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예상질의응답팩은 위기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과 그에 대한 회사의 답변을 미리 정리해 둔 문서입니다. 실무에서는 흔히 Q&A팩이라고 부릅니다. 보도자료가 회사가 하고 싶은 말을 담는다면, 예상질의응답팩은 상대가 물을 말을 담습니다.
무엇을 담습니까
질문과 답변만 담는 것이 아닙니다. 네 가지가 함께 들어가야 문서로서 기능합니다.
첫째,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입니다. 답변만 있고 근거가 없으면 상황이 조금만 달라져도 쓸 수 없습니다. 확인된 것과 확인 중인 것을 구분해 적어야 합니다.
둘째, 반복할 핵심 메시지입니다. 통상 세 개를 넘지 않게 정합니다. 질문이 어디로 흐르든 돌아올 지점이 있어야 합니다.
셋째, 쓰지 말아야 할 표현입니다. 무엇을 말할지만큼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가 중요합니다. 법적 부담이 있는 단어, 확언으로 읽히는 표현, 책임 범위를 넓히는 문장을 미리 걸러 둡니다.
넷째, 법적 검토 완료 여부입니다. 검토를 거치지 않은 답변이 섞여 있으면 문서 전체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답변을 미리 정해 두는 진짜 효용
예상질의응답팩의 목적은 준비한 문장을 그대로 읽는 데 있지 않습니다. 실제 질문은 준비한 것과 조금씩 다르게 들어옵니다.
효용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답변을 만드는 과정에서 회사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이 무엇인지 드러납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지점, 부서 간에 말이 다른 지점, 법무와 홍보의 판단이 갈리는 지점이 문서를 만들며 보입니다. 이것을 위기 발생 전에 발견하는 것이 핵심 효용입니다.
질문 목록을 만들 때는 가장 아픈 질문부터 씁니다.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빼놓고 만든 문서는 실전에서 무용합니다.
대변인에게 건너가는 문서입니다
예상질의응답팩은 서랍에 두는 문서가 아닙니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직전, 대변인에게 건네는 준비 브리핑의 뼈대가 됩니다. 확인된 사실, 핵심 메시지, 예상 질문과 답변 방향, 금지 표현이 한 장으로 정리되어 대변인의 손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문서를 만든 뒤에는 답변할 사람과 함께 읽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무자만 알고 있는 문서는 현장에서 다른 말이 나오게 만듭니다.
팩이 무용해지는 조건
첫째, 오래된 경우입니다. 사실관계는 계속 바뀝니다. 위기 국면에서는 하루 단위로 갱신해야 합니다.
둘째, 방어 논리만 담은 경우입니다. 회사 입장만 나열한 문서는 상대의 질문에 대응하지 못합니다. 질문하는 쪽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 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셋째, 분량이 지나친 경우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펼쳐 볼 수 있는 분량인지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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