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통해 시시비비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와 지자체 간에 분쟁이 있습니다. 상호 간 감정적인 수준까지 이르렀는데요. 이를 언론에서 취재한다 해서 대응 준비 중입니다. 내부에서는 이 갈등 원인과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자는 분위기입니다. 홍보실에서는 언론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적절할지 의문입니다. 괜찮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홍보실의 의문이 맞습니다. 언론은 기업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분쟁이 감정적인 수준에 이르면 누구나 제3자에게 우리의 억울함을 확인받고 싶어합니다. 내부에서 갈등의 원인과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자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도 그래서죠. 그러나 언론은 판정을 내려 주는 곳이 아닙니다.

언론은 갈등을 취재합니다. 누가 옳은가보다 얼마나 크게 부딪히고 있는가가 기사의 중심이 됩니다. 귀사와 지자체는 서로 시시비비를 따지지만, 언론은 그것을 양측의 갈등과 충돌로만 보도합니다. 기사 제목부터 ‘갈등’, ‘충돌’, ‘공방’ 같은 단어로 채워집니다. 귀사가 지적한 지자체의 문제점 바로 옆에 지자체가 지적한 귀사의 문제점이 나란히 실리지요. 독자에게 남는 것은 ‘저 회사와 지자체가 싸우고 있다’는 인상뿐입니다.

결국 시시비비는 가려지지 않고, 결론도 나지 않습니다. 반면 잃는 것은 확실합니다. 서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굳이 알려질 필요 없던 구체적 내용이 하나둘 흘러나옵니다. 한쪽이 자료를 내면 다른 쪽도 반박 자료를 내는 식으로 공방은 길어집니다. 협의 과정의 뒷이야기와 내부 사정, 오간 말들이 기사화되면서 양측 모두에게 여론의 주목과 압력만 강하게 더해집니다.

한번 공개적으로 상대를 비판하고 나면 물러서기가 어려워집니다. 상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개적으로 지적받은 쪽은 체면과 명분 때문에라도 쉽게 양보하지 못합니다. 서로 논의와 협의를 거쳐 일정 기간이 지나면 풀릴 수 있었던 이슈가, 영영 풀리지 않는 난제로 바뀔 수 있습니다. 더구나 질문처럼 지자체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상대가 아닙니다. 앞으로도 계속 마주해야 할 상대입니다.

언론이 갈등을 취재할 때는 긍정적이고, 미래 중심적이며, 해법 중심적으로 말씀하시길 조언드립니다. 지자체와 원만히 풀어 가겠다는 적극적인 해결 의지, 이를 위한 계획, 그리고 잘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말하는 것입니다. 싸움을 기대하고 온 기자에게 해법을 이야기하는 회사는 기사에서도 다르게 비칩니다. 지자체와의 다음 협의에도 한결 나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요.

내부 감정상 도저히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차라리 감정을 뺀 건조한 입장문이면 충분합니다.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과 성실히 임하고 있다는 입장 정도만 담으면 됩니다. 상대에 대한 평가나 억울함을 한 줄이라도 넣으면 그 한 줄이 기사 제목이 됩니다.

다시 강조드립니다. 언론은 기업이 하소연하거나, 변명하거나, 남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잘못은 협의 테이블에서 따지시면 됩니다. 그 자리에서는 얼마든지 강하게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언론 앞에서는 문제를 풀어 가려는 회사로만 남으시기 바랍니다.

위기관리 컨설팅 스트래티지샐러드 — 언론을 통해 시시비비를? 핵심 문장 카드
언론이 갈등을 취재할 때 기사의 중심에 무엇이 놓이는지 한 문장으로 정리한 이미지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원문: 이코노믹리뷰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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