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시 포지션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관리 시 포지션은 사건이나 논란이 벌어졌을 때 회사가 그 사안에 대해 견지하는 공식 입장입니다. 기자가 「회사의 공식 입장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때의 그 입장이며, 회사가 내놓는 모든 문장과 모든 조치가 여기에서 갈라져 나옵니다. 포지션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말은 아무리 다듬어도 흔들립니다.

포지션은 메시지보다 먼저 정해집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회사는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합니다. 이 사안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가 정리되고 나면, 그 위에서 회사의 입장을 정합니다. 메시지는 그다음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순서가 자주 뒤집힙니다. 입장이 정해지기 전에 문장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은 다음 질문 앞에서 바뀌고, 바뀐 문장이 다시 기사가 됩니다.

입장이 정해지면 그것을 담은 문서가 만들어집니다. 회사에 따라 포지션 페이퍼(position paper), 포지션 스테이트먼트(position statement), 포지션 팩(position pack) 같은 이름으로 부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하는 일은 같습니다. 회사가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를 한자리에 모아 두는 일입니다.

포지션은 내부와 외부를 함께 향합니다

포지션을 외부용 문서로만 여기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러나 포지션은 내부 구성원이 먼저 서 있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부서마다 다른 입장을 갖고 있으면, 밖으로 나가는 문장이 아무리 정교해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조직일수록 입단속에 매달립니다. 그러나 말이 새는 것은 사람이 가벼워서가 아니라 기댈 입장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입장이 서 있는 조직은 단속하지 않아도 말이 갈라지지 않습니다.

실패하는 포지션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잘못된 상황 분석 위에 세워진 입장입니다. 확산의 속도나 경로를 잘못 읽으면 그 위에서 나온 입장은 처음부터 어긋납니다.

둘째는 문제의 원인을 밖으로 돌리는 입장입니다. 우리는 성의껏 했고 문제가 없으며 문제는 일부가 만들고 있다는 형태입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면 많은 조직이 초기에 이 입장을 고릅니다. 편해 보이지만 이 입장은 상대를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제압의 대상으로 만들기 때문에 거의 예외 없이 실패합니다.

셋째는 평소 내세우던 가치를 위기에서 버리는 입장입니다. 평소에 안전과 고객을 말하던 회사가 위기가 오면 절차와 규정만 말합니다. 회사가 스스로 반복해 온 가치가 위기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지가 포지션의 성패를 가릅니다.

포지션은 바꿀 수 있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최초 입장을 끝까지 지킨 회사와 중간에 바꾼 회사가 늘 함께 존재합니다. 바꾸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었고, 그에 맞추어 회사의 조치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사실은 그대로인데 여론이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입장을 바꾸면, 그 변경 자체가 새로운 논란이 됩니다.

구분포지션메시지
성격회사가 사안을 보는 관점과 하겠다는 것그 관점을 상대에게 전하는 표현
정하는 시점상황 파악과 이해관계자 분석 직후포지션이 확정된 뒤
바뀌는 조건새로운 사실과 조치의 변화대상과 국면에 따라 달라짐
개수사안당 하나이해관계자별로 여럿
흔들릴 때회사 전체의 대응이 무너짐표현을 다듬어 회복 가능
표. 포지션과 메시지의 구분 — 스트래티지샐러드

포지션이 아닌 것

홍보 문구가 아닙니다. 회사를 좋게 보이게 하는 표현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회사가 이 사안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법적 답변서도 아닙니다. 법무 검토는 입장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알려 주지만, 어디에 설 것인지를 대신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사과 여부를 정하는 일과도 다릅니다. 사과할 것인지 아닌지는 입장이 정해진 뒤에 따라 나오는 결과이지, 그 자체가 포지션은 아닙니다.

포지션을 정할 때 확인할 것

무엇을 인정하는지가 한 문장으로 적히는지 확인하십시오. 인정할 것이 비어 있는 입장은 대개 방어에 그칩니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가 함께 적혀 있는지 보십시오. 조치가 없는 입장은 설명일 뿐입니다.

이 입장을 한 달 뒤에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그때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면 지금도 그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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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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