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이 효과가 있어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내부에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이라고 해도 어차피 가짜 상황이라, 진짜 위기에서의 압박감 같은 것은 재현되지 않는다는 거죠. 시뮬레이션 잘하는 조직도 실전에서는 무너지고요. 그런 시뮬레이션이 효과가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가짜 상황이라 진짜 위기의 압박감이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다는 말씀은 맞습니다. 시뮬레이션을 처음 준비하는 조직에서 흔히 나오는 반문이기도 하지요. 다만 그 지적은 시뮬레이션의 목적을 실전의 재현으로 보는 데서 나오는 오해입니다. 시뮬레이션의 목표는 실전의 복제라기보다 낯섦의 제거에 있습니다.

예방접종을 떠올려 보시지요. 백신이 실제 감염을 완전히 막아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약화된 균에 미리 노출되는 것만으로 우리 몸은 면역을 만듭니다. 진짜 병을 똑같이 앓아야만 면역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요. 시뮬레이션도 같습니다. 실제 위기와 똑같지 않은 상황이라도, 미리 겪어 보는 것만으로 조직은 위기에 대한 면역을 키웁니다.

압박감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말도 절반만 맞습니다. 위기 현장의 압박은 감정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제한된 시간과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구조적 압박이 있습니다. 실제 위기에서도 시간은 늘 부족하고 정보는 늘 모자랍니다. 이 구조적 압박은 시뮬레이션에서도 충분히 재현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일부만 주고 시간을 쪼개기만 해도 참가자들은 금세 진땀을 흘립니다.

위기라는 상황적 자극은 위기관리 주체 내부에 패닉을 만듭니다. 처음 겪는 상황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 패닉은 불안과 분노 같은 감정을 낳고, 그 감정은 곧 조직적 강박으로 나타납니다. 무조건 부인하거나, 서둘러 반박하거나, 모든 질문을 막아서는 반응들이 그렇습니다. 기업 위기관리의 상당 부분이 이런 강박적 반응에 기반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은 바로 이 연결고리를 끊어 줍니다. ‘처음 겪는 것’을 ‘겪어 본 것’으로 바꾸어 줍니다. 한 번 겪어 본 상황 앞에서 사람은 덜 불안합니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대신 ‘그때 본 장면’이 먼저 떠오릅니다. 불안이 약해지면 강박으로 넘어가는 힘도 약해지고, 그 자리에 판단이 들어설 여지가 생기지요.

시뮬레이션을 잘하는 조직도 실전에서는 무너진다는 이야기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한 번의 행사로 치르고 끝낸 조직이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션 성적이 좋았다는 것과 위기에 면역이 생겼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면역은 한 번의 접종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주기적으로, 다양한 상황으로, 경영진이 직접 참여해 반복할 때 쌓입니다.

그래서 시뮬레이션은 매우 효과적인 사전적 위기관리 방식입니다. 가짜 상황이라는 이유로 망설이신다면 질문을 이렇게 바꿔 보시길 바랍니다. 진짜 위기를 처음 겪으며 실전으로 맞을 것인가, 그 전에 한 번이라도 겪어 볼 것인가. 답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위기관리 컨설팅 스트래티지샐러드 — 시뮬레이션이 효과가 있어요? 핵심 문장 카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 조직에 무엇을 남기는지 한 문장으로 정리한 이미지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원문: 이코노믹리뷰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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