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CEO를 위한 스토익(Stoic) 위기관리 원칙
첫째, 대응의 첫 결정은 상대를 대하는 태도다. 메시지와 조치는 그 뒤를 따른다.
둘째, 위기 속에서도 회사는 대개 강자다. 가진 힘의 크기부터 헤아려라.
셋째, 힘이 있을 때 절제하라. 이해관계자의 호의가 회사의 가장 든든한 방벽이다.
지난 편에서 흔들리지 않되 외면하지 말라고 했다. 외면하지 않기로 한 회사가 대응에 나서면 가장 먼저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피해를 입은 사람, 불안해하는 고객, 동요하는 직원, 책임을 나눠 져야 할 협력사, 그리고 회사를 비판하는 사람들이다. 입장문 메시지와 조치의 내용은 그다음 문제다. 대응의 첫 결정은 이들을 어떤 태도로 대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된다.
세네카는 갓 즉위한 젊은 황제 네로를 위해 ‘관용론’을 썼다. 로마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사람에게 그 힘을 쓰는 법을 일러 준 글이다. 그는 관용을 이렇게 정의했다. “관용이란 복수할 힘이 있을 때의 마음의 절제다.” 힘이 없는 자의 참음은 관용이라 부르지 않는다.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을 세네카는 힘 있는 자의 덕목으로 보았다.
위기를 맞은 회사는 스스로를 몰린 쪽이라 느낀다. 쏟아지는 비난 앞에서는 억울하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 그러나 마주한 상대와 견주어 보면 회사는 오히려 강자다. 정보를 더 많이 쥐고 있고, 자금과 홍보 및 법무 역량이 있으며, 버틸 시간도 더 길다.
피해자 한 사람, 직원 한 사람, 작은 협력사 한 곳이 회사와 맞서기는 사실상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위기 대응 회의실 안에서는 이 격차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실을 잊은 회사가 종종 태도를 그르친다.
그런 회사는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 앞에서 규정과 약관부터 꺼낸다. 문제를 처음 알린 직원이 누구인지 찾아 나선다. 협력사에 책임을 넘기는 문서를 보낸다. 비판하는 글에는 법적 대응을 예고한다. 하나하나는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법적으로 정당한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렇게 힘을 다 쓰고 나면 위기의 성격이 바뀐다. 제품의 결함이나 현장의 사고였던 일이, 약한 사람을 힘으로 누르는 회사의 문제로 옮겨 간다. 사람들은 사고보다 그 태도를 더 오래 기억한다. 한번 그렇게 바뀐 프레임은 처음의 사고보다 수습하기가 훨씬 어렵다. 다툼에서는 이겼지만 고객과 직원, 지역사회의 마음은 떠난다. 이겨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견주어 보면 위기관리에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관용은 권리의 포기나 무조건적인 양보를 뜻하지 않는다. 악의적인 허위 주장이나 범죄에는 회사도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세네카가 말한 것은 힘이 있을 때의 절제다. 대응 수위를 정하는 회의에서는 기업 스스로 ‘할 수 있는가’보다 ‘해야 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이 연재의 2편에서 리더는 분노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분노를 다스리는 일이 리더 개인의 몫이라면, 힘을 절제하는 일은 회사 전체의 몫이다.
세네카는 같은 글에서 군주를 지키는 데에는 높은 성채도 겹겹의 성벽도 필요 없다고 썼다. 그리고 이렇게 적었다. “난공불락의 방벽은 단 하나, 시민들의 사랑이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위기 시 회사를 지켜 주는 것은 고객과 직원, 협력사와 지역사회가 회사에 품은 호의다. 그 호의는 평시에 쌓이고, 위기 한복판에서 회사가 보인 태도에 따라 더 두터워지거나 무너진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피플워치에 연재한 [정용민의 CEO 탐구생활] 칼럼입니다. 원문: 피플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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