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가상의 위기 상황을 설정하고 실제와 같은 조건에서 의사결정과 대응을 실습하는 훈련입니다. 통상 의사결정 그룹이 한자리에 모여 진행하는 워룸(War Room)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매뉴얼이 작동하는지, 조직이 실제로 움직이는지는 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진행합니까
위기 상황을 단계별로 나눈 시나리오가 준비됩니다. 참가자들은 제한된 정보와 제한된 시간 안에서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에 따라 다음 상황이 전개됩니다. 진행자는 언론 문의, 규제기관 연락, 소셜미디어 확산, 내부 동요 같은 변수를 상황에 맞춰 투입합니다.
참가자는 실제 위기 시 의사결정에 참여할 사람들로 구성합니다. 대리 참석은 훈련의 의미를 없앱니다. 결정할 사람이 그 자리에 없으면, 실제 위기에서도 결정은 나오지 않습니다.
시뮬레이션은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효과가 유지됩니다. 한 번 해 보고 끝내면 조직의 기억은 몇 달 안에 흩어집니다.
시뮬레이션이 드러내는 것
시뮬레이션의 목적은 잘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무엇이 작동하지 않는지를 찾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자주 드러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정보가 위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현장은 알고 있는데 의사결정 그룹은 모릅니다. 둘째, 결정이 내려지지 않습니다. 참석자들이 서로의 판단을 기다립니다. 셋째, 결정이 아래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정해졌는데 실행 조직은 모릅니다.
이 세 가지는 매뉴얼을 아무리 정교하게 써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모여 실제로 해 봐야 보입니다.
잘못 설계된 시뮬레이션의 특징
첫째, 시나리오가 자사와 무관한 경우입니다. 일어날 법하지 않은 상황을 다루면 참가자들이 몰입하지 않습니다. 위기요소 진단에서 나온 실제 후보로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입니다. 진행자가 원하는 답으로 유도하면 훈련이 아니라 시연이 됩니다.
셋째, 결과를 인사 평가에 쓰는 경우입니다. 참가자들이 평가받는다고 느끼면 실수를 감추게 되고, 실수를 감추면 배울 것이 없어집니다.
넷째, 사후 정리를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시뮬레이션의 가치는 훈련 자체가 아니라 이후의 복기와 개선에 있습니다. 무엇이 막혔는지 기록하고 매뉴얼과 체계에 반영하는 데까지 가야 한 번의 훈련이 완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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