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CEO를 위한 스토익(Stoic) 위기관리 원칙
첫째, 위기 대응 역량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반복된 훈련으로 길러지는 기술이다.
둘째, 예상되는 위기 상황을 평시에 실제처럼 반복하여 몸에 익혀라.
셋째, 훈련을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조직의 일상적 규율로 정착시켜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 이렇게 적었다. “삶의 기술은 춤보다 레슬링에 가깝다. 정해진 안무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일격에 맞서 늘 준비된 자세로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도 그렇다. 위기는 잘 짜인 안무처럼 순서대로 오지 않는다. 예고 없이, 변칙적으로, 가장 취약한 곳을 노리고 들어온다. 그래서 위기 대응은 대본을 암기하듯 되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훈련된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하듯, 조직이 평소 길들여 둔 습관과 절차가 그 순간 작동해야 한다. 레슬러는 상대의 다음 동작을 일일이 예측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어떤 변칙이 들어와도 무너지지 않도록 몸을 미리 단련해 두었기에 버티는 것이다.
훈련되지 않은 기업이 위기를 맞으면 어떤 모습이 되는가. 오합지졸이라는 표현 그대로다. 누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모른 채 미루고,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각각 입을 열고, 사과의 타이밍을 놓치고, 해서는 안 될 말을 기자 앞에서 내뱉는다. 돌이켜 보면 대단한 전략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다.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지지 않았을 뿐이다. 정상적인 훈련을 한 번이라도 거친 조직이라면 결코 저지르지 않았을, 사려 깊지 못한 실수와 황당한 대응이 위기를 더 키운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평시에 경험해야 할 위기관리 목적의 훈련은 무엇인가. 가장 일반적인 것이 미디어트레이닝이다. 그리고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대변인 트레이닝이 그 뒤를 잇는다. 나아가 고객, 정부, 기관, NGO, 지역 주민, 투자자, 노조 등 각 접점에서 벌어질 상황을 가정한 이해관계자 접점 시뮬레이션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안전 대피 훈련, 해킹 방어 훈련처럼 부서별 책임과 역할에 직결된 주제별 대응 훈련은 더욱 기본에 속한다. 이러한 훈련에 관심이 없거나, 기회가 없거나, 늘 부족한 상태로 위기를 맞는 기업은 그 대가를 고스란히 현장에서 치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에픽테토스는 “어려움이야말로 그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낸다”고 했다. 그는 레슬링 코치 비유를 하기도 했다. 신은 마치 거친 상대와 우리를 짝지어 주는 코치와 같아서, 그 힘겨운 상대를 통해 우리를 단련시킨다는 것이다. 단, 그는 분명히 덧붙였다. “그것은 땀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기라는 거친 상대 앞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면, 그 이전에 흘려 두어야 할 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훈련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에픽테토스는 또 이렇게 권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너 자신을 훈련하라. 그리고 거기서부터 더 큰 것으로 나아가라.” 위기관리 훈련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대규모 모의훈련을 이벤트처럼 치르고 끝낼 일이 아니다. 작은 상황 대응부터 반복적으로 몸에 새겨 두는 것이 핵심이다. 반복된 훈련은 위기의 순간, 판단의 속도와 정확성으로 되돌아온다. 이미 여러 번 겪어 본 상황과, 그 자리에서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훈련의 진짜 목적은, 예기치 못한 일격이 들어왔을 때 조직이 공황에 빠지지 않고 기본을 지키도록 만드는 데 있다. 화려한 묘수가 위기를 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기본기를 갖춘 조직이 황당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위기의 절반은 관리된다.
춤추는 자는 정해진 음악이 멈추면 길을 잃는다. 그러나 단련된 레슬러는 상대가 어떤 변칙을 걸어와도 무너지지 않는다. 기업 위기관리에도 훈련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평시에 흘린 땀이, 위기의 순간 조직을 지탱하는 훌륭한 근력이 된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피플워치에 연재한 [정용민의 CEO 탐구생활] 칼럼입니다. 원문: 피플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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