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2026 0 Responses

CEO에게도 표현의 자유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저희 대표께서는 항상 자신이 하고 싶은 말도 못하면 되겠냐 한탄을 하십니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그런 권리를 행사하면 왜 안되냐는 거죠. 홍보실에서는 계속 불안합니다. 기자들과의 자리는 만들지 않으면 되는데, 개인적으로 하시는 소셜미디어가 문제지요. CEO의 표현의 자유 어떻게 봐야 할까요?”

홍보실의 그런 불안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대표님의 한탄도 이해는 됩니다. 다만 이 문제를 ‘표현의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로 따지기 시작하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대표께도, 저에게도,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걸 부정할 사람은 없지요.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있습니다.

말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 말한 뒤의 책임까지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 누구도 대표님의 입을 막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입 밖으로 나온 말은 활을 떠난 화살과 같습니다. 쏠 자유는 있어도, 그 화살이 날아가 일으킨 일까지 없던 일이 되지는 않지요. 원치 않는 오해를 사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때로는 법적인 다툼으로까지 번집니다. ‘말할 자유’는 있어도 ‘그 말의 결과에서 도망칠 자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 이것이 표현의 자유의 진짜 얼굴입니다.

여기에 CEO라는 자리의 특별함이 더해집니다. 대표님은 회사를 ‘내 회사’라고 느끼시겠지만, 조금 냉정하게 보면 회사와 주주로부터 경영을 ‘맡은’ 사람입니다. 남의 소중한 것을 대신 맡아 지키는 자리라는 뜻이지요. 이런 사람을 법에서는 ‘수임자’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피듀시어리(fiduciary)’라고 하는데, 말은 거창해도 뜻은 단순합니다. 나를 믿고 맡긴 사람들의 이익을 내 기분보다 앞에 두어야 하는 자리라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갈등이 생깁니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는 ‘개인’과, 맡은 것을 지켜야 하는 ‘수임자’가 한 사람 안에서 부딪히는 것이지요.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제 기분대로 핸들을 꺾을 수 없듯, 회사를 맡은 사람은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둘을 다 가지려 하니 늘 갈등과 스트레스가 따라오는 것이죠. 결국 어느 하나는 택하셔야 합니다. 자유로운 개인으로 사실지, 책임 있는 수임자로 사실지.

그렇다면 CEO의 표현의 자유는 어디에서 풀어야 할까요. 바로 회사 이야기 안에서입니다. 회사의 비전과 미션, 지켜야 할 가치와 원칙, 우리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조직문화까지. 대표님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쏟아부어도 좋을 주제가 회사 안에 이미 넘쳐납니다. 사실 이것들만 부지런히 이야기해도 하루가 모자란 것이 CEO입니다. 표현의 욕구는 바로 그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푸시면 됩니다.

사회적으로 구설에 오른 CEO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습니다. 그분들의 ‘하고 싶은 말’은 예외 없이 ‘그만한 책임’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대놓고 하면 안 될 말’만이 아닙니다. CEO가 한 말 가운데 조금이라도 ‘적절하지 않은 말’은, 그게 무엇이든 문제가 됩니다. 그 기준은 개인의 상식이 아니라 맡은 자리의 무게에 맞춰지니까요.

정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누리고 싶으시다면, 그건 은퇴 후에 한 사람의 개인으로 돌아가 마음껏 찾으시면 됩니다. 그 자리에 계신 동안만큼은, 하고 싶은 말보다 지켜야 할 책임이 늘 반걸음 앞선다는 것. 이것이 CEO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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