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지방에서 사업을 하는 조그만 중소기업입니다. 직원도 100명이 채 안 되고요. 지역에서는 오래된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유명하거나 큰 기업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에게 위기관리 체계와 역량을 계속 강조하시던데, 저희 같은 규모의 회사도 그렇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대표님이 ‘위기관리’라는 개념을 어떻게 그리고 계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아마도 대기업의 홍보실과 두꺼운 매뉴얼, 별도의 예산과 조직 같은 것을 떠올리고 계실 겁니다. 만약 위기관리가 그런 것이라면, 대표님 회사에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표님 회사에 필요한 위기관리는 그런 모습이 아닙니다.
질문 속에 이미 답의 실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대표님은 “지역에서 오래된 회사로 알려져 있다”고 하셨지요. 바로 그것입니다. 수십 년 걸쳐 지역에서 쌓아 온 그 신뢰가, 대표님 회사가 가진 가장 값진 자산입니다. 유명하지 않다는 것과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오래 공들여 쌓은 신뢰일수록, 한번 금이 가면 회복에 몇 배 시간이 걸립니다. 대기업의 명성은 광고로도 사지만, 지역의 오래된 신뢰는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위기관리란 무엇일까요. 거창하게 볼 것이 없습니다. 그 오래된 신뢰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일, 그것이 대표님께 필요한 위기관리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대표님은 이미 그 일을 매일 하고 계십니다. 현장의 안전을 살피고, 거래처와의 약속을 지키고, 직원들의 사기를 챙기고, 자금이 막히지 않도록 신경 쓰는 그 모든 것이 사실은 위기관리입니다. 대표님은 이미 이 회사의 위기관리 책임자이신 셈이지요.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 일을 ‘무의식적으로, 마주치는 대로’ 하고 계실 뿐입니다. 위기관리라고 부를 만한 것은, 그 일을 ‘의식적으로, 미리’ 하는 것입니다. 그 작은 차이가 위기의 순간에는 생각보다 큰 격차를 만듭니다.
지금까지 큰 탈 없이 회사를 잘 이끌어 오셨을 겁니다. 그런데 그것은 위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운이 좋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위기가 아예 없는 회사는 세상에 없습니다. 다만 그 위기가 아직 대표님을 찾아오지 않았을 뿐이지요. ‘지금까지 괜찮았으니 앞으로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야말로, 작은 회사를 가장 위태롭게 만드는 마음입니다.
그러니 제가 권해 드리는 것은 거창한 준비가 아닙니다. 우리 회사에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한두 가지를 평온한 지금 미리 떠올려 보시는 것, 그때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지를 마음속에 그려 두시는 것, 그리고 회사의 앞날을 쥔 몇몇 사람과 평소 신뢰를 두텁게 해 두시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돈이 드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한 번 먹는 일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위기관리는 회사를 크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오래 지켜 온 것을 지키는 일입니다. 대표님 회사는 유명하지 않아서 위기관리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오래 신뢰받아 왔기에 더더욱 그것을 지켜야 합니다. 규모가 작다는 것은 위기관리를 건너뛰어도 되는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더 조심히 지켜야 할 이유인 것이지요.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원문: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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