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7월 132026 0 Responses

직원의 실수로 벌어진 위기인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번 사건도 그렇습니다. 이건 엄연히 저희 직원이 직무상 실수를 해서 발생된 사건입니다. 그에 대해서 회사가 해당 직원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 내부적으로 조치를 했고, 대표께서도 도의적으로 사과를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계속 회사를 비판하는데요.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먼저 조금 냉정한 말씀부터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느끼시는 억울함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실수한 직원에게 책임을 물었고, 대표께서 도의적 사과까지 하셨는데도 비판이 이어지니 심하다 느끼실 만합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위기의 책임은 실수한 그 직원 개인보다 오히려 회사 쪽이 더 큽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을 회사가 놓치고 있기에 비판이 잦아들지 않는 것이지요.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James Reason)이 제시한 ‘스위스 치즈 모델(Swiss Cheese Model)’이라는 유명한 사고 이론이 있습니다. 큰 사고가 터지면 사람들은 대개 실수한 한 사람을 찾습니다. 그러나 대형 사고는 결코 한 사람의 실수만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조직에는 여러 겹의 방어선이 있습니다. 설계, 검수, 결재, 교육, 감독, 그리고 조직문화까지. 마치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를 여러 장 겹쳐 놓은 것과 같지요. 평소에는 한 겹이 뚫려도 다음 겹이 막아 줍니다. 그런데 이 구멍들이 어느 순간 일직선으로 정렬되는 순간, 위험은 그대로 관통해 사고로 터지고 맙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입니다. 사고가 최일선 담당자의 손에서 터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검수와 결재, 교육과 문화라는 방어선을 ‘모두 통과한’ 결과라는 사실입니다. 한 사람의 순간적 실수 뒤에는, 그 실수를 걸러내지 못한 여러 겹의 구멍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 구멍들은 대개 경영진의 판단과 조직문화 속에 오래 잠복해 있던 ‘구조적 결함’입니다. 다시 말해 직원은 방아쇠를 당겼을 뿐, 그 총에 실탄을 채우고 안전장치를 풀어 둔 것은 회사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위기관리는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누가 실수했는가’를 찾는 데서가 아니라, ‘왜 우리의 방어선들이 한꺼번에 뚫렸는가’를 묻는 데서 시작됩니다. 전자는 실수한 직원 한 사람을 징계하고 대표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끝나지만, 후자는 회사의 시스템 그 자체를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지금 공중이 비판을 거두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압니다. 이번 사건이 ‘어쩌다 한 직원이 저지른 일탈’로 정리되는 순간, 똑같은 사고가 언제든 다시 일어나리라는 것을 말이지요.

이번 위기를 우연이나 개인의 일탈로 정의해 버리면, 문제의 핵심인 내부 체계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습니다. 구멍 뚫린 치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다음 사고는 예정된 수순이 되지요. 반대로 회사가 ‘이것은 우리 시스템의 문제였다’고 직시하고 그 방어선을 하나하나 손보기 시작할 때, 비로소 비판은 잦아들고 신뢰는 회복의 길로 들어섭니다.

직원의 실수를 감싸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 실수를 개인의 것으로만 돌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최일선의 실수를 걸러내는 것이 바로 회사의 체계이고, 그 체계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 경영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억울함을 잠시 내려놓고 회사가 스스로 더 큰 책임을 지겠다고 나설 때, 그 위기는 비로소 반복의 고리를 끊고 관리되기 시작합니다.

6월 302026 0 Responses

자극 없는 자극은 소멸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한 업계의 담합 사실이 적발되어 크게 논란이 되는 상황을 모니터링 중인데요. 그 담합 제품을 받아 오래 사업해 온 곳에서 언론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담합 기업들에게 손해배상을 받아야겠다는 거죠. 저희가 볼 때는 그 회사들이 그런 자극에 대응해도 실익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아주 근본적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만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착각이라는 사실입니다. 위기는 말로 풀리지 않습니다. 실제 행동과 커뮤니케이션이 함께 갈 때, 비로소 위기관리, 더 정확히 말하면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정도가 겨우 가능해질 뿐이지요.

애초에 사후 위기관리에는 ‘성공’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위기가 발생한 그 순간, 위기관리는 이미 절반 이상 실패한 것입니다. 그 다음부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피해를 줄이기 위한 데미지 컨트롤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데미지 컨트롤 안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해낼 수 있는 몫은 생각보다 훨씬 제한적입니다.

질문하신 다른 업계 상황도 본질은 같습니다. 담합이 적발된 회사들을 향해 거래처들이 손해배상을 외치며 대대적인 언론전을 펼치고 있다 하더라도, 그 회사들이 커뮤니케이션으로 맞대응 해 얻을 실익은 없습니다. 효과도 없습니다. 이것은 처음부터 말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담합이라는 행위와 그로 인한 실제 피해, 그 자체가 본질인 사안에 말의 응수를 더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는 일입니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드실 겁니다. 그렇다면 회사들은 ‘그저 침묵한 채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먼저 ‘침묵’입니다. 대응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는, 침묵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때 ‘낫다’는 것은 옳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설프게 커뮤니케이션에 나서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이라도 낫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침묵이란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공중을 향해 메시지를 내보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공개 대응은 실익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잠잠해지려던 언론의 관심과 거래처의 분노를 계속 자극할 뿐입니다.

자극 없는 자극은 소멸합니다. 상대가 던진 자극에 아무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 자극은 갈 곳을 잃고 스스로 사그라듭니다. 그런데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맞자극을 더하는 순간, 최초 자극을 시도했던 거래처는 더 큰 명분과 에너지를 얻어 그 공세를 더 오래, 더 강하게 키워 나가게 됩니다. 불은 끄겠다고 휘저을수록 더 거세지는 법이지요. 도전에 일일이 응전하지 않는 것, 그것 역시 하나의 전략, 곧 전략적 침묵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전략적 침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공개적으로 말을 아끼는 그 시간에도, 거래처와의 수면 아래 협의와 논의는 멈추면 안 됩니다. 겉으로 조용한 기업이 물밑에서는 오히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공개 대응을 멈추는 것과 문제 해결을 멈추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진짜 위기관리는 늘 조용한 수면 아래에서 이루어집니다.

6월 302026 0 Responses

창구일원화가 부담되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전문가들이 평시나 위기 시 창구일원화를 많이 강조하시는데요. 사실 저희 홍보실은 창구일원화가 부담이 됩니다. 저희에게 아무 정보가 없는데, 기자 문의를 받는 것이 힘듭니다. 차라리 각 부서에서 기자들에게 잘 답변해 주면, 결과가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어떤 상황인지 알겠습니다. 정작 손에 쥔 정보는 없는데 기자 문의는 홍보실로 쏟아지니 창구일원화가 부담스럽다는 말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부담의 원인을 창구일원화에서 찾으시면 해법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니 문제입니다.

창구일원화는 전 세계 대부분 기업이 평시와 위기 시를 막론하고 사내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거의 모든 기업이 같은 원칙을 채택해 실행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창구가 여럿으로 흩어졌을 때 발생하는 문제가, 창구를 하나로 모았을 때 발생하는 문제보다 훨씬 많고 훨씬 심각하기 때문이지요.

창구가 다변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 같은 사안을 두고 부서마다 다른 이야기가 나갑니다. 영업, 생산, 법무, 인사가 제각각의 사실관계와 해석을 내놓는 순간, 기업은 스스로 모순된 메시지를 외부에 노출하게 됩니다. 기자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습니다. 부서를 한 곳씩 찔러 보며 가장 말이 헐거운 약한 고리를 공략하고, 거기서 나온 한마디가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둔갑해 보도됩니다.

준비되지 않은 담당자의 부주의한 발언 하나가 법적 리스크로 번지기도 하지요. 더 큰 문제는 통제 불능입니다. 누가,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회사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위기 시 책임 소재마저 흐려집니다. 톤과 수위가 제각각인 목소리들은 결국 내부 혼선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구 다변화가 꼭 필요하다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조건들이 있습니다. 첫째, 부서별로 언론 창구를 공식적으로 임명해야 합니다. 다변화란 ‘아무나’ 답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사람만 답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둘째, 그렇게 임명된 창구들은 집중적인 대변인 트레이닝을 받아야 합니다. 셋째, 각 대변인은 언론의 문의를 받는 즉시 그 사실과 내용을 실시간 수준으로 홍보실과 공유해야 합니다. 이런 내부 체계와 공적 실행이 갖춰지지 않은 채 창구만 흩어 놓는다면, 그것은 최악의 상황을 부르는 길입니다. 나아가 이는 홍보실의 직무유기와도 맞닿는 문제이기에,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부서별 공식 창구를 임명하고, 그들을 훈련시키고, 실시간 공유 체계를 만들고, 그 다수 대변인을 지속적으로 관리,점검,감독하는 일. 이 모든 수고를 감당하시겠습니까? 그 복잡한 길보다 훨씬 단순하고 확실한 길이 있습니다. 바로 내부에서 홍보실로 중요한 정보와 자료가 흘러 들어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즉 홍보실이 사내에서 정보에 대한 임파워먼트를 확보하여, 명실상부한 유일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홍보실이 힘든 진짜 이유는 창구일원화 그 자체가 아닙니다.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창구를 흩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홍보실로 모이게 하는 것입니다. 정보 없는 창구는 부담이지만, 정보를 쥔 창구는 기업의 강력한 방패입니다. 홍보실의 존재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6월 302026 0 Responses

경쟁사의 위기관리에서 배우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경쟁사 공장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해서 위기관리를 하는 것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저희 분석으로는 그 회사 최초 사과문도 그렇고, 사고현장에서의 기자회견 메시지도 그렇고 별로 벤치마킹할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경쟁사의 위기관리에서 대체 뭘 배워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좋은 모니터링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질문 속에 이미 한 가지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배움이란 ‘잘한 것’에서 얻는 것이라는 전제이지요. 경쟁사가 잘한 것을 보고 우리도 저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지극히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접근입니다. 그러나 위기관리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편이 더 중요합니다. 경쟁사가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서 배우는 일이 그것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잘한 것은 사실 금방 따라 할 수 있고, 따라 하기도 쉽습니다. 좋은 사과문 한 장, 잘 정리된 메시지 하나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기에 모방의 출발점이 분명합니다. 반면 경쟁사가 잘하지 못한 부분은 다릅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과 조건이 분명히 있었다는 뜻이고, 그 사정과 조건은 우리 회사에도 그대로 잠복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경쟁사의 실패는 곧 우리도 똑같이 실패할 수 있는 지점을 미리 보여 주는 거울인 셈이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그 못한 이유를 우리 안에서도 찾아내 고치고, 미리 개선해 두어야 합니다. 잘한 것을 따라 하기보다 이쪽이 훨씬 어렵습니다.

말씀하신 사과문과 사고 현장 메시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그들보다 더 나은 사과문을 쓰려면, 그 품질과 전략을 끌어올리려면, 결코 짧지 않은 사과문 개발 연습과 반복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곧 오랜 시간의 투자와 전담 인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사고 현장에서의 기자회견과 질의응답을 전략적으로 해내는 일은 이보다 훨씬 더 큰 준비와 훈련을 요구합니다. 특히 대변인 역할을 맡아야 하는 대표, 공장장, 안전·환경 임원에 대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훈련은 생각보다 훨씬 많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누구도 하루아침에 숙련된 대변인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가져야 할 것은, 표현이 다소 거칠지만 굳이 말씀드리자면 경쟁사와 다른 기업의 위기관리를 보며 ‘샘’을 내는 습관입니다. 저들이 잘했다면 어떻게, 왜 잘했는지를 파고들면서 ‘우리도 저만큼은 해야겠다’는 건강한 경쟁심으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저들이 못했다면, ‘우리는 절대 저렇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또 다른 의미의 샘을 내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경쟁사의 위기관리로부터 별반 배우려는 관심이나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뒷담화나 비하인드 스토리에만 관심을 가지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해당 케이스를 허비하기도 합니다. 일부는 경쟁사에게 그런 위기가 발생했는지조차 관심 없는 경우도 실제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태도가 더 큰 문제겠지요.

경쟁사의 위기관리는 잘하든 못하든 모두 우리의 교본입니다. 잘한 것에서는 따라잡을 목표를, 못한 것에서는 피해야 할 함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진짜 벤치마킹입니다.

6월 302026 0 Responses

원 보이스 가이드라인을 지금?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생산시설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는데, 언론 커뮤니케이션은 홍보실이 주관해 초기에 잘 진행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사내와 협력사 쪽 발언을 어느 정도 통제해야 하는 건데요. 창구일원화나 사적 커뮤니케이션 금지 관련한 원보이스 가이드라인을 즉시 배포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훌륭하십니다. 위기 상황에서 원 보이스(One Voice)의 중요성을 내부적으로 공감하고 계신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사실 대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체계를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 공유하겠다는 판단 역시 훌륭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한복판에서 사내와 협력사의 흩어진 목소리 때문에 추가적인 곤욕을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그 필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이지요.

가끔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어차피 지켜지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이것은 옳지 않은 생각입니다. 가이드라인이 있고 공유까지 되었는데도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과, 애초에 그런 것 자체가 없어 지킬 기준조차 갖지 못했던 사람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전자는 개인의 일탈 문제이고, 후자는 조직 체계의 부재 문제입니다. 따라서 그런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정작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그 가이드라인을 공유하는 ‘시점’입니다. 미국 위기관리 격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카우보이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 하지 않는다.” 모든 위기관리 체계의 적시성(timing)에 대한 조언입니다. 지금 상황을 한번 그려 보시지요. 생산시설에서 이미 위기가 발생했고, 그 직후 언론 커뮤니케이션도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내와 협력업체에서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와 정보들이 새어 나가기 시작하니, 부랴부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려는 상황인 것이죠. 이것은 이미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말을 뒤따라 뛰면서 어떻게든 올라타 보려는 사람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결코 능숙한 카우보이의 모습은 아닌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가이드라인을 공유하는 적시는 언제일까요? 모든 위기관리 체계의 개발과 공유의 골든타임은 평시(平時)입니다. 위기가 발생하기 직전까지를 의미합니다. 그럼 이미 위기가 터졌으니 이번에는 공유하지 말아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는 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예상하고 계셔야 합니다. 사전 교육이나 훈련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위기 발생 후 가이드라인을 던지듯 공유하게 되면, 실제 현장에서의 실행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곤란한 것은, 일부 구성원들이 이를 함구령이나 입막음으로 해석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가이드라인을 공유하고도 또 다른 내부 불만과 잡음이라는 문제가 생기니, 공유하나 마나 한 결과가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다시 강조 드립니다. 평시가 골든타임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하고 나면, 그 시점에 새로 만들어 내놓는 모든 가이드라인은 상한 생선과 같아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경험은 공유하시되, 진짜 교훈은 따로 챙기십시오. 이번 위기가 정리된 직후, 가장 평온한 그 평시에 교육과 훈련을 곁들여 원 보이스 체계를 제대로 세워 두는 것, 그것이 다음 위기를 대비하는 가장 현명한 투자입니다.

6월 302026 0 Responses

그만하자는 여론은 어떻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그렇게 오랫동안 비판을 쏟아 내던 언론 일부가 갑자기 ‘이제 되었다 그만하자. 충분하다’는 입장으로 돌아서는 현상을 본적이 있습니다. 언론의 의제설정이론이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요. 위기를 맞은 기업에 대한 언론의 비판 그리고 갑작스러운 여론 정리. 이건 어떤 계기로 전환되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언론의 의제설정이론(Agenda-Setting Theory)은 간단히 말해, 언론이 어떤 사안을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루느냐에 따라 대중이 ‘무엇이 지금 중요한 문제인가’를 인식하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기업이 위기관리 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언론은 의제를 설정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 의제를 종료시키는 역할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평소 언론관계에 공을 들이고,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언론의 의제 설정 활동을 최대한 단축시키려 애를 쓰는 것입니다. 의제가 길게 노출될수록 본래의 사안과 직접 관련이 없는 2차, 3차 파생 이슈까지 줄줄이 따라붙기 마련이기 때문이지요. 언론이 한번 설정한 의제를 스스로 거두어들이게 만드는 계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강력한 언론관계라는 사실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기업은 위기 상황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그들의 감정과 해석, 그리고 의견을 듣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실제 행동을 실행해 나가지요. 강력한 언론관계가 전제된 상황에서, 이렇게 외부 이해관계자와 언론의 의견을 두루 반영한 위기관리 전반의 실행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언론의 판단과 평가에 의한 의제 종료가 ‘제안’됩니다.

여기서 굳이 ‘제안’이라는 표현을 쓴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일사불란하게 ‘이제 되었다, 그만하자’고 선언하거나 일제히 입장을 바꾸는 상황까지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들 중 유력한 언론 일부라도 의제 종료의 입장을 표하게 되면, 그것이 전반적인 여론, 보다 정확히 말하면 언론의 1차적 관심과 주목을 완화시키는 데 분명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유력 매체 한둘의 톤이 바뀌면, 후속 보도를 준비하던 다른 매체들도 ‘이 사안은 이제 끝물’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기업으로서는 여론과 언론의 입장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그동안 효과를 거두었던 위기관리 실행과 정렬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최대한 로우 프로파일(low profile)로 잔불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 좋은 대응 방식입니다. 가라앉기 시작한 마당에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거나, 분위기에 들떠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는 순간, 꺼져가던 의제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때는 무엇을 더 하느냐보다, 무엇을 하지 않느냐가 오히려 더 중요한 판단이 됩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의 핵심 인사이트는 언론관계입니다. 단, 여기서 말하는 언론관계는 쌍방향의 의견 교환이 가능한 관계를 뜻합니다. 사전에 쌍방 간 상당한 수준의 이해와 협조 체제가 수립되어 있어야 하고, 이런 경험이 오랜 기간에 걸쳐 두텁게 축적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관계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언론은 이제 죽었다, 사람들은 신문 안 본다, 요즘 누가 TV를 보느냐’고 여기는 경영진이라면, 솔직히 이런 전략적 투자와 그를 통한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위기가 터진 다음에야 부랴부랴 언론관계를 찾는다면,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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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지는 게 중요하다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어떻게 보여지는지가 실제로 중요합니까? 아니면 무엇을 제대로 하는지가 중요합니까? 윗분들은 항상 남들이 어떻게 볼지에 대해 과도하게 고민할 시간에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살피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저희가 볼 때 이게 평시와는 다른 위기상황에서는 좀 의미가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컨설턴트의 답변

모든 말씀들이 다 맞습니다. 무엇을 제대로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경영의 본질에서 보면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임원분의 질문 의미도 정확합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상당히 많이 달라집니다.

위기란 무엇입니까? 무언가를 제대로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 위기입니다.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위기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제대로 하는 것”은 이미 전제가 흔들린 상태입니다. 디폴트, 즉 기본값이 이미 부실해진 상황인 것이죠. 그 부실의 문제를 관리하는 전 과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것이 바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역할입니다.

아무리 잘해도 그대로 보여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으로 보여지면 더욱 심각한 상황인 것이죠. 이것은 단순한 오해의 문제가 아닙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았을 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남들의 시각에 연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보다 선제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를 설계하고 그것을 실행에 연결시키라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대한 예측 능력은 사실 공감 능력과 같습니다. 이해관계자의 시각에서 우리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입니다.

중세의 마녀사냥을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 마녀로 지목된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어떻게 보여질지에 대한 인식이나 노력이 부족했던 사람들이었을 수 있습니다. 누가 봐도 마녀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사냥감이 된 사람의 비율이 대다수는 아니었다는 의미입니다. 마녀사냥의 재물이 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마녀처럼 굴지 않는 것이면서, 동시에 마녀처럼 보여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 교훈은 지금 기업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실제로 올바른 일을 하고 있어도, 그것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올바르게 보여지지 않는다면 그 노력은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반대로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를 먼저 설계하면, 실행의 방향과 우선순위도 자연스럽게 정렬됩니다. 무엇을 먼저 하고, 어떤 방식으로 하고, 누구에게 어떤 언어로 전달할 것인지가 구체화됩니다.

최근 기업 위기관리에서 어떻게 보여지는가의 문제는 시작이자 끝입니다. 위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이해관계자들은 이미 그 기업을 보고 있습니다. 그 시선은 기업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그 시선을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선제적으로 설계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아주 중요한 선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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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와 Don’t 중 뭐가 더 중요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위기관리 책들을 보면 ‘해야 할 일(Do’s)과 하지 말아야 할 일(Don’ts)’들을 아주 다양하게 제안하고 있더군요. 저희가 볼 때에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서로 상반 관계에 있는 것 같고, 복잡해 보입니다. 그 둘 중 어느 쪽이 더 위기관리에서 중요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말씀처럼 위기관리에 대하여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정리된 분량은 방대합니다. 그리고 그 둘은 상당 부분 상반 관계에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뒤집으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반대로 읽으면 해야 할 일과 연결됩니다. 구조적으로는 동전의 양면이지요.

그럼에도 굳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신다면, 저는 주저 없이 하지 말아야 할 일(Don’ts)에 비중을 더 두겠습니다.

만들어진 말이지만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백공불여일과(百功不如一過). 백 가지 공을 세웠어도, 과오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위기관리에서도 정확히 그렇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아주 성실하게 모두 이행했다고 해도, 치명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나 저지르게 되면 상황은 크게 변하거나 더욱 악화됩니다. 위기 시 이해관계자와 상황 그 자체가 그만큼 엄중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례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생산시설 사고로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 여럿이 사망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해야 할 일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기업 대표가 신속하게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조의를 표하고, 유가족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입니다. 반면 하지 말아야 할 일도 그만큼 분명합니다. 장례식장을 피하거나, 이해관계자들과의 직접 대면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보시죠. 대표가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이지만, 그 자리에서 유가족의 질문에 답을 못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현장에 나온 기자들의 질문에 준비되지 않은 말을 쏟아낸다면 어떻게 됩니까. 신속하게 달려갔다는 공은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오히려 방문하지 않은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백공불여일과입니다.

현장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상하지 않은 것, 그에 대한 답을 정리하지 않은 채 자리에 나선 것, 이것들이 모두 하지 말아야 할 일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의 목록이 완성됩니다. 이는 순서의 문제입니다.

기업 경영진에게 권하고 싶은 접근법은 이렇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먼저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하나씩 답을 정리하다 보면, 그것이 해야 할 일로 연결됩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먼저 이해하고 그것을 실제로 하지 않는 것, 이것이 위기관리의 첫 단추입니다.

6월 302026 0 Responses

저희 대표께서 불미스럽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께서 최근에 모종의 건으로 사임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관련해서 인사 홍보 기획 등 임원들이 외부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변수가 있고, 내부와 외부 상황도 그렇고. 이걸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최고경영자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조직 안팎에 상당한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인사, 홍보, 기획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요. 단, 그 고민의 핵심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입니다.

최고위임원의 퇴사, 특히 사임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이유를 외부에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경영 결과에 대한 책임이든, 내부 어떤 사안이든, 그 구체적 내용을 회사가 먼저 밝히는 것이 과연 회사에 이익이 되는가 하는 질문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익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방향은 간결하고 절제된 공식 입장으로만 마무리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후임자가 사퇴 발표와 동시에 선임된다면, 언론의 부정적 추측은 상당 부분 제한됩니다.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신호가 함께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후임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 공백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공백 자체가 뉴스가 되고,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언론의 추측과 익명 소스가 됩니다. 그러므로 후임 선임의 타이밍과 커뮤니케이션은 사임 발표와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더 심각한 변수라면 물러난 전임 대표가 사후에 어떤 형태로든 회사에 부정적인 대언론 활동을 시도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상황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진입합니다. 회사는 전임 대표의 사임 원인과 관련된 사적인 부분까지 공개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고, 반대로 전임 대표는 재직 중 알고 있던 회사의 부정적 이슈를 언론을 통해 제기하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가진 것을 꺼내 드는 난타전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여러 케이스를 직접 다루면서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이 있습니다. 전임 대표와 회사 양측 모두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감정이었습니다. 감정이 커뮤니케이션에 앞서게 되면, 서로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들이 만들어집니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난타전을 벌이다가 개인과 회사가 함께 전혀 다른 주제로 형사적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실행을 충실히 따른다는 전제 위에서, 반드시 추가로 설계해야 하는 것은 상호호혜적 관점에서 최악의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즉, 감정이 생겨나기 전에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서로가 서로를 예우하는 분위기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퇴임 조건, 향후 관계 설정, 공식 입장의 범위와 표현, 이 모든 것이 감정이 개입되기 전에 명확하게 합의되어야 합니다. 그 합의가 문서로 정리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사임은 회사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이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숙도가 드러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난타전으로 끝난 사례들을 보면 예외 없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상호 예우의 설계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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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냐? 관계냐? 그것이 문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는 투자사업부서 임원인데요. 홍보실에 불만이 많습니다. 일부 온라인매체에 익명 소스발로 저희 투자내용 관련 루머들을 기사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마다 저는 강력하게 대응하자 하는데, 홍보실은 관계도 중요하다며 대응에 수동적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업부와 홍보실, 사실 둘 다 틀린 말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익명 소스발 루머 기사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사업부의 주장도 이해가 됩니다. 언론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홍보실의 입장도 현실적입니다. 문제는 이 두 입장이 충돌할 때마다 매번 같은 논쟁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반복 자체가 이미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이 자꾸 발생한다면, 그것은 사업부와 홍보실 중 누가 옳은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고경영진이 명확한 방향성과 원칙을 세우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익명 소스를 통해 반복적으로 시장 루머가 기사화되고, 그것이 실제 투자 사업에 타격을 주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어떻게 됩니까. 어느 시점에 가서는 그 루머로 인한 손실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 손실이 확정된 이후에는 회복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응의 기준은 손실이 실제로 발생하는 시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손실 가능성이 존재하는 그 순간부터 원칙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이것이 내부적으로 먼저 합의되어야 할 방향입니다.

그 합의의 핵심은 일관성입니다. 이럴 때는 대응하고, 저럴 때는 모른 척하고, 이 매체는 건드리지 않고, 저 매체에는 강하게 나가는 식의 비일관성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일관성 없는 대응은 언론에게 잘못된 신호를 줍니다. “이 회사는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인식이 생기면, 루머성 기사는 더 빈번해질 수 있습니다.

원칙은 단순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사화된다면, 홍보실이 일차적으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반영시키기 위해 움직입니다. 해당 매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다음 단계는 법적 대응입니다. 소송의 대상과 규모 역시 일관된 기준으로 적용합니다. 예외를 두지 않는 것이 원칙의 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원칙을 홍보실이 혼자 세울 수 없다는 점입니다. 사업부가 밀어붙인다고 해서 관철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최고경영진의 영역입니다. 최고경영진이 원칙과 방향에 먼저 합의하고, 대응 수위를 사전에 설정해 두어야 합니다. 그 위에서 사업부와 홍보실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될 수 있습니다.

홍보실이 말하는 “관계”도 사실 이 원칙 안에서 관리되어야 합니다. 관계를 이유로 원칙을 흔드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마찰을 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루머성 기사를 허용하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반복적으로 회사에 데미지를 끼치는 매체와의 관계는, 경영적 시각에서 냉정하게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피해를 감수한다는 의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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