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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conBrain 기고문] 위기관리, 조직 일선을 주목하라


    위기관리, 조직 일선을 주목하라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OO주식회사
    홍보실 홍실장. 최근 홍실장은 바빴다. 몇 달 전 모 TV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홍실장 회사 주요 매장의 일선 직원들을 인터뷰 해 갔기 때문이다. 매장 직원들이 제각기 다른 제품설명을 한 부분들이 교묘히 편집되어 고발성 프로그램으로 고스란히 방영 되었다.

     

    몇몇 직원은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치명적 취재를
    당하기도 했고, 다른 일부 직원들은 공식적으로 PD가 취재
    중이라 밝혔음에도 여러 애드립을 섞어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방송이 나오자 마자 CEO께서 당장 홍실장을 불렀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취재하고 있다는 것 조차 몰랐어?” 홍보실은 뭐 하는 거야?”

     

    홍실장은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답변했다. “사장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류의 경우 사전에 어떤 취재를 어떻게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탐지해 내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취재방식이 몰래 카메라를 사용하거나, 잠입 취재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직원들 자신도 취재 당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본사 홍보실에서 이를 하나 하나 걸러낼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CEO께서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질문 하신다. “그러면 다야? 홍보실
    차원에서 어떤 대비책을 마련할 수 없겠어? 또 이런 취재 나오면 손 놓고 그냥 당할 건가?” 홍실장은 이런 상황들을 겪으면서 깨달은 바가 있어 이렇게 답변했다. “있습니다. 저희 매장과 공장 그리고 각 지점별 일선직원들까지 가능한 철저하게 미디어트레이닝을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기자나 PD 또는 작가들이 취재 해 올 때 일선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해 알려주고 트레이닝을 실행하겠습니다.”

     

    CEO께서
    고개를 끄덕이신다. 홍실장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면서 어깨가
    무거워진다. 홍실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위기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을 몇 명 만나 자문을 구했다. 한 컨설턴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왜 그렇게
    인터뷰했느냐, 왜 그런 말 했느냐 하고 비판 하려면최소한
    그들 일선직원들에게 적절한 교육과 트레이닝을 통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익숙해지게 만든 이후에 해야죠홍실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맞다,
    우리가 언제 우리 직원들에게 어떻게 언론 커뮤니케니션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나 했었나? 그들을
    일방적으로 욕할 수는 없지…’

     

    홍실장은 위기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를 선정하고 파트너십을 이루었다. 이 컨설팅사의 여러 컨설턴트들과 함께 홍실장 회사 일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그룹별 미디어트레이닝 계획을 세웠다. 수 천명 직원들을 일대일로 트레이닝 할 수는 없지만, 지역별로 직급별로, 담당업무별로 그룹을 만들어 실제상황을 설정하여
    미디어트레이닝을 실시했다. 홍실장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연이은 트레이닝을 실시한다는 게 몸은 피곤하지만, 보람도 매우 크다 느꼈다.

     

    홍실장은 개인적으로도 일선 각 지점장들과 지역
    책임자들을 만나 현지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지역언론에 대한 이야기들과 위기시 지역언론의
    움직임들 그들의 니즈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지역별로 본사에 협조를 요청하는 사항들에도 귀를 기울여
    주었다. 지역별로 트레이닝이 끝나면 그 트레이닝을 받은 직원들과 컨설턴트들을 데리고 생맥주집에 모두
    모여 맥주한잔씩을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역의 일선직원들이 이런 말을 해주었다. “이번 트레이닝을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준비되어있지 않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단순하게 TV에서 보았던 인터뷰와 고발 프로그램들이 참 많은
    준비와 노력들이 필요한 일이구나 하고 느꼈지요.” “이제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실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정도 밖에 없으니, 본사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주 중요한 깨달음이었습니다.” 홍실장은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꼼꼼하게 받아
    적었다.

     

    주요 트레이닝 분야는 이렇다. 언론에 대한 이해 부분을 설명해주었다. 특히 최근 기업에게 위협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특성과 그들의 취재방식에 대한 이해의 시간을 가졌다. 또한 이런 취재방식에 맞서서
    일선에서는 어떤 초기대응활동을 해야 하는지를 공유했다. 일선에서 언론에 대응하는 12단계의 프로세스를 설명해주고, 이를 카드형식으로 인쇄해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이후 일선직원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인터뷰 실습을
    실행했다. 일선직원들과 책임자들이 상당히 긴장하면서도 실제 배웠던 내용들을 기반으로 전략적으로 답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홍실장은 좋았다. 일부 아직도 실수 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지만, 그들도 돌아서면서 내 말 한마디가 우리 회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겠구나하는 깨달음을 얻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장장 두 달간의 전국일주 트레이닝을 마치고, 컨설턴트들과 홍실장은 서울로 돌아왔다. 많은 깨달음과 호응을 얻어
    기분이 좋다. 회사 위기관리 시스템의 밑단을 괴었다는 성취감이 생겼다.
    컨설턴트들도 현장에서 더욱 더 많은 가능성을 엿보았다면서 멋진 보고서를 제출해 주었다.

     

    홍실장이 CEO앞에서
    결과보고를 한다. “OO개 지점과 OO개 공장 일선 직원들과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트레이닝이 성공적으로 실시 완료되었습니다.” CEO께서는 그간의 트레이닝 장면들과 결과보고를 흡족하게 들으시고는 한마디 하신다. “아주 잘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트레이닝 내용도 적절했던 것 같군. 일선 직원들의 반응 또한 설문지를
    보니 완벽하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내용이고…” 홍실장은 고개를 숙이면서 치하에 감사했다.

     

    CEO께서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이신다. “홍실장, 그럼 이제 소비자고발류
    프로그램에서 취재 나오면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겠지? 이제 일선에서 저번처럼 헛소리 하거나, 멍청하게 당하는 일은 없겠지?” 홍실장은 웃으면서 한마디로 대답했다. “사장님, 사장님도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으셔야 하겠습니다.” 사장도 같이 웃는다. 그 의미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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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제적인 고민

    토요일 오후 기분좋게 산책을 하다가 압구정 모 유명 성형외과 앞을 지나가게 됬다. 상당히 연력이 있고 그 분야에서는 유명한 병원이다.

    그 병원 앞에서 사람 몇이 모여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보아 하니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 입고 메이크업까지 한사람은 모 방송사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리포터였고, 6미리 카메라에 모자를 눌러 쓴 사람은 그 방송 촬영 VJ다. 그리고 맞은편에서 심각하게 리포터의 취재 이유를 설명 듣고 있는 사람은 그 병원 사무장 정도가 되 보인다.

    “이런 이런 제보가 있어서 그 제보에 대해서 입장을…”하고 설명을 하는 리포터를 바라보는 병원 사무장의 인상이 갑자기라도 한대 칠 태세다. 사람들이 많이 걸어다니는 길가까지 그 취재진들을 끌고 나와 씩씩 거리는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

    지난주 우리 클라이언트 중 하나도 불만제로 프로그램의 취재 대상이 되어 힘겹게 인터뷰를 마쳤다. 그 준비과정에서도 여지 없이 ‘실제로 부정적 취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느끼게 된다. 예전 힘들었던 경험들을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안도의 느낌도 들었다.

    어제 그 병원측에서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가만히 보아하니 그 성형외과 시술자 중에 트러블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 방송 프로그램 게시판에 반복적으로 여러 환자들의 컴플레인이 접수되었던 것 같다. 앞으로 방학 같은 성형 시즌을 맞아서 방송사에서는 성형 부작용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고, 그 취재 대상 병원 중 하나로 그 병원이 지목되었던 것 같다.

    흔히들 이런 취재를 받으면 취재 거부를 한다. 그런데 이 취재 거부라는 것이 참 일방적인 개념이다. 이 세상에 취재거부에 성공한 기업들은 사실 극히 소수다. 그리고 기자나 PD측면에서도 취재 거부에 담담히 ‘네, 알겠습니다”하고 물러서는 선수들은 진정한 선수가 아니다.

    일단 취재 요청이 들어오면 ‘하기 싫어’ 라던가 ‘하지 말지’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취재 요청에는 단 두가지 대응방식 밖에 없다. ‘어둡고 우울하게 나오는가’ 아니면 ‘밝게 나오는가’다.

    • 어둡고 우울하게 나오는 방식: 얼굴에 안개 처리, 음성변조로 우스꽝 스럽게, 어두운 다리 샷, 정지화면, 땅에 밀려 떨어진 카메라 샷…
    • 밝게 나오는 방식: 대변인이 정상적으로 앉은 상반식 클로즈 샷, 음성변조 없는 전화 통화…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뻔하다. 일단 취재요청을 받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때 처럼’ 되지 않는다. 절대. 그런데…이런 현실을 애써서 눈감으려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피하려 한다. 덮으려 한다. 어떻게 해서든 취재를 막으려 한다. 불가능하다.

    요즘같은 세상에 MBC나 KBS에 누굴 안다고 전화를 해서 사정을 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윗사람이 한마디 해서 기사를 빼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더 큰 일을 만드는 시초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면, 그 성형외과에서는 이렇게 하소연을 할 것이다. “아니, 입장을 바꿔 놓고 이런 보도가 나가면 어느 누가 우리 병원에서 시술을 받으려고 하겠어요? 우린 망합니다.” 이게 사실이다. 예전에는 병원 상호를 안개처리하고, 병원장이나 해당 의사 인터뷰에 음성변조를 해 주었었지만 요즘 영악한 소비자들은 어떤 병원이라는 것을 바로(순식간에) 안다.

    그 병원 게시판에는 항의 게시물들이 들 끓을 것이고, 네이버 같은 곳에서는 수십개의 포스팅들이 올라갈꺼다. 취재 응대는 곧 망하는 길이다. 맞다.

    그럼 어떻게 하나?

    병원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이걸 포지션이라고 하는데, 해당 성형 부작용 환자들에 대한 병원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거다. 입장을 정리해서 한번 돌려 읽어보자. 공감이 가는지를 확인해 보자.

    그 입장이 ‘변명’으로 느껴진다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면’이 있다거나, ‘너무 병원의 일방적인 이야기’라거나, ‘거짓말’이라거나, ‘무례하다거나’ ‘피해 환자에 공감하지 않는 면’이 있다면…

    간단하게 말해서…’제대로 할말이 변변하게 없다면’

    밝은 방식으로  당당하게 취재에 응해서 ‘사과 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담담하게 소비자들의 판단과 선택을 기다리면 된다. 망할 것이 뻔하다? 그냥 진작 부터 망할 만한 일을 해 왔던 거라 생각하자. TV 보도 때문에 망했다 억울해 하지 말고.

    이게 바로 실제적인 고민이다.  

    이러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