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은 위기가 발생한 이후, 회사가 받을 피해를 신속하게 계산해 최소화하고 그 지속 기간을 최단으로 줄이는 활동입니다. 위기관리의 두 국면 가운데 발생 이후의 국면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위기관리를 흔히 사고가 난 뒤의 대응으로 이해하지만, 위기관리의 본령은 평시의 준비에 있습니다. 준비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하는 일은 성격이 다르고, 그래서 이름도 달라야 합니다.
위기관리의 두 국면 가운데 발생 이후에 해당합니다
경영학자 크리스틴 피어슨(Christine M. Pearson)과 위기관리 연구자 이안 미트로프(Ian I. Mitroff)는 1993년 경영학 학술지 『Academy of Management Executive』에 발표한 논문에서 위기관리를 신호 탐지, 예방과 준비, 피해 봉쇄, 복구, 학습의 다섯 단계로 정리했습니다. 앞의 두 단계는 위기가 발생하기 전의 활동이고, 뒤의 세 단계는 발생 이후의 활동입니다. 데미지 컨트롤은 이 가운데 위기 발생 이후의 대응 국면을 가리킵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데미지 컨트롤을 논란이 된 행동이나 발언, 폭로가 평판과 신뢰, 대외 이미지에 입힌 피해를 상쇄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로 풀이합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전제로 한 말입니다.
위기가 발생한 순간 위기관리는 절반 이상 실패한 것입니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위기를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게 합니다. 그래서 성공한 위기관리는 아무도 모릅니다. 기업과 정치인, 유명인의 위기를 자문해 온 미국의 위기관리 전문가 에릭 데젠홀(Eric Dezenhall)도 존 웨버(John Weber)와 함께 쓴 책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의 한 장에 「가장 좋은 사례는 결코 듣지 못하는 사례다」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위기가 발생해 알려졌다면 그 순간 위기관리는 이미 절반 이상 실패한 것이고, 그다음부터 회사가 하는 일은 피해를 줄이는 일입니다. 발생 이후의 대응을 두고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물을 수 있는 것은 피해를 얼마나 줄였는가, 얼마나 짧게 끝냈는가입니다.
| 구분 | 평시의 위기관리 | 데미지 컨트롤 |
|---|---|---|
| 시점 | 위기 발생 전 | 위기 발생 이후 |
| 목표 |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게 함 | 피해의 최소화와 최단기화 |
| 중심 활동 | 예상, 준비, 훈련과 시뮬레이션 | 최악의 상황 방지, 우선순위 제한 |
| 커뮤니케이션 | 알려지지 않은 단계라 외부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없음 | 목적 달성을 위해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
| 성공의 모습 | 아무도 모름 | 피해가 줄고 짧게 끝남 |
최악을 피하는 데 역량을 모읍니다
데미지 컨트롤의 첫 질문은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가입니다. 회사는 이미 입은 피해를 일단 감내하고, 추가 피해가 최악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대응 역량을 모읍니다. 이미 입은 피해를 돌아보는 일은 상황이 안정된 뒤에 합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좁게 정합니다. 규제기관과 수사기관을 상대하는 일, 공격적인 이해관계자를 원점에서 관리하는 일처럼 최악의 경로를 막는 일에 집중합니다. 언론과 온라인의 비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되, 목적 달성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적극적으로 합니다.
목적을 위해 최대한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데미지 컨트롤에는 정해진 공식이 없습니다. 어떤 국면에서는 전략적 침묵이 피해를 줄이고, 어떤 국면에서는 하이 프로파일로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공격적인 이해관계자를 상대할 때는 압도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방식은 목적이 정합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이 데미지 컨트롤의 핵심입니다.
데젠홀은 같은 책에서 흔히 모범으로 꼽히는 1982년 타이레놀 사례가 전형적인 기업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합니다. 책의 장 제목도 「공격이 이기고, 방어는 진다」, 「호감을 얻을 수 없다면 공격을 멈추게 하라」, 「데미지 컨트롤은 사과 이상의 것이다」로 붙였습니다. 사과와 공감이라는 하나의 처방으로 모든 위기를 다룰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행동이 뒷받침될 때 커뮤니케이션이 힘을 가집니다
위기는 말로만 풀리지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실제 행동이 뒷받침될 때 힘을 갖고, 행동과 커뮤니케이션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회사가 「사후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미지 컨트롤은 위기를 맞은 회사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어서, 이해관계자는 그것을 특별한 의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설득력을 갖는 것은 평시에 무엇을 준비해 왔고, 그럼에도 왜 이 위기를 막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와 함께 이해관계자는 위기가 발생한 이 상황에서 해당 기업이 얼마나 대담하고 압도적으로 상황을 관리해 나갈 것인지를 듣고 싶어 합니다.
발생한 위기와 자초한 위기는 다릅니다
데미지 컨트롤의 효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위기라면, 잘 수행한 데미지 컨트롤은 회사가 위기를 잘 관리했다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회사 스스로의 부주의나 불법으로 발생시킨 위기는 사정이 다릅니다. 분식회계나 비자금 조성처럼 회사가 원인을 만든 위기에서는 사후 대응이 아무리 정교해도 이해관계자의 평가를 바꾸기 어렵습니다. 데미지 컨트롤이 의미를 갖는 범위는 위기의 원인에서 이미 정해집니다.
정리
데미지 컨트롤은 위기가 발생한 이후의 국면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최단기화하는 활동입니다. 최악을 피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목적을 위해 침묵부터 압도적 대응까지 유연하게 움직이며, 그 효과는 위기의 원인에 따라 한계가 정해집니다. 회사가 데미지 컨트롤에 쏟는 역량이 클수록 평시의 준비가 그만큼 비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위기관리의 무게는 늘 발생 이전에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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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란 무엇인가 — 사전 활동으로서의 위기관리 정의입니다.
ERM, BCP,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른가 — 두 국면의 구분이 처음 정리된 글입니다.
전략적 침묵이란 무엇인가 — 데미지 컨트롤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의 하나입니다.
하이 프로파일, 로우 프로파일, 리액티브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다른가 — 목적에 따라 노출 수준을 정하는 방법입니다.
원점관리란 무엇인가 — 이 국면에서 집중하는 활동의 하나입니다.
상황관리란 무엇인가 — 최악의 경로를 막는 실무입니다.
근거로 삼은 자료
Christine M. Pearson, Ian I. Mitroff, 「From crisis prone to crisis prepared: A framework for crisis management」, Academy of Management Executive 7(1), 1993, 48–59. doi.org/10.5465/ame.1993.9409142058
Eric Dezenhall, John Weber, 『Damage Control: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Crisis Management Is Wrong』, Portfolio, 2007. archive.org
Merriam-Webster Dictionary, 「damage control」. merriam-webs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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