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시 왜 언론과 싸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때마다 자괴감이 들어 조언을 구합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회사는 그 상황과 맞서 싸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저희 회사는 위기관리를 한다면서 매번 여러 언론들과 싸웁니다. 이게 정상은 아닌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맞습니다. 그런 기업의 경우들이 흔해 보이지만, 정상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자괴감이 정상적인 감각입니다.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를 몸이 먼저 느끼고 있는 것이지요.

근본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은 왜 개입하고,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질까요? 언론은 공중을 대신해 묻는 존재입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회사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대신 물어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언론이 지적하는 핵심들을 잘 들여다보면, 거기에 문제 해결의 방향이 담겨 있습니다.

위기관리는 기업의 선의(善意)의 행위를 전제로 진행됩니다. 잘못을 바로잡고 피해를 회복시키겠다는 선의 말입니다. 그 전제 위에 선 기업에게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과 지적은, 아프긴 해도 결국 해법으로 연결되는 조언과 같습니다. 무엇부터 고쳐야 할지를 짚어 주는 셈이니까요. 물론 일부 오보도 있고, 회사와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바로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사실을 바로잡고 맥락을 설명하는 것, 그것은 싸움이 아니라 소통이지요.

그런데도 언론과 싸우는 것을 곧 위기관리라고 여긴다면, 그 이유를 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앞서 말씀드린 전제, 곧 ‘우리는 선의의 행위자’라는 전제부터 의심해 봐야 합니다.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과 지적이 그토록 아플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통스러운 극심한 자극으로 느껴지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면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저들만 조용히 해 주면 아무 일도 없을 텐데.’ 문제를 해결할 생각보다, 문제를 말하는 입을 막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상태입니다.

위기 시 언론과 싸우면 안 됩니다. 그런 위기관리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싸우는 동안 정작 위기의 원인은 방치되고, 피해자는 뒷전이 되며, 기사는 오히려 늘어납니다. 성공적인 기업은 위기 시 언론과 싸우지 않습니다. 언론과 함께, 위기와 싸웁니다. 언론의 질문을 상황 파악의 도구로 삼고, 언론의 지적을 개선의 목록으로 삼으면서 말이지요. 싸움의 상대를 잘못 고르는 순간, 위기관리는 방향을 잃습니다.

만약 위기 때마다 언론과 싸우는 일이 반복되는 회사가 있다면, 이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언론이나 바깥 상황을 살피기 전에, 회사의 내면과 위기의 실제 원인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왜 우리는 위기에 대한 언론 보도를 그토록 싫어하는가. 왜 우리는 지적을 받으면 고치는 대신 화를 내는가. 왜 우리의 위기는 비슷한 모습으로 되풀이되는가. 문제의 뿌리는 언론이 아니라 거기에 있습니다. 언론과의 싸움은 그 뿌리를 가리는 연막일 뿐이지요.

임원께서 자괴감이 드셨다는 것은, 그 뿌리를 마주할 준비가 되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감각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거기서부터 회사의 위기관리는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원문: 이코노믹리뷰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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