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CEO를 위한 스토익(Stoic) 위기관리 원칙
첫째,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은 리더 자신의 감정이다. 이해관계자의 신뢰는 끝까지 붙들어라.
둘째, 회사의 평판은 리더 개인의 것이 아니라 맡겨진 자산임을 잊지 말라.
셋째, 잘못을 보여 주는 비판 앞에서는 기꺼이 바꿔라.
이 연재는 열네 편에 걸쳐 스토아 철학자들의 문장을 기업 위기관리의 언어로 옮겨왔다. 이번 편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지혜가 위기 현장에서 잘못 읽히는 지점을 짚어 본다. 좋은 약도 잘못 쓰면 독이 되듯, 스토아의 조언도 적용할 대상을 혼동하면 위기를 키우는 논리가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종종 의아했다. 사람은 누구나 남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보다 남들의 판단을 더 중히 여긴다.” 남의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 판단을 세우라는 말이다.
한 사람의 수양으로는 더없이 옳은 문장이다. 이 연재의 1편에서 외부 여론과 타인의 반응을 ‘신의 영역’이라 부르며 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자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문제는 이 문장들이 위기를 맞은 회사의 경영진 회의실에 들어갔을 때다. “여론에 일일이 연연하지 말자.”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힌다.” “우리만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 의연함처럼 들리는 이 말들이 실제로는 비판을 외면하고 대응을 미루는 논리로 쓰인다. 의연함으로 포장된 둔감함. 위기를 맞은 리더가 보일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모습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평판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전하는 스토아 학파의 분류에서 좋은 평판은 건강, 재산과 함께 ‘선호되는 것’에 속한다. 덕 그 자체는 아니지만, 갖추는 편이 마땅한 것이라는 뜻이다. 평판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지 말라는 것과 평판을 가볍게 여기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같은 마르쿠스는 ‘명상록’의 다른 대목에 이렇게도 적었다. “누군가 내가 잘못 생각하거나 잘못 행하고 있음을 보여 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바꾸겠다. 나는 진실을 구한다. 진실로 해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로마 황제가 자신을 향한 비판에 귀를 열어 두었다는 고백이다.
무심과 무관심은 여기서 갈린다. 무심은 비판 앞에서 흔들리는 내 감정을 다스리는 태도다. 무관심은 비판이 담고 있는 신호까지 외면하는 태도다. 스토아가 권한 것은 언제나 앞의 것이었다.
개인과 경영자의 자리도 다르다. 개인이라면 자신을 향한 비난을 마음에 두지 않고 흘려보낼 수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선택할 몫이다. 그러나 경영자가 다루는 회사의 평판과 신뢰는 그 개인의 것이 아니다. 주주가, 직원이, 고객이 믿고 맡긴 것이다. 리더 개인의 초연함이 회사 차원에서는 맡겨진 자산을 방치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나를 향한 비난은 흘려보낼 수 있어도, 남이 맡긴 것까지 흘려보낼 권한은 없다.
그래서 스토아의 무심은 리더의 마음에 적용하고, 회사의 대응에는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마음은 고요하게 두되, 귀는 열어 두는 것이다. 실제로 위기 앞에서 여론을 외면하는 리더는 대개 패닉에 빠진 리더다.
겉으로는 고요해 보여도 속은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그 두려움이 클수록 비판을 아예 듣지 않으려 하거나, 반대로 비판 하나하나에 과잉 반응한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있어야 비판을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다. 스토아는 흔들리지 말라고 했을 뿐, 듣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피플워치에 연재한 [정용민의 CEO 탐구생활] 칼럼입니다. 원문: 피플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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