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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RM, BCP,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ERM은 회사의 목표 달성을 흔들 수 있는 불확실성을 전사 차원에서 다루는 체계이고, BCP는 업무가 중단되었을 때 핵심 기능을 정해진 시간 안에 되살리기 위한 체계이며, 위기관리는 발생 가능한 위기를 미리 예상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 두는 활동입니다. 세 가지가 모두 위기관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실무의 혼선이 시작됩니다. 셋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근거로 삼는 표준부터 서로 다른 별개의 체계입니다.

    세 개념은 각각 다른 표준 위에 서 있습니다

    ERM의 근거는 리스크관리 표준인 ISO 31000과 COSO의 전사적 리스크관리 프레임워크입니다. 여기에서 리스크는 「목표에 대한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정의됩니다. 손실만이 아니라 목표를 흔드는 모든 불확실성이 대상이며, COSO는 2017년 개정에서 이를 전략 수립과 성과 관리에 통합되어야 하는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BCP의 근거는 사업연속성 관리 표준인 ISO 22301입니다. 여기에서 사업연속성은 「중단 상황에서도 사전에 정해 둔 허용 시간과 수준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제공을 계속할 수 있는 조직의 역량」으로 정의됩니다. 업무영향분석으로 복구 우선순위를 정하고, 목표복구시간과 목표복구시점으로 허용 한계를 수치화합니다.

    위기관리의 근거는 위기관리 표준인 ISO 22361입니다. 여기에서 위기는 「조직을 위협하며, 존립과 온전함을 지키기 위해 전략적이고 적응적이며 시의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비정상적이고 이례적인 사건 또는 상황」으로 정의됩니다. 주목할 것은 이 표준의 목적입니다. 대응 절차의 제공이 아니라 「전략적 위기관리 역량을 계획하고 수립하고 유지하고 검토하고 개선하는 것」입니다. 위기관리를 사후 절차가 아니라 평시에 쌓는 역량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한 단어를 더 볼 필요가 있습니다. 리스크관리를 규정해 온 표준 계열은 리스크관리를 「조직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조정된 활동」으로 정의합니다. 위기관리 표준은 위기관리를 「조직을 이끌고, 지휘하고, 통제하는 조정된 활동」으로 정의합니다. 앞에 이끈다가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통제 위에 판단이 얹혀야 한다는 뜻이며, 두 영역의 성격 차이가 이 한 단어에 담겨 있습니다.

    세 체계는 다루는 대상이 다릅니다

    구분ERMBCP·BCM위기관리
    근거 표준ISO 31000, COSO ERMISO 22301ISO 22361
    다루는 대상목표를 흔드는 불확실성업무의 중단이해관계자의 판단을 흔들 소지
    핵심 질문무엇이 얼마나 흔들 수 있는가멈추면 언제까지 되살리는가지금 무엇을 해 두어야 하는가
    주관 부서재무, 감사, 전략운영, 생산, 정보기술최고경영진, 커뮤니케이션
    주 산출물리스크 목록과 한도, 보고 체계복구 우선순위와 절차선행 조치, 포지션, 창구 체계
    성공의 모습손실이 한도 안에 머무름정해진 시간 안에 복구됨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
    성공의 판정자회사 자신회사 자신회사 밖의 이해관계자
    표. 세 체계의 비교 — 스트래티지샐러드

    성공의 모습과 성공의 판정자, 이 두 항목이 실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듭니다. ERM은 손실이 한도 안에 있었는지를, BCP는 몇 시간 만에 복구했는지를 회사가 스스로 판정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에는 그런 내부 지표가 없습니다. 판정은 회사 밖에서 이루어지고, 판정의 기준도 회사가 정하지 않습니다.

    주관 부서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뒤에서 다시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세 체계가 위기 상황에서 충돌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세 체계 모두 본령은 평시에 있습니다

    세 가지 모두 사고가 난 뒤에 꺼내 드는 대응책이 아닙니다. ERM은 평시에 무엇이 회사를 흔들 수 있는지 목록으로 만들어 두는 일이고, BCP는 멈췄을 때 무엇부터 되살릴지 미리 정해 두는 일입니다.

    위기관리도 같습니다. 진짜 위기관리는 발생 가능한 위기를 미리 예상하고, 그에 대해 지금 해야 할 일을 그때 해 두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위기는 이 단계에서 소멸합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알려지지 않고, 평가받지도 않은 채 사라집니다.

    위기관리에는 두 개의 국면이 있습니다

    평시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이후의 활동은 성격이 다르며, 실무에서는 데미지 컨트롤이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합니다.

    데미지 컨트롤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예상되는 피해를 신속하게 계산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며, 지속 기간을 최단으로 줄이는 것입니다. 회복이 아니라 축소가 목표입니다.

    데미지 컨트롤은 표준에 등재된 용어가 아니라 실무에서 쓰는 말입니다. 다만 위기관리 표준이 사건과 위기를 나누는 방식과 짝을 이룹니다. 사건은 기존 절차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고, 위기는 준비된 절차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절차가 감당하는 구간까지는 준비의 영역이고, 그 밖으로 넘어간 구간이 데미지 컨트롤의 영역입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위기관리를 사후 대응으로만 이해하게 됩니다. 위기가 발생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구성되는 대책 기구가 그 결과입니다. 그런 기구는 유효한 대응 시점을 이미 지나 있으며, 위기관리 체계가 아니라 수습 기구로 보아야 합니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같은 것은 아닙니다.

    위기관리의 성과는 증명되지 않습니다

    ERM은 손실 한도로, BCP는 목표복구시간으로 성과를 숫자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잘 된 위기관리의 결과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이고, 그 상태에는 증명할 대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위기관리는 투자 판단이 가장 어려운 영역입니다. 다만 반대 방향의 신호는 분명합니다. 알려진 위기가 짧은 기간에 줄을 잇는 회사는 위기관리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부재가 곧 지표입니다.

    널리 알려진 위기관리 성공 사례들도 이 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사례들은 대부분 이미 위기가 발생해 알려진 뒤의 대응을 평가한 것입니다. 배울 가치가 있는 기록이지만, 위기관리의 표준이 아니라 데미지 컨트롤의 표준입니다.

    BCP를 갖췄다고 위기관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가장 비용이 큰 오해입니다. BCP는 멈춘 공장을 다시 돌리는 계획이지, 흔들린 신뢰를 되돌리는 계획이 아닙니다. 목적도 산출물도 실행 주체도 다릅니다.

    복구는 예정보다 빨리 끝났는데 시장에서의 자격은 회복되지 않은 상태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복구는 회사의 기준으로 완료되고, 신뢰는 상대의 기준으로 회복되기 때문입니다.

    세 체계는 위기 상황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보고합니다

    소유 부서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정의합니다. 재무는 손실 규모로, 운영은 복구 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은 이해관계자의 인식으로 보고합니다. 셋 다 맞는 보고지만 서로 번역되지 않습니다.

    조율되지 않은 채 각각 올라가면 최고경영진의 판단이 지연됩니다. 그리고 그 지연이 만든 공백은 회사의 설명이 아니라 외부의 해석으로 채워집니다. 위기 초기에 컨트롤타워가 하나로 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할 때

    회사가 보유한 문서가 세 가지 중 무엇인지 먼저 확인해 보십시오. 표지에 위기관리라고 적혀 있어도 내용이 복구 절차라면 그것은 BCP입니다.

    각 체계의 담당 부서와 최종 책임자가 각각 지정되어 있는지 보십시오. 한 부서가 셋을 모두 맡고 있다면 실제로는 하나만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시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짚어 보십시오. 세 체계 모두 평시 활동이 본령이며, 발생 이후의 절차만 있는 문서는 준비가 아니라 예고편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세 부서의 보고가 한자리에서 합쳐지는 구조가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이 구조가 없으면 세 체계를 모두 갖추고도 판단이 늦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외부 자문을 구할 때는 사전 체계를 세우는 일인지 발생 이후의 대응인지부터 정해 두십시오. 이 구분 없이 받은 제안들은 서로 비교되지 않습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른가: 위기가 되기 전 단계를 다룹니다.
    상황관리란 무엇인가: 발생 이후 회사가 실제로 하는 조치입니다.
    살아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이란 무엇인가: 평시 준비가 문서로 남는 자리입니다.
    위기관리 컨설팅이란 무엇인가: 외부 자문의 범위를 정할 때 보시면 됩니다.

    근거로 삼은 표준과 자료
    ISO 22361:2022 Security and resilience — Crisis management — Guidelines
    ISO 22301:2019 Security and resilience —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systems — Requirements
    ISO 31000:2018 Risk management — Guidelines
    COSO Enterprise Risk Management — Integrating with Strategy and Performance (2017)

  • 사과보다 선행해야 하는 것?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관점에서 사과 방식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의 사과 사례를 모으고, 사과문 구조와 메시지를 분석하고 있지요. 저희도 사과문을 내 본 경험이 있는데, 이런 준비가 더 나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준비에 대한 조언이 있으실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사과문을 붙들고 씨름하는 기업이 대부분인데 그런 준비를 미리 하신다니 대단합니다. 홍보실이 고민해 문안을 쓰고, 고치고, 여기저기 검수를 받는 데 아까운 시간을 다 빼앗기는데 말이죠. 그렇게 형식과 전략, 프로세스를 미리 개발해 공유해 두신다면 실제 위기 때 훨씬 수월하고 신속하게 제대로 된 사과문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준비 과정에서 꼭 함께 짚어 보셨으면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과연 사과가 사과 자체로 홀로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사과가 존재하려면 그 앞에 맥락(context)이 있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왜 벌어졌고, 누가 어떻게 다쳤으며, 사람들은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가. 그리고 사과하는 기업 측에서 그 맥락 전반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런 이해 없이 내놓는 사과는 진짜 사과가 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진짜냐 아니냐’의 기준은 문구나 형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과를 받는 대상이 그것을 받아들이는가, 곧 수용성(acceptance)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다듬은 문장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사과가 아니지요. 그래서 맥락에 대한 기업측의 이해가 핵심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얼핏 그런 이해라는 것이 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기업이 바로 이 이해의 단계에서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습니다.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어디까지가 우리 책임인지에 대해 부서마다 의견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시간에 쫓기지요. 결국 이해가 일부만 진행된 상태에서 “사과를 안 할 수는 없으니 일단 하자”는 결론으로 떠밀려 갑니다. 우리가 목격하는 어설픈 사과의 상당수가 이렇게 태어납니다.

    그러니 사과문의 형식을 연구하시는 만큼, 이 이해의 과정과 방식에 대한 내부 고민도 함께 해 두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이해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정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핵심은 하나 있습니다. 기업의 정무감각입니다. 달리 말하면 기업의 입장에서 여론을 읽고 공감하는 역량이지요. 이것은 매뉴얼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연마해야 하는 것이고, 그중 상당 부분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영역입니다.

    이런 전제와 선행 없이 맨 끝단의 사과에 대해서만 체계를 만든다는 것은, 영혼 없는 마네킹을 만드는 일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옷은 잘 갖춰 입었고 자세도 반듯한데, 정작 아무도 그 앞에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죠. 사과문의 구조를 연구하시는 그 스터디에, ‘우리는 이 맥락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를 묻는 단계를 가장 앞에 놓아 보시기 바랍니다. 사과의 품질은 결국 거기서 갈릴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원문: 이코노믹리뷰

  • 언론이 기록한 스트래티지샐러드와 정용민 (2009~2026)

    스트래티지샐러드는 2009년 4월 설립된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다. 설립 이후 2026년 8월까지 국내 언론에 회사와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이 등장한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데이터베이스 빅카인즈 기준 303건, 네이버 뉴스 색인 기준 1,100여 건이다.

    이 글은 그중 회사와 인물을 직접 다루었거나, 저서를 소개했거나, 전문가 견해를 인용한 보도를 시기순으로 정리한 기록이다. 각 항목에 매체명과 게재일을 명시하고 확인된 원문 링크를 연결했다.

    같은 기록을 회사 관점에서 정리한 문서가 스트래티지샐러드 홈페이지에 있다. 조직의 연대기와 회사 소식은 스트래티지샐러드 NEWS에서, 인물 정용민을 중심으로 한 인터뷰와 저서, 전문가 견해 기록은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설립과 조직의 연대기

    2009년 4월 6일과 7일에 걸쳐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서울경제 등이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설립을 보도했다. 기사들은 이 회사를 국내에서 처음 설립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 컨설팅사로 소개하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함께 제공하는 모델을 다루었다.

    2013년 7월 6일 국민일보는 「위기관리시장이 뜬다」 기획에서 국내 위기관리 컨설팅 시장의 형성 과정을 다루었다. 이 기사에서 스트래티지샐러드 송동현 부사장은 “2009년 4월 회사 설립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기업의 위기관리라는 개념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2014년 7월 17일 더피알은 스트래티지샐러드가 인수합병과 소송 등 특수 위기관리 서비스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두 사람을 동시에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두산그룹 홍보실 상무 출신 신동규가 수석파트너 겸 부사장으로, 에델만코리아 출신 박선향이 이사로 합류했다. 신동규는 두산그룹 재직 시절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 인수합병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담당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2014년 7월 21일 이데일리는 스트래티지샐러드가 두산그룹 홍보 담당 상무 출신 신동규를 신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인사는 동아일보를 비롯한 전국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여러 곳에 함께 실렸다. 회사가 위기관리 자문에서 언론관계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출발점이 된 인사다.

    2016년 3월 3일 아시아경제는 스트래티지샐러드가 특수언론관계 부문 파워하우스(POWERHOUSE)를 출범했다고 보도했다.

    2017년 7월 18일 더피알은 국내 PR회사 현황을 정리하며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설립 8년차, 구성원 21명 규모로 소개했다.

    2017년 12월 1일 더피알은 박선향 이사가 상무로 승진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특수언론관계 부문 파워하우스의 이사로 언론관계와 퍼블리시티 전반을 맡아 왔으며,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와 에델만코리아를 거쳐 행정자치부 정책홍보관리본부에서 정책홍보를 담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인사는 2024년 기업PR 부문 대표 선임으로 이어진다.

    2021년 2월 15일 서울경제는 LG화학, 국순당, 홈플러스, 롯데그룹에서 20여 년간 기업 홍보를 담당한 윤수한을 신임 이사로 선임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2024년 이슈관리 부문 대표로 이어지는 인사다.

    2024년 4월 1일 매일경제더피알은 창사 15주년을 맞은 스트래티지샐러드가 기존 2개 부문에서 4개 부문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기업PR 부문 대표에 박선향, 이슈관리 부문 대표에 윤수한이 선임되어 위기관리 부문 정용민, 특수언론관계 부문 신동규와 함께 4인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게 됐다. 같은 날 아주경제이투데이도 신임 대표 선임 사실을 함께 보도했다.

    2026년 6월 1일 더피알은 스트래티지샐러드가 글로벌 기업 커뮤니케이션 및 이슈관리 경력을 보유한 강미영 씨를 신임 이사로 선임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뷰로 남은 기록

    2009년 5월 18일 서울경제는 설립 6주 시점의 정용민 대표 인터뷰를 실었다. 그는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개념의 혼재가 시장 제한을 불러왔다”며 두 개념을 구분해 규정하는 첫 전문회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언론 중심의 기존 PR 에이전시 모델을 접고 검증된 실무자들이 클라이언트별로 서비스를 설계하는 특별주문형(tailor-made) 방식을 택한 이유도 함께 설명했다. 회사의 성격을 제3자 매체가 확인한 최초의 기록이다.

    2012년 6월 19일 아시아경제는 저서 출간을 계기로 저자 인터뷰를 실었다. 정 대표는 사내 회의실에 걸린 “Crisis is Client(위기는 우리의 고객)”라는 문구를 언급하며 “위기는 곧 귀한 고객을 대하듯 성심과 성의를 다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관리에서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며, 타사의 위기를 간접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자사의 철학과 시스템, 의사결정 역량을 점검할 수 있다는 관점을 밝혔다.

    2017년 8월 12일 이코노믹리뷰는 「기업의 입」 출간에 맞춰 저자를 만났다. 그는 언론 환경의 변화를 짚으며 “예전에는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기사 크기를 줄이고 제목을 수정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수 기업이 과거 사건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 언론이 더 이상 기업 메시지를 그대로 실어주는 지면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2019년 3월 25일 매경이코노미는 창업 10년을 맞은 정용민 대표를 인터뷰했다. 그는 1990년대 글로벌 PR 회사에서 외국 전문가들에게 위기관리 매니저 교육을 받으며 위기관리 컨설팅을 틈새시장으로 인식했고, 해외 자료를 한국 실정에 맞게 다시 설계해 매뉴얼과 모의 시연, 워크숍 체계를 갖추었다고 밝혔다. 출범 후 10년간 약 300여 개 기업이 회사를 찾았다는 사실도 이 인터뷰에서 확인된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업이 위기관리에 대해 흔히 갖는 두 가지 착각을 지적했다. 위기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 첫 번째이며, 대부분의 위기는 기업 스스로 예상할 수 있음에도 방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뉴얼만 있으면 위기관리를 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두 번째로, 매뉴얼은 위기관리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여론이 사실상 재판정 역할을 하는 환경에서 기업이 스스로 변론할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그러려면 평소 다른 기업의 실패를 공부해야 한다는 관점도 함께 밝혔다.

    2019년 5월 21일 더피알은 창업 10년을 맞은 정용민 대표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는 국내 위기관리 시장을 “척박하다”고 표현하며, 기사를 밀어내 달라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원칙상 하지 않는 일이라며 거절한 사례를 들었다. 위기관리를 개인의 내공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틀 뒤인 5월 23일 더피알에 실린 후속 인터뷰에서 그는 국내 기업과 유명인 위기의 대부분이 방치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알고는 있지만 내버려 두는 것이지, 몰라서 손을 못 쓴 경우가 아니다”라며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외부에 의해 관리당한다”고 말했다. 위기관리를 “깨끗하게 성공하고 만세 부르는 게임”이 아니라 충격을 줄이고 견뎌 내는 일로 규정하며 맷집을 강조했고, 회사의 정체성을 컨설팅사가 아닌 위기 펌(crisis firm)으로 재정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저서에 대한 보도

    2011년 8월 출간한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관리」(송동현 공저)는 온라인 위기관리를 정면으로 다룬 국내 첫 단행본으로 소개됐다. 출간 직후 한 달 사이 머니투데이이데일리를 비롯해 디지털타임스, 뉴시스, 천지일보 등이 이 책을 다루었다. 기업 소셜미디어 담당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실제 사례를 따라가는 구성과, 위기관리 경험을 토대로 한 현실적 해법이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2012년 6월 출간한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는 이투데이아시아경제가 다루었다.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논지가 소개됐다.

    2015년 5월 출간한 「1% 원퍼센트」는 IT조선이 소개했다. 위기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기업 내 상위 1% 핵심 의사결정자의 역량이 위기관리의 성패를 가른다는 관점을 담은 책이다.

    2017년 6월 출간한 「기업의 입」은 대변인의 언론 대응과 미디어 트레이닝을 다룬 책으로, 여러 매체가 비교적 폭넓게 소개했다. 더피알은 준비 없는 기자 응대의 위험을 짚었고, 이데일리는 미디어 트레이닝을 해법으로 정리한 저자의 접근을 소개했다. 이 밖에 아이뉴스24, 이코노믹리뷰, 메트로신문 등이 신간으로 다루었다.

    전문가 견해가 실린 보도

    2010년 2월 4일 중앙일보는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 다루며 정용민의 특별 기고를 실었다. 그는 도요타의 상황을 위기(crisis)가 아닌 충격(shock)으로 진단하면서, 이후 무엇인가를 숨기거나 덮으려 할 경우 충격이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종합일간지가 위기관리 전문가에게 사안 분석 지면을 할애한 이른 사례다.

    2010년 5월 31일 동아일보는 소셜미디어 확산이 기업 루머 대응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기사에서 그의 견해를 인용했다. 그는 특정 기업의 블로그 대응을 “단편적인 되받아치기 수준”이라 평가하며, 이슈를 털고 가려면 중장기 캠페인 수준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1년 4월 15일 머니투데이는 호텔신라 한복 논란을 다루며 소셜미디어 확산 국면에서의 기업 위기관리를 분석했다. 소셜미디어가 기업 위기의 주요 발생 경로로 인식되기 시작한 시점의 보도다.

    2014년 12월 20일 서울신문은 대한항공 회항 사건을 계기로 위기 상황에 놓인 기업 홍보 담당자의 처지를 조명했다.

    2016년 12월 7일 중앙일보는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대기업 총수들의 답변을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평가한 기사에서 그의 분석을 실었다. 그는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한 이른바 전략적 동문서답이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2021년 5월 19일 매경이코노미는 기업 사과문을 사례별로 분석하며 그의 견해를 인용했다. 그는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를 정확하게 스스로 서술해야 한다”며 “빨간 펜으로 채점하듯 사과문을 해석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2022년 11월 8일 매경이코노미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와 SPC 산업재해를 함께 다루며 그의 진단을 실었다. 그는 전례가 있는 사고 유형에 대한 구조적 분석과 재발 방지책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4년 4월 9일 중앙일보는 기업 최고경영자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다루며 그의 견해를 인용했다. 그는 전문경영인의 경우 소셜미디어에 시간을 쏟는 것이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26년 4월 29일 포춘코리아는 기업의 사과가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부르는 현상을 분석하며 스트래티지샐러드의 견해를 인용했다.

    이 밖에도 더피알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를 비롯한 여러 매체가 개별 기업의 위기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정기적으로 의견을 청취해 왔다.

    이 기록의 정리 기준

    수집 범위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네이버 뉴스 색인, 각 매체 자체 아카이브다. 본인이 집필한 정기 연재 칼럼은 700편 이상에 이르므로 이 목록에서 제외했다. 다만 특정 사안을 분석한 특별 기고는 연대기적 의미가 있어 포함했다. 부고와 단순 인사 나열 기사는 제외했으나, 조직 구성의 변화를 보여 주는 임원 선임 보도는 연대기적 의미가 있어 포함했다. 원문 링크는 2026년 8월 12일 접속 가능 여부를 확인했으며, 링크가 소멸한 기사는 매체명만 표기했다.

    회사 소개는 스트래티지샐러드 홈페이지, 정용민의 이력과 저서는 소개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위기관리, ‘준비’란 무엇인가

    위기관리, ‘준비’란 무엇인가

    [blog exclusive]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러 기업들이 위기관리를 공부한다. 강의를 듣고, 컨설팅을 받는다. 그러다 꼭 한 곳에서 멈칫한다. ‘준비’라는 단계다.

    준비. 말은 쉽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면 막막하다. 처음도 끝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엇을 준비하느냐를 물으면 의견이 갈린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준비인지 정해진 것도 없다. 얼마나 걸리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누가 하느냐, 어디까지 관여하느냐도 현장에선 아주 현실적인 물음이다. 여기에 예산이 걸리고, 내부 정치가 얹힌다. 그래서 준비는 회사마다 제각각의 모습으로 어정쩡하게 자리 잡는다.

    막히는 이유는 대개 같다. ‘무엇을’ 갖출지부터 따지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를 준비하자고 하면 곧바로 팀을 짜자고 한다. 매뉴얼을 만들자고 한다. 트레이닝을 하자, 시뮬레이션을 돌리자고 한다. 전부 ‘무엇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다 막힌다. 이건 필요하고 저건 필요 없고. 예산은 한정돼 있고. 그렇게 준비는 더 나아가지 못한다. 흔한 풍경이다.

    순서를 바꿔야 한다. 준비의 중심은 ‘무엇’이 아니다. ‘누가(who)’와 ‘어떻게(how)’다. 이 둘이 준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무엇’은 그 뒤에 자연히 따라온다.

    누가 관리하는가?

    준비는 여기서 시작된다. 모든 위기관리 체계의 공통 전제이자 첫 핵심이 ‘누가’다. 매뉴얼에서도 가장 중요한 대목은 늘 ‘누가’다.

    CEO는 이 그림을 쥐고 있어야 한다. 누가 우리 회사의 위기를 관리하는가?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이 그림이 있어야 다음 준비가 굴러간다. 그 과정을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다. 준비된 것을 유지하고, 보수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다.

    ‘누가 우리 회사의 위기를 관리할 것인가?’ 철학적 질문이 아니다. 지극히 실전적인 질문이다.

    위기관리 위원회를 둔다. 그 아래 위기관리팀을 붙인다. 핵심 대응 인력을 선별해 팀을 짠다. 구성원 하나하나에 정확한 역할과 책임을 준다. 그리고 이 사실을 사내에 공식적으로 공유한다. 그 조직과 사람들에게 권한을 준다. 임파워먼트다.

    권한은 공짜가 아니다. 권한을 받은 조직은 그 정당성과 생산성을 CEO에게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증명하지 못하는 권한은 거둬들여진다. 이 긴장이 살아 있어야 ‘누가’가 제대로 작동한다.

    어떻게 관리하는가?

    ‘누가’가 서면 다음은 이 물음이다. 위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걸 조직 안에서 하나씩 합의로 만들어 간다.

    품질 위기가 터졌다고 하자.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어떻게 정의하는가? 무엇을 우선하는가? 어떻게 끝내는가? 이런 ‘어떻게’를 위기관리 조직을 중심으로 미리 생각해 둔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철학이 정리된다. 미션과 비전, 가치와 방향이 구체적인 언어로 손에 잡힌다. 이런 평시 자산이 없는 회사가 위기 앞에서 무너진다. 대응의 근거를 찾지 못해서다. 그러니 준비 없이 임기응변에 매달리다 재앙으로 간다.

    방향을 미리 잡아 보는 것. 머릿속으로 위기를 한 번 겪어 보는 것. 그것이 ‘어떻게’의 준비다.

    무엇으로 관리하는가?

    ‘누가’와 ‘어떻게’가 익으면, 그제야 ‘무엇’이 보인다. 필요한 것들의 목록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조직 간 실시간 소통을 위한 비상연락망. 대책을 세우고 지시를 내릴 워룸. 정해진 방향을 정리한 매뉴얼. 분석과 벤치마킹을 위한 사례집. 여기에 트레이닝과 시뮬레이션, 드릴과 진단이 붙는다. 이 모든 것이 ‘무엇’의 준비다.

    얼핏 단순한 순서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아니다. 이건 우선순위와 중요도의 순서다. 누가, 어떤 생각으로 위기를 보고, 무엇을 들고 관리할 것인가. 그 무게의 순서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앞의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는 몇 마디 질문으로 드러난다.

    첫째. “CEO가 자리에 없거나 유고일 때, 귀사는 위기를 관리할 수 있습니까? 할 수 있다면 누가 조직을 이끌고 최종 결정을 내립니까?” 이 질문 하나면 그 회사의 ‘누가’가 얼마나 단단한지 드러난다.

    둘째. “최근 귀사가 주목하고 분석한 경쟁사, 동종업계, 타업계의 위기 사례는 무엇입니까?” 이건 ‘어떻게’를 묻는 질문이다. 준비 안 된 회사는 남의 사례를 모른다. 알아도 조각으로 안다. 잘못 아는 경우도 많다. 이 답이 부실하면 ‘누가’도 부실하다는 뜻이다.

    매뉴얼이 있느냐, 얼마나 구체적이냐, 업데이트는 됐느냐. 이런 걸 굳이 묻지 않아도 된다. 앞의 몇 질문이면 그 회사의 준비 수준이 측정된다.

    근데 그건 그렇고… 왜?

    앞에서처럼 ‘누가’와 ‘어떻게’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회사가 많다면, 왜 그럴까? 준비하는 방법을 몰라서일까? 이유는 하나다. 순서의 문제도, 지식의 문제도, 예산의 문제도 아니다. ‘왜(why)’가 없어서다.

    지금까지 누가, 어떻게, 무엇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 셋을 처음부터 움직이게 하는 힘은 따로 있다. 바로 ‘왜(why)’다.

    인간에겐 본능이 있다. 위협 앞에서는 싸우거나 도망친다. 싸움-도피 반응(fight or flight)이다. 그런데 이 본능은 위협을 위협으로 느껴야 켜진다. 목숨이 걸렸다고 느껴야 몸이 움직인다.

    기업 구성원은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목숨을 위협한다고까지 느끼지 않는다. 현장에서 보면 딱 이 정도다. 골치 아프다. 귀찮다. 그뿐이다. 그러니 싸우지도, 도망치지도 않는다. 평시에 위기를 준비할 마음이 생길 리 없다.

    이 본능을 켜는 것이 ‘왜’의 힘이다. ‘왜’가 살아 있고 큰 회사는, 준비의 절반을 이미 마친 셈이다. ‘왜’가 ‘누가’와 ‘어떻게’를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준비를 어렵다 생각할 시간에 먼저 ‘왜’를 생각하라. 강한 동기를 만들어라. CEO와 전 구성원이 위기를 두려워해 보라. 무서워해 보라. 목숨이 위태로운 것처럼 처절하게 싫어해 보라. 그러면 준비로 가는 길이 열린다. 의외로 간단하다.

  • Do와 Don’t 중 뭐가 더 중요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위기관리 책들을 보면 ‘해야 할 일(Do’s)과 하지 말아야 할 일(Don’ts)’들을 아주 다양하게 제안하고 있더군요. 저희가 볼 때에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서로 상반 관계에 있는 것 같고, 복잡해 보입니다. 그 둘 중 어느 쪽이 더 위기관리에서 중요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말씀처럼 위기관리에 대하여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정리된 분량은 방대합니다. 그리고 그 둘은 상당 부분 상반 관계에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뒤집으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반대로 읽으면 해야 할 일과 연결됩니다. 구조적으로는 동전의 양면이지요.

    그럼에도 굳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신다면, 저는 주저 없이 하지 말아야 할 일(Don’ts)에 비중을 더 두겠습니다.

    만들어진 말이지만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백공불여일과(百功不如一過). 백 가지 공을 세웠어도, 과오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위기관리에서도 정확히 그렇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아주 성실하게 모두 이행했다고 해도, 치명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나 저지르게 되면 상황은 크게 변하거나 더욱 악화됩니다. 위기 시 이해관계자와 상황 그 자체가 그만큼 엄중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례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생산시설 사고로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 여럿이 사망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해야 할 일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기업 대표가 신속하게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조의를 표하고, 유가족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입니다. 반면 하지 말아야 할 일도 그만큼 분명합니다. 장례식장을 피하거나, 이해관계자들과의 직접 대면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보시죠. 대표가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이지만, 그 자리에서 유가족의 질문에 답을 못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현장에 나온 기자들의 질문에 준비되지 않은 말을 쏟아낸다면 어떻게 됩니까. 신속하게 달려갔다는 공은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오히려 방문하지 않은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백공불여일과입니다.

    현장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상하지 않은 것, 그에 대한 답을 정리하지 않은 채 자리에 나선 것, 이것들이 모두 하지 말아야 할 일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의 목록이 완성됩니다. 이는 순서의 문제입니다.

    기업 경영진에게 권하고 싶은 접근법은 이렇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먼저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하나씩 답을 정리하다 보면, 그것이 해야 할 일로 연결됩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먼저 이해하고 그것을 실제로 하지 않는 것, 이것이 위기관리의 첫 단추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저희 대표께서 불미스럽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께서 최근에 모종의 건으로 사임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관련해서 인사 홍보 기획 등 임원들이 외부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변수가 있고, 내부와 외부 상황도 그렇고. 이걸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최고경영자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조직 안팎에 상당한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인사, 홍보, 기획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요. 단, 그 고민의 핵심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입니다.

    최고위임원의 퇴사, 특히 사임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이유를 외부에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경영 결과에 대한 책임이든, 내부 어떤 사안이든, 그 구체적 내용을 회사가 먼저 밝히는 것이 과연 회사에 이익이 되는가 하는 질문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익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방향은 간결하고 절제된 공식 입장으로만 마무리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후임자가 사퇴 발표와 동시에 선임된다면, 언론의 부정적 추측은 상당 부분 제한됩니다.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신호가 함께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후임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 공백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공백 자체가 뉴스가 되고,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언론의 추측과 익명 소스가 됩니다. 그러므로 후임 선임의 타이밍과 커뮤니케이션은 사임 발표와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더 심각한 변수라면 물러난 전임 대표가 사후에 어떤 형태로든 회사에 부정적인 대언론 활동을 시도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상황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진입합니다. 회사는 전임 대표의 사임 원인과 관련된 사적인 부분까지 공개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고, 반대로 전임 대표는 재직 중 알고 있던 회사의 부정적 이슈를 언론을 통해 제기하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가진 것을 꺼내 드는 난타전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여러 케이스를 직접 다루면서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이 있습니다. 전임 대표와 회사 양측 모두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감정이었습니다. 감정이 커뮤니케이션에 앞서게 되면, 서로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들이 만들어집니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난타전을 벌이다가 개인과 회사가 함께 전혀 다른 주제로 형사적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실행을 충실히 따른다는 전제 위에서, 반드시 추가로 설계해야 하는 것은 상호호혜적 관점에서 최악의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즉, 감정이 생겨나기 전에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서로가 서로를 예우하는 분위기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퇴임 조건, 향후 관계 설정, 공식 입장의 범위와 표현, 이 모든 것이 감정이 개입되기 전에 명확하게 합의되어야 합니다. 그 합의가 문서로 정리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사임은 회사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이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숙도가 드러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난타전으로 끝난 사례들을 보면 예외 없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상호 예우의 설계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왜 저희 취지를 이해 못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제품과 관련하여 온라인에서 큰 부정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사실 저희 제품과 관련한 마케팅의 취지를 소비자들이 이해한다면 그런 이슈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건데요. 계속 그 취지를 설명해도 이슈가 사그라들 기세가 안 보입니다. 사람들은 왜 우리의 취지를 이해하지 않으려 하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에서 이슈발생 시 ‘취지’라는 개념을 많이 사용하십니다. 사전적으로 취지란 ‘어떤 일의 근본이 되는 목적이나 긴요한 뜻’으로 정의됩니다. 질문 내용을 참고하면 그 제품과 관련한 마케팅을 그렇게 실행한 목적과 그 의미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회사에서 마케팅을 그런 방식으로 한 이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것을 소비자들이 이해만 하면 지금 같은 오해는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죠.

    이 취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전제는 ‘그 취지를 사전에, 그러니까 이슈가 발생되기 훨씬 이전에, 충분히 소비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했는가?’ 여부입니다. 사전에 공유되어 이해되지 않은 취지는 제대로 된 취지가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그 마케팅 방식의 취지를 몰랐다면, 그 방식의 문제를 대하는 태도도 원래 취지와 거리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죠.

    사전에 마케팅 방식의 목적과 그 의미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면 어땠을까요? 현재 같이 오해가 쌓여 이슈로 나타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사전에 커뮤니케이션 했던 취지가 처음부터 일부 나쁜 반응을 받았다면, 마케팅 방식을 신속하게 재고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즉, 사전에 그 마케팅의 진정한 취지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핵심이 되겠습니다. 소비자의 몰이해가 핵심이 아니고요.

    또한, 사전이나 사후에 커뮤니케이션 한 취지라는 것도, 제대로 공감 받지 못할 취지라면 끝까지 이해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회사측에서는 왜 사람들이 우리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우리의 취지가 그들이 공감하기에 적절한 것이었는가를 다시 살펴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올바른 취지는 대부분 상대측에게 쉽게 이해됩니다. 반면, 취지를 듣고도 고개를 갸우뚱 하는 상대가 다수라면 그 취지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왜 우리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만 하는가? 같은 사후 하소연은 이슈관리에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취지만 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저렇게 비판만 하지는 못 할거야 라는 생각도 별반 의미 없는 자기합리화 일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에서도 이슈 사후에 취지를 설명해서 깨끗하게 오해가 해결된 케이스는 발견하기는 힘듭니다. 이미 오해가 쌓여 분노가 되고, 그 분노가 수면위로 떠올라 회사를 비판하고 행동으로 연결되는 단계까지 갔다면, 숨겨 있던 취지만 가지고는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취지는 사전에 커뮤니케이션 되어야 하는 주제입니다. 그것도 충분하게 공유 이해되어야 사후에 문제 소지가 줄어듭니다. 회사가 보기에 좋으니 소비자들도 좋을 것이라는 오해를 하지 마세요. 커뮤니케이션은 실패하는 것이 기본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기 때문에 미리 계획하고 적절한 메시지를 만들고, 그것을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하는 활동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심전심은 커뮤니케이션에서 경계해야 할 표현입니다. 그런 기적이나 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야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말 줄이고 일을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배웠습니다. 위기가 발생되면 언론과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회사측에 빨리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주문도 일반적이 되었고요. 그런데,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말을 줄이고 일을 하라’는 조언도 있더군요. 이게 대체 무슨 뜻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전반에 대한 개념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위기관리를 자전거로 비유해 보죠. 자전거는 앞바퀴와 뒷바퀴가 있어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만약 앞바퀴나 뒷바퀴가 없다면, 그 자전거는 정해진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비유에서 자전거는 위기관리, 앞바퀴는 상황관리(행동에 기반한 대응) 그리고 뒷바퀴를 커뮤니케이션 관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즉,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서로 균형을 맞추어 역할해야 자전거(위기관리)가 제대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좋은 위기관리는 또 계란으로도 비유됩니다. 계란을 위기관리라 할 때, 노른자는 상황관리, 흰자는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된다는 것이죠. 노른자가 없는 계란? 흰자가 없는 계란? 둘 중 어떤 것이 더 나은 계란인가? 왜 그 둘은 꼭 같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이 계란 비유에 담겨 있습니다.

    물론 위기관리에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문제는 위기관리에 있어 실제 기업들이 너무 커뮤니케이션에만 집중하는 경우입니다. 쉽게 말해 “말만 하거나”, “말만 앞서거나”, “말만으로 천냥 빚을 갚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경우이죠.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회사측의 ‘행동(일)’입니다. 실행 그 자체입니다. 단호하고 과감하게 문제를 해결해 버리는 행동, 즉 적절한 상황관리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뒤를 따르는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관리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왜 상황관리 같은 행동보다,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둘 까요? 노른자는 메추리알 크기로 놓아두고, 흰자는 타조알 크기만큼 부풀리려 하는 걸까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실행보다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커뮤니케이션은 간단합니다. 실제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황을 일단 모면하거나, 지연시키는 효과를 거둔 케이스들도 꽤 되기 때문이지요.

    언론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은 위기상황 이후 기업이 약속한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 등에 중장기적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다른 새로운 위기가 연이어 발생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전술적으로 상황을 보며 대응하려 합니다. 이 전술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그저 여론의 특성을 기업에서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이죠.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에게 위기관리의 아주 유용한 툴이 되고 있습니다. 예산과 노력이 많이 드는 진짜 행동보다 훨씬 가성비 있고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의 비유처럼, 앞바퀴가 사라진 자전거 모양의 위기관리, 노른자 없이 덩그러니 흰자만 담긴 계란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단거리 운행을 하거나, 일단 삶아 먹는 데 큰 문제는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자전거로 천리길을 가고, 그런 계란을 매일 아침 먹게 된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누구나 무엇이 진짜이고 어떻게 해야 문제가 제대로 해결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 건전한 상식에 기반한 위기관리가 진짜 아닌가 합니다. 말을 줄이고 일을 더 하라는 주문은 그래서 중요한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왜 조용히 넘어가려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나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강조되는 것이 상황이 발생되면 신속하게 회사 입장을 밝히고, 여러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지속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라 보는데요. 심지어 오버 커뮤니케이션도 훌륭한 전략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네 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주제입니다. 학계나 언론에서는 위기관리의 모범 사례로 1980년대 초 미국 ‘존슨앤드존슨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을 단골 소재로 꼽습니다. 이 사례는 너무나 자주 인용되어, 이제는 위기관리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대중조차 내용을 알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케이스에서 늘 강조되는 성공 요인은 ‘신속함’,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원칙 준수’, ‘고객 중심 사고’, 그리고 ‘과감한 리콜’ 등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 대목에서만 인사이트를 얻으려 합니다. 그리고 우리 기업들에게 “미국의 그 기업을 본받으라”고 주문하며, 똑같이 대응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훈수를 둡니다. 하지만 그러한 처방은 현실적이지 않고 유효하지도 않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위기의 ‘본질’에 있습니다. 당시 타이레놀 사건은 회사의 제조 과실이 아니라, 신원 미상의 범인이 저지른 테러였습니다. 즉,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에게 귀책사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 진정으로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Even though)’의 정신입니다. 자사 책임이나 잘못이 없었음에도, 환자와 고객의 안전을 위해 막대한 매출 손실을 감수하며 과감한 전국적 리콜을 단행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반면 우리 현실은 어떤 가요? 우리 기업이 직면하는 위기나 이슈 중에는 자사의 책임이나 과실이 명백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기업에게 귀책사유가 전혀 없는, 억울한 위기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런 드문 케이스는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도 못하며, 일부 언론이나 온라인에서 잠시 노이즈를 일으키다 소멸합니다. 반면, 대중의 이목을 끄는 대형 위기는 대부분 기업에게 태생적으로 불리한, 부정적인 기반 위에서 발생합니다.

    이처럼 기업의 책임이 막중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기업은 발생한 상황에 대해 모든 책임과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과감한 약속과 실천을 즉각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가장 이상적이고 훌륭한 대응이지요.

    그러나 현실의 많은 기업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극도로 부담스러워 합니다. 법적,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고, 무엇보다 향후 완벽한 재발 방지나 개선을 약속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어려워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다수 기업이 위기 발생 시 전략적으로 ‘로우 프로파일’을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당장은 비판 받더라도 일단 조용히 상황을 넘기면, 훗날 회복할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 믿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업의 침묵과 소극적 대응에 익숙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냉혹한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소통에 대한 강박?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평시에도 항상 고객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것을 경영방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근데 부정이슈나 위기 때에도 실시간 소통해야 한다는 윗분들 생각이 강해서 고민입니다. 기본적으로 소통이 나쁜 것은 아닌데, 이슈나 위기 시에도 그런 소통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나은 건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소통을 여기에서는 편의상 커뮤니케이션이라 부르겠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상황에서도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그 자체로 수단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소통(커뮤니케이션)만능’ 열풍이 불면서 문제나 갈등을 커뮤니케이션으로 풀어야 한다거나, 풀 수 있다 주장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기업 이슈나 위기관리 분야에서도 커뮤니케이션 만능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많은 경영진이 이슈나 위기 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당면한 문제를 풀 수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무언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비책이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는 것 같습니다.

    평시에도 그런 오해는 계속됩니다.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나는 것이죠. 사내 많은 문제를 일단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 생긴 것으로 전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면 그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강박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세상 어떤 중대 이슈나 위기도 커뮤니케이션으로 풀린 케이스는 없습니다. 매번 강조하지만, 커뮤니케이션으로만 단순 해결된 문제였다면, 그것은 중대한 이슈나 위기가 아닙니다. 모든 문제, 이슈, 위기는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된 다기 보다는 행동으로 해결됩니다.

    기업 부정 이슈나 대형 위기에 있어 해당 기업이 리더십을 가지고 적절한 행동을 해야 문제는 해결됩니다. 인간의 행동에는 자신의 속마음, 진실, 의지, 생각에서 심지어 무의식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업의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해관계자와 공중은 기업의 행동을 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그 행동 속에 담겨있는 많은 의미와 진실을 그들에게 전달하여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 일 뿐입니다.

    적절한 행동이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표현 그대로 기만입니다. 회사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은 없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에 가치를 두는 직원은 없을 것입니다. 이슈나 위기에서 불거진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행동을 미룬 채, 커뮤니케이션에만 열중하는 기업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커뮤니케이션 강박은 문제입니다.

    미국 PR계 비조(鼻祖) 중 한명인 아서 페이지(Arthur Page)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PR이란 90퍼센트 옳은 일을 한 뒤, 10% 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반복 강조하는 소통(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90퍼센트의 노력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평소 행동으로 옮기는데 투자하십시오. 이후 그와 관련한 이슈나 위기가 발생된다면, 평소 해왔던 옳은 행동에 대하여 10퍼센트만큼만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십시오. 사내에서도 90퍼센트 행동을 마땅히 해야 할 일에 집중하십시오. 그런 경우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나머지 10퍼센트로도 충분합니다. 이와 다른 소통강박은 절대 경계하셔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