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보이스 가이드라인을 지금?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생산시설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는데, 언론 커뮤니케이션은 홍보실이 주관해 초기에 잘 진행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사내와 협력사 쪽 발언을 어느 정도 통제해야 하는 건데요. 창구일원화나 사적 커뮤니케이션 금지 관련한 원보이스 가이드라인을 즉시 배포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훌륭하십니다. 위기 상황에서 원 보이스(One Voice)의 중요성을 내부적으로 공감하고 계신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사실 대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체계를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 공유하겠다는 판단 역시 훌륭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한복판에서 사내와 협력사의 흩어진 목소리 때문에 추가적인 곤욕을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그 필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이지요.

가끔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어차피 지켜지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이것은 옳지 않은 생각입니다. 가이드라인이 있고 공유까지 되었는데도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과, 애초에 그런 것 자체가 없어 지킬 기준조차 갖지 못했던 사람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전자는 개인의 일탈 문제이고, 후자는 조직 체계의 부재 문제입니다. 따라서 그런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정작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그 가이드라인을 공유하는 ‘시점’입니다. 미국 위기관리 격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카우보이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 하지 않는다.” 모든 위기관리 체계의 적시성(timing)에 대한 조언입니다. 지금 상황을 한번 그려 보시지요. 생산시설에서 이미 위기가 발생했고, 그 직후 언론 커뮤니케이션도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내와 협력업체에서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와 정보들이 새어 나가기 시작하니, 부랴부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려는 상황인 것이죠. 이것은 이미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말을 뒤따라 뛰면서 어떻게든 올라타 보려는 사람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결코 능숙한 카우보이의 모습은 아닌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가이드라인을 공유하는 적시는 언제일까요? 모든 위기관리 체계의 개발과 공유의 골든타임은 평시(平時)입니다. 위기가 발생하기 직전까지를 의미합니다. 그럼 이미 위기가 터졌으니 이번에는 공유하지 말아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는 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예상하고 계셔야 합니다. 사전 교육이나 훈련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위기 발생 후 가이드라인을 던지듯 공유하게 되면, 실제 현장에서의 실행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곤란한 것은, 일부 구성원들이 이를 함구령이나 입막음으로 해석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가이드라인을 공유하고도 또 다른 내부 불만과 잡음이라는 문제가 생기니, 공유하나 마나 한 결과가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다시 강조 드립니다. 평시가 골든타임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하고 나면, 그 시점에 새로 만들어 내놓는 모든 가이드라인은 상한 생선과 같아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경험은 공유하시되, 진짜 교훈은 따로 챙기십시오. 이번 위기가 정리된 직후, 가장 평온한 그 평시에 교육과 훈련을 곁들여 원 보이스 체계를 제대로 세워 두는 것, 그것이 다음 위기를 대비하는 가장 현명한 투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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