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잘해도 본전? | |||||||||||||||||||||||||||||||||||||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 |||||||||||||||||||||||||||||||||||||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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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팀장은 요즘 신이 난다. 최근 한 두 달 동안 별로 나쁜 이슈나 기사들이 없다. 오랜만에 기자들과 웃으면서 소주 한잔도 맘 편히 하고, 집에도 자정 이전에 몇 번이나 들어갔다. 기자들과 여러 회사 홍보팀장들이 그룹을 만들어 주말에 시원하게 라운딩도 가능해졌다. ‘아 이게 얼마만이야…’ 게다가 지난주 새로 출시된 신제품이 아주 훌륭하게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출시 기자간담회와 포토세션도 아주 성공적이었고, 연이어 사장님에게 인터뷰들이 어랜지 되어서 나름 만족스러우신 듯하다. 몇 일 전부터는 방송사 프로그램들에서도 우리 신제품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서, 홍보팀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렇게만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다면…얼마나 좋아’ 홍 팀장은 회사 옥상에 올라가 담배 한가치를 꺼내 물면서 기분 좋게 웃는다. 이미 이 여름에 연간 홍보팀 업무 수행 타깃을 다 달성했고, 사장님과 면담해서 새로운 타깃을 세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니 ‘이번 연말에는 보너스 좀 나와 우리 홍보팀 직원들 좀 따뜻하겠군…’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순간 조 과장으로부터 휴대전화가 울린다. “어…조 과장, 왜” “네…팀장님. 지금 빨리 내려와 보셔야 하겠습니다.” “응? 왜? 무슨 일이야?” “빨리 내려와 주세요. 사무실에서 말씀 드려야 해서요” 후다닥…홍 팀장은 계단을 달려 내려가면서 동물적으로 굉장한 일이 터졌구나…감지한다. “단 한방에 홍보팀은 간다” 사실 조 과장이 이야기를 해도 홍 팀장은 이해가 힘들다. 내일모레 쉰을 바라보는 홍 팀장은 최근에야 ‘블로그’가 어떤 것인지 조 팀장을 통해 설명 들었다. 매일 쓰는 사무 프로그램과 인트라넷이 홍 팀장에게는 가장 익숙한 IT 혜택의 전부다. 이메일 정도는 자유롭게 쓴다고 동창회에 나가면 신세대로 불리지만…솔직히 요즘 온라인 바닥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어떨 때는 두렵다. 조 과장의 설명에 의하면, 그 증정용 지구본에 대해 한 파워 블로거가 문제를 제기했고, 그 블로거가 우리 회사를 비판하는 상당히 부정적인 포스팅이 다음 미디어 블로거 뉴스에 탑으로 포스팅이 되었단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소비자가 이와 비슷한 내용을 아고라에 올려 댓글이 오늘 아침부터 수천건에 이른단다. 거의 대부분이 우리 회사를 비판하고, 회사의 소유구조라던가, 심지어는 돌아가신 창립자의 친일 행적 의심까지…지금까지의 논란 이슈들이 여러 네티즌들에 의해 집대성되어 토론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홍 팀장은 진땀이 흐른다. 뭘 확실히 알아야 개입을 하지… 홍 팀장이 아이디어를 낸다. “조 과장, 그 처음 글 올린 사람을 한번 만나서 그 포스팅을 좀 빼달라고 할까?” 조 과장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아니면…다음 쪽에다가 전화해서 그거 아고라인지 뭔지 그거 좀 어떻게 해달라고 하면 안돼?” 조 과장이 아무 말 없이 찬물을 마신다. “말을 좀 해봐 바. 어떻게 해야 해?”
“팀장님,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뭐? 뭔 소리야…뭐 광고를 주던가, 글 올린 놈한테 명예회손 소송한다고 하던가, 그거 온라인에서 편집하는 선수들한테 육탄 돌격을 해서라도 진정을 시켜. 아…우리 영업직원들한테 전부 공지해서 거기 아고란지 뭔지에 들어가서 쫌 해명글도 올리고 그러라 그래.” 조 과장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한마디 한다. “팀장님, 그건 절대 안됩니다.” 이때 IT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홍 팀장님, 왜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 과부하가 걸리죠? 게시판이 거의 다운될 지경이에요. 뭐 지도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사람들이 왜 이러는 건가요?” 홍 팀장은 조 과장에게 전화를 넘긴다. “아…팀장님, 지금 이런 이런 일이 아고라에서 문제가 돼 네티즌들이 항의방문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네…” 홍 팀장은 답답해서 소리친다. “조 과장, IT쪽에다가 잠시 우리 홈페이지 닫으라 그래… 게시판 댓글들 싹 지워버리던가……씨…” “팀장님…안돼요. 제발…” 갑갑하다. 홍 팀장은 어디다가 이 사건을 하소연할 때가 없다는 걸 느끼면서 점점 더 까마득해진다. 조 과장은 홈페이지에 포스팅 할 공식 사과문을 만든다고 영업팀, 법무팀과 IT팀 실무진들과 긴급회의를 하러 갔다. 그래도 아직 그나마 젊은 조 과장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홍보맨에 주어진 팔자? 기획 부사장이 또 전화를 해온다. “홍 팀장. 지금 아고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아요? 어떤 대책이 없어? 이 영업쪽에서 이런 문제 일으킨 게 누구야? 영업 부사장은 이거 아나?” “네…알고 계십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헥헥… 마케팅 상무가 심각한 표정으로 홍 팀장에게 다가온다. “홍 팀장님, 지금 우리 마케팅 담당자 회사 메일로도 난리가 났어요. 심지어 우리 광고대행사랑 프로모션 대행사들 한테까지 항의전화가 와. 이거 어쩔 껍니까?” 홍 팀장은 갑자기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상무님, 사실 이게 홍보팀 문제입니까? 영업쪽에서 사려 깊지 못하게 이렇게 일 처리 한 게 문제 아닙니까? 마케팅에서도 그런 제작물 있으면 필터링 해줘야 했던 거지요. 안 그래요?” 박 상무는 얼굴이 굳어진다. “아니…홍 팀장, 홍보팀이 어느 부서 돈 가지고 일합니까? 지금. 솔직히 지면광고 계획 없어도 홍보팀 면 세워 줄라고 계획 바꿔가면서 도와주는데……지금 홍보팀에서 저희에게 이러면 되요?” “아…저…아니 그냥 제가 흥분을 해서 그렇습니다. 일이 하도 꼬여서요…죄송합니다.” 홍 팀장은 금연인 사무실에서 담배를 꺼내 문다. 불은 감히 못 붙이고…혼자 뇌까린다. “홍보팀 면을 세워 줄라고 회사 광고비를 지출한다고? 홍보팀장이 뭐 자연인이야?…회사를 위한 거니까 하는 거지…나를 보고 하는거야…XXX” 홍보담당자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종종 “100번 잘해도 필요 없더라. 한방이면 홍보팀은 간다.”는 자조 섞인 말들을 하곤 한다. 아무리 신제품 출시를 잘 지원해 주었어도, 시장의 루머를 잠재워 주어도, 경쟁사를 언론 플레이를 통해 견제해서 영업 시장에 숨통을 틔워 주어도…부정적인 기사 ‘하나’ 못 막거나 온라인에서 ‘우당탕’ 한번이면 홍보팀원들은 다 바보가 된다. 홍보팀원들이 일으킨 문제라면 이런 비판을 달게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거의 모든 문제들은 다른 부서에서 기인한다. 아니면 외부 시장과 환경으로부터 다가온다. 반면에 사내에서의 비판과 업무평가의 대상은 오직 홍보팀이다. 상당히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현실이 그렇다. 그래서 홍보팀은 항상 긴장한다. 그게 주어진 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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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Live Quiz] 안티 블로거를 어떻게 할까?](https://i0.wp.com/jameschung.kr/wp-content/uploads/1/6563272291.jpg?fit=312%2C533&ssl=1)
[Live Quiz] 안티 블로거를 어떻게 할까?
[Live Quiz] A 기업에게 극도로 부정적인 포스팅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는 블로거가 있다. 내용들을 보면 극단적인 주장으로 상당히 그 내용이 자극적이라 그 블로거는 파워블로거의 수준에 올라있다.
A사 법무팀에서 그 포스팅들을 분석한 결과 회사의 명예를 명백히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들이 대부분이고, 딱히 법적으로 그 블로거를 어떻게 해 볼 뾰족한 수가 없다.
이 블로거는 A사와 그 업계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들로 인해 오프라인 매체들의 관심을 얻기 시작했다. TV와 인터뷰를 하고, 신문기자들과 특별취재팀을 꾸려 조언을 하고 있다.
이 블로거가 주장하는 내용들에 대해서는 A사측이 각각 반박 논리와 이를 뒷바침하는 과학적 정보들을 다 모아 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A 기업은 각 이슈는 해석의 차이일뿐 각각의 이슈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점점 그 블로거의 공격성과 그 파장이 커져가고 있다. 초기에는 개인 블로그의 포스팅 내용에 회사가 나서서 왈가왈부 하는 것도 위험해 가만히 있었는데 결국 화를 키운 꼴이 됬다.
자…어떻게 A사는 이 블로거에게 대응해야 할까?
시스템이 속력을 말해준다
요즘엔 계속 클라이언트들이 온라인상에서 위기를 겪고 있어서 내 스스로도 아주 생생한 경험들을 하고 있다. 문제는 예전 미디어들의 발행 주기가 하루 단위였다는 데 비해, 요즘 온라인 미디어들의 발행주기는 초단위라는 것이 가장 큰 변화같다.
당연히 대응의 속력도 그 빠른 변화에 발맞추어 더욱 신속 정확해야 하는데, 참 조직이 그렇게 움직이기는 쉽지가 않은게 현실이다.
오늘 오전 케이스도 마찬가지였다. 최초 모 블로그에 6월 9일자로 올려진 한 포스팅이 클라이언트사를 약간 부정적으로 표현하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을 11일 오전 모니터링으로 알아냈다. 이론상으로는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되어 실행되고 있으면 포스팅 게재되고 나서 모니터링을 통한 발견 시간이 거의 동시간이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같은 날안에는 이루어져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 몇몇 지점 직원들이 우연히 발견한 포소트 내용이 본사에 보고된 게 포스팅 후 2일이 지난 11일이었다.
분명히 모니터링의 실패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상 수억개의 포스팅을 실시간으로 100% 모니터링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인력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이 부분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사실 답이 없다. 만약 자연어 검색기술과 기타 관련 IT기술을 보유한 개발업체가 있다면 제발 온라인상의 여론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우리나라 PR대행사 여건 상 초기 투자 자본을 PR 대행사가 완전히 부담하기 어렵다면, 그 시스템이 rolling된 후 로열티나 사용료를 통해 사후에 변제하는 방식도 고민해 볼 만하다. 좋은 비지니스가 될 것 같다.
아무튼, 11일 오전에 발견한 해당 포스팅을 분석하는 데 몇시간이 걸렸다. 다양한 주변분석을 통해서 이 포스팅이 향후 어떤 임팩트를 가져 올까 분석하는 하루가 더 소요되었다. (인하우스 임원의 연이은 회의로 공백시간 내기가 매우 어려움…)
클라이언트는 위기관리 카운슬인 우리에게 소집요청을 했고, 우리들이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모두 모여 앉은 것은 12일인 오늘 아침이었다. 이미 초기 72시간을 아주 허망하게 흘려 보낸셈이다.
한 시간 가량의 컨퍼런스 콜을 통해서 여러명의 위기관리팀이 내린 결론은 아주 간단했다. “일단 좀더 관찰을 해 보자. 그리고 언론의 취재요청이 있을 것을 대비해서 여러가지 대응자료를 준비하고, 언제라도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준비자세로 항상 긴장해 대기하자.”였다. 아주 단순하지 않은가.
그랬더니 지점에서 이렇게 컨퍼런스콜로 보고 한다. “그와 관련 된 해명과 참고자료들은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기자가 오면 전달할 수 있습니다.”한다. 그러면, 왜 우리 위기관리팀은 이 자리에 모인 걸까? 다 준비가 되있는데 왜 위기관리팀의 회의가 필요한가?
상황 분석 때문에 모인건가? 사실 필요 없는 짓이었던거다.
그런 포스팅을 발견했으면, 발견과 동시에 PR매니저가 상황을 분석 해서 일선에게 “우리의 기존 위기 관리 시스템에 따라 이런 저런 준비들을 해라” 이 메일 한통으로 끝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은 발견 후 한시간내로 줄일 수도 있었다.
위기요소발생과 대응결정에 72시간이 걸릴 것을 1시간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시스템의 힘이라고 본다. 미리 많은 생각을 해 놓는 것이 위기관리에 많은 도움이된다고 본다. PR실무자들의 경험에 기반한 순간적인 분석/판단력은 물론 필수겠다.
Good Luck!!!
타겟 오디언스를 열받게 하기?
Portent Interactive사 사장인 루리(Ian Lurie)가 쓴 “How To: Write a Really Crappy Business Blog.” 가 참 흥미롭다.
저급한 비지니스 블로깅을 위한 16가지 요령들 (sixteen tips to encourage bad business blogging)
1) 자사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기 (Talk about yourself)
2) 부정적이기 (Go negative)
3) 표절하기 (Plagiarize)
4) 읽기 싫을 만큼 길고 작은 글씨로 쓰기 (Use lots of small, unreadable type)
5) 스팸 짓 하기 (Spam the world)
6) 보이지 않는 색깔로 쓰기 (Use unreadable colors)
7) 연결 되지도 않는 링크 걸어 놓기 (Create really unclear links)
8) 엉터리로 글쓰기 (Write badly)
9) 너무 길게 많이 쓰기 (Write too much)
10) 자신이 쓴 모든 글에 Digg 하기 (Digg every post you write)
11) 자신이 쓴 모든 글에서 오락가락하기 (Stumble every post you write)
12) 아무것도 포스팅 하지 않기 (Never post anything)
13) 무심하기 (Don’t care)
14) 포스팅 하지 않음을 사과하기 (Apologize for not posting)
15) 파이어폭스내에서 사이트가 깨져 보이게 하기 (Site breaks in Firefox)
16) 느리게 열리는 용량 큰 광고 달기 (Ads that load slowly)
이 모든 것들을 가만히 보면 타겟 오디언스에게 공통적으로 주는 자극이 있다…타겟 오디언스를 공통적으로 열받게 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
실제적인 고민
토요일 오후 기분좋게 산책을 하다가 압구정 모 유명 성형외과 앞을 지나가게 됬다. 상당히 연력이 있고 그 분야에서는 유명한 병원이다.
그 병원 앞에서 사람 몇이 모여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보아 하니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 입고 메이크업까지 한사람은 모 방송사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리포터였고, 6미리 카메라에 모자를 눌러 쓴 사람은 그 방송 촬영 VJ다. 그리고 맞은편에서 심각하게 리포터의 취재 이유를 설명 듣고 있는 사람은 그 병원 사무장 정도가 되 보인다.
“이런 이런 제보가 있어서 그 제보에 대해서 입장을…”하고 설명을 하는 리포터를 바라보는 병원 사무장의 인상이 갑자기라도 한대 칠 태세다. 사람들이 많이 걸어다니는 길가까지 그 취재진들을 끌고 나와 씩씩 거리는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
지난주 우리 클라이언트 중 하나도 불만제로 프로그램의 취재 대상이 되어 힘겹게 인터뷰를 마쳤다. 그 준비과정에서도 여지 없이 ‘실제로 부정적 취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느끼게 된다. 예전 힘들었던 경험들을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안도의 느낌도 들었다.
어제 그 병원측에서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가만히 보아하니 그 성형외과 시술자 중에 트러블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 방송 프로그램 게시판에 반복적으로 여러 환자들의 컴플레인이 접수되었던 것 같다. 앞으로 방학 같은 성형 시즌을 맞아서 방송사에서는 성형 부작용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고, 그 취재 대상 병원 중 하나로 그 병원이 지목되었던 것 같다.
흔히들 이런 취재를 받으면 취재 거부를 한다. 그런데 이 취재 거부라는 것이 참 일방적인 개념이다. 이 세상에 취재거부에 성공한 기업들은 사실 극히 소수다. 그리고 기자나 PD측면에서도 취재 거부에 담담히 ‘네, 알겠습니다”하고 물러서는 선수들은 진정한 선수가 아니다.
일단 취재 요청이 들어오면 ‘하기 싫어’ 라던가 ‘하지 말지’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취재 요청에는 단 두가지 대응방식 밖에 없다. ‘어둡고 우울하게 나오는가’ 아니면 ‘밝게 나오는가’다.
- 어둡고 우울하게 나오는 방식: 얼굴에 안개 처리, 음성변조로 우스꽝 스럽게, 어두운 다리 샷, 정지화면, 땅에 밀려 떨어진 카메라 샷…
- 밝게 나오는 방식: 대변인이 정상적으로 앉은 상반식 클로즈 샷, 음성변조 없는 전화 통화…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뻔하다. 일단 취재요청을 받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때 처럼’ 되지 않는다. 절대. 그런데…이런 현실을 애써서 눈감으려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피하려 한다. 덮으려 한다. 어떻게 해서든 취재를 막으려 한다. 불가능하다.
요즘같은 세상에 MBC나 KBS에 누굴 안다고 전화를 해서 사정을 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윗사람이 한마디 해서 기사를 빼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더 큰 일을 만드는 시초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면, 그 성형외과에서는 이렇게 하소연을 할 것이다. “아니, 입장을 바꿔 놓고 이런 보도가 나가면 어느 누가 우리 병원에서 시술을 받으려고 하겠어요? 우린 망합니다.” 이게 사실이다. 예전에는 병원 상호를 안개처리하고, 병원장이나 해당 의사 인터뷰에 음성변조를 해 주었었지만 요즘 영악한 소비자들은 어떤 병원이라는 것을 바로(순식간에) 안다.
그 병원 게시판에는 항의 게시물들이 들 끓을 것이고, 네이버 같은 곳에서는 수십개의 포스팅들이 올라갈꺼다. 취재 응대는 곧 망하는 길이다. 맞다.
그럼 어떻게 하나?
병원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이걸 포지션이라고 하는데, 해당 성형 부작용 환자들에 대한 병원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거다. 입장을 정리해서 한번 돌려 읽어보자. 공감이 가는지를 확인해 보자.
그 입장이 ‘변명’으로 느껴진다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면’이 있다거나, ‘너무 병원의 일방적인 이야기’라거나, ‘거짓말’이라거나, ‘무례하다거나’ ‘피해 환자에 공감하지 않는 면’이 있다면…
간단하게 말해서…’제대로 할말이 변변하게 없다면’
밝은 방식으로 당당하게 취재에 응해서 ‘사과 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담담하게 소비자들의 판단과 선택을 기다리면 된다. 망할 것이 뻔하다? 그냥 진작 부터 망할 만한 일을 해 왔던 거라 생각하자. TV 보도 때문에 망했다 억울해 하지 말고.
이게 바로 실제적인 고민이다.
이러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