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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관리에서 책임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관리에서 말하는 책임은 한 종류가 아닙니다. 맡은 일을 해내야 하는 수행책임(responsibility), 그 결과에 대해 답하고 감당해야 하는 결과책임(accountability), 그리고 법이 묻는 법적 책임(liability)이 각각 다르게 작동합니다. 세 가지는 같은 사람에게 함께 오지 않으며, 하나를 이행했다고 나머지가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위기 대응에서 절차를 다 밟았는데도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은 대개 이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책임은 한 종류가 아닙니다

    영어에는 우리말 「책임」에 해당하는 단어가 여럿 있습니다. 그중 위기관리에서 반드시 나누어야 하는 것이 responsibility와 accountability입니다. 우리말로는 둘 다 책임으로 옮겨지지만 실제로 가리키는 대상은 다릅니다.

    수행책임(responsibility)은 맡은 일을 해내야 하는 의무입니다. 누가 그 일을 하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안전 점검을 맡은 담당자, 품질을 검수하는 부서, 협력사를 관리하는 라인이 각각 나누어 지고 있는 책임입니다. 아래로 위임할 수 있고 여러 사람에게 나눌 수 있습니다.

    결과책임(accountability)은 그 결과에 대해 이해관계자에게 답하고 그 평가를 감당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누가 이 사태에 답하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나눌 수 없고 아래로 넘길 수도 없으며, 직접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도 성립합니다.

    여기에 법적 책임(liability)이 더해집니다. 법원과 수사기관이 판단하는 배상과 처벌의 문제입니다.

    두 책임을 구분해서 보는 시각은 조직 이론과 거버넌스 연구에서 오래 다루어져 왔습니다. 영국의 행정학자 리처드 멀건(Richard Mulgan)은 accountability를 다른 사람에게 답하고 그 판단을 받아야 하는 외부적 관계로 규정하면서, 스스로 판단해 처리하는 내부적 의무인 responsibility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구분수행책임결과책임법적 책임
    묻는 것누가 그 일을 했는가누가 이 사태에 답하는가누가 법을 어겼는가
    작동 시점위기 발생 이전위기 발생 이후사후 판단
    나눌 수 있는가나눌 수 있음나눌 수 없음법이 정함
    판단하는 주체회사 내부이해관계자와 공중법원과 수사기관
    표. 위기관리에서 구분해야 하는 세 가지 책임 — 스트래티지샐러드

    일은 아래로, 답변은 위로

    두 책임은 방향이 서로 반대입니다.

    수행책임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갑니다. 조직이 일을 나누어 맡기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결과책임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갑니다. 현장에서 발생한 일이라도 최종적으로 답해야 할 사람은 위에 있습니다.

    일은 여럿이 나누어도, 답변은 한 사람이 합니다. 그 한 사람이 어느 자리에 있는가는 사안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위기 대응이 실패하는 지점은 두 방향이 같아지는 순간입니다. 일도 아래로 내려보내고 답변까지 아래로 내려보내는 경우입니다. 사고가 나면 현장 책임자를 앞에 세우고 담당 임원을 문책해 사안을 종결하려는 대응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흔히 꼬리 자르기라고 부르는 것의 구조입니다.

    답변을 아래로 내리면 다음 위기를 모르게 됩니다

    꼬리 자르기의 문제는 도의적인 데 그치지 않습니다. 조직의 작동 방식을 망가뜨립니다.

    회사가 위기를 미리 아는 경로는 현장에서 올라오는 보고입니다. 이상 징후를 처음 보는 사람은 언제나 현장에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났을 때 답변의 부담이 현장으로 내려간 전례가 생기면, 다음번에 이상 징후를 발견한 직원은 그것을 올리지 않습니다. 올리는 순간 자신이 그 사안의 답변자가 된다는 것을 학습하기 때문입니다.

    조직 심리학자 에이미 에드먼드슨(Amy Edmondson)이 병원 조직을 관찰하면서 확인한 것도 같은 현상입니다. 오류 보고 건수가 많은 팀이 실제로 오류가 많은 팀이 아니라, 보고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믿는 팀이었습니다. 보고가 적은 조직은 안전한 조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조직입니다.

    결과책임을 아래로 내리면 수행책임의 기반까지 무너집니다. 보고가 끊긴 조직은 위기를 예방할 수 없고, 경영진의 판단은 틀린 사실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위기관리의 전제에서 위험 신호가 불이익 없이 위로 올라오는 경로를 확인 항목으로 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실무자를 지키는 일이 다음 위기를 아는 방법입니다.

    법적으로 이겨도 책임은 남습니다

    세 가지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직접 관여하지도 않은 사안에서 결과책임이 발생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협력사 사업장에서 일어난 중대재해, 가맹점에서 발생한 위생 사고, 인수하기 전에 벌어진 피인수기업의 부정행위가 그렇습니다. 법적으로는 방어할 수 있고 인과적으로도 연결되지 않지만, 공중은 그 회사에 답을 요구합니다.

    이때 위법 사항이 없다는 해명을 앞세우면 상황은 대개 나빠집니다. 법적 책임에 대한 답을 결과책임에 대한 답으로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공중이 물은 것은 처벌받을 일인가가 아니라 이 회사가 이 일을 어떻게 다루었는가입니다.

    법적 방어에 성공한 기업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은 대응이 부실해서 생기지 않습니다. 답해야 할 질문과 답한 내용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생깁니다.

    세 가지를 따로 다루어야 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분리해서 판단해야 하는 것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누가 그 일을 했는가는 내부 조사가 밝힐 문제입니다. 무엇을 법적으로 인정할 것인가는 법무가 판단할 문제입니다. 누가 이 사태에 답할 것인가는 커뮤니케이션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세 가지를 같은 자리에서 함께 처리하면 두 방향의 사고가 발생합니다. 내부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법적 책임을 인정해 버리거나, 반대로 법적 방어 논리가 대외 메시지를 지배해 답해야 할 질문에 답하지 못하게 됩니다.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패는 후자 쪽입니다.

    책임을 정확히 이행하려면 먼저 책임을 정확히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중 국내 기업이 가장 자주 놓치는 것이 답하는 책임입니다.

    근거로 삼은 표준과 자료
    상법 제382조 제2항 · 제382조의3
    민법 제681조 · 제683조
    Richard Mulgan, 「Accountability」: An Ever-Expanding Concept?, Public Administration (2000) — responsibility와 accountability의 구분
    Amy C. Edmondson, Learning from Mistakes Is Easier Said Than Done, Journal of Applied Behavioral Science (1996) — 오류 보고와 심리적 안전에 관한 병원 조직 연구
    위 개념들을 기업 위기관리 관점에서 두 책임의 방향으로 정리하고 세 가지 책임의 분리 운용으로 구성한 부분은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리입니다.

  • ERM, BCP,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ERM은 회사의 목표 달성을 흔들 수 있는 불확실성을 전사 차원에서 다루는 체계이고, BCP는 업무가 중단되었을 때 핵심 기능을 정해진 시간 안에 되살리기 위한 체계이며, 위기관리는 발생 가능한 위기를 미리 예상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 두는 활동입니다. 세 가지가 모두 위기관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실무의 혼선이 시작됩니다. 셋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근거로 삼는 표준부터 서로 다른 별개의 체계입니다.

    세 개념은 각각 다른 표준 위에 서 있습니다

    ERM의 근거는 리스크관리 표준인 ISO 31000과 COSO의 전사적 리스크관리 프레임워크입니다. 여기에서 리스크는 「목표에 대한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정의됩니다. 손실만이 아니라 목표를 흔드는 모든 불확실성이 대상이며, COSO는 2017년 개정에서 이를 전략 수립과 성과 관리에 통합되어야 하는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BCP의 근거는 사업연속성 관리 표준인 ISO 22301입니다. 여기에서 사업연속성은 「중단 상황에서도 사전에 정해 둔 허용 시간과 수준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제공을 계속할 수 있는 조직의 역량」으로 정의됩니다. 업무영향분석으로 복구 우선순위를 정하고, 목표복구시간과 목표복구시점으로 허용 한계를 수치화합니다.

    위기관리의 근거는 위기관리 표준인 ISO 22361입니다. 여기에서 위기는 「조직을 위협하며, 존립과 온전함을 지키기 위해 전략적이고 적응적이며 시의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비정상적이고 이례적인 사건 또는 상황」으로 정의됩니다. 주목할 것은 이 표준의 목적입니다. 대응 절차의 제공이 아니라 「전략적 위기관리 역량을 계획하고 수립하고 유지하고 검토하고 개선하는 것」입니다. 위기관리를 사후 절차가 아니라 평시에 쌓는 역량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한 단어를 더 볼 필요가 있습니다. 리스크관리를 규정해 온 표준 계열은 리스크관리를 「조직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조정된 활동」으로 정의합니다. 위기관리 표준은 위기관리를 「조직을 이끌고, 지휘하고, 통제하는 조정된 활동」으로 정의합니다. 앞에 이끈다가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통제 위에 판단이 얹혀야 한다는 뜻이며, 두 영역의 성격 차이가 이 한 단어에 담겨 있습니다.

    세 체계는 다루는 대상이 다릅니다

    구분ERMBCP·BCM위기관리
    근거 표준ISO 31000, COSO ERMISO 22301ISO 22361
    다루는 대상목표를 흔드는 불확실성업무의 중단이해관계자의 판단을 흔들 소지
    핵심 질문무엇이 얼마나 흔들 수 있는가멈추면 언제까지 되살리는가지금 무엇을 해 두어야 하는가
    주관 부서재무, 감사, 전략운영, 생산, 정보기술최고경영진, 커뮤니케이션
    주 산출물리스크 목록과 한도, 보고 체계복구 우선순위와 절차선행 조치, 포지션, 창구 체계
    성공의 모습손실이 한도 안에 머무름정해진 시간 안에 복구됨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
    성공의 판정자회사 자신회사 자신회사 밖의 이해관계자
    표. 세 체계의 비교 — 스트래티지샐러드

    성공의 모습과 성공의 판정자, 이 두 항목이 실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듭니다. ERM은 손실이 한도 안에 있었는지를, BCP는 몇 시간 만에 복구했는지를 회사가 스스로 판정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에는 그런 내부 지표가 없습니다. 판정은 회사 밖에서 이루어지고, 판정의 기준도 회사가 정하지 않습니다.

    주관 부서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뒤에서 다시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세 체계가 위기 상황에서 충돌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세 체계 모두 본령은 평시에 있습니다

    세 가지 모두 사고가 난 뒤에 꺼내 드는 대응책이 아닙니다. ERM은 평시에 무엇이 회사를 흔들 수 있는지 목록으로 만들어 두는 일이고, BCP는 멈췄을 때 무엇부터 되살릴지 미리 정해 두는 일입니다.

    위기관리도 같습니다. 진짜 위기관리는 발생 가능한 위기를 미리 예상하고, 그에 대해 지금 해야 할 일을 그때 해 두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위기는 이 단계에서 소멸합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알려지지 않고, 평가받지도 않은 채 사라집니다.

    위기관리에는 두 개의 국면이 있습니다

    평시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이후의 활동은 성격이 다르며, 실무에서는 데미지 컨트롤이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합니다.

    데미지 컨트롤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예상되는 피해를 신속하게 계산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며, 지속 기간을 최단으로 줄이는 것입니다. 회복이 아니라 축소가 목표입니다.

    데미지 컨트롤은 표준에 등재된 용어가 아니라 실무에서 쓰는 말입니다. 다만 위기관리 표준이 사건과 위기를 나누는 방식과 짝을 이룹니다. 사건은 기존 절차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고, 위기는 준비된 절차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절차가 감당하는 구간까지는 준비의 영역이고, 그 밖으로 넘어간 구간이 데미지 컨트롤의 영역입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위기관리를 사후 대응으로만 이해하게 됩니다. 위기가 발생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구성되는 대책 기구가 그 결과입니다. 그런 기구는 유효한 대응 시점을 이미 지나 있으며, 위기관리 체계가 아니라 수습 기구로 보아야 합니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같은 것은 아닙니다.

    위기관리의 성과는 증명되지 않습니다

    ERM은 손실 한도로, BCP는 목표복구시간으로 성과를 숫자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잘 된 위기관리의 결과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이고, 그 상태에는 증명할 대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위기관리는 투자 판단이 가장 어려운 영역입니다. 다만 반대 방향의 신호는 분명합니다. 알려진 위기가 짧은 기간에 줄을 잇는 회사는 위기관리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부재가 곧 지표입니다.

    널리 알려진 위기관리 성공 사례들도 이 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사례들은 대부분 이미 위기가 발생해 알려진 뒤의 대응을 평가한 것입니다. 배울 가치가 있는 기록이지만, 위기관리의 표준이 아니라 데미지 컨트롤의 표준입니다.

    BCP를 갖췄다고 위기관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가장 비용이 큰 오해입니다. BCP는 멈춘 공장을 다시 돌리는 계획이지, 흔들린 신뢰를 되돌리는 계획이 아닙니다. 목적도 산출물도 실행 주체도 다릅니다.

    복구는 예정보다 빨리 끝났는데 시장에서의 자격은 회복되지 않은 상태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복구는 회사의 기준으로 완료되고, 신뢰는 상대의 기준으로 회복되기 때문입니다.

    세 체계는 위기 상황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보고합니다

    소유 부서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정의합니다. 재무는 손실 규모로, 운영은 복구 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은 이해관계자의 인식으로 보고합니다. 셋 다 맞는 보고지만 서로 번역되지 않습니다.

    조율되지 않은 채 각각 올라가면 최고경영진의 판단이 지연됩니다. 그리고 그 지연이 만든 공백은 회사의 설명이 아니라 외부의 해석으로 채워집니다. 위기 초기에 컨트롤타워가 하나로 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할 때

    회사가 보유한 문서가 세 가지 중 무엇인지 먼저 확인해 보십시오. 표지에 위기관리라고 적혀 있어도 내용이 복구 절차라면 그것은 BCP입니다.

    각 체계의 담당 부서와 최종 책임자가 각각 지정되어 있는지 보십시오. 한 부서가 셋을 모두 맡고 있다면 실제로는 하나만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시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짚어 보십시오. 세 체계 모두 평시 활동이 본령이며, 발생 이후의 절차만 있는 문서는 준비가 아니라 예고편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세 부서의 보고가 한자리에서 합쳐지는 구조가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이 구조가 없으면 세 체계를 모두 갖추고도 판단이 늦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외부 자문을 구할 때는 사전 체계를 세우는 일인지 발생 이후의 대응인지부터 정해 두십시오. 이 구분 없이 받은 제안들은 서로 비교되지 않습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른가: 위기가 되기 전 단계를 다룹니다.
    상황관리란 무엇인가: 발생 이후 회사가 실제로 하는 조치입니다.
    살아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이란 무엇인가: 평시 준비가 문서로 남는 자리입니다.
    위기관리 컨설팅이란 무엇인가: 외부 자문의 범위를 정할 때 보시면 됩니다.

    근거로 삼은 표준과 자료
    ISO 22361:2022 Security and resilience — Crisis management — Guidelines
    ISO 22301:2019 Security and resilience —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systems — Requirements
    ISO 31000:2018 Risk management — Guidelines
    COSO Enterprise Risk Management — Integrating with Strategy and Performance (2017)

  • 창구일원화와 창구다양화는 어떻게 다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창구일원화는 외부로 나가는 모든 메시지를 지정된 하나의 창구를 통해서만 내보내는 체계이고, 창구다양화는 이해관계자별로 지정된 여러 창구가 하나의 메시지를 나누어 전달하는 체계입니다. 둘은 대립하는 선택지가 아닙니다. 어느 쪽이 가능한지를 결정하는 변수는 창구의 수가 아니라 회사가 하나의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는가입니다.

    창구일원화는 원보이스가 어렵기 때문에 나온 차선책입니다

    위기가 오면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원칙이 먼저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현장에서 구현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대표이사와 임원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말이 나오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그래서 나온 차선책이 창구를 좁히는 것입니다.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 수 없다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줄이자는 접근입니다. 창구를 좁히는 것은 통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이 원칙이 필요한 이유는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임원들은 자사의 공식 메시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론의 취재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채 대응하다 문제를 키웁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간 한마디를 되돌리는 비용은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큽니다.

    하나의 창구로 감당되지 않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창구일원화의 원형은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왔습니다. 상대가 언론 하나였을 때는 홍보실 하나로 충분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하나의 위기에 언론, 규제기관, 수사기관, 국회, 고객, 투자자, 협력사, 시민단체, 커뮤니티가 동시에 관여합니다. 각각이 요구하는 정보의 성격도, 대응의 속도도, 필요한 전문성도 다릅니다. 한 부서가 이 전부를 감당하려면 그 부서가 회사만큼 커져야 합니다.

    창구를 하나로 유지하려다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대응의 지연입니다. 창구는 하나인데 처리량이 넘치면, 답을 받지 못한 상대들이 각자 다른 경로를 찾아 나섭니다. 통제하려던 시도가 통제 밖의 접촉을 만들어 냅니다.

    창구다양화는 창구를 늘리는 것이지 목소리를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가 가장 자주 오해되는 지점입니다. 창구다양화는 각 부서가 각자의 판단으로 말하기 시작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의 합의된 메시지를 여러 창구가 나누어 전달한다는 뜻입니다. 늘어나는 것은 창구의 수이고, 늘어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목소리의 수입니다.

    구분하나의 목소리여러 목소리
    창구 하나창구일원화. 전통적인 안전판이며 실행 난도가 가장 낮음원칙이 선언만 되어 있는 상태. 지정되지 않은 창구가 이미 작동하고 있음
    창구 여럿창구다양화. 다양성 환경에서 가장 이상적인 체계창구다변화. 회사가 스스로 모순된 메시지를 노출하는 통제 상실 상태
    표. 창구의 수와 목소리의 수 — 스트래티지샐러드

    오른쪽 아래가 실무에서 가장 두려운 자리입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영업과 생산과 법무와 인사가 제각각의 사실관계와 해석을 내놓는 순간, 기자는 그중 가장 말이 헐거운 곳을 찾아 그 한마디를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보도합니다.

    회사 안에는 이미 창구가 여럿 있습니다

    창구다양화는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회사에는 이미 이해관계자별 접점이 나뉘어 있습니다. 언론은 홍보실, 정부와 국회는 대외협력, 수사기관과 규제기관은 법무, 고객은 고객만족 부서, 투자자는 재무 담당이 상대합니다.

    창구다양화는 이 접점들의 역할을 위기 시에 커뮤니케이션 창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여기에 회사의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과 주요 커뮤니티처럼 새로 생긴 매체별 접점을 창구로 추가합니다. 구조를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구조에 메시지와 권한을 붙이는 작업입니다.

    창구다양화가 성립하려면 네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창구를 공식적으로 임명해야 합니다. 다양화는 아무나 답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사람만 답하는 것입니다. 임명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창구일원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둘째, 임명된 창구는 전원 대변인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창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훈련 대상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셋째, 각 창구는 문의를 받는 즉시 그 사실과 내용을 실시간 수준으로 홍보실과 공유해야 합니다. 이 공유가 끊기면 회사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게 됩니다.

    넷째, 핵심 메시지가 사전에 합의되어 모든 창구에 공유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원보이스의 실체입니다. 창구일원화 역시 물리적으로 창구를 하나로 묶는 것만이 아니라, 사전에 합의된 동일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는 체계를 뜻합니다. 이 체계가 서 있다면 창구를 항상 하나로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원보이스가 서지 않으면 창구일원화로 돌아와야 합니다

    네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창구만 늘리는 것은 가장 나쁜 선택입니다. 그것은 창구다양화가 아니라 창구다변화이며, 회사가 스스로 통제를 포기하는 결정입니다.

    판단은 단순합니다. 지금 이 회사가 하나의 메시지를 여러 창구에 정확히 실어 보낼 수 있는가. 답이 그렇다면 창구다양화가 더 나은 체계입니다. 답이 아니라면 창구일원화로 돌아와야 합니다. 창구일원화는 원보이스 역량이 부족한 조직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안전판이기 때문입니다.

    이 판단은 회사의 이상이 아니라 현재 역량을 기준으로 내려야 합니다. 다양화가 이상적인 체계라는 것과 우리 회사가 지금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어느 쪽을 택할지 판단할 때 확인할 것

    지금 이 사안의 핵심 메시지가 문서로 정리되어 있는지 먼저 보십시오. 정리된 메시지가 없으면 창구가 몇 개든 목소리는 갈라집니다.

    각 부서의 창구가 이름으로 지정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부서 단위로만 정해져 있으면 실제 상황에서는 전화를 받은 사람이 창구가 됩니다.

    그 창구들이 최근 훈련을 받은 적이 있는지 짚어 보십시오. 임명과 훈련 사이의 간격이 실패가 발생하는 자리입니다.

    창구가 받은 문의가 홍보실로 모이는 경로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보십시오. 이 경로가 없으면 다양화는 분산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표이사와 최고경영진이 이 원칙의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공유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최상단에서 한 번 깨지면 아래에서 쌓아 온 체계는 그 자리에서 무너집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창구일원화란 무엇인가: 원칙의 정의와 적용 범위를 다룹니다.
    대변인이란 무엇인가: 창구를 맡는 사람의 역할입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이란 무엇인가: 창구를 늘리면 훈련 대상도 늘어납니다.
    이해관계자란 무엇인가: 창구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개념입니다.

  • 하이 프로파일, 로우 프로파일, 리액티브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다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하이 프로파일과 로우 프로파일은 회사의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눈에 띄게 할 것인가를 정하는 개념이고, 리액티브 커뮤니케이션은 회사가 먼저 나설 것인가 들어오는 요청에 응할 것인가를 정하는 개념입니다. 세 용어가 같은 줄에 놓인 선택지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축입니다. 실무의 혼선은 대부분 이 두 축을 하나로 섞는 데서 시작됩니다.

    두 개의 축을 하나로 섞기 때문에 혼선이 생깁니다

    첫 번째 축은 노출의 수준입니다. 하이 프로파일은 가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고, 로우 프로파일은 가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 축은 개시의 주체입니다. 프로액티브 커뮤니케이션은 회사가 먼저 언론과 이해관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고, 리액티브 커뮤니케이션은 먼저 나서지 않고 들어오는 요청에 응답하는 방식입니다.

    두 축은 서로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인 대응과 소극적인 대응이라는 하나의 눈금 위에 세 용어를 늘어놓는 순간 판단이 뭉개집니다. 회의실에서 로우 프로파일로 가자는 말이 나왔을 때, 그 말이 노출을 줄이자는 뜻인지 먼저 나서지 말자는 뜻인지 서로 다르게 알아듣는 일이 실제로 자주 일어납니다.

    네 가지 조합이 나옵니다

    구분프로액티브리액티브
    하이 프로파일재난이나 감염병처럼 모두가 알아야 하는 상황. 채널과 인력을 동원해 반복 전달함먼저 나서지는 않되 들어오는 질의에는 충분히 답함. 사실관계가 정리된 뒤의 국면
    로우 프로파일공개 확산 없이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개별적으로 먼저 설명함갈등이나 논란의 초기. 다수가 인지하지 못한 사안을 회사가 키우지 않음
    표. 노출 수준과 개시 주체의 조합 — 스트래티지샐러드

    실무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조합은 오른쪽 아래입니다. 그리고 가장 자주 오해받는 조합도 오른쪽 아래입니다.

    로우 프로파일은 침묵이 아닙니다

    언론의 확인 요청이나 소셜미디어의 문의에 응답하지 않는 것을 로우 프로파일로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일정 규모를 넘어선 위기에서 회사의 침묵은 오히려 하이 프로파일로 해석됩니다. 침묵 자체가 모든 이해관계자의 관심과 비판을 끌어모으기 때문입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런 침묵은 실패한 하이 프로파일로 남습니다. 노출을 줄이려던 선택이 노출을 극대화하는 선택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노코멘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그 사안에 대해 왜 언급할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노코멘트입니다. 입을 닫는 것은 전략이 아닙니다.

    로우 프로파일이 줄이는 것은 곁가지입니다

    로우 프로파일은 정보를 적게 주는 전략이 아닙니다. 줄이는 대상은 곁가지입니다. 길게 붙는 배경 설명, 회사 입장에 대한 강조, 억울함의 토로, 상대 주장에 대한 반박처럼 사안을 판단하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남겨야 하는 것은 상대의 의혹에 직접 답하는 사실입니다. 무엇이 확인되었고 회사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답까지 함께 줄이면 그것은 로우 프로파일이 아니라 회피가 됩니다.

    설명 없이 일부 정보만 내놓는 방식도 로우 프로파일이 아닙니다. 그런 답변은 확인 요청을 한 번 더 부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노출을 늘립니다.

    실행 자체는 단순합니다. 정해진 메시지와 논리를 어떤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반복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명백한 사실 오류에 대한 제한적인 교정까지가 로우 프로파일의 영역입니다. 회사가 모든 보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전제를 함께 전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사실을 말할 수 없을 때는 절차를 말합니다

    위기 초기에는 회사도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피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때 말할 것이 없다는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을 멈추면 정보의 진공이 생깁니다. 그 빈자리는 회사의 설명이 아니라 추측과 상대의 주장으로 채워집니다.

    이 국면에서 프로파일을 올려야 하는 대상은 사실관계가 아니라 절차입니다. 지금 무엇을 확인하고 있는지, 누가 어떤 조사를 맡고 있는지, 어떤 조치가 이미 진행 중인지, 확인 결과를 언제쯤 알릴 수 있는지를 계속 알리는 것입니다.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것이 없어도, 진행에 대해서는 매일 말할 것이 있습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두 가지 오류가 나옵니다. 하나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서둘러 발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확인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앞의 오류는 번복을 낳고, 뒤의 오류는 정보의 진공을 낳습니다. 위기 초기에 회사가 잃는 신뢰의 상당 부분이 이 두 오류에서 나옵니다.

    리액티브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리액티브 커뮤니케이션은 회사가 먼저 접근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들어온 접촉을 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창구는 열려 있어야 하고, 응답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한하는 것은 접촉이 아니라 메시지입니다. 크게 인용될 만한 표현, 새로운 뉴스가 될 만한 표현을 사전에 걷어 내는 작업입니다. 여기에는 프로액티브하게 나설 적절한 시기를 준비하며 기다린다는 의미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무엇이 선택을 결정하는가

    첫째는 회사가 지금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입니다. 의혹을 정리할 사실을 이미 쥐고 있다면, 그 사실을 담담하게 반복하는 로우 프로파일이 성립합니다. 아직 쥐고 있지 않다면 앞서 말한 대로 절차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의 프로파일을 올려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침묵은 선택지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둘째는 커뮤니케이션과 상황의 상관관계입니다. 회사가 정확하게 설명할수록 사안이 가라앉는 구도라면 프로파일을 올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마디가 몇 배의 반박을 부르고 말이 꼬리를 무는 구도라면, 그 흐름에 계속 섞이는 것이 회사에 남기는 것은 없습니다.

    셋째는 평소의 자산입니다. 위기에서 프로파일을 올리는 기업은 대부분 자신감이 있는 기업입니다. 법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미리 검토와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 자신감이 없는 상태에서 프로파일만 올리면 방어할 수 없는 자리에 회사를 세우게 됩니다.

    로우 프로파일이 더 어렵습니다

    실행 난도는 로우 프로파일 쪽이 훨씬 높습니다. 홍보 조직의 평시 기본값이 프로액티브이자 하이 프로파일이기 때문입니다. 반대 모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담당자들은 상당한 어색함과 불안을 느낍니다.

    같은 메시지만 반복하면서 동시에 주목을 끌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다소 모순적인 요구입니다. 그래서 이 전략은 최고경영진과 위기관리 조직이 하나의 목적을 일관되게 유지할 때만 성립합니다. 창구일원화는 전제 조건입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무너지면 로우 프로파일은 그 자리에서 실패합니다.

    전략을 바꿔야 할 신호

    언론이 회사의 공식 창구가 아니라 실무 담당자의 발언을 자세히 인용하기 시작하면, 기존 전략은 이미 유효하지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주도권이 회사 밖으로 넘어갔다는 뜻입니다. 이 시점에서 같은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일관성이 아니라 방치입니다.

    프로파일 수준을 판정하는 쪽도 회사가 아닙니다. 회사가 하이 프로파일이라고 여기고 올린 홈페이지 공지를 이해관계자는 로우 프로파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채널을 열었다는 사실과 메시지가 도달했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전략적 침묵이란 무엇인가: 침묵이 전략이 되는 좁은 조건을 다룹니다.
    노코멘트는 해도 되는가: 로우 프로파일과 가장 자주 혼동되는 대응입니다.
    홀딩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사실을 말할 수 없는 구간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창구일원화란 무엇인가: 로우 프로파일의 전제 조건입니다.

  • 이해관계자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이해관계자는 회사의 목표 달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회사의 활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집단과 개인을 말합니다. 임직원, 주주와 투자자, 고객, 협력사, 지역사회, 규제기관이 대표적입니다. 위기관리에서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위기의 성패를 판정하는 주체가 회사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무게가 같지는 않습니다

    경영 분야에서는 이해관계자를 두 층으로 나누어 봅니다. 하나는 그 집단의 참여가 끊기면 회사가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집단입니다. 임직원, 주주와 투자자, 고객, 협력사, 그리고 사업 인허가를 쥐고 있는 규제기관이 여기에 속합니다.

    다른 하나는 회사와 주고받는 영향은 분명하지만 거래 관계로 직접 묶여 있지는 않은 집단입니다. 언론, 시민단체, 업계 단체, 일반 여론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구분이 실무에서 갖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앞의 집단은 관계가 끊어지면 사업이 멈춥니다. 뒤의 집단은 관계가 나빠져도 사업이 곧바로 멈추지는 않지만, 앞의 집단의 판단을 바꿔 놓습니다. 위기 시 언론 대응을 하는 이유도 언론 자체가 목적이어서가 아니라, 언론을 통해 고객과 임직원과 규제기관이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공중과 이해관계자는 다른 기준으로 나눈 개념입니다

    두 용어는 자주 섞여 쓰이지만 나누는 기준이 다릅니다. 이해관계자는 회사와의 관계 자체를 기준으로 한 개념이고, 공중은 특정 이슈에 대한 반응을 기준으로 한 개념입니다.

    구분이해관계자공중
    나누는 기준회사와 이해가 걸려 있는 관계특정 이슈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상태
    형성 방식사업 구조에 따라 회사가 미리 규정함이슈가 생기면 스스로 형성되어 회사를 주목함
    사전 특정명단으로 정리 가능함사전 명단화가 어려움
    위기 시 성격위기가 끝난 뒤에도 관계가 남는 대상위기 국면의 여론 압력을 만드는 대상
    대응 방식평시 관계 구축과 개별 커뮤니케이션이슈 모니터링과 공개 커뮤니케이션
    표. 이해관계자와 공중의 구분 — 스트래티지샐러드

    실무에서 기억할 점은 이것입니다. 한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집단은 원래부터 회사의 이해관계자였을 수도 있고, 회사와 아무 거래가 없던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앞의 경우는 관계 회복의 문제이고, 뒤의 경우는 여론 대응의 문제입니다. 이 둘을 같은 방식으로 다루면 양쪽 모두 실패합니다.

    이해관계자는 위기마다 다시 그려야 합니다

    회사에는 상시 이해관계자 목록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면 그 목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제품 사고라면 소비자와 유통 채널과 식약 당국이 앞으로 나오고, 인사 이슈라면 임직원과 노동 당국과 채용 시장이 앞으로 나옵니다. 회계 이슈라면 투자자와 감독기관과 신용평가사가 앞으로 나옵니다.

    위기 발생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이 재배열입니다. 이번 위기에서 누구의 판단이 회사의 손실 규모를 결정하는가. 이 질문에 답이 나오면 메시지의 순서와 형식이 결정됩니다.

    위기의 정의는 회사가 아니라 이해관계자가 내립니다

    회사가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해도, 이해관계자가 위기로 인식하면 위기입니다. 반대로 회사 내부에서 심각하게 보는 사안이 이해관계자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기의 크기를 재는 자는 회사 안에 있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오류가 여기에서 나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 기술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 경쟁사도 같다는 판단은 모두 회사 내부의 기준입니다. 이해관계자가 그 기준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 판단은 위기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내부 구성원이 첫 번째 이해관계자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회사는 대개 외부부터 봅니다. 그러나 회사의 설명을 가장 먼저 검증하는 사람들은 임직원입니다. 회사 발표가 내부에서 납득되지 않으면 그 내용은 반드시 밖으로 흘러 나갑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위기관리의 부속 절차가 아니라 앞 단계인 이유가 이것입니다.

    이해관계자 관리가 아닌 것

    이해관계자 목록을 문서로 보유하는 것은 관리가 아닙니다. 관리는 평시에 각 이해관계자와 실제 접점을 유지하고, 그들이 회사의 무엇을 신뢰하고 무엇을 의심하는지 파악해 두는 활동입니다. 위기가 발생한 뒤에 처음 연락하는 이해관계자에게 회사의 설명은 거의 전달되지 않습니다.

    우호적인 이해관계자만 관리 대상으로 삼는 것도 관리가 아닙니다. 위기 시 회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쪽은 대개 평시에 회사와 거리가 있던 집단입니다.

    이해관계자를 정리할 때 확인할 것

    이번 사안에서 회사의 손실 규모를 실제로 결정하는 쪽이 누구인지 먼저 적어 보십시오. 목록의 맨 위에 놓이는 이름이 바뀌면 메시지의 순서도 바뀝니다.

    그다음 그 집단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모르는 정보를 나누어 보십시오. 회사가 설명해야 할 것은 회사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그들이 모르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 집단에 회사의 메시지가 도달하는 경로가 실제로 확보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경로가 없으면 아무리 정확한 설명도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회사가 아닌 곳에서 정보를 얻고 있다면 그 출처가 어디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회사보다 먼저 도달한 설명이 판단의 기준선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위기가 끝난 뒤에도 관계가 계속되어야 하는 집단이 누구인지 짚어 보십시오. 그 집단에게는 지금의 대응이 관계의 마지막 기억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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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시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는가: 정리된 이해관계자에 순서를 매기는 작업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이해관계자에게 회사의 설명이 가 닿는 축입니다.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른가: 공중이 형성되기 전에 다루는 영역입니다.
    위기관리 시 포지션이란 무엇인가: 이해관계자 앞에 세우는 회사의 입장입니다.

  • 위기관리 시 포지션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관리 시 포지션은 사건이나 논란이 벌어졌을 때 회사가 그 사안에 대해 견지하는 공식 입장입니다. 기자가 「회사의 공식 입장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때의 그 입장이며, 회사가 내놓는 모든 문장과 모든 조치가 여기에서 갈라져 나옵니다. 포지션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말은 아무리 다듬어도 흔들립니다.

    포지션은 메시지보다 먼저 정해집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회사는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합니다. 이 사안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가 정리되고 나면, 그 위에서 회사의 입장을 정합니다. 메시지는 그다음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순서가 자주 뒤집힙니다. 입장이 정해지기 전에 문장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은 다음 질문 앞에서 바뀌고, 바뀐 문장이 다시 기사가 됩니다.

    입장이 정해지면 그것을 담은 문서가 만들어집니다. 회사에 따라 포지션 페이퍼(position paper), 포지션 스테이트먼트(position statement), 포지션 팩(position pack) 같은 이름으로 부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하는 일은 같습니다. 회사가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를 한자리에 모아 두는 일입니다.

    포지션은 내부와 외부를 함께 향합니다

    포지션을 외부용 문서로만 여기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러나 포지션은 내부 구성원이 먼저 서 있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부서마다 다른 입장을 갖고 있으면, 밖으로 나가는 문장이 아무리 정교해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조직일수록 입단속에 매달립니다. 그러나 말이 새는 것은 사람이 가벼워서가 아니라 기댈 입장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입장이 서 있는 조직은 단속하지 않아도 말이 갈라지지 않습니다.

    실패하는 포지션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잘못된 상황 분석 위에 세워진 입장입니다. 확산의 속도나 경로를 잘못 읽으면 그 위에서 나온 입장은 처음부터 어긋납니다.

    둘째는 문제의 원인을 밖으로 돌리는 입장입니다. 우리는 성의껏 했고 문제가 없으며 문제는 일부가 만들고 있다는 형태입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면 많은 조직이 초기에 이 입장을 고릅니다. 편해 보이지만 이 입장은 상대를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제압의 대상으로 만들기 때문에 거의 예외 없이 실패합니다.

    셋째는 평소 내세우던 가치를 위기에서 버리는 입장입니다. 평소에 안전과 고객을 말하던 회사가 위기가 오면 절차와 규정만 말합니다. 회사가 스스로 반복해 온 가치가 위기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지가 포지션의 성패를 가릅니다.

    포지션은 바꿀 수 있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최초 입장을 끝까지 지킨 회사와 중간에 바꾼 회사가 늘 함께 존재합니다. 바꾸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었고, 그에 맞추어 회사의 조치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사실은 그대로인데 여론이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입장을 바꾸면, 그 변경 자체가 새로운 논란이 됩니다.

    구분포지션메시지
    성격회사가 사안을 보는 관점과 하겠다는 것그 관점을 상대에게 전하는 표현
    정하는 시점상황 파악과 이해관계자 분석 직후포지션이 확정된 뒤
    바뀌는 조건새로운 사실과 조치의 변화대상과 국면에 따라 달라짐
    개수사안당 하나이해관계자별로 여럿
    흔들릴 때회사 전체의 대응이 무너짐표현을 다듬어 회복 가능
    표. 포지션과 메시지의 구분 — 스트래티지샐러드

    포지션이 아닌 것

    홍보 문구가 아닙니다. 회사를 좋게 보이게 하는 표현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회사가 이 사안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법적 답변서도 아닙니다. 법무 검토는 입장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알려 주지만, 어디에 설 것인지를 대신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사과 여부를 정하는 일과도 다릅니다. 사과할 것인지 아닌지는 입장이 정해진 뒤에 따라 나오는 결과이지, 그 자체가 포지션은 아닙니다.

    포지션을 정할 때 확인할 것

    무엇을 인정하는지가 한 문장으로 적히는지 확인하십시오. 인정할 것이 비어 있는 입장은 대개 방어에 그칩니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가 함께 적혀 있는지 보십시오. 조치가 없는 입장은 설명일 뿐입니다.

    이 입장을 한 달 뒤에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그때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면 지금도 그 입장이 아닙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포지션이 정해진 뒤에 움직이는 영역입니다.
    창구일원화란 무엇인가: 하나의 입장을 하나의 목소리로 지키는 장치입니다.
    입장문, 해명문, 사과문은 어떻게 다른가: 입장이 문서로 나올 때의 구분입니다.
    예상질의응답팩이란 무엇인가: 입장을 질문 앞에서 지켜 내는 도구입니다.

  • 위기 시 기자회견은 열어야 하는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기자회견은 위기 국면에서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식입니다. 그래서 열 것인가보다 언제 열 것인가가 먼저입니다. 회사가 해야 할 행동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뒤에 여는 회견과, 행동 없이 소통만을 목적으로 여는 회견은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자회견은 회사가 무엇을 했는지를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순서가 뒤집힌 회견을 자주 봅니다. 여론이 나빠지자 우선 회견부터 열고, 그 자리에서 앞으로 피해자를 만나 보겠다고 말하는 방식입니다. 회견장에서 나온 약속은 아직 이행되지 않은 말이고, 듣는 쪽은 그 말이 지켜질지를 다시 지켜보게 됩니다. 사안이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관찰 기간이 연장됩니다.

    그래서 회사가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이행한 뒤에 회견을 여는 편이 낫습니다. 최고경영자가 피해자를 직접 만나 위로하고 사과하며 배상 협의를 진행한 뒤에 여는 회견은, 이미 이루어진 일을 설명하는 자리가 됩니다. 회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말이 아니라 사실로 전달됩니다.

    다만 이 조언에는 반론이 있습니다. 그런 활동을 먼저 하다 보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흐르고, 그사이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지적입니다. 타당한 지적입니다. 실제로 불을 끄기 위해 회견을 급하게 여는 상황은 자주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무엇을 무조건 선행하고 회견을 늦추라는 뜻이 아닙니다. 기준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했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상태인가가 회견을 열 수 있는 조건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경우라면 그 일은 반드시 했어야 합니다.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것은 기자들에게 그대로 읽히고, 회견은 그 지점에서 무너집니다.

    반대로 시간이나 상황이 허락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 일에 앞으로 어떻게 임할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실행할 것인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실체 없는 다짐과 기준이 선 설명은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해야 할 일의 내용은 위기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피해자를 만나는 일일 수도 있고, 사안과 얽힌 여러 이해관계자를 접촉하는 일일 수도 있으며, 사고 현장에 직접 가 보거나 실태를 파악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실체 있는 실행이나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소통이 성립합니다.

    메시지 없는 회견은 사안을 키웁니다

    여론이 나빠지면 사과 기자회견을 하자는 의견이 나오는데, 무엇을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말할지에 대한 논의는 건너뛰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를 숙이고 사과문을 읽는 행동 자체에 관심이 쏠립니다.

    그러나 기자회견의 성패는 그 자리에서 무엇을 말했는가로 갈립니다. 메시지가 준비되지 않은 행동은 사안을 키웁니다. 회견을 열었는데 부정적인 기사가 더 늘어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질의응답을 포함할 것인가

    회견을 설계할 때 중요한 판단입니다. 질문을 일정 수 이상 받아야 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그대로 따를 일은 아닙니다.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면 질문을 받는 편이 낫습니다. 회피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 준비한 메시지를 여러 번 전달할 기회도 생깁니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면 다릅니다. 초기 입장문만 우선 전달하고 시간을 확보한 뒤, 완전히 준비된 상태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쏟아지는 자리는 그 자체로 다음 기사가 됩니다.

    최고경영자의 질의응답 참여는 플래닝의 문제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최고경영자가 질의응답에 참여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다만 실제로는 참여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참여하는 경우가 있고, 그 자체를 실패로 볼 일은 아닙니다. 준비 상태와 개인적 성향에 따라 홍보부문이 미리 설계해야 할 사항입니다.

    경향은 대체로 나뉩니다. 전문경영인은 질의응답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고, 오너의 경우 참여하지 않는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하면 홍보부문의 지원을 받아 진행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판단이 회견 당일에 즉흥적으로 내려지지 않는 것입니다. 누가 어디까지 답할지, 답하지 않는 부분은 누가 이어받을지가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참여시키기로 했다면 예상 질문에 대한 훈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열지 않는 선택도 있습니다

    모든 위기가 기자회견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사안의 무게, 이해관계자의 범위, 이미 나간 메시지의 양을 함께 봐야 합니다. 서면 입장문으로 충분한 사안에 회견을 열면 사안의 크기를 회사가 스스로 키우는 셈이 됩니다.

    반대로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야 할 무게의 사안에 실무 부서 명의의 문서만 나가면, 회사가 사안을 가볍게 본다는 신호가 됩니다. 형식의 무게와 사안의 무게를 맞추는 것이 판단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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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시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는가: 회견보다 먼저 만나야 할 대상의 문제입니다.
    위기 시 사과문은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 회견에서 읽을 내용의 조건입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이란 무엇인가: 나갈 사람을 준비시키는 방법입니다.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 원점관리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원점은 위기 상황을 만들고, 그 상황을 부정적인 상태로 유지시키며, 나아가 악화시키거나 확산시킬 수 있는 핵심 이해관계자를 뜻합니다. 장소나 게시물이 아니라 사람 또는 집단입니다. 원점관리는 그들을 찾아 그 관계에서 상황을 다루는 접근입니다.

    누가 원점이 됩니까

    어떤 기업 위기에나 이해관계자 가운데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파하는 사람, 손해나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화를 내는 사람, 억울해하는 사람,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람, 자신의 확산 역량을 과시하는 사람, 그리고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사람.

    이런 사람들의 그룹이 원점입니다. 때로는 한 사람이 원점이 되기도 합니다. 조직 안에 있을 수도 있고 밖에 있을 수도 있으며, 처음부터 드러나기도 하고 한참 뒤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상황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위기 대응에서 가장 먼저 살펴야 할 대상이 됩니다.

    왜 원점을 먼저 보아야 합니까

    부정적 상황은 한 사람 또는 한 집단에서 시작해 여러 경로로 퍼집니다. 커뮤니티 게시물이 기사가 되고, 그 기사가 인용되고, 인용된 내용이 다시 옮겨 갑니다. 확산이 시작된 뒤에 대응하면 상대해야 할 대상이 계속 늘어납니다. 하나를 해명하는 사이 세 개가 새로 생깁니다.

    반면 원점에는 대상이 분명합니다. 그가 무엇을 문제 삼는지, 그 문제가 사실인지, 해소할 수 있는 것인지를 다루면 됩니다. 위기관리에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구간이 여기입니다.

    원점 케어는 위기관리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로 다뤄집니다. 위기 초기에 원점을 신속히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상황의 조기 종결 가능성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원점을 찾는 순서

    첫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 보이는 정보가 어디서 인용되었는지 추적하면 대개 몇 단계 안에 최초 발신자에게 닿습니다.

    둘째,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합니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인지, 내부 관계자인지, 경쟁 관계에 있는 쪽인지, 단순 목격자인지에 따라 대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게시물이라도 누가 썼는가에 따라 다른 사안이 됩니다.

    셋째, 그가 원하는 것을 확인합니다. 사과인지, 보상인지, 개선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인지에 따라 해소 가능성이 갈립니다. 상당수의 사안은 이 확인 과정에서 실마리가 나옵니다.

    원점관리는 발신자를 압박하거나 게시물을 지우게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접근은 대부분 더 큰 확산을 부릅니다. 원점은 제거 대상이 아니라 관리 대상입니다.

    원점관리가 어려운 경우

    이미 주요 매체가 다루기 시작한 사안은 원점의 의미가 줄어듭니다. 이 단계에서는 확산 국면의 대응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원점이 여럿인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각자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는 개별 사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원인 자체를 다뤄야 합니다.

    원점 파악에 시간을 지나치게 쓰는 것도 위험합니다. 초기 대응 시간 안에 원점을 찾지 못했다면 확산 대응을 병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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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 시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는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이해관계자는 회사의 위기 상황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영향을 받거나, 위기의 전개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을 뜻합니다. 임직원, 언론, 규제기관, 투자자, 거래처, 지역사회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이들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으므로 대응의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그 앞자리에 놓이는 것이 원점입니다.

    최우선 이해관계자는 원점입니다

    어떤 기업 위기에나 이해관계자 가운데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파하는 사람, 손해나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화를 내는 사람, 억울해하는 사람,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람, 자신의 확산 역량을 과시하는 사람, 그리고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사람.

    이런 사람들의 그룹을 원점이라고 부릅니다. 때로는 한 사람이 원점이 되기도 합니다. 상황을 만들고, 그 상황을 부정적인 상태로 유지시키며, 나아가 악화시키거나 확산시킬 수 있는 힘이 이들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대응의 앞자리에는 원점이 놓입니다. 규제기관이나 언론이 더 급해 보이는 국면에서도 이 순서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원점을 뒤로 미루면 벌어지는 일

    원점이 언론이나 규제기관에 먼저 접촉하면 회사의 설명은 그때부터 해명이 됩니다. 먼저 말한 쪽의 서사가 기준이 되고, 회사는 그 서사를 반박하는 위치에 놓입니다.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도 결국 원점을 어떻게 대했는가입니다. 규제기관도 언론도 그 지점을 봅니다. 사안의 사실관계보다 회사의 태도가 먼저 평가되는 국면이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원점을 다룬다는 것은 그들의 관점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불만이나 피해가 신속히 줄어드는 방향으로 관리한다는 뜻입니다. 압박하거나 침묵시키는 접근과는 반대편에 있습니다.

    그다음은 영향력으로 판단합니다

    원점 대응이 자리를 잡으면, 나머지 이해관계자는 이 사안의 전개를 좌우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순서를 정합니다. 규제기관, 언론, 주요 거래처, 여론 형성자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각 이해관계자가 무엇을 기다리는지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규제기관은 법적 이행 여부를, 거래처는 공급과 계약의 지속 가능성을, 임직원은 자신의 자리와 회사의 방향을 봅니다. 같은 메시지를 모두에게 보내면 어느 쪽에도 닿지 않습니다.

    평시에 지도를 그려 두어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를 처음부터 파악하려 하면 반드시 빠뜨립니다. 눈에 보이는 쪽만 대응하고, 조용히 지켜보던 쪽이 나중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평시에 위기 유형별로 이해관계자 지도를 그려 두어야 합니다. 안전사고에는 누가, 제품 문제에는 누가, 노사 사안에는 누가 관련되는지를 미리 목록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각 이해관계자를 담당할 부서와 접촉 경로도 함께 정합니다.

    실제로 이해관계자별 담당은 부서에 따라 나뉩니다. 언론은 홍보, 규제기관은 법무와 대관, 투자자는 IR, 고객은 고객서비스, 거래처는 영업, 임직원은 인사가 맡는 식입니다. 이 배분이 평시에 정해져 있어야 위기 첫날에 중복 접촉이나 공백이 생기지 않습니다.

    지도를 갖춘 조직과 갖추지 않은 조직은 위기 첫날의 움직임부터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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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이슈관리는 아직 위기가 되지 않은 문제를 다루는 활동이고, 위기관리는 그 문제가 이미 표면화되어 이해관계자가 반응하기 시작한 상황을 다루는 활동입니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사안의 크기가 아니라 시간의 주도권이 어느 쪽에 있는가입니다.

    이슈는 우리가 시간을 쥐고, 위기는 상대가 쥡니다

    이슈 국면에서는 기업이 언제 무엇을 할지 스스로 정합니다. 사실을 더 확인할 수도 있고, 관련 부서의 판단을 기다릴 수도 있으며, 상대와 조용히 접촉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표를 회사가 씁니다.

    위기 국면으로 넘어가면 시간표가 바뀝니다. 언론의 마감 시간, 규제기관의 요구 기한, 여론의 반응 속도가 기업의 일정을 대신 정합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이 두 국면에서 쓸 수 있는 선택지는 전혀 다릅니다.

    무엇을 위기로 볼 것인가

    사안이 어느 국면에 있는지 판단하려면 무엇을 위기로 볼지에 대한 기준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다음을 묻습니다. 이 상황이 회사의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평판과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정상적인 사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나아가 회사의 존립이나 관계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이 쌓일수록 사안은 이슈에서 위기로 넘어갑니다. 기준이 없는 조직은 이 판단을 매번 감으로 하고, 그래서 매번 다르게 합니다.

    경계는 생각보다 빠르게 넘어갑니다

    실무적인 경계선은 외부 확산 여부입니다. 회사가 인지하고 있으나 아직 밖에서 문제 삼지 않는 상태는 이슈이고, 언론이나 여론이 다루기 시작하면 위기입니다.

    다만 이 경계는 하루 사이에 넘어가기도 합니다. 어제 이슈였던 것이 오늘 아침 기사가 되는 일은 흔합니다. 그래서 이슈 단계의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이것이 이슈인가가 아니라, 이것이 위기가 될 수 있는가입니다.

    관리 효율이 가장 높은 구간은 이슈 단계입니다

    많은 기업이 위기관리 체계를 갖추는 데는 관심을 두면서 이슈관리에는 자원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같은 사안이라도 이슈 단계에서 해소하면 담당자 몇 명으로 끝나고, 위기로 번진 뒤에는 경영진 전체가 며칠을 씁니다.

    이슈 단계에서는 상황을 만들고 유지시키며 확산시킬 수 있는 핵심 이해관계자, 곧 원점을 다루는 접근이 가능합니다. 대상이 분명하고 대화가 가능한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위기로 넘어가면 상대해야 할 대상이 늘어나고 각각의 요구가 서로 충돌하기 시작합니다.

    위기가 발생한 뒤의 관리는 피해를 줄이는 일입니다. 이슈 단계의 관리는 피해 자체를 만들지 않는 일입니다. 어느 쪽에 자원을 배분할 것인지는 이 차이를 이해한 뒤에 결정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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