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082026 0 Responses

위기, 이렇게 라도 끝낼 수 있다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기업이 발생된 위기를 종결시키는 방식, 예를 들면 사업 철수, CEO 교체, 법적 판결 수용 같은 것으로, 극대화된 위기상황을 종결로 이끈다는 전략이 있더군요.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이런 강력한 결정으로 대형 위기를 종결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한 가지 전제부터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위기를 기업이 ‘종결시킨다’는 표현 속에 담긴 생각이 그것입니다. 과연 위기의 종료를 기업이 결정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기의 종료는 기업이 선언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기를 지켜보던 이해관계자들 전반의 공유된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언론이 관심을 거두고, 여론이 시선을 옮기고, 피해자와 규제기관이 각자의 정리를 마치는, 공식 문서 한 장 없는 비공식적 흐름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합의이지요. 기업은 그 합의의 형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입니다. 위기를 우리 손으로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은, 통제 불가능한 것을 통제 가능하다고 믿는 위험한 착각입니다.

그렇다면 말씀하신 사업 철수, CEO 교체, 법적 판결의 수용 같은 강력한 결정들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종료의 ‘선언’이 아니라, 거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종료를 ‘구매’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사업 철수는 사업 그 자체를 지불한 것입니다. CEO 교체는 리더십을 지불한 것이지요. 이해관계자들이 ‘이 정도면 되었다’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값을 치르고, 그들의 합의를 앞당겨 사 오는 것입니다.

구매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곧 권한의 증거는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심판에게 몰수패를 요청해 경기를 끝내는 것과 같습니다. 경기는 분명 끝났지만 누구도 그것을 경기 운영 능력이라 부르지 않지요. 오히려 그 거대한 가격표야말로, 위기의 종료 시점을 기업 스스로 정할 수 없다는 사실의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스스로 끝낼 수 있었다면 그런 값을 치를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진짜 질문은 ‘이 방식이 효과적인가’가 아닙니다. ‘왜 이런 대가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가’입니다. 사업과 리더십을 내놓아야만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얻을 수 있는 지경이라면, 그 위기는 이미 오래전에 관리의 영역을 벗어난 것입니다. 그 앞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았거나, 하지 못했다는 뜻이지요.

위기관리의 정의가 있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적시에 하는 것. 이 정의는 궁지에 몰려 사업과 CEO를 내놓는 순간에 구현되는 것이 아닙니다. 위기의 초기에, 더 정확히는 위기가 오기 전 평시에 구현되는 것입니다. 제때 치렀어야 할 작은 비용을 미루고 미루다, 마지막에 가장 비싼 값으로 한꺼번에 치르는 것. 그것을 전략이라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강력한 결정으로 위기를 끝내는 장면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위기관리의 성공이 아니라,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 지불하는 최후의 계산서에 가깝습니다. 그 계산서를 받아 들기 전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 위기 종료의 진짜 열쇠는 거기에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원문: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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