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022026 0 Responses

2. 위기 앞에서 분노를 내려놓는 세 가지 방법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현장에서 경영진으로 부터 가장 자주 목격하는 감정이 있다. 분노다. 위기 대응 회의실에서 고성으로 터져 나오는 분노, 전화기 너머로 전달되는 날선 분노, 침묵 속에 응축된 차가운 분노. 형태는 달라도 본질은 같다. 통제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경영진의 저항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기업 위기는 대체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가.

위기는 경영자가 분노할 ‘대상’이 아니다. 위기는 풀어야 할 ‘숙제’다. 숙제 앞에 앉은 학생이 화를 낸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화를 내는 동안 시간이 흘러가고, 판단이 흐려지고, 골든타임이 소진된다. 위기관리에서 분노는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만 더 악화시킨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2000년 전에 이미 이것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그는 저서 ‘화에 대하여(De Ira)’에서 이렇게 말했다. “분노는 일시적 광기다(Ira furor brevis est).” 분노한 상태의 인간은 이성을 잃은 상태라는 것이다. 눈빛이 흔들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말이 거칠어진다. 세네카는 이것이 광기와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광기가 오래 지속되느냐, 잠깐 지속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위기 현장에서 분노한 경영진이 내린 결정들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필자는 수없이 목격했다. 그 분노가 없었더라면 하지 않았을 말들, 내리지 않았을 지시들, 취하지 않았을 행동들. 분노는 판단을 흐리고 조직을 흔든다. 경영자가 분노하는 순간 조직 전체가 그 분노의 파장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실무진은 옳은 판단보다 경영자의 분노를 잠재울 반응을 먼저 찾기 시작한다. 전략적 대응이 아니라 감정적 반응이 조직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더 위험한 것은 분노한 경영자가 그 분노를 정당하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세네카는 이것이 분노의 가장 교활한 속성이라고 했다. 분노는 스스로를 의로운 감정으로 위장한다.

만약 위기 앞에서 경영자가 반드시 화를 내야 한다면, 그 화는 딱 하나의 방향으로만 향해야 한다. 이 위기를 평시에 대비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화, 그리고 준비의 중요성에 무관심했던 조직에 대한 화다. 그 화만이 생산적이다.

그 화만이 다음 위기를 막는 에너지가 된다. 언론을 향한 화, 이해관계자를 향한 화, 상황 자체를 향한 화는 모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세네카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파도에게 화를 내는 것과 같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분노의 처방은 하나다. 지금 내가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차리는 것. 분노는 의식되지 않을 때 가장 강하고, 의식되는 순간 힘을 잃기 시작한다.

아, 나는 지금 분노하고 있구나. 이 짧은 자기 인식이 분노가 판단을 지배하는 것을 막는 첫 번째 방어선이다.

위기는 숙제다. 숙제는 그냥 풀어야 한다. 분노는 그 숙제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핵심요약

1. 분노가 느껴지는 순간 즉각 반응하지 말고, 먼저 ‘나는 지금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라.

2.언론, 이해관계자, 상황 자체를 향한 분노는 내려놓고, 그 에너지를 통제 가능한 대응 실행에만 집중하라.

3. 만약 화를 내야 한다면 이 위기를 평시에 대비하지 못한 자신과 조직을 향해 내고, 그 화를 다음 위기를 막는 준비의 동력으로 전환하라.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피플워치에 연재한 [정용민의 CEO 탐구생활] 칼럼입니다. 원문: 피플워치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답글 남기기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Please enter your name, email and a comment.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