동을 증명하는 조연이 됩니다.
아직 준비된 조치가 없다면, 설익은 발표로 스스로 논란을 키우기보다 홀딩 메시지로 시간을 확보하고 대응의 내실을 갖추는 편이 낫습니다. 행동이 뒷받침된 소통만이 상황을 되돌립니다.
상황관리가 아닌 것
사업연속성계획과 다릅니다. 설비 복구, 생산 대체, 공급망 복원처럼 사업 자체를 되살리는 일은 별도의 전문 영역이며, 위기관리에서 말하는 상황관리와 목적이 다릅니다.
법무 대응과도 다릅니다. 법적 유불리 판단과 소송 전략은 법률 대리인의 영역입니다. 위기 국면에서 법무 검토와 상황관리는 나란히 진행되지만 서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여론 대응도 아닙니다. 여론을 읽는 일은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데 쓰이는 것이지, 여론에 맞추어 조치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상황관리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법
지금 회의에서 논의되는 것이 조치인지 표현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두 가지가 섞여 있으면 둘 다 부실해집니다.
발표 직전에 발표할 조치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다시 확인하십시오. 존재하지 않는 조치를 발표하는 순간 다음 위기가 시작됩니다.
각 조치에 담당자와 기한이 붙어 있는지 보십시오. 붙어 있지 않은 조치는 결정된 것이 아니라 언급된 것입니다.
외부 자문을 받고 있다면 그 자문이 어느 축을 다루는지 물어보십시오. 커뮤니케이션만 자문하는 곳에 상황관리까지 기대하면 위기 한복판에서 공백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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